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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4화 - 이야기의 막은 내려간다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4화 - 이야기의 막은 내려간다 -

개성공단 2021. 9. 8. 01:43

"기분 나쁜 꿈이었군"

 

 

 

 

은빛 눈동자는 악몽에서 벌떡 깨어난 후

숨을 크게 몰아쉬고 있었다

 

 

무서운 꿈이었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대로 얼어 버릴 것만 같은 꿈

살갖이 차가워진 채, 그대로 영혼이 잠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꿈을 꾸었을 때는 반드시 검을 쥐었다

검만이 자신을 용기를 북돋워 주었고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였다

 

한 번 또 한 번

자신의 마음에 그린 궤도를

검이 따라갈 때마다 나쁜 꿈의 기색은 사라지곤 했다

 

검술의 열과 심장의 두근거림이 몸에 생기를 되찾아 주었다

그래서 어떤 때에도 검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였다

 

 

 

처음으로 동년배에게 패배한 날도

남동생이 태어나 아버지를 포함한

모두의 흥미가 자신에게서 사라진 날도

카리아 버드닉은 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나는 검술 밖에는 없어... 

오직 그것만이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어..."

 

 

 

 

 

그녀는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검과 힘에 대한 집착은

틀림없이 그녀에게 하나의 영광을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검에 관해 그녀의 재주와 견줄 만한 사람은 없고

기사단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그 검기 덕분이였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힘에 집착하게 되었다

영광은 오직 힘을 가진 자에게만, 그 밖의 사람은 경멸

 

오늘도 그녀는 은검을 휘둘렀다

오직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칼 끝에 한 남자가 있었으니

 

 

 

 

"너는 충분히 강해졌는데도, 왜 그런 표정을 짓는거야?"

 

 

"입 닥쳐라"

 

 

 

 

사나이는 칼을 겨누고 있었다

나보다 약한 주제에 어금니를 세운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카리아를 대하고 있었다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다

하지만 알 수 있는 사실은 하나

이 남자와 내가 적대하고 있다는 것뿐

 

대수롭지 않은, 아랑곳하지 않는 약자가 맞서는 것이

무엇보다도 카리아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했다

 

힘 없는 자는 힘 있는 자에게 복종하는 법인데 말이다

 

카리아는 그 법에 따라 자라왔고

힘을 가진 그녀는 비로소 그때서야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작자는...

 

 

 

 

"알았어, 알았다고... 우리 기사님"

 

 

 

 

남자에게 두려움이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눈동자에는 번뜩이는 듯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이 상황을 즐기듯이 말했다

 

 

 

 

"넌 이길 수 있는 상대하고만 싸울 작정이야?

너 그런 겁쟁이는 아니였잖아?"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상처를 입었던 것 같았다

아마도 칼날이 피부에 파고 들었을지도

 

그러나 틀림없는 것은

자신의 은검이 적의 심장을 잡아먹었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죽이는 순간에는 언제나 깨닫는게 있었다

 

내 팔 안에서 죽어가는 것은 누구인가

노골적인 적의마저 보이고 있는 그는 대체 누구인가?

 

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차가워져 갔다

은색 눈동자의 경직되고 따뜻한 입술에서는 생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루기스..."

 

 

 

 

카리아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분명 악몽에서 깼다고 판단했던 자신은

어느새 또 다음 악몽을 꾸고 있었다

 

그것도 몇 번이나...

마치 끝이 없는 계단을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였다

 

 

 

 

"난... 그런게 아니야...

나는 그저 약해빠진 소녀야...

네가 원하는 그런 강한 여자가 아니란 말이야...

너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은 할 수...."

