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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5화 - 과거는 하나의 끝을 향해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5화 - 과거는 하나의 끝을 향해 -

개성공단 2021. 9. 8. 02:12

갈라이스트 왕도 아르셰
새로운 대마에 휩쓸릴 것 같은 도시
그러나 병사들은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성벽에서는 신왕국의 병사와 용병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그에 맞서는 구왕국의 병사들은 신앙을 눈에 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
그들 또한 마수에 휩쓸려 있는 듯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그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신념이나 다름없었다
설사 그것이 지배에 가까운 형태일지라도
그들의 안쪽에는 한 개의 깃발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영웅이 승리한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우리들이 이 자리에서 패배할 수는 없다고
가슴에 맹세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신기한 일이었다
아무리 처참한 상황이 되더라도
매달리는 자가 있는 한 그들이 부러지는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부러지는 것보다 전장을 베고 싶어했다
그것은 광기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들은 아직 진지했다
신념을 가진 인간이 정당하게 가질만한 것이였다




대륙 속에는 신념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는 것이야말로 신념인 민족이 존재한다

싸우고 힘을 신망하며
그야말로 신앙으로 삼는 민족이 있었으니

모래의 나라
남방 국가 일리저드의 백성들은
그런 인간 집단이었기 때문에
비옥한 땅을 가진 강대국 갈라이스트와 적대 관계에 있었다




"보고는 이상입니다"


"역시 마성의 침략인가?"




거무스름한 피부를 한 여성이
눈 속에서 정찰병의 보고에 콧방귀를 뀌었다
일리저드 특유의 흑색 갑옷을 걸친
그녀는 짧게 말린 머리를 기울이며 가라앉아가는 왕도를 노려보았다


일리저드의 고위 투사 테르살랏 르와나는
투사와 병사를 이끌며 달콤한 표정을 지었다
신왕국과 일리저드의 동맹의 증거로
괴뢰도시 필로스에 상주하고 있던 그녀는
본래 이 싸움에 개입하는 것을 허락받지 못하고 있었다

신왕국과의 동맹도 마성과의 전역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대마 브릴리간트, 대마 제브릴리스가 함께
신왕국에 의해 토멸되었다면 지원과 불가침의 협정은 맺어도
언젠가 다시 경쟁을 벌인 상대였기 때문이였다

테르살랏 개인의 생각은 어떻든 본국이 허락하지 않았다
비록 구왕국보다는 낫지만 신왕국 역시
잠재적인 적임에 틀림없으니 말이다

만일 구왕국이 승리한다면
피폐한 그들을 일리저드가 흡수해버리면 될 것이다
...라는 그런 자신감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져버린다

볼버트 왕조의 정보도 가끔은 믿어보자고
테르살랏은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었다

왕도 아르셰를 에워싸고 있는 정체불명의 물질들
그것을 마성의 침략이라 하지 않는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이제는 얼마든지의 핑계를 댈 수 있을 것이다




"자, 모두들 고국은 대부분 마성을 이겨냈다고 합니다
어짜피 이 전쟁이 어떻든 간에 우리들에게 귀국 명령이 떨어지겠죠

    하지만 일리저드의 군사들이 빈손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요?"



"그야말로 부끄러운 짓입니다, 테르살랏 님"




투사 중의 한 사람이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뺨에는 테르살랏과 마찬가지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녀는 그 말에 검은색 갑옷을 두 팔로 포개며 소리를 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원래 다른 나라로부터 승리로 사냥감을 얻은 몸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 따위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테르사랏은 큰 목소리로 응했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이미 꽤 오래된 마음가짐이었지만
일리저드 인간의 마음에는
하나의 지침으로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

모래와 돌밖에 갖지 못한
마른 나라의 주민들은 때로는
국가 전체의 군세가 되어 맹위를 떨며
다른 나라에서 물자를 수입하였다

그렇지 않고는 그들의 생활이 되지 않았고
일리저드는 멸망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였다


고로 그들을 오랑캐라고 부르는 국가도 있지만
그래도 일리저드 인간에게 그 사상은 마음의 기둥이였다

모래의 나라
부유함 같은 것은 없는 나라
백성들은 아득한 옛날에 패망한 백성들의 후예라고 일컬어졌다

패배한 백성들이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 눌러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의 그녀들은 힘과 폭위의 신화를 믿었다



자신들이 비록 패잔자의 후예였더라도
잔혹한 세계를 이 두 손으로 살아왔던 것이였다

누군가에게 매달리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자기들의 몸 하나로 살고 있다고
하늘에 외치듯이 말이다

테르살랏은 재주있게 발로 가볍게 공간을 두드리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마성들에게서 승리를 얻고
갈라이스트 왕도에 우리의 이름을 새기고 돌아옵시다"



사막 한 가운데서 단합된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 백성들 중에 구원받고 안도하는 자는 없다!
그 구원의 빚을 갚을 기회가 비로소 왔다!
투사들이여, 싸움은 수가 아니다!
우리가 편드는 쪽이 승리는 것이라고, 마성에게 단단히 일러주리라!"




호응하는 투사들에게
테르살랏은 가슴속에서 순간적으로 그늘 같은 것을 느꼈다

확실히 마성 상대라면 연합하는 것이 옳고
국가의 체면상으로도 대마를 토멸했을 뿐 아니라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면, 향후 협상에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 외에...
실제의 이유가 있었음을
테르살랏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 하나 영웅
게다가 그 달콤한 설탕과자도...

