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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8화 - 배우는 언젠가 무대에서 내려오는 법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58화 - 배우는 언젠가 무대에서 내려오는 법 -

개성공단 2021. 9. 14. 01:47

눈앞에는 마물의 소용돌이
그리고 알류에노가 발하는 빛과
그림자에서 기어 나오는 마성들

그것은 마치 끝이 없는 것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아마 아르티아의 지배란
이런 것을 부르는 것일 것이다

그녀는 적대의 모든 것을 삼키고
계속 끌어들이면서 스스로의 일부로 하여금 지배하는 자이니

기가 막힐 정도로 엄청났고
섣불리 행동했다간 자신도 삼켜질지 모르는 상황이였다



인류로서는 이 위용한 괴물을 당해낼 수 없다
그러나 마를 가진 자도
모든 마를 통괄하는 그녀에겐 상처를 낼 수 없다

그야말로 사기급이라 불러도 상관없을 것이다

마의 군세는 자신들의 송곳니를 내미려
옥좌 주위를 가득 채워나가고 있었다

독, 톱니바퀴, 그 외의 것들 모두
내가 이제까지 싸워왔던 것들이였고
하나가 아닌 군세를 이루며 내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안 좋은 점만 생긴건 아니다

한 가지 좋은 것이 생겼으니
드디어 일이 나에게 알기 쉽도록 된 것이였다
지금까지 국가니... 군사니... 알기 어려운 일만 있었으니 말이다

요점은 이놈들을 편하게 해주면 된다는 것


카리아나 엘디스가 들었다면
무조건 단순한 녀석이라고 폄하했겠지




알류에노는 아까와 달리
자신의 손을 바깥으로 계속 드러내고 있었다
아마도 체내에 모아둔 마력을 대방출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회는 지금 뿐일 것이다
일단 다가가기만 하면, 저 녀석이 품고 있는 것도 없앨 수 있을테지
솔직히 명확한 확신은 없지만... 그렇게 믿을 수 밖엔 없다




"자, 가볼까?"




나는 한 걸음을 힘차게 내디뎠고
적이 내게 가까워지는 한 순간이 영원하게 느껴졌다

알류에노는 여전히 용서를 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눈썹을 살짝 내리고, 미소를 머금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머리는 다소 헝클어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래, 생각났어
예전의 여행길에서
알류에노가 날 보고 있었을 때의, 표정 그 자체야



나는 마검을 치켜들었고
단 한숨도 내주지 않은 채, 그대로 내리쳤다

칼날에 휘감긴 밤은 빛을 떨게 하면서 동시에 떨어졌고

어둠이라고조차 말할 수 없는
모종의 검은 색이 마의 군세를 삼켜 가기 시작했다

태양이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밤
그것의 그림자다 활연히 곳곳을 스쳐지나갔고
손바닥에 이상한 감촉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정체는 마성의 생명이 짓밟아지고 있다는 뜻이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르티아 자식은 수 백 년 동안이나 마성을 쌓아뒀으니까




"카리아"




지나치게 의지해 줬으면 하는 방패 님의 이름을 불렀다
호흡을 맞출 것 까지도 없었다
이제 그들과는 지난 여행길 때처럼, 마찰을 빚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뺨을 스칠 정도의 위협이 느껴졌음에도
거인의 섬광은 나에게는 일절의 상처도 입히지 않고
내 앞을 가로막는 군세를 분쇄해나갔다

나는 다시 보이기 시작한 황금빛 눈동자를 응시하며
다시 칼날을 치켜들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피에르트"




신호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발을 내딛는 순간에 맞추어
나의 공범자는 마치 준비한 것 마냥, 불꽃을 뿜어올렸다

그녀가 조종하는 괴물은 
마수의 폭풍을 아무런 저항없이 흡수해버렸다




"엘디스!"





나는 옥좌를 향해 힘차게 도약했다
그것은 군세의 입 안으로 스스로 뛰어드는 행위였지만
나에겐 나만의 여왕 폐하가 있었다

그녀는 내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평소와 다름없이 넌지시 손을 내미곤 했다

내가 착지하려는 순간
나의 발 밑에 있던 마성들은 저주로 인해 모조리 죽어버렸고
나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을 없애는
엘디스의 저주는 이제 의지가 있는 생물처럼 보일 수준이였다

물론 마성의 군세가 이 정도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였다

그녀들은 내가 길을 지나갈 수 있도록
단지 몇 초만을 벌어준 것 뿐이였으니 말이다 





"정말 사이가 좋나보구나, 루기스"


"그래, 내 자랑거리 중 하나야, 알류에노"


"질투나... 그렇게 친하게 지내다니..."



장난 같은 말을 나누면서도
나는 한손으로 마검을 어깨에 올려놓고, 자세를 취했다

알류에노 역시 손가락으로 군세를 지휘했고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의 말을 꺼냈다



"내 손은 잡아주지 않았으면서"




그 한 마디가 
알류에노의 전부처럼 느껴졌다



그러자 눈이 부릅 떠지고, 등뼈에 오싹한 떨림이 느껴졌고

나는 소꿉친구였던 친구에게서
결코 느껴서는 안 될, '두려움'이란 감정을 받아버린 것이였다




"루기스"




알류에노의 손끝이 반짝이며 움직였다
마성의 군세가 나에게 쏟아지고 있었고

알류에노는 변함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날 사랑해 줄래?"




