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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1화 - 기묘하고 이상한 의뢰-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장 카리아 버드닉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1화 - 기묘하고 이상한 의뢰-

개성공단 2020. 2. 7. 13:27

"안 보는 사이에 솜씨가 늘었잖아"

 

리처드 할배의 목소리를 귓전으로 넘기면서, 조용해진 술집에서 세수를 한다.

손님은 거의 돌아가고 개인실에서 묵는 손님과 바닥에서 자는 사람들 밖에 남지 않았다

 

물론 나는 여기서 후자다

 

"늘긴 무슨... 이기지 못했잖아"

 

조그맣게 찌르는 듯한 통증을 견디며 얼굴에 박힌 칼날 조각을 하나씩 제거해 간다.

칼날과 칼날을 주고 받는 싸움을 하면 반드시 이런 상처가 생긴다. 특히 이번은 나이프가 바로 앞에서 부러져 버린 만큼 더욱 심했다

 

"무승부라면 훌륭한 결과다. 견습이라고는 하지만, 그 아가씨는 기사다. 게다가 버드닉이라는 가문은 소문이 좋지는 않지만, 솜씨 만큼은 꽤 한다는 말이 있다"

 

승부는 무승부였다. 나의 칼이 카리아 버드닉의 목덜미에, 그녀의 장검이 나의 어깻죽지에 각각 닿기 전에 

승부를 중지하라는 신호가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대로 계속했다면 어떻게 됐을 지는 알 수가 없다.

 

약간의 상처가 생겼을 수도 있고, 어깨가 갈라져 버렸을 수도 있다. 

카리아 버드닉은 이 승부의 결과에 수긍이라도 했는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결착은 미루자' ...라며 당당한 발걸음으로 술집을 나가버렸다

그녀 나름대로 무승부라는 결과는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마음 속에는 그런 승부의 고양감 보다는 섬뜩함과 기묘함이 더 가슴속에 솟아 있었다

 

"아아 훌륭하군. 부모가 없어도 자신은 자란다. 모르는 사이에 제자가 자라고 있었구나"

 

나를 묘하게 바라보며 칭찬하는 리처드 할배로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악랄한 할배가 아무 이유 없이 남을 칭찬할리는 없다. 어떤 무언가가 있긴 할 것이다.

틀림없이 나를 이용해 무엇인가 또 해내려는 것이다

 

"...할아범, 당신은 아직 현역이잖아요. 사람은 너무 많이 부려대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세수를 마치자마자, 선수를 쳐서 대꾸했다. 할배의 몸은 나이가 들었고 수염도 머리카락도 하애졌다.

몸매도 일선 현역보다는 떨어질 수 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우람한 근골과 독수리와 같은 눈빛은

형용할 수 없는 박력을 그 체구에게서 내뿜게 해주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옛날에는 역사책에 나올 정도로 모험자로서도 이름을 날렸단가 뭐라나. 취한 노인내의 헛소리이겠지만

 

뭐 어쨌든, 내 말을 들은 할아범은 일부러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며 등을 두드렸다

 

"잘 알고 있구만 루기스... 하지만 너를 추천하려면 네가 아직 쓸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할거 아냐"

 

할아범의 말은 믿을 수가 없다

 

"그 말은 즉슨, 쓸만 하다고 판단해야만 좋은 일거리를 나에게 주겠다는 의미 잖아 할아범"

 

"정말이지... 네놈은 전에 아귀같은 성격과 다르게 눈치가 좋아 졌다 말이야"

 

눈을 교활하게 뜨고,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은 가히 악랄하다고 부를 만하다. 도저히 선한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더 간단히 말하면 악마를 보는 듯한 모습 이였다

 

하지만, 보다 위를 목표로 해야 한다면, 믿어야 할 것은 이 인간이다. 

리처드 할배를 통해서야만 나는 더 위로 나아갈 수 있다.

 

"알았어 할아범... 그래서 나는 뭘 했으면 좋겠는데? 나는 모험자로 대성하겠다고 다짐했어

그걸 위해서라면 나는 어떤 위험한 다리라도 건널 수 있어"

 

리처드 할아범은  가볍게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에 빠지다가

아직도 정정함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간단한 일이다. 성공한다면, 길드장에게도 내가 이야기를 전해주도록 하지"

 

 

*

 

 

나는 왕도를 나와서 정말 그 할아버지를 믿어도 되는지 즉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야, 아직이야? 아 심심해. 네놈, 뭐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말해보거라"

 

"제 옆에 있는 여자가 넉살 좋다는 이야기라도 해볼까요?"

 

순간적으로 날라오는 주먹을 고개를 돌려 피했다. 이 여자는 지금도, 그리고 미래도 행동의 패턴이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마부가 날뛰지 말아 달라며 간청하는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의 내용 자체는 정말 간단했다. 봉납된 편지와 물건을 서쪽의 변경에 있는 코리덴 성에 전달 하는 것

그 안의 내용은 절대 봐서는 안된다. 그냥 갖다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확실히 신용을 확인하기에는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봉납된 편지란 건 건드릴 기회조차 생각 안하기 때문에

그냥 여기서 성까지 왔다갔다 하기만 되는 것이였던 것이다. 마차비도 길드에서 대주는 것이여서 조건도 무지 좋았다

이렇게 쉬운 일은 이제까지 당첨 되본적이 없어서, 약간 불안한 것은 있었다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왜 카리아 버드닉이라는 여자가 동행하고 있는 것이 였다.

이 여자, 그럭저럭 기사 계급일텐데, 왜 길드의 일에 얽혀 오는 것일까?

 

"궁금하냐? 가르쳐 주지. 대체로 기사단은 길드의 일에 개입할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네놈이 불평할 이유는 없다

혹시 네 놈이 이동 중에 이상한 짓을 한다면, 하나도 빼먹지 않고 길드에 모조리 보고해주마"

 

뺨을 치켜올리는 듯한 미소를 짓는 카리아에게 질겁하며, 봉납된 편지로 시선을 돌렸다

 

이 나라에서는 귀족이나 그에 준하는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 뿐만이 이러한 편지로 연락을 주고 받곤 한다.

특히 성채라던가 요새에 전하는 편지 같은 경우 일종의 명령서라고 볼 수도 있다

확실히 비밀리에 전하는 거라면, 한 두명이 눈에 띄지 않게 이동하는 것이 적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래 이런 것은 정식 전령인 조마가 쓰일 것인데, 그것이 아닌 길드에 의뢰를 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추측일 뿐이지만, 혹시 여기 있는 그녀와 관련이 있는 지도 모른다

 

눈을 가늘게 뜨고,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짐에서 과일을 하나 슬쩍 했다. 

빨갛고 과즙이 가득 찬 좋은 과일이다. 시장에서 산다면 어지간히 값이 좀 나겠지

이로 깨물자, 붉은 과즙이 입속으로 퍼져나갔다

 

이 의뢰에 무엇가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동시에 나는 이 의뢰에 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 의뢰를 받은 것은 신출내기 모험자랑, 근신중인 견습기사이다.

 

또한 중요한 명령서가 고작 편지에 맡겨질까? 별 내용이 아닌 것도 아닐까?

 

편지의 내용이 궁금하면서도, 절대 열어서 안된다는 마음을 굳게 먹은채

우리 둘을 태운 마차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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