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7화 - 내일을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7화 - 내일을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

개성공단 2021. 9. 8. 03:02

카리아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성녀의 악의가 탐하는 대로 영혼이 잡아먹혀 간 탓이였다

약하다는 것은 악이다
약한 자는 먹이가 될 뿐이다

약한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강자의 탈을 계속 써야 했다


더 세게, 강하게, 매우 강하게
저주처럼 집착하던 힘에 대한 신앙

카리아의 경우 그것은 애정과도 결부되어 있었다




힘이 있으면 요구된다
힘이 있으면 의지할 수 있다
힘이 있으면 사랑받는다

그 믿음은 카리아 안에서 하나의 진실로까지 승화되었다
그로부터 일탈한 현상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악몽 속에서 그는 자상과 자책을 계속했다
자신은 약하기 때문에 그를 구할 수는 없었다
나의 약함이 아무것도 모르는 그를 죽여버린거야

그러나 카리아가 가장 두려운 것은
거기에 어두운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그를 죽이는 그런 경악과 공포에도
하나 떠올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렇다면 이제 네 녀석은 내꺼야"




사랑이란 한 꺼풀 벗겨지면 폭력과도 같은 것
자칫 힘을 믿는 카리아에게는 강렬한 생각이였다

폭력적일 때까지 사랑하고 싶다
폭력적일 정도로 사랑받고 싶다
사랑에 굶주린 소녀의 마음에
정상적인 애정 따위는 너무나도 연약했다

설사 사람의 시체에 매달리는 사랑일지라도
카리아에게는 행복할지도 모른다



역시 이 악의는 잔인하다
꿈꾸는 자에게 절망과 일말의 행복을 주고 있다
행복에 매달리는 자는 절망에 맞서지 못한다

그래서 만약에 카리아가 강인하기만 한 여자였다면
그녀는 두 번 다시 깨어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싫어"




카리아는 은발을 떨면서, 뺨에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두 팔에는 그의 시신이 들려 있었고, 이게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다

어떤 여정이였는지도 불분명하며
카리아는 또 적이 된 그를 죽이고 말았다

틀림없이 옳은 일일 거야
그녀는 절망의 달콤한 한숨을 내쉬면서
일말의 행복이 가슴속에 떠올렸다

하지만 카리아는 고개를 흔들며 행복을 부정했다





"싫어...죽지 말아줘."




너무 여린 목소리였다
조그마한 소리에 사라질 것 같은...
은색 눈동자는 몇 방울의 눈물을 흘렸고
카리아는 숨을 몰아쉬며 다시 시신을 끌어안았다




이런 행복은 필요없었어
내가 원했던 행복은 더 작은 것에 불과했단 말야...!



그제서야 카리아는 비로소
자신이 그에게 집착하고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저 나를 지켜봐 주길 원했다

그래서 그 마음을 끌기 위해서
어금니를 내세우기도 하고 맞서도 했다

나 자신이 강하면 봐줄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그렇다면 이 결말은 무엇일까
이 미래는 무엇일까




"피곤하군, 집에 가서 좋은 밥이나 먹자고, 카리아"




그러고 보니 그는 자기를 이겨낸 후에 그렇게 말했다
그 뒤로도, 그 뒤로도 그는 카리아를 저버리는 일은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까
분명히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카리아를 버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처럼 힘이나 처지를 잃은 
카리아를 모멸하는 짓 또한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등에 매달리는 것조차도 그는 용서할 것일 것이다

그의 차가워진 몸을 보며
다시 카리아는 은색 눈동자는 희미하게 떴다

즉 누구도 아닌
카리아 어리석은 사람마냥
그조차도 믿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녀는 그의 시체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용서해 달라는 등의 청을 할 생각은 없다.
그냥 그의 목소리 듣고 싶었다
또 단 둘이서의 모험을 하고 싶었다
상처받을 수도 있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치채버린 그녀였다
카리아에게 있어서 지금까지의 날들
수많은 세계, 수많은 여정에서 얻을 수 없었던 유일한 것

순간 뺨에 따뜻한 것이 스친 기색이 있었다
방금 잠깐, 느껴졌던 기색이였다

카리아는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리고 나서 뺨을 떨구었다



목소리... 들렸어...




