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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40화 - 코쿠리 코쿠리 - 본문
"미하루 선배!"
내가 다시 보건실을 방문하자
미하루 선배는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모를
커터칼을 손목에 긋고 지금 막 자살하려 하고 있었다
"자...잠깐! 안돼! 스톱! 죽지마요!"
나는 빠르게 뛰쳐나와 힘껏 그녀를 밀쳤다
그래도 칼을 내려놓게 하는 것을 실패하자
나는 힘있게 칼끝을 내 가슴팍에 들이댔다
"어떻게 해서든 죽고 싶다면, 저를 먼저 죽여보세요...."
자살하려는 사람에게는
자신을 죽여 버리려는 기개는 있어도
죄를 짊어질 생각은 없는 법이였다
만약 그런 용기가 있다면
왕따로 고민하는 인간은 상대를 이미 죽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자살은 소극적 방어수단의 궁극계이자
온갖 고난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적어도 그 용기는 나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어라? ....나 대체 무엇을...? 후배군....?"
"대체 이런건 어디서 가져온거에요?
선배야말로 이런거 가까이 두지 말라고 했잖아요!"
"이젠 무리야, 무리라고!
귀가 부서질 것만 같아!
귀를 막아도 소리는 들리고...
제발... 죽게 해줘! 일주일이고 뭐고, 제발 죽게해줘!
부탁이야 후배군... 폐를 끼치지 않을 테니까..."
"미하루 선배가 죽은 시점에서
이미 저에게 폐가 되는 겁니다!
제발 죽지 말아주세요..."
"아아아악! 이제 한계야! 난 그만 죽고 싶어!"
"미하루 선배!"
나는 그녀의 양손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갑자기 보건실 선생님이 돌아오면
내가 선배를 덮치는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겠지
"오늘 안에 카라키리 씨를 끝내죠
그러기 위해서는 선배의 협조가 필수에요!
이제부터 정신 바짝 짜리는 겁니다!"
"그래도 그 방송은 계속 들리잖아?
그걸 해결한다고 해도, 내 귀에서 이 방송은...!"
"그걸 해결할 수 있대요!"
"정말이야?"
분명 전화기 너머로 응답해 준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우선 그 방송은 괴이한 것이 아닙니다
그 선배라는 분은 도시전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죠
그 방송을 듣게 된 원인은 저승에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 원인은 해결하면 그 선배란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옆에 호우스케가 있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논리적으로는 옳지만, 정말 그런 것일까
참견하지 말라고 했지만 질문은 괜찮을 것이다
그가 금지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말을 끊는 것이였으니까
"좀 더 자세히 말해 주실 수 있나요?"
"당신에게도 그 방송이 들리는 시간
늦은 밤이라고 했지만, 아마 축(丑)시 였을 겁니다
그 시간은 저승과 이승을 넘나드는 시간
예로부터 주술 또한 그 시간에 가장 효과적이라고도 했습니다"
미하루 선배가 카라키리 씨 때문에
정신이 저승에 가까워지고 있으므로
저승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소리인 건가...
"그...그렇다면, '키리'의 해제 조건 같은 것을 알 수 있을까요?"
'키리'에 대한 정체는 알았지만
어떤 해제 조건을 만들었는지 모르면 해제할 수 없다
어딘가에 메모된 것은 확실하지만
범인을 좁히지 못하고 있으니 추리할 실마리가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도 범인이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교생을 상대로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을 순 없고..."
"알 수 있습니다"
"...네? 정말?"
계속 존댓말로 대답하다가, 본의아니게 반말이 튀어나왔다
마리아와 호우스케의 노트에도 전혀 쓰여져 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에게는 그 두 사람이 전부였기에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던게 정답이였다
전화기의 주인의 말투가 좀 더 부드러워졌고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방과 후
아무도 없는 3학년 교실에서
나와 선배는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오십음도와 빈 종이, 십엔짜리 동전, 펜이 놓여 있었다
이제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대강 알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이란 코쿠리 씨를 하는 것이였다
"알 수 없는 것은
코쿠레 씨에게 질문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겁니다
단, 강령술의 일종이니까 아마추어가
실시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가능한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하길 바랍니다"
뭔가 허술해 보이지만, 일리는 있었다
인간의 대책이 통하지 않는다면
귀신의 대책이라도 들어야 했기에 말이다
왠지 장소만은 충고가 아닌
'지정'이었으므로, 우리는 구교사로 이동했다
여긴 너무 낡아서 경비원도 둘러보러 안 올 것이다
썩은 복도를 걸었다간 다칠게 뻔하니까...
