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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2화 -핏빛-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장 카리아 버드닉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2화 -핏빛-

개성공단 2020. 2. 7. 14:09

"근신 건은 대형 마수건의 단독 행동으로 그런 건가요?"

 

"음... 어떻게 성과를 올리든 규율을 어긴 이상 처벌로 응하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악습이라고 생각을 안하나?"

 

공을 세웠으니 명예롭게 상을 줬어야 하는 것인데 라고 중얼거리며 

카리아 버드닉은 짜증이 난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렇게 되면 당신 같은 인간이 허풍만 떨게 되기 때문이 아닙니까? ...라고 말하려다가 하지 않았던 나의 자제심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확실히 그녀의 행위는 전례가 없던 것은 명확했다. 단신으로 마수를, 그것도 대형마수를 토벌했다면 

그녀에게 보여주는 반응은 '경의'보다 '경악'을 내세웠을 것이다

 

카리아 버드닉 같은 재주를 지닌 자들은 그들의 행태를 이해 할 수 가 없었겠지만

 

나같이 평범한 인간은 천재를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두려워 하는 존재로 여긴다

기사단이 만약 그녀로부터 보고를 받았을 때, 혼자서 대형 마수를 토벌했다는 이야기가 사실로 확인되었다면

 

기사단은 그녀를 천재로 여기기 보다는, 그냥 우리와 다른 괴물로 보았을 것이다

 

빨간 열매를 다 먹고 나니, 붉은 과즙이 입으로 퍼졌다

 

"그런 터무니 없는 소리 보다는, 재주를 보여주고 싶다면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요"

 

적은 클수록 좋다는 타입인가요? ...라고 물어봤다가 바보라는 소리만 되돌아 오고 말았다

 

"명성이 필요 했던 거야. 너도 버드닉 가문의 명성은 알고 있을 거야... 잃어버린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너 같이 평범한 자의 길을 걸어가선 안되는거야. 모든 것은 아버지... 아니 가문을 위해서

그것이 기사귀족이라는 거야. 뭐 너 같은 서민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기에 딱히 대꾸하지도 않았다

 

카리아 버드닉과 같은 집안 환경은 고아로 자란 나에게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 솔직한 이유긴 했다

집이니 부모니 하는 것은 나에게는 아주 먼 이야기 였다. 굳이 말하자면, 나인즈 씨나 알류에노라고 해야할까?

그렇게 대입하면, 나쁘지 않다고도 생각되어 진다.

 

"가문과 아버지를 위한 일이야"

 

눈썹을 치켜 올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리아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순간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아버지를 위해서란 말에,

나는 그녀에게 사람 다운 생각도 할 줄 알구나 하고 조금은 놀라버렸다

 

물론, 이 여자도 구세주라는 남자에겐 홀딱 반하기도 했지만, 그다지 정 같은게

느껴지지가 않는, 어딘가 조금 엇나간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 이였다

 

"뭐... 좋은 의도가 있긴 했네요. 누군가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도 좋고 말이죠"

 

"...... 어이 네 놈, 니까짓게 뭘 그리 아는 체하고 있는 거냐? 그리고 감히 천한 것이 윗사람의 나에 생각에 개입을 해?"

 

카리아 버드닉은 살짝 노기를 머금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기서 술집에서의 결투를 이어 나가 줄까, 라고 말하고 싶은 표정 이였다. 생각하지만, 이 여자의 제대로 된 미소를 본 적이 없다.

하긴 기사 계급에 대한 태도로는 내가 좀 아니긴 하지. 그러나 그 상대가 카리아 버드닉이라고 한다면,

구세 여행에서의 일도 있어서 아무래도 호들갑스럽게 행동하는 것에는 위화감이 따라다닌다

 

"손님! 제발 날뛰지 마세요. 어설프게 움직였다간 바퀴가 찌그러져버릴거에요!"

 

"......알았다"

 

위태로운 분위기를 느꼈는지. 마부가 이쪽을 돌아보며 소리를 내었다.

그 목소리에 놀란 듯 카리아 버드닉이 몸을 굽혔다. 그리고 그 순가

 

'휴우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울린 것은. 퍽 하고 무언가 튀는 소리 였다.

마차의 바퀴등이 망가진 소리가 아니였다. 피가 곳곳에 튀는 소리 였다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방향 전방을 주시했더니, 조금 전까지 말을 주고 받았을 마부의 머리가

한 개의 화살에 맞아서, 피비린내를 풍기며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마부의 몸은 힘 없이 무너지며, 그대로 마차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엎드려!"