"뒤를 부탁할게, 더 이상 돌아보진 않겠어, 너희들을 믿는다"





 ◇◆◇◆






은빛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검붉은 색이 세계를 압도했다

대륙을 에워싸고 있던 마력은 이 존재를 기억하고 있었다


거인왕
그 왕의 파괴신화가 다시금 눈을 뜬 것이였다
그리고 날숨을 뱉을 새도 없이 마력은 터져 나가고 있었다

거기에 적과 아군의 배려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카리아의 은색 눈동자는 오직 적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즉, 인류 영웅이 된 알류에노


검은 충격이 가볍게 허공을 달렸다
옥좌 사이가 그 자체만으로 굉음을 내며 몸을 떨었고
잔해는 흐뜨러지지도 못한 채, 그저 파괴되어 갔다

그래도 이성은 작용했을 것이다.
잔해가 흩어져 버렸지만
아직 옥좌 사이 그 자체의 붕괴에는 이르지 못했다

루기스나 다른 사람이 힘에 부치는 일은 없었고
충격을 받은 것은 알류에노뿐이었다

카리아는 단숨에 몇 걸음을 옮기는 알류에노에게 말했다




"네놈... 이제 놓칠 것 같으냐"


"아까 말한 것 같은데
나, 너의 그런 점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알류에노는 충격을 받았음에도
바로 자세를 가다듬어 두 발로 땅을 밟았다

그러나 동요는 감출 수 없었다
카리아의 충격이 아직도 영향을 남기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손가락 끝에 뚜렷한 저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카리아는 알류에노의 황금빛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루기스, 네 녀석 좀 더 재치 있는 일은 못하겠어?
잠든 녀석에게 고작 한 마디라니
자칫 했으면 놓칠 뻔 했잖아?"

"...그럴 여유가 있을리가
이 쪽은 단 몇 초도 아까운 상황이였다고"




루기스는 카리아의 깨어남을 당연하다는 듯이 다루었다
돌아오지 않을 리 없다고 이상한 믿음마저 가졌던 모양이였다

방금 전까지 피에르트와 엘디스와 함께 구상한 생각과는 달리
카리아가 있다면 또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었다



"발만 묶어주면 돼, 그 몇 초안에 모든 게 다 끝날거야"



 
카리아는 그것을 보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기 까지 할 정도였다




"알겠다, 나는 네 녀석의 방패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역할을 해보여야겠지
거기서 가만히 보고 있거라, 네 녀석"



은색 눈동자가 등 뒤의 두 여자에게 눈짓을 했다
성격이 맞지 않는 듯하면서도
역시 그 근본은 비슷한 점이 있는 것이였다

양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주겠나, 엘프의 저주는 너와 궁합이 좋으니까 말이다"


"그래, 그리고 루기스에게 얼마든지 말할 게 있고 말이야"



 
피에르트 말에 웃음을 머금은 후
카리아는 흑검을 옆으로 돌렸다

거인의 신화가 그녀의 혈통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르티아의 위광을 모두 먹어치울 정도로 말이다

거인은 다른 종족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
정령이든 용이든, 아르티아에게 쓰러진 후에는 그 발밑에 굴복했었다

세력은 축소되어 근근이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거인만은 달랐다
그들은 그저 망해버렸던 것이였다



수많은 혈족과 종족이 죽었고
아르티아에 대한 저주를 내뱉으며 목숨을 잃었다
거인 왕 또한 썩은 체구를 대지에 눕히면서도
아르티아에게 굴복하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았다

