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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제39화 - 유예가 짧아 존귀한 것 - 본문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3장 사랑하지 않는 것이 좋으련만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제39화 - 유예가 짧아 존귀한 것 -

개성공단 2021. 12. 16. 01:04



키리의 해제에 중요한 것은 조건을 아는 것

처분되지 않은 이상 어딘가에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짐작이 전혀 가지 않았다

워낙 정보가 없어 이걸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범인이 눈에 띄고 싶어 이것저것 간섭한다면
아직 승산은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추적은 쉽지 않았다

저주 따위 비현실적인 이야기이기에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고, 애당초 경찰은 사후대응이 원칙이므로
만일 움직인다 해도 그 무렵에는 미하루 선배가 차가워져 있을 것이다.



"...미하루 선배, 맞죠?"



다음날
다시 그녀와 합류한 시각이였다

미하루 선배의 얼굴은 마치 딴 사람처럼 수척해져 있었다

 
은 옷만 입으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지만
얼굴까지 변하면 결국 속일 수 없었다

설령 반 친구들이 그녀를 본다고 해도
그 누구도 미하루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보건실로 도망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다


"후배군.... 나, 이제 틀린건지도 몰라"

"무슨 소리에요!
카라키리 씨의 푸는 방법을 알아냈어요!
조금만 더 버터요! 그러면..."

"무리! 이제 무리야! 미쳐버릴 것 같아!"



침대 위에 웅크리고 앉은 선배는
걱정의 시선을 거절하듯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젠 꿈 속에 까지 나오고 있어...
심지어 밥하고 반찬 조차도 말하고 있어....
후배군, 내 옆에 흉기 같은 것은 두지 않길 바래
왜냐하면 지금의 나... 절대로 자살하고 말거야!
이런 상황에 시달릴 바에, 죽는 것이 최선이야!!!"


대화가 성립되는 만큼 아직 제정신은 남아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깨지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목숨을 빼앗길 유예는 있어도 정신적 한계는 곧 다가오고 있었다

나와 선배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 방송이 항상 들리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오히려 잘도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다
자나깨나 저 방송이 들리면 보통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게 될 것이다

아마 오늘 중이라도 해결되지 않으면
철저하게 정신을 파괴당할 것이겠지



젠장할! 왜 키리와 방송이 무관한 거야!




걱정스럽지만 더 이상 대화해 봤자 사태는 호전되지 않는다

그리고 호전시키지 않으면 미하루 선배가 망가져 버린다
실감이 나지 않는 괴로움에 대해 느끼기 힘들지만
현재 그녀를 도우고 있는 것은 나 뿐이다

그리고 거만했다는 것을 인정하자
괴이에 대한 지식? 호우스케의 유산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 결과가 이렇다
호우스케라면 분명 해결할 수 있었을텐데
난 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지금까지의 갈등 모두가 너무 하찮아보였다
애초부터 유우코를 의지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유우코! 어디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이른 아침의 교내에 울려퍼지는 나의 외침이였다

마침내 미쳐버렸다고 받아들여져도 무리는 아니지만
정말로 미쳐버린 것은 다름아닌 미하루 선배였다

나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앞으로 괴짜라고 욕먹든 말든
그녀를 돕기 위해서는 보편적으로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어디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어쩌면 나는 채무자를 쫓는 사채업자로 보일지도 모른다

아마 유우코보다 먼저 담임선생님이 달려올 것 같지만
역시 이렇게 소리를 질러댄 끝에 복도 끝에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다소 숨을 헐떡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찾는데는 성공했다



"무카이자카군, 좀 진정히..."

"유우코! 아는 사람을 소개해 줘!"

"생각이 바뀌셨군요, 하지만..."

"그냥 좀 알려줘! 이제 시간이 없어!"

"그렇습니다만..."

"됐으니까! 제발!
나중에 돈이고 뭐고 지불할 테니까, 불러줘!
더 이상 천천히 고민할 겨를은 없어!"


끝까지 냉정하게 일을 진행하려고 하는
그녀와는 다르게 나는 초조해져 있었다

물론 나쁜 건 나다.
험자인 체하고 자기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애초의 실수였던 것이다

두 어깨를 흔들어도 그녀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
나의 필사적인 마음은 전해진 것 같았다

그녀는 나를 비상구까지 데려오더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여기에 전화를 걸도록 하세요
어떤 대가를 요구할지는 모르지만
무카이자카 군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일은 해줄겁니다"


고맙다고 말할 여유도 없이 나는 전화를 걸었다
교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이지만
유우코만은 시즈쿠 수사라는 명목으로
예외적으로 사용이 허용되고 있었다

혹시나 모르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원래 그녀는 시즈쿠를 잡을 때까지 여기에 몸을 두고 있을 뿐이였다

조심조심 전화를 걸었더니, 곧바로 전화가 연결되었다





"네 구룡(九龍)상담사무소입니다"





나지막한 목소리, 남성일 것이다
왠지 발랄하면서도 차분했다

유우코가 아는 사람이라면
보다 전문가일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왠지 말이 잘 통할 것 같았다

일단 목소리로는 나보다 연상...?


"아, 여보세요?
오기와라 유우코 씨의 휴대폰을 통해 연락드렸습니다
저는 키타츠 고등학교 2학년 무카이자카 야나기마라고 합니다"

"무카이자카씨군요? 그래서 어떤 상담을?"

"저... 우선 여쭤보는건데
귀신, 괴기현상... 그런 비현실적인 것을 믿나요?"



일단 만약을 위해 확인해두기로 했다
유우코가 소개하려고 한 지인이니까
그쪽 사람인 것 같기는 하지만 상담사무소 같은
건실한 이름을 들으면 아무래도 뭔가 불안해지는 것이였다

만약 '귀신전문 사무소'라면 달랐을 텐데...


전화의 주인은 이쪽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질문을 했다



"괴이 때문에 곤란하십니까"

"네?"

"괴이 때문에 곤란하시냐고 물었습니다"

"아... 제가 아니고, 아는 사람이 곤란해서..."

"어떤 현상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네? 아... 근데 아마 모를 거에요
그런 걸 잘 아는 사람이 정리한 책에 적혀 있지 않아서..."



전문가를 상대로 무슨 말을 하냐고 생각하겠지만
호우스케도 그런 류의 인간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가 몰랐다면 아무도 모른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섣부른 전문가로는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였다

그렇다고 해도 실례되는 말투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분명 예의가 없는 태도였지만, 전화의 주인은 웃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이래뵈도 이상한 일을 많이 경험한 사람이니까요"


나는 지금 통화하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말에 묘한 중량감을 느낀 나는
띄엄띄엄 현상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 온 편지

카라키리 씨에 대해

밤을 제외하면 미하루 선배에게 밖에 들리지 않는 교내 방송

정리되지 않은 설명을 한 자각은 있지만
능숙하게 말을 듣고 있는 남성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침착해진 것 같았다

이제 조금 전까지의 발광은 있지 않았다


"흠... 그렇군요....
키리에 대해선 해결한 것입니까?"

"네, 근데 문제는 방송 쪽인데... 이러다 선배가 이상해져요!
그러니까 오늘 안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해요!
어떻게 하면 교내 방송을 멈출 수 있을까요!?"

"...저기, 우선 이야기를 다 들을 때까지, 절대로 끼어들지 마세요
당신은 뭔가 말을 서두르는 버릇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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