 

카리아 버드닉의 목소리에 동조하듯 마차 바닥에 몸을 엎드렸다.

마부를 잃은 말은 미친 듯이 짐수레를 흔들고 마차는 요지부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휴우우' '휴우우우'

 

몇번이고 반복된 소리가 귀를 맴돌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얼굴을 파랗게 질렸고, 무릎을 떨기 시작했다

 

활, 이 쪽의 손이 닿지 않는 아득하고 먼 곳에서 일방적으로 살육하는 무자비한 무기다.

장검이나 창이라면 어떻게는 해보겠으나, 활과 화살이라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이런 마차의 덮개 정도는 도저히 막을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든 몸을 작게 움츠린 채, 짐에 몸을 숨긴채 계속해서 엎드렸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뿐이였다

 

카리아 버드닉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우리가 먼저 죽나, 아니면 저 쪽의 화살이 먼저 떨어지나 그 정도 였다

 

눈을 가늘게 뜨면서, 목소리를 죽여나가면서 단지 견딜 뿐이다

 

'휴우우우;

 

바람을 가르고 탄력을 받아 살육자가 된 화살은 무심하게 마차를 파괴하기 시작했더

 

 

*

 

 

활과 화살에 모조리 파괴되어 움직임을 멈춘 마차에 천천히 다섯마리의 말이 다가오고 있었고

각 말마다 무장한 남자들이 각각 타고 있었다

 

"생존자는 보이는가?"

 

"있을 리가요. 그렇게 쏘아 댔는대요"

 

부서져서 망가진 마차를 보아하니, 거기엔 선명하게 붉은 색이 칠해져 있었다

 

짐수레를 끌고 있던 말도 끝내 날뛰지 못한 채 힘이 다 빠져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분 좋은 광경은 아니지만,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고 남자들은 판단했다

 

마차를 덮친 5명의 남자들은 저마다 경계하듯 무기를 준비했다. 창을 소형화한 이 무기는 

갑자기 나타난 적에게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투구를 쓴 사내가 말했다. 아마 대장으로 보인다

 

"세 명은 주위를 경계하고, 나머지 한명은 나랑 동행한다. 작전 문서 또는 그것에 준하는 무언가를 손에 넣을 것이다"

 

주위를 지키듯 세 명을 경계 상태로 취하게 하고, 대장격의 남자와 부하 한명이 마차 안으로 발을 디뎠다

 

안에 다리를 내딛는 순간 으윽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거기에 보이는 광경은 처참한 전쟁을 경험한 사람이라도 무심코 얼굴을 찌푸리는 그런 광경이 퍼지고 있었다. 

또한 각각 남녀 한명의 시체로 보이는 그림자로, 그림자만으로 대체하는 것으로도 오히려 다행으로 보였다

 

"이거이거... 그냥 아무 관련 없는 사람 아닐까요? 작전 문서를 운반시키기에는 너무 무방비 했습니다. 저항도 전혀 없었구요"

 

부하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무 판자를 밟아 다졌다

 

확실히 그 말은 납득이 간다. 너무 무방비 하긴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넘겨 짚을 수는 없다. 이번에 옮겨지는 잓전문서의 가치는 정보에 따르면 꽤 높다고 했다

 

"대장님, 이거 말입니다만 남자 곁에서 떨어졌어요"

 

"음... 봉납인가? 하지만 진위는 알 수 없어"

 

이것의 진위는 사제전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투구의 남자는 빨갛게 물든 편지를 들고 햇볕에 비춰 가볍게 들어올렸다

 

묘한 색이군. 상당히 옅은 빨강색... 피는 아닌거 같아 피 치고는 검은 빛이 없어

햇빛에 비추어보니 마치 무엇인가의 즙이나 염료 같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갑자기 뱀이 휘감기듯 등 뒤에서 손이 입을 막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흡이 흐트러 진다. 

적... 적이 여기 있ㄷ...

 

한 순간의 사고는 모두 헛되이 끝나고 목소리를 낼 겨를도 없이 목구멍이 칼에 찢겼다.

고기를 억지로 찢는 듯한 징그러운 소리가 신체 내부에 울러 퍼졌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는 마찬가지로 그의 부하가 은빛 칼에 목이 잘린 부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자신의 목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무칙칙하고 붉은

자주 눈에 익은, 핏빛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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