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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2화 - 너에게 굴복할 수는 없어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2화 - 너에게 굴복할 수는 없어

개성공단 2021. 8. 26. 01:25


피에르트는 신음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움직 였고
검은 머리카락이 호응하듯이 마루에 닿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삐걱거렸지만
손끝의 감촉에 현실감이 있었다
조금 전처럼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은 없었다



"……"




피에르트는 눈동자를 작게 뜨고 몇 번이고 목을 울렸다
흠... 발성에 문제는 없고 마력도 몸을 순환하고 있다
그렇다면 몸이 아무리 아파도 마법사로서는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꿈꿨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피에르트는 답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있을 수 있는 모든 가능성 중 하나
마법에 의존하고 부서져버린 나
있을 수도 있는 기억의 거품

말 그대로 거품처럼 사라져 버렸지만
그래도 마음에 남는 건 있었다
부서진 인간이기 때문에 도달한 것이였다

어쩌면 당연했다
그 기억 속의 나는 그것만을 믿고 있었을테니까





"미안해..."




불쑥 내뱉은 말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피에르트 밖에는 모를 것이다
루기스일 수도 있고, 이제는 기억밖에 없는 망가진 자신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누구일지도...

검은 머리가 떨리면서 피에르트가 일어섰고
수탈의 마안이 형형하게 빛났다

옥좌 사이에서는 엘디스가 주술의 진수인
검은색을 그 손끝에서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루기스는 오른팔을 추스른 채
왼팔 하나로 마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
틀림없이 루기스도 엘디스도
끔찍한 기억을 이겨내고 여기에 서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이 기억을 이겨내야 할 거야

망가진 나의 가능성...
그것을 딛고 새로운 미래에 투자해보자





"엘디스, 그 입 닥쳐"


"어? 일어난거야?
그냥 그렇게 자고 있어도 상관없었는데"


"아무튼 네게 순순히 루기스를 넘겨줄 생각은 없어, 엘디스"





문득 피에르트는 프리슬라트 대신전의 일막을 떠올렸다
그때도 아르티아에 맞서 엘디스, 카리아와 함께 싸웠지만
완전히 패배하고 도망치는 짓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간과 엘프들은 더더욱 강해졌으며
게다가 지금 여기엔 루기스가 있다

검은 눈동자가 그를 응시했다




"피에르트 너..."


"지금은 괜찮아
네가 내 손을 잡아줬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너는 나를 버리지 않았잖아, 그렇지?"





버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떤 상대라도 자신을 희생하여 살아남게 할 필요는 없다
만약 루기스가 그것을 알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지만 루기스가 한번 더 나를 구해 주었다면...
피에르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지었다




"자, 다시 한 번 시작해보자고, 우리 공범자님"




피에르트는 옥좌가 자기 것인 마냥 하는 알류에노를 보았다
이제 그 모습은 인류는 물론이고 마성마저 초월한 것처럼 보였다
아르티아가 신령을 자칭한 것도 수긍이 가는 군

사람도 마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초월하는 자가 있었다면
그것은 신이라고 정의될 것이기 때문이다

피에르트는 날숨을 쉬며
용의 브레스를 뱉듯이 주문을 읊었다





"태어나게 하고, 모으면 당장 뱉어라
태초부터 세계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것이라도 소유하도록 허락치 않겠다"





변혁자로 불린 존재는
확실히 마법 이론의 일각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영역을 확장했다
그동안 정형마술로 여겨졌던 것을 뒤집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녀의 예리한 두뇌는 그것 뿐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비약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마법 원리
광기의 짓이라고 일컬어지는 마법 이론
『변혁자』라고 불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녀가
초래한 하나의 이론에 지나지 않았다

변혁자는 마법에 의존했다
그녀에게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것에 매달려, 광기의 끝에 이르지 않으면 그녀는 부족했다
그녀는 마법에 있어서 누구보다 앞서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으니 말이다

그녀가 구축하는 마법 이론은
그녀의 체구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점에까지 도달했어도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두뇌 하나로 마법의 세계를 창조했다

그것이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가 찾아낸 또 다른 길
마법밖에 없던 그녀의 길
피에르트는 그 환상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예전에는 못했을 이론이지만
용의 심장과 마를 잉태한 피에르트의 몸이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예측할 수조차 없었던 미지를, 지식으로 바꾸는...

