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37화 - 『 』키리 - 본문
결국 수업은 늦어버렸다
반성문을 쓰게 됬다간
일주일도 안되어 스트레스로 죽고 말 것이다
교사라는 것은 트집을 잡고 싶어하는 법으로
처음 제출하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다시 쓰게 하고
지시대로 수정을 하면 그 지시와는 정반대의 지시를 하고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최종적으로 쓰는 반성문의 수는 백장이 넘어가게 된다
반성문은 열장이 한계다
것보다 수업 시간에 조금 늦은 것 가지고, 무슨 열장이나 쓴다 말인가
그것도 고묘하게 글자를 조금씩 바꾸는 것 뿐
대체 이 방식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글을 쓴다고 해서 어휘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반성문에 내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는 이런 무의미함을 아는 건지 원...
지각으로 열 장이라면
커닝이나폭력 사태는 대체 몇 장을 요구할 것인가
하지만 다행히 반성문 지옥은 면했다
마리아가 있지도 않은 일을 내게 부탁했다며
반성문 지옥을 당할 뻔한 나를 구해주었다
왜 그런 짓을 한것인지는 모르겠다
나에게 반했다...? 그럴 수는 없겠지
애초에 나는 그렇게 잘생긴 외모를 가진 사람도 아니고
예전까지만 해도 계속 왕따였으니까 말이다
한시라도 빨리 유우코에게 오늘 아침의 이야기를 계속해야겠지만
그 전에 마리아에게 감사를 전해야 옳을 것이다
선생님이 등을 돌린 틈을 타
나는 노트 조각에 왜 도와줬어?
...라고만 적어놓고 마리아를 향해 던졌다
「성모」라고 불리는 그녀에게 쓰레기를 던지는 등
모독하기 짝이 없는 이단자의 행동이지만
이 반에 그렇게까지 과격하게 굴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답은 곧 돌아왔다
그것도 종이비행기로...
"야나기마, 너 저주받았어"
놓여져 있는 정확한 코멘트에
내 심장이 단번에 뛰는 느낌이 들었다
마리아는 그런 타입의 인간이였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나는 저주를 받고 있던 것인가
비싼 부적이라도 사서 액땜이라고 해야 할까
만약 마리아가 전문가라면
유우코를 끌여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질서의 파수꾼인 유우코는 보통 사람이라면 믿을 만하지 않겠지만
사형수를 숨겨두는 나로서는 명쾌하게 신용할 수 없었다
아니, 정말로 수단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라면
두 사람 모두 끌어들이는 것이 올바르겠지만
뭐랄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명탐정이 사건을 해결하겠다 해놓고는
경찰에게 전부 통째로 맡겨버리는 것 같은...
목숨이 걸렸는데도
그런 하찮은 생각에 신경 쓸 때가 아닌가 싶겠지만
아무래도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였다
몇번이나 말하지만 나는 내 손으로 자기편을 만들고 싶다
객관적으로 무조건 믿을 수 있는 인물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용을 얻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적어도 향후는 생각해야 할 테니까?
시즈쿠에게 맞아 죽을지도 모르고
유우코에게 고문당해 죽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선생님은 잠깐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갈테니까
오늘 노트 정리 다하고, 쉬도록 해라, 알았지?"
세계사 선생님은 이렇게 대충 수업을 끝낸다
노트 정리를 다 하라고는 하지만
자기가 대충 알아먹었다 싶다면, 맘대로 하라곤 했다
나는 백지의 노트를 덮어버리고는 마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마리아, 할 얘기가 있어."
"잠깐만, 나 노트 정리 안 끝났어"
나와는 전혀 다르게 마리아는 수업에 의욕적이였다
오늘 수업에 있었던 내용을 나열하고 있었다
시험 직전에 그녀의 노트가 돌아가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잠시 바라보고 있자니 곧 노트가 덮였고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인데?"
"....얘기하기 좀 어려우니까, 걸으면서 이야기하자"
"알겠어, 야나기마의 용건은 대충 알 것 같으니까"
마리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내 움직임에 맞춰 복도로 나섰다
이상하게 구석에서 이야기하면
무슨 일이냐고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걸어가면서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였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착각해 준다면
구경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리아... 너... 혹시 영력이 있는 거야?"
"하하하, 그건 아니야
하지만 야나기마가 저주를 받고 있는 것은 알고 있어
영력은 없지만, 난 저주에 대해선 잘 알거든"
"....응? 저주를 잘 안다는 건 뭐야?
혹시 저주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라던가?"
"그것도 아니야, 음... 야나기마, 오늘 한가하니?"
"아아, 자세한 설명 때문이라면 부탁할게
너는 뭔가 저주에 능통한 녀석이였구나?"
"응, 저주에 관한 일이라면 뭐든지...
물론 하는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을거야, 위험하니까"
"당연히 알고도 싶지 않아
혹시... 카라키리 씨라고 알고 있어?"
호우스케는 말했다
카라키리 씨는 편지 자체에 깃든 저주에 가깝다고
하지만 가까울 뿐, 저주가 아닐지도 몰랐기에
일단 질문 정도는 해봐야 했다
"그건 키리 앞에 아무것도 안 적혀 있는 걸 말하는 거지?"
"알고 있구나!?
혹시나 했는데 다행이야!!"
"저주에 관해선 능통하다니깐?"
휴ㅡ 다행이다
카라키리 씨라는 저주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무명한 존재는 아니였구나
마리아는 내 손을 잡아당겨서 몸을 기대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그것은 키리(限)라는 저주의 일종이야
앞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당연해
왜냐하면 그곳을 채우는 것은 바로 대상... 즉, 자신이니까"
"키리(限)?"
"말로 설명하기엔 어려워, 이해할 것 같지도 않고...
야나기마, 혹시 오늘 시간 좀 되니?"
시간이 되냐고? 그럴리가!
조금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목숨이 걸려 있어
쓸데없는 행동을 하고 있을 수 없단 말야!
것보다 누가 내 집에 들어오는 것 또한 막아야 하는데...!
그리고 교내 방송은 어떻게 하지?
"음... 뭘 할려고?"
"가까운 공터에서 알려줄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잖아?"
집으로 가지 않는 것은... 교내 방송을 의식해서 인건가?
아니, 너무 연관짓는 것일 수도 있어
애초에 교내 방송은 미하루 선배에게만 들리고 있잖아
마리아는 존재 자체를 모를지도 몰라
"음... 알겠어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
학교를 사용하는... 뭐라고 해야 할까나
모두의 입을 사용하는 저주 같은 것이 있을까?"
마리아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은 저주가 아닌건가
교내 방송과 카라키리 씨는 서로 다른 무언가라는 것인가
왜 나를 노리는 건지
왜 미하루 선배에게만 들리는지
왜 그 날 밤만, 내게 들렸는지
그 방송은 왜 나를 발견하면 집으로 알려주라고 했는지
모르는 게 많지만
교내 방송과 카라키리 씨가 별게 임을 알게 된 것은 수확이였다
교내 방송 자체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니까
물론 방치했다간, 미하루 선배의 정신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것이니
카라키리 씨를 해결한 후에, 바로 탐문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오케이 알겠어, 이따 보자"
"잠깐만, 야나기마
나도 마지막으로 하나만"
"야쿠고는 네 편이 아니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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