"이것으로 끝나는 거겠지? 난 믿어!
나 정말 열심히 할거야! 해보자고!"
"그럼 시작해볼까요"
코쿠리 씨의 방법은 호우스케의 노트를 참고했다
준비는 끝났으므로 지금부터 강령술을 할 것인데
대체 뭐랄까... 공기가 평소보다 차가워진 것 같은…
기분 탓일까, 기분 탓이야, 아마도 그러겠지
십엔짜리 동전을 종이 위에 놓고 손가락을 얹었다
"코쿠리 씨, 코쿠리 씨, 어서오세요, 혹시 오셨나요
만약 오셨다면 예스로 가주세요"
동전은 움직이지 않았디
"코쿠리 씨, 코쿠리 씨, 어서오세요, 혹시 오셨나요..."
"후배군! 십엔짜리가!"
코쿠리 씨의 금칙사항은 세 가지
- 혼자서 실시하지 않는다
- 도중에 손가락을 떼지 않는다
- 끝내려면 허락을 맡아야 한다
절대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손가락을 떼선 안된다
갑자기 테러리스트가 들어와서 총을 들이대도 말이다
그리고 십엔 짜리 동전이 '예스'로 움직였다
나는 숨을 삼키고, 억지로 동요를 억눌렀고
지금부터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코쿠리 씨, 코쿠리 씨
미하루 선배에 걸린 '키리'의 조건을 알려주세요"
코쿠리 씨는 한동안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한 번 더 같은 질문을 던지자,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
'가'
'락'
'키'
'리'
"손가락 키리(指限)?"
"손가...으아아아아아아악!"
미하루 선배는 반사적으로 일어났고
하마터면 손을 놓을 뻔했다
아마 다른 손으로 손가락 관절을 누르지 않았다면
분명히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
"미안해! 그만 놀라서 말이야!"
"생각나는 것이 있나요?"
"있어! 6일 전에 친구들이랑 놀러간적이 있어
그 때 손가락 약속(ゆびきり)을 했었어!
그저 언젠가 다시 여기에 오자고 한 것이였는데..."
"6일 전...! 하지만 방송이 들리게 된 것은.... 아앗!"
편지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이고
'키리'의 조건은 손가락 약속
미하루 선배가 진짜 저주를 받은 것은
손가락 약속을 한 6일 전이였던 것이다
지금부터 6일 전이라는 것은
일주일은 바로 내일... 이였다
솔직히 이상했다
아직 일주일까지는 기한이 남아 있건만
미하루 선배의 몸은 현저하게 쇠약해 있었으니까
하루만 미뤘다면, 선배는 그저 끝장이였군...!
오늘이 6일째 되는 날이라면 납득이야
전문가의 말이 옳음을 깨닫게 되는 나였다
미하루 선배는 한없이 죽음에 가까워져 있었으니까...
더 중요한 사실은
미하루 선배와 손가락을 건 인간은
상당한 저주에 능통하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원래 위치로 돌아가 주세요"
"그렇다면 이번엔 내가 할게
코쿠레 씨, 코쿠레 씨
무카이자카 야나기마군에게 걸린 '키리'의 조건을 말해주세요"
분명 자살 충동이 엄청날 것인데
그런데도 나를 걱정하다니... 그녀는 대체 얼마나 상냥한가
나는 솔직히 감동을 먹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종이에서 10엔짜리 동전이 움직였다
'걸'
'리'
'지'
'도'
'않'
'았'
'어'
"걸리지도 않았다고?
그건 이상하다
난 분명 편지를 읽었다
하지만 걸려 있지도 않다고?
그렇다면 편지는 그저 단순한 장난이란 말인가?
코쿠레 씨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기에
아마도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야기는 빠르다
"원래 위치로 돌아가주세요"
돌아간 것을 확인한다면, 질문은 끝
"코쿠레 씨, 코쿠레 씨, 어서 돌아오세요"
돌아가지 않으면 곤란하다
끈기 있게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잘못하면 코쿠레 씨가 돌아오기도 전에
선배가 정신 붕괴를 일으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정신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눈을 크게 뜨고, 가늘게 떨린 채, 굳어 있는 상태는
누가 봐도 도저히 정상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어서 도와줘야 겠군
…………………
코쿠레 씨가, 돌아오지 않는다....
코쿠리 씨는 한국의 분신사바와 서양의 위저보드 같은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손가락 키리(指限)는 유비키리라고 하는데
그냥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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