거인족의 왕은 유일하게 아르티아가 그 육체를 죽이지 못한 존재
아르티아는 그들의 종족을 오직 멸망시키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멸망당한 왕은 다른 거인에게 자신의 원전을 양도했다
존엄과 일족의 오기를 위해서 그들은 고집 때문에 망한 것이였다
그리고 고집 때문에 지금 다시 인류 영웅에게 어금니를 내밀고 있었다

그 원전은 결코 아르티아에 굴복하지 않는 존재




"원전 해제, 거인 신화"




원통함과 불굴의 포효가 흑검에 깃들었다
내리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부서버릴 것 같은 파괴의 극치

신전과 신앙이 망한 지금
원전만 남게 되었지만 그 본질은 상실되지 않았다

세계조차도 절규하는 거인의 강한 힘



그것은 카리아의 기억 속에서만 남아 있는
그녀의 본질을 닮아 있었다

그냥 파괴를, 그냥 힘을
이제 목적은 없고 이성마저도 깨뜨린 마지막 모습

그녀가 원전을 손에 넣은 적은 결코 없었지만
그러나 원전에 대한 파괴 욕구에는 가장 잘 맞았다

그것이 지금 카리아의 가슴에 등불이 되어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설령 너희들이 뭘 하든 
그 끝이 어떻게 됬는지 잘 알려줄게"




알류에노는 자신에게 닥치는 위협을 보고는
더더욱 황금의 반짝임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절망과 곤경은 이미 여러 번 보았다
수많은 세계 순례의 기억
알류에노는 아르티아의 기억조차 공유하고 있었다

잠자리로 삼았던 교회가 불에 탄 적도 있었고
자신의 동료가 그 불에 잡아먹힌 적도 있었다

또한 신을 자칭하는 무리들에게 
사랑하는 존재를 빼앗긴 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곤경은 무엇인가
사랑하는 존재가 또 한번 남에게 빼앗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알류에노는 바로 재빨리 사고를 움직였다




어떻게 죽여야 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가장 그를 절망시킬 수 있을지

바로 결론은 났다


그녀는 신의 칼을 버렸다
이제 볼일은 다 봤기 때문이였다

단지 꿰뚫을 수 밖에 없는 칼
그런 것에 집착할 여유는 알류에노에겐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모든 무기는
단지 그를 빼앗기 위해 선택했을 뿐이였다



그녀는 잠깐 루기스를 보고 나
 거인과 용과 정령의 아이들을 보았다




"정말... 정말... 정말... 싫지만..."




황금이 처음으로
진짜 의미로 그들을 봤을지도 모른다

악의의 탄생처가 아닌, 적으로서 말이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려줄게"



그녀는 그러고나서 노래를 불렀다
그것은 인류의 승리와 영광을 노래하는 내용이였다

예전에 아르티아 먼저
그렇게 해서 인류 모두가 불렀던 노래

인류가 마성을 제압했다고 증명한 노래




"우리는 승리했다, 깃발을 게양하라
마성들이 소리를 내며 무너져간다, 우리는 그들을 길들인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루기스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카리아도 피에르트도 엘디스도 마찬가지

그러나 현실에서 그 마는 거룩한 빛마저 발하면서 옥좌 사이를 감쌌다

마의 군세가 알류에노가 뿜어내는
마력의 소용돌이에서 그 모습을 이루어나갔다

대마의 왕이 된 아르티아가 삼켜온 수많은 마들
그녀가 무찌르고 자신의 수하로 삼았던 마성의 군세

인류의 신화가 내포하는 마의
모든 것이 알류에노의 노랫소리에 일어나듯
그녀의 그림자에서 떠올랐다

일찍이 마인이라 불린 자들조차도 말이다




"루기스 포기하지 않겠단 거지?
그래... 어짜피 상관없어
네가 포기할 때까지, 계속 받아줄테니까"


"내가 포기할 이유가 어딨어?
예전의 아르티아도 이 녀석들을 죽여댔잖아
그렇다면 내가 못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신왕국과 구왕국

대성교와 문장교

인류와 신




모든 결판이 곧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