당연히 말할 수 있을리가 없지!



게다가 그 영웅을 데려가려면
마성보다 더 강한 여자처럼 보여야 하지 않을까?





 ◇◆◇◆






왕도 아르셰의 중심지는
외벽 이상으로 마에 휩쓸려 있었다

이제 그 모습에서 왕국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고
오직 있는 것이란 이제 막 절정을 이루려는 눈부신 광채 뿐이였다

길이 바뀌면서 집들이 변모해나갔으며
왕도 안에 있던 인간들도 저도 모르게 눈길을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변해가는 거리풍경에만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모두 하나같이, 성녀 알류에노에 발현된 과거에 반한 것이였다

거리가 숨을 멈추었다
그것은 남녀노소 모두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당연했다
대영웅 아르티아가 만들어
그녀와 인류의 전성기였던 시대의 왕도
그 시대가 자랑하는 부귀영화는 감히 현대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길마다 이어진 기둥 하나하나에
지금은 만들 수도 없는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고
도처에 금과 은을 세공한 섬세함은
어느 나라 제일의 세공사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눈에 비치는 하나하나가 모두 그런 식이였다
백성들은 마에 침식이나 당한 듯이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 한 사람
그것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인간이 있었으니

인간왕 메디크는 왕도의 중심지
거대한 빛의 기둥 가까이에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물론 그의 몸에는 무수한 상처가 새겨져
피가 세차게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것은 사람임을 증명하는 듯한 붉은 피였다




"....그립군"




마의 냄새를 기피하는
메디크가 이 광경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이 일찍이 인류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이룩한 단 하나의 왕국과는 이야기가 달랐다
마성으로부터 패권을 탈환하고
대륙을 통괄한 끝에 만들어진 인류의 절정기

첫 왕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나
인류는 이렇게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메디크로서는 충분히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그 후 아르티아가 결단했을 길에
인간왕 메디크는 비길 데 없는 슬픔을 느꼈다

이 결정 끝에
그녀는 인류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후퇴하는 것을 택했다
지식도 지혜도 필요 없다... 그저 새장 속의 새로...



그리고 그 소속인 알류에노도 모양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았다
끝없이 닫힌 세계에서 그녀들은 행복을 찾고 말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들을 막는 것이
지금이나 옛날이나 그들이 사랑했던 남자였단 말인가

날숨을 내뿜으며 메디크는 창을 허공에 휘둘렀다
힘찬 눈망울로 쏘아본 것은 거대한 빛의 기둥

도시를 변모시키는 마력의 중추 그 자체였다




"이제서야 이것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 같군
초월 호기, 거인 살해"




메디크가 자랑하는 무력이
인류의 힘이 되어 기둥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빛의 기둥의 본능이 마력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메디크를 배제하기 위해 그를 향해 쏘아올렸다

메디크는 허공에서 그것을 피했다
아까부터 같은 일의 반복이였다
여러 차례 메디크는 상처를 입으며
계속해서 빛의 기둥을 향해 창을 꽂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은 일찍이 '신'의 이름을 부여받은 자들이
마력을 빨아 올리기 위해 사용했던 기구

틀림없이 아르티아가 계승한 것이
바로 이 빛의 기둥일 것이다
오죽하면 신령이라고 불렀겠는가
그들의 힘을 끌어들여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은 계승한 끝의 모방물
신들만큼 완벽을 지향하지는 못했다

그런 존재들만큼
인류를... 아니, 마성을 완벽하게 관리했던 존재는 없었으니까



이제 그들은 멸망하고 남은 것은 그 기구뿐
그 중 하나가 여기서 눈을 뜨고 있었다
이를테면 이것은 옛 신의 비늘이라고 할까나

이제 이 빛의 기둥은 기구라기보다는
메디크가 아는 신에 가까웠다
그의 시대에서 누구도 타파할 수 없었던 존재들


그것과 알류에노는 지금 거의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이 세계를 과거로부터 새롭게 바꾸려고 한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신밖에 없을테니까

메디크는 순간적으로 궁전을 바라보았다
거기로 달려갈 생각은 이제는 없었다

나는 맡겼던 것이다.
그렇다면 할 일은 그들을 믿고
과거의 물질을 없애버리는 것


메디크는 빛의 기둥의 여러 차례 반격을 받으며 무겁게 땅을 밟았다
그는 이마를 피에 적시면서도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정말로 감격스럽군
네가 신의 비늘이라면, 비로소 내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여기서 죽어주겠나? 죽이는 법을 가르쳐야 할 녀석이 있거든"

 


티스토리 댓글을 볼 때마다

일리저드의 투사, 테르살랏이 언제 등장했지?

이런 질문을 던지는 분이 계신데

 

 

테르살랏이 과거 루기스와 카리아가 만났다는 서술은

연재 중에 갑자기 추가된 설정입니다

 

루기스가 카리아를 버드닉 저택에서 구출하고

피에르트와 헤르트를 만나기 전의 시간대에

테르살랏과 같은 의뢰 수행을 했던 것

그런 설정이 추가됬다고 보면 되네요

 

그리고 테르살랏과 루기스는 서로를 잊어버리고 있지 않았던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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