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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61화 - 흔들리지 않는 사랑 - 본문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4장 행복과 거짓 사이에서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61화 - 흔들리지 않는 사랑 -

개성공단 2021. 12. 28. 07:09



"아~맛있었어"



......어?



뭐야 이 감각

기억이 쑥 빠져버린 것 같은...
아니, 마치 영상이 잘라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이야

"신세계 구상을 완성시키고 싶다"고 말하고……
그 후에는 식사를 하고……


아니야, 그건 이상해
그 발언을 듣고 루우나 내가
뭔가 반응하지 않을 리가 없어

그런 기분나쁜 웃는 얼굴을 띄우고
매우 기쁜 듯이 말하고는……
정말로 아무것도 반응하지 않았던걸까?

커피도 샌드위치를 먹었다
먹었을 것이다. 접시가 비워져 있다. 그 기억도 있다

하지만... 실감만 나지 않는다
기묘하기 짝이 없는 감각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면
먼저 나와 신경을 접속해야 하겠지
그러니 이 무서움을 아는 것은 본인뿐이였다

음식을 먹은 실감이 없다니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날에는 80%가 대식가
나머지는 나를 병에 걸렸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신현실
시계가 어디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다
휴대전화 화면에서도 시계 기능은 소멸돼 있었다


"자, 이제 식사도 마쳤으니 슬슬 가게에서 나갈까요?
이걸로 데이트 끝이라는 것은 싱거울 테니까요"

"음식도 싱거웠어요!"



싱겁다는 말은 루우 나름대로의 농담일 것이다

본인으로서는 재미있다고 한 것이겠지만
옆의 동행자로서는 이건 절대로 꺼내서는 안되는 것이였다

특히 제일 괴로운 것은
그런 말을 들어버린 유우코

조금 전의 미소는 없었던 듯
시무룩한 그녀에게 하찮은 농담이란 일종의 고문일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선한 사람인 그녀가 이번엔 어떻게 나올까?



".......계산은 이미 오래 전에 해 두었으니
잊으신 물건을 챙기도록 해주세요"



무시!?


가장 있을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루우는 신경쓰지 않았다
잊은 물건이고 뭐고 휴대폰과 지갑 정도 밖에 없어서
우리는 유우코를 따라 가게를 나왔다.




"다음엔 어디로 가는 거야?"

"영화 어떠신가요, 근처에 영화관이 있습니다"


영화


쓰라린 추억... 시즈쿠와 함께 보고 싶었다

그 스토커만 오지 않았더라면 그걸 이룰 수 있었을 텐데
……아니, 데이트 기회는 다시 만들면 된다





"여기에요"





빠...빠르다!


어떤 '예정'이라고 할 정도니까
또 잠시 걸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었는데
이 가까운 거리는 대체 뭔가!?

찻집에서 쭉 가다가 모퉁이를 돌면 나오는 곳에 있잖아!

아니, 현실에서도 그렇지...
아담한 극장이지만 나름대로 인기가 있는 것 같아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출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영화가 있어요
두 분이 보고 싶은게 없다면, 그 쪽을 보고 싶은데요"

"와, 저는 영화 같은거 잘 모르니까
그냥 유우코 씨에게 맡기겠어요!"

"나도 딱히..."


제대로 학교에도 갔기 때문에 칩거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루우는 친구의 집에 놀러간 적도 거의 없기 때문에
밖에 대한 정보량은 칩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별반 그렇지도 않았다


유우코는 입을 느슨하게 만들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사양하지 않고.... 두 분은 로맨스물을 좋아하시나요?"

"로맨스? 뜻밖이네"

"뜻밖이라니... 실례입니다
저도 이런 걸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로맨스물은 잘 몰라요!"



