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55화 - 그리운 과거와 느껴지는 상처 - 본문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4장 행복과 거짓 사이에서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55화 - 그리운 과거와 느껴지는 상처 -

개성공단 2021. 12. 26. 03:31



부모님과 거의 별 신경 안쓰는 사이에 이르렀지만

취침시간에 바로 여동생의 방에 가면
뭔가 오해를 사버릴 것 같아서
나는 적당한 때를 봐서 방을 이동했다

시즈쿠와 잠들 수 없는 것은 불만이지만

혹시라도 그 방에 부모님이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시즈쿠는 계약을 지키지만, 결코 착한 사람은 아니다

부모님이 살해당해도 나는 불평 정도밖에 할 수 없겠지
무슨 실수라든가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부디 빌 수 밖에 없었다


속옷차림으로 대기했다면 역시 당황했겠지만
루우는 체크하는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더우니까
속옷만 입고 자려는 인간은 결코 적지 않다

학교에서 몇 명의 여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거 안고 자고 있었어?"

"응"

"그거 안 더워?"



그녀가 손에 안고 있는 것은 개 봉제인형

그것도 흰 털이 덥수룩하게 나 있는...

꽤 맞은편에서 내가 용돈을 주고 산 인형인데
루우의 수면 동무가 되어 있다니 의외였다

물건을 아끼는 사람인 것은 알았지만
방 어딘가에 인테리어로 장식해 둔 줄로만 알았는데...



"이거 없으면, 잠 못 자"



그렇게 말하면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여동생의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앞으로 잠을 청할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 전에 휴대전화를 만지는 것은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그녀가 늦잠을 자는 것은 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그만두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제 그만하고 자야지"

"오빠는 자기전에 휴대폰 안 봐?"

"안 봐"

"대박"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야
덕분에 나는 매일 행복하게 잠을 자고 있지"



그 말의 진의를 동생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과연 언제일까

솔직히 휴대폰을 볼 여유는 없다

이불 속에서 시즈쿠와 장난치는 것이 배로 즐거우니까

이러한 장난은 이성이면 대부분의 경우 성립하지 않지만

나의 사형수는 어디를 만져도
용서해 주므로 만지고 싶은 대로……가 아니고
스스럼없이 서로 장난칠 수 있었다

휴대폰을 괜히 만지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지 않을까



그녀는 잠시 휴대폰을 쳐다보다가
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충전기를 꽂아 책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안는 베개를 옆에 놓더니 나를 덥석 껴안았다



"오빠, 얼른 자자
내일 데이트인데 늦잠 자면 큰 일이야"

"그녀석 성격상으로는
아마 두들겨서라도 깰 것 같은데"



침대의 바깥쪽과 안쪽
어느쪽으로 가면 좋을까 생각했지만

껴안고 자는 베개에 의해 안쪽이 점거당했기에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이성의 방 특유의 긴장감이 나의 마음을 긴장시켰다

연애 대상이 아닌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이유 때문이였다


시즈쿠와 매일 잠을 자긴 하지만
그건 이성이 내 방으로 온 경우였고

루우의 경우
내가 이성의 방으로 간 것이였다



"...오빠"

"왜?"

"오빠도 2년만 있으면 고등학교 졸업하지?
그럼 대학 같은 곳 가는 거야?"



아닌 밤중에 무슨 질문이냐고 되묻고 싶지만
질문을 그대로 되묻는 것은 멋없다고 생각하며 말을 삼켰다



나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란 없다



사형수의 도주를 도우고 있지만, 그저 일반인일 뿐이다

솔직히 장래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
어릴 적 장래희망이 프로야구 선수였긴 하지만
아무튼 지금은 비젼이고 뭐고, 그런 것 없었다



"대학은 돈 낭비랄까:



아무 비전 없이
대학에 가는 것은 돈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부는 힘들고, 의미도 없이 또 학교에 가기는 싫다
그리고 졸업 후의 진로를 생각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대학은 생각할 수 없었다




"별걸 다 묻네... 무슨 일 있어?"



루우는 몸을 뒤척이며 이쪽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껴안고 있던, 베게를 던지고 나에게 달라 붙었다



"...오빠에게만 말해 두는데
나 사실 아빠랑 엄마를 별로 안 좋아해"

"설마 왕따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니지?
그 두 사람이 그런 짓을 벌이진 않을 것 같은데"



이것만은 말해두고 싶지만 그들은 막장부모 까진 아니다

확실히 매정하게 대하고는 있지만
나의 경우는 허언증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처신이 서툴렀을 뿐이였다

실제로 밥은 먹을 수 있고
취침도 방해받지 않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독점할 수 있었다

좋든 나쁘든 보통 부모다
잘못은 내가 했지, 둘이 아니였다



"그게... 저 두 사람은 부모라는 느낌이 안 들어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일단 말해 두지만, 친자식임에는 틀림 없어
눈매나 입술이나 엄마를 꼭 닮았잖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런 생각이 안 들어
그래서 만약 오빠가 집을 떠날 생각이 있다면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은밀한 야망을 품고 있는 중에 미안하지만

내가 혼자 산다는 것은 아마도 시즈쿠와의 사랑의 집……이 아니라
그녀를 위해 방을 빌린 경우일 것이다

그곳에 루우를 머물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래의 로봇처럼 벽장에 숨겨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아
하지만......... 그래, 일단 생각은 하고 있을게"



아무리 남매라고는 해도
포옹을 나누면서 자는 것은 부끄럽다

그리고 가슴에 얼굴을 묻을 정도의 발육은 없었고
친 여동생 상대로 그런 잠을 잤다간, 변태 취급을 받을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그녀의 손에 내 손가락을 살며시 포갰다.




오랜만에 가족과의 잠이랄까...



시즈쿠와는 또 다른 안심감이 있었다














나는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방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의자가 나타났고
거기엔 한 낯선 소녀가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죄를 저질렀고
한 사람은 죄를 쫓고 있구나..."


불이 꺼졌다

의자 위에는 소녀가 아닌
어디선가 꿈에서 본 것 같은
처참한 시체가 앉아 있었다


"빨리 도와줘..."



불이 꺼졌다

불이 켜졌다

다시 꺼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체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멀리 내다보아도 지평선 너머까지 쌓인 시체들

그리고 문득 뒤를 돌아보니 또 다른 소녀가 등을 맞대고 서 있었다




"나의.... 나의 것이야...
아무에게도 넘겨주지 않아... 나만의..."



그렇게 말하다 말고 이쪽의 존재를 깨달은 소녀는
어디선가 구했을지 모를, 나이프를 손에 쥐고,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소녀는 한 손으로는 목을 짓눌렀고
당장이라도 심장에 칼을 꽂으려 했다




"그건 내 거야! 나의 것이야!
도망가면 죽이겠어! 도망가지 않아도 죽이겠어!
어서 내게 넘겨! 돌려줘! 그것은 나의..... '지식' 이야!"



다시 어두워졌다



소녀는 사라지고
대신 나타난 것은 기분 나쁜 가면을 쓴 어린아이

그 외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쉰 목소리로
가면을 쓴 어린아이가 내게 경고하기 시작했다






"과거와 마주해야 해, 무카이자카 야나기마
너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핫"


시각은 아침 6시
커튼에서 새어 나오는 햇살은
내가 현실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뭐야...? 지금의 꿈은?


문득 신경이 쓰여 루우쪽을 바라보니
나를 바라본 채, 온화한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을 뿐이였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