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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50화 - 성실한 공주 - 본문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4장 행복과 거짓 사이에서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50화 - 성실한 공주 -

개성공단 2021. 12. 24. 04:47



그러고 보니 여자아이의 집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하루 선배가 함께라고는 하지만, 역시 두근거렸다



"미하루 선배 괜찮아요?"

"응, 괜찮아... 아니, 이거 팔이 부러진 것 같아"

"뭐...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걸지도요..."


나와 선배는 계단에서 몇 번이나 떨어졌으므로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부상을 입었다

온몸이 멍투성이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아팠다

고통의 갑옷을 입은 것 같은데
이게 과연 개인의 치료로 나아질 수 있는 것일까
병원이 가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닐까




"도착했어요"






유우코의 집은 주택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하얀색이였다
지붕도 문도 하얗다

특히 지붕은 서커스 텐트처럼 뾰족했고
그 모습은 현대의 집이라고 하기엔 엉성해보였다

이만큼 눈에 띄는 집이라면
명물이 되어 있을 것 같지만 사람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튼 유우코는 양문짝을 열고 우리를 방으로 초대했다



"유우코, 너 여기서 살고 있었어?"

"네, 이걸 집이라고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너무 무미건조하다
나는 내 두 눈이 걱정되어 밖의 경치에 눈을 돌렸다

밖은 제대로 물들어 있었다
미하루 선배도 제대로 물이 들어 있다

그러나 방안은……하얗다
너무 하얘

온 방안에 표백제를 쏟아 놓아도 이렇게는 안 될 거야
방 전체가 하나의 캠퍼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흰색에 나와 선배는 어안이 벙벙했다



"예술의 표현인가?"

"아니요"

"너무 하얗잖아"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입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과잉은 부족과 다름없다는 뜻인데 이는 좋은 예였다

너무 하얘서 정신이 없어!!!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아서
만일 자신의 집이었다고 해도 안정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그녀의 집안을 걸어갔다
안내된 곳은 거실이었지만, 여기도 색이 빠져 있었다



"저기 소파에 앉아계시겠어요?
저는 약을 사오겠습니다"

"이거 파는 약으로 나을 수 있는 거야?"


그녀는 질문에는 대답해 주지 않았거
우리는 잠시 이 새하얀 세계에 남겨질 것이 확정되었다

유우코의 기색이 완전히 멀어진 것을 보고
나는 선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도 그럴 작정인 듯 시선이 엇갈렸다



"이 집 미쳤어"




의견이 모아진 것에 우리는 엉겁결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 집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느낌을 가졌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완벽하게 생각이 맞을 줄은 몰랐다


"맞아요, 이 집 미친거 같아요!"

"그래, 진짜 환장하는 줄 알았어"

"색깔이 없다고 해야 할까..."

"유우코가 이런 집에 사는거 알고 있었어?"

"이런 희귀한 집이라면
텔레비젼이 취재하러 와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단순한 고교생이라면 몰라도
유우코는 그 나나나기 시즈쿠 체포에 공헌한
일본에서 제일로 유명한 여고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틀림없이 특종은 딸 수 있을 것이고
그러한 기획에 텔레비전은 사족을 못 쓴다고 생각하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그러한 정보는 일절 나오지 않았다



"그 녀석에게 남자친구가 있냐 물어본 적은 없지만
이런 상태를 봐선, 안 봐도 뻔하겠내요"

"거기에 관해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신바람이 뒷담화를 까고 있는데 본인이 돌아왔다

우리는 뒷담화가 지나쳤다는 듯 고개를 숙이자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하고 유우코가 내 한쪽에 손을 얹었다



"남차친구가 있다 해도
나나나기 시즈쿠만 관심이 있을 뿐 입니다.
저에겐 그녀를 체포할 때까지, 필요 없는 존재니까요"

"...아니, 정말 미안해, 뒷담화가 지나쳤어"

"아니면, 무카이자카 군이 제 남자친구가 되실련지요?"

"뭐..?"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설득당한 것 같다


"농담입니다
이제 약을 가져왔으니, 둘 다 입을 벌리도록 하세요"

"뭐? 머.. 먹는 약?"

"거짓말이지?"



거짓말은 아니다
유우코가 쥐고 있는 약병 안에는 남색의 알갱이가 들어 있었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는게 있다면
한결같이 수상한 약, 그것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이런 약을 약국에서 판다고?"

"외상에 효과가 있는건 바르는거 아냐?"

"지금 농담하는거지?"



알약을 손에 얹힌
우리들은 어쩔 줄 몰라 그 자리에서 경직되었다

먹으면 좋다고 하는 것은 알아 먹겠지만
아무리 지인의 권유라고 해도
이 색조는 경계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세 사람 사이에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윽고 그것을 견디지 못한 유우코가
한쪽 무릎을 꿇고 나와 선배의 손가락을 잡았다



"자발적으로 먹기 힘드시다면
제가 직접 먹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기다려! 그건 싫어!
너 목구멍 속에 깊숙이 넣을 것 같단 말야!
선배님, 아무래도 먹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아무리 봐도 독이 있어 보이는데... 믿어도 되는 거야?"

"신뢰받지 못한 인간이 TV에 나올 수 있을리 없겠죠
경찰의 협조도 받고 있는 인물이니, 속는 셈치고 먹자구요"



우리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 입에 약을 던져넣었다.



그 순간

온몸을 짓누르던 고통의 갑옷이 부서졌다





"............"

"와우"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치료법

미하루 선배의 몸을 보니
거기에 있던 멍이 말끔히 분해돼 있었다

지금의 약의…효능으로?


말도 안 돼 너무 판타지야 비과학적이야
이런 약이 개발되고 있다면
진작에 보급……이라고는 말하지 않아도, 화제가 되고 있을 것이다

유우코는 우리 몸을 한 번 둘러보더니 안심한 듯이 일어섰다



"오늘은 시즈쿠의 정보에 휘둘러서 조금 피곤하네요
저는 샤워를 하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집 안을 맘껏 걸어다녀도 좋으나
밖으로 나가지는 말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다시 복도로 나가 버렸다

새하얀 집은 납득이 가지 않지만
그냥 하얗게 물들였다고 하면 이치에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약은 무엇인가
도무지 모르겠다



……이것은 유우코에 대해 알 찬스일지도 모른다.




여자는 대체로 목욕이 길다
루아도 그렇고 시즈쿠 그렇고
샤워만 한다고는 했지만 이러니저러니 길게 가겠지

적을 무찌르려면 먼저 적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어느 시대에나 당연한 전술이였다



"선배님, 우리 여러가지 구경 좀 해볼까요?"

"응? 왜?"

"이런 진귀한 집은 안보는게 이상하잖아요
뭔가 재미있는 것이라도 발견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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