영화에 어둡다면 그런 것이겠지
좋아하고 싫어하기 이전의 문제였다



"나는 좋아하는 편...일까나
하지만 슬픈 사랑이나 신파 같은건 싫어"

"다행입니다, 이번에 보는 영화는
슬픈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뭐, 그건 다른 의미이고, 무엇보다 작풍이 밝을 것입니다"

"대충 시놉시스만 알려줘"






"탈옥한 사형수와 함께 생활하는 순애물 영화입니다" 































감정이입이라는 말이 있다

주로 창작물을 읽었을 때에
등장인물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영해
일체화해 버리는 것이다

다른 말로 공감이라고도 부른다

그것 없이는 작품의 감동을 얻을 수 없고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에는
적지 않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엇인가가 있다

감정이입의 지나친 것은 그것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전례 없이, 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에게 공감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사형수의 연인 등 가족이 받아들일 리 없다고
생각하고 숨기는 곳이라든가

고민이나 괴로움이나 질투 같은
인간으로서 추악한 부분에 해당하는 감정을
모두 받아주는 모성 넘치는 사형수라든가
도저히 남의 생각이 안 들 정도였다



내 방을 몰래 찍었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영화 찍기 전에 신고하라고도 하고 싶지만...

모든 좌석이 만석이였고
우리는 맨 앞줄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무카이자카 군
만약 당신의 애인이 사형수라면
그래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



상영중의 잡담은 삼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조용히 대화한다면, 폐는 끼치지 않을 것이다

루우가 열중해서 보고 있었기에
나는 시선을 움직이지 않고 대답했다



"갑자기 왜 그래?"

"아니요, 그저 만약의 일입니다
제발 편하게 대답해 주세요"


편하게 대답하라고 해도
나에게 그건 가정이 아니라 진실이야

시즈쿠가 듣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불성실하게 대답하는 것도 어떨까 생각한다

생각에 잠겨 발밑을 살펴보니
개미가 내 발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나는 아마 의존하는 타입일거야
한 번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멈출 수 없는 타입이랄까?
그러니까 영화처럼 도중에 사형수라는 것을 알았더라도
아니면, 처음부터 사형수라는 것을 알았더라도..."







"어떤 죄를 지어도 내 사랑은 흔들리지 않아"








그래

그것이 나의 편이 되어 준
그녀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세계가 적이 된다해도
나는 유일한 아군을 배신할 정도로 박정한 사람은 아니다

그 앞날이 배드 엔드로 정해져 있어도
그래도 믿는 것 이외의 선택사항은 없었다


배신을 당할 바에야 배신하겠어
자신을 살리는 본능으로서
그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즈쿠에 대해서는 제발 예외로 해 주었으면 한다
그녀를 배신할 바에야, 나는 파멸을 원한다 



"좋아해서 사귀는 거잖아?
나는 애인이란 그런 거라고 생각해"

"...언젠가 당신을 죽인다고 해도?"

"죽임을 당한다는 것이 소망이려나?
슬퍼하며 죽을 바에야, 좋아하는 사람에게 죽는 편이
더 죽는 의미가 있을 것 같잖아
아픈 것도, 무서운 것도, 죽는 것도 싫지만 말이야"

"......로맨티스트와는 거리가 멀었네요"

"현실주의도 아니야
제대로 된 녀석은 사형수를 애인으로 삼지는 않겠지
나도 뭐... 나를 제대로 된 인간이라고 스스로 칭하긴 한다만.."




시즈쿠의 웃는 얼굴을 좋아한다.

시즈쿠의 부드러움이 좋다.

시즈쿠의 따뜻함이 좋다.


그래서 난 법을 어겼다
법을 지킴으로써 얻는 이점보다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없게 되는 단점이 견디기 힘들었다

호우스케처럼 없어지는 것도
아야코처럼 절교당하는 것도 이젠 싫어

소중한 존재를 잃고 싶지 않아


그 순간
당분간 꺼낼 수 없을 것 같은
말을 영화 주인공이 대변해 주었다







'나는, 너와 쭉 함께 있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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