 

 

 

 

카리아는 자신의 목을 쥐어뜯으며 말했다

마치 가냘픈 어린아이가 세상대로 되지 못하는 것에

처음 직면한 것 같았다

 

울음소리는 다시 악몽 속에서 울러펴졌다

 

 

 

 

 

 ◇◆◇◆

 

 

 

 

 

 

서쪽 변경 요새 코리덴

선대의 건축왕에 의해 만들어지면서 역사에 남겨진 유적

 

돌과 점토로 만든 성채는 보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세월에 따른 부식은 면할 수 없었다

 

서방 로어와의 동맹이 이루어진 후에는

이젠 무용지물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1만이 넘는 서방 로어의 군세가 도착했다

 

 

 

여러 섬나라가 함께 있는

이들의 연합은 외부와는 손을 잡고 있었지만

주도권 다툼의 내분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갈라이스트 왕국과 동맹을 맺은 뒤에도

여러 제후끼리 유혈사태를 벌일 정도였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들의 병사는 싸움에 익숙한 강인한 정예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코리덴 요새의 적에 걸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 적이 아니었다

아멜라이츠 국왕이 이끄는 구왕국에 대한 원군

신왕국과의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우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코리덴 요새를 수호하고 있는

바벨리지 버드닉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버님, 이제 그들이 도착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바벨리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매서운 눈초리를 움직였다

그의 오른쪽 눈의 큰 상처는 필요 이상의 박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면에 말을 받은 남자는 아직 한참 젊어보였다

그러면서도 아직 어린 나이인 탓에

덜 풀린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빛만은 아버지와 달라 보이는게 없었다

 

그의 눈동자를 보면

그에게 차기 당주의 자각이 충분히 싹트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젊은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실례했습니다, 각하

그래서 만나보시겠습니까?

저쪽은 그럴 생각인 것 같습니다만"

 

 

 

 

버드닉 가문은 기사 계급으로 전락했다고는 하지만

원래는 상급 귀족의 가문.

 

특히 아멜라이츠 국왕파로 유명했다

그들은 의무의 이행을 으뜸으로 했으니 말이다

 

구왕국이 군세를 올렸다고 하는데

호응을 하지 않은 것은 코리덴 성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원군을 요청한다면, 바로 달려가는 것이 의무

 

겁에 질려 신왕국군을 따르는 귀족과는 다르게

그는 구왕국군에 대한 충성심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원군이 성공해, 왕도를 다시 탈취한다면

지난 대전의 오명을 벗는 것은 물론이요

잃어버렸던 상급 귀족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의무를 다할 뿐이다, 그 밖의 일은 없다"

 

 

 

 

젊은이는 표정을 전혀 짓지 않고

지휘관실을 나서려는 아버지에게 한숨을 쉬었다

딱딱한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그의 성격인 것 같았다

 

 

 

 

"각하의 그런 성격 탓에, 누님이 떠나버린게 아닐까요?"

 

 

 

 

농담 섞인 말투였지만

어린 나이임에도 가시가 낀 말투였다

모든 사정에 밝은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누나의 가출 요인이었던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 년을 누나라고 부르지 말랬지!?

이제 우리 가문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신왕국에서 활동한다는 정보는 들으셨을 겁니다

가문을 위해서 접촉해 볼 필요는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버드닉의 젊은 군주는

귀족으로서의 감각도 발달되어 있는 것 같았다

무예보다는 정치에 깊이 관여하는 것을 택한

버버리지의 아들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누나에 대한 정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바벨리지는 베어버릴 듯한 날카로움으로 말했다

 

 

 

 

"헛소리 하지 말거라

우리는 박쥐 새끼들 같은 귀족과는 다르다

그들은 마땅히 지켜야 할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우리 버드닉 가문을 그런 하찮은 녀석들과 일치 시키지 말라!"

 

 

 

 

오른쪽 눈의 상처가 크게 움직인 듯 했다

 

바벨리지는 항상 이 말만을 되풀이 하곤 했다

귀족의 의무, 어떠한 일이 있든 지켜야 하는 것

 

그 의무 끝에 할 일이 이것인가 하고

젊은 군주는 물러서지 않고 한숨을 쉬었다

 

 

 

 

"그럼 저를 이곳에 부른 것도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입니까?"