그녀는 마안에 마력을 집약시켰다
그리고 요소를 연마하고는, 오직 하나의 것으로 좁혀갔다
수탈의 마안의 권능이란 말하자면 순수함

모든 것은 나의 것
설령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더라도 말이야...





"모든 것은 나의 손에 있다
고로 너의 손도 나의 것
그렇다면... 불에 타 죽어버려"




이것을 불꽃이라고 말해도 좋은 것일까?
피에르트는 불에 타버리라고 그렇게 명령했지만 말이다

황황한 불의 색조를 발하면서
그것은 차례차례 형태를 바꾸어 갔다
큰 새에서 늑대 같은 짐승, 그리고 용 까지

그것은 말하자면 모습을 잃은 괴물이었다
주위에서 마력을 뽑아내어 모든 것을 고갈시켜
자신만이 번영하는 마

그것은 만물이며 그 이외의 것은 인정하지 않았다

변혁자가 원하고 상상했던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가 스스로의 손으로 창조한 하나의 오의




"............"




괴물이 자취를 감추어갔고 동시에 공간이 폭발했으며
그것은 공기와 마력을 타고, 알류에노로 돌진했다

이 공간 모두는 괴물의 것
그렇다면 알류에노와 한번 비벼볼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구나
그래, 어짜피 루기스 외에 용서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신위의 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알류에노는 황금빛 눈동자를 깜박였다
창조된 괴물이 인류의 신화 그 자체에 덤벼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괴물의 존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




알류에노는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
분명 괴물을 죽인 것이 확실한데도
자신의 손아귀에는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마치 공기나 물 속에 손을 덴 것 같이

느낌이 너무 없잖아?

옆에서 보면 살갗을 태울 만큼 마력을 가졌던
괴물이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다시 공간을 연소시키듯 괴물이 알류에노의 발 밑에서 떠올랐다




역시 미끼였나?
알류에노는 다시 검을 휘둘러, 그것을 베어 죽였다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 순간 알류에노 주변 일대를 괴물이 가득 메워갔다

아아, 그렇구나 하고 알류에노는 생각했다
이 괴물은 이곳에 없다... 괴물은 세계 그 자체
만물인 괴물은 이 세계에 상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코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인가

나를 불태울 때까지 말이야




"그렇군"





알류에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한 걸음 물러서서 옥좌를 등졌다
그녀는 방금 위협이 닥쳤는데도, 놀라울 정도로 초조가 보이지 않았다





엘디스나 피에르트가
평범한 존재가 아닌 것은 이미 오래 전에 깨달았다
운명에 틀어박혀 있었다고는 하나 재기가 넘쳤기에
분명 그녀들은 뛰어난 자들임이 틀림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아르티아의 권능을 가졌다고 해도
언젠가 나와 맞먹을 만한 재능을 지닐 수 있단 것이다




"그래... 덕분에 잘 이해했어"




뭘 이해했냐고?

역시 이들의 존재는 루기스를 해치고 말아
이들이 있기에 루기스는 그곳에서 구원을 찾고 마는거야

그렇다면 자신의 역할은
그가 구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가차없이 때려 부수는 것

알류에노는 루기스와 여자들을 번갈아보며 바라보았다




그는 나의 구원

그리고 주변의 여자들은... 구원을 망치는 것




"루기스, 내가 너를 구해줄게"





알류에노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마력을 휘감으려 말했다





"거인 영웅 프리슬란트, 천성룡 브릴리간트, 정령신 제브릴리스
그리고 인류 영웅 아르티아... 그대들의 위업과 권능을 여기에...
그리고 우리들만의 성전을 여기에..."





이제까지 집척된
모든 마가 여기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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