그녀는 슬픈 기색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지에는 마성이 달라붙고 있어
어떤 답을 원하는지는 나 또한 알 것 같았다

나는 호흡을 떨어뜨리며 눈을 가늘게 떴고
눈꺼풀 뒤로 여러 개의 광경이 보였다



"얼마든지, 일단 네 소원부터 깨뜨리고 나서 말이야"





나는 남은 왼팔로 마검을 다시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허공을 구동시킨 다음
어깨를 회전시켜 칼날이 돌아가게 끔 했다

오직 그것만 할 수 있으면 상관 없었다
마검 그 자체는 내가 생각하는대로 마를 구축해
적들을 향해 죽음을 날려주었으니 말이다

나는 한 걸음 더, 알류에노에게 다가갔다




"...어째서?
나는 너를 구해 주고 싶었는데...
이것 밖엔 너를 행복하게 할 방법이 없는데..."




알류에노는 목구멍으로부터 통곡을 내뱉고 있었고
그것은 수많은 마성의 군세를 이끌고
왕도를 함락시키려는 성녀로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흐느끼는 아이 같았다
어째서 그녀는 나보다 훨씬 머리가 좋을텐데
이렇게 치명적이게도 착각이 심한걸까?

정말이지 이것만은 어린시절부터 변치 않는 버릇일지도 모른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그것은 내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말했잖아
그렇게 살 바에 그냥 목매달아 죽겠어

    아니, 어쩌면 지금 네가 말하는 행복...
처음엔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지 몰라"


"근데 왜?
루기스, 근데 왜 거절한거야!?"





과거, 모든것을 포기해버렸을 무렵
나에게 내민 손과 행복을 내가 거절할 수 있었을까
몇 번을 답해도 답은 아마 똑같을 것이다

살아온 내내 불행한 일만 가득했고
도저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욕심이 생겼다고나 할까나
너 뿐만 아니라, 카리아나 피에르트 그리고 엘디스
그리고 다른 동료들 모두 살아있었으면 좋겠어

    둘이서만 행복하기보다
다른 녀석들도 함께 누리는 행복이 더 좋겠지
어쩌면 나의 이런 쓸데 없는 욕심 때문에 이 지경까지 왔을지도?"



세계란 것은 살기에는 형편없지만
그래도 버리는 것은 꺼려지는 법이다

그런 세계라면...
이왕이면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지는 편이 좋겠지



나는 숨을 내쉬며
알류에노를 향해 마검을 휘둘렀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도
지금의 알류에노를 내버려두면, 세계는 절로 죽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아르티아의 마력을 공급하는
즉, 인류 영웅 아르티아의 영혼을 죽여야만 한다




"정말... 루기스, 너는 항상 제멋대로야!
그런 짓...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을 게 뻔해!"


"그래, 나도 잘 알아"


"뭐...?"




알류에노는 황금빛 눈동자를 부릅뜨고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햤다

아직도 마력을 가지고 있던 그 몸은
그 자체로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는 어색한 몸짓으로 팔을 치켜들며 말했다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려고 해도
뒤는 항상 똑같았어, 아무도 행복하지 못했다고!"



어릴 적엔 평소 조용하던
알류에노는 지금 감정을 심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가 대체 무엇을 봤는지, 무엇을 알았는지
나는 대강의 추측은 할 수 있었다

아마 예전 여행길의 나를 본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팔을 흔드는 알류에노늘 보며, 마검을 휘둘렀다



"이봐... 이봐...
그 세계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그 순간 
아르티아의 영혼을 겨냥했을 칼날이
알류에노의 마력에 침식되기 시작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지금 내가 왼손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이 마검은 그녀가 당해낼 만한 물건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영혼만을 노렸는데...


알류에노는 손가락을 치켜 들더니
마의 군세를 지휘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 몸은 그녀의 것으로 만든 거야...
그저 마력덩어리가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마성을 총괄하는 지금의 나에게
이런 무기가 효과가 있을까?"




그러면서 알류에노는 황금 눈동자를 빛냈고
그 눈동자 속에서 거인도, 용도, 정령 모두 두려움에 떨만한
엄청난 양의 마력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녀를 이길 수 없었어
그러니 나 또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지?"




알류에노는 한 손으로 내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마치 정중한 물건을 다루는 것 같으면서도
나를 자신의 속으로 집어넣으려 하고 있었다




아르티아의 시대
그녀를 이길 수 있는 인간은 분명 없었다

그녀는 신령 그 자체라고 불렀던 존재
마성이라고 해도 도저히 적수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마침내 죽일 수 있었던 것은 암살이라는 수단 뿐...





옥좌 사이의
왕도가 내려다보이는 창밖에는

계속 마력을 발하는 빛의 기둥과
그에 항거라는 인류의 모습이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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