 

 

 

 

바벨리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돌멩이를 발로 두드리며 성채 외벽으로 나가섰고

눈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그의 눈동자를 찔렀다

 

보통 전쟁터에서 당주와 차기 당주가 만나는 일은 없었다

가문 존속을 위해 반드시 어느 한쪽은

안전한 곳으로 몸을 옮기기 마련이였기 때문이였다

 

다만, 승리를 확신하거나

승리에 가치가 있을 때만 그것을 깼었다

 

그렇다, 이곳은 전쟁터였다

 

 

 

 

바벨리지의 눈 아래에는 전투 태세를 갖춘 수비병

날숨을 거칠게 쉬며, 병들에게 지령을 날리는 부대 지휘관들

그들 누구나 바벨리지의 모습을 확인하면 움직임을 멈추었다

 

바벨리지는 사양하는 손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모두의 눈에 전의의 불꽃이 있었다

 

 

 

 

"제군들이여, 상당히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군

여러분들에게 오명을 씌우기만 했을 뿐

그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보답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바벨리지의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명백했다

 

갈라이스트 왕국에서 버드닉 가문의 명성은 거의 없었다

그것도 과거의 딸이 적의 일익을 담당한다면

그 병사들이 전쟁터에 나갈 리가 만무했다

 

주어진 것은 밤도적 퇴치나

마수로부터 인근 주민을 수호하는 정도

전쟁터에 선명하게 빛나는 활약은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였다

눈앞에 적이 온 것이였다

 

 

 

 

"지금 서방 제도에서 이민족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그들이 원군이라고? 어림 없는 소리!

그들이 군사인 한, 반드시 우리 백성을 짓밟을 것이다

군 조직이란 원래부터 그런 것이였으니 말이다

 

     우리는 백성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존재

그렇다면 우리의 의무란 무엇인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바벨리지는 허리춤의 가느다란 칼을 뽑아 들었다

가슴팍에 장식된 문장, 금세공을 입힌 검

그리고 칼집에 새겨진 가문이 강한 색조를 띠고 있었다

 

물론 국왕이 그들을 원군으로 삼고 있음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바벨리지에게 그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말이였다

 

그런 행위로 귀족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겠는가?

 

 

 

 

"제군들, 그 의무를 다하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쟁터가 이 곳에 왔다!"

 

 

 

 

병과 지휘관이 포효로 응했다

더 이상 과거의 오명도 굴욕도 이제는 없었다

세 차례 서방제후의 침공을 막은 코리덴 요새가 호응하듯 떨렸다

 

지난 전쟁에 참여가 늦었단 이유로

오명을 맞은 그들은 지금 이 전쟁의 최전선에 있었다

 

 

 

 

"...구 왕국이 승리했을 때는 외적을 지킨거라고 변명...

신 왕국이 승리했을 때는 그들의 편을 들었다고...

아버님, 처음부터 이런 속셈이였습니까?"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을 것이다

귀족에게 있어서,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여전히 딱딱하군

대체 어디에 진심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뭐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왕도는 전쟁터, 누님도 목숨이 아무리 있어서 모자랄 것이니까요"

 

 

 

 

육친의 정은 가지면서도

귀족적인 냉철함을 발휘하여 젊은 군주가 말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반응한 듯 한

아버지의 한마디를 그는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그 년이 죽는 일은

반드시 내 손 안에서 죽는 일 뿐일 것이야..."

 

 

 

 

젊은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들리지 않도록 한숨을 쉬었다

 

하여튼 누나든 아버지든 어딘가 일그러져 있군

 

 

 

젊은 군주는 생각했다

그런 아버지의 손을 피해

누나를 데려갔다는 영웅은 어떻게 생겼을까?


정확하지는 않으나

피에르트의 아버지 처럼

카리아의 아버지도 딸에 대한 정을 버리지 않았던 걸까요?

 

아님 두 가지의 속셈이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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