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화 - 아버지와 딸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장 카리아 버드닉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화 - 아버지와 딸 -

개성공단 2020. 2. 7. 17:20

바벨리지 버드닉, 버드닉 가의 현 당주로서, 칼리아 버드닉의 친부

 

기사 계급으로 강등당한 전락한 이래 무를 중시해 온 버드닉 가문 중에서는, 드물게 예술이나 정치에 조예가 깊은 인물이라고 몇몇에게 듣고 있다.

 

그러나 그 오른쪽 눈에 있는 세로로 찢을 듯이 새겨진 상처를 보면 울던 아이를 더욱 울릴것 같은 표정을 보면 정말 그 정보가 올바른 정보인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최전방에서 싸우는 것이 삶의 보람이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납득하기 쉽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가슴에 수놓인 코리덴 요새의 총독의 인장과, 칼과 매 장식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바벨리지 버드닉은 나를 가르키며 말했다

 

"카리아, 이것은 네놈의 종자인가?"

 

"그렇습니다. 아버님... 아니 각하, 정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것이옵니다"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소리 한거 같은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마루의 돌멩이를 응시하다가 지금 당장 자리를 박차고 참견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커녕, 고개를 들 수도 없다. 기사 계급의 당주를 상대로 서민이 그딴 짓을 했다간, 

기꺼이 상대는 나의 목을 베어 죽일 것이다. 거기에는 정이라든가 이해라든가 그런것이 통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다

귀족에서 기사 그리고 서민에 이르기 까지... 그 상하관계를 명확히 하는 관습 같은 것이다.

 

바벨리지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카리아에게 말했다

 

"초라한 종자를 주워왔군... 딱 너의 수준 그 자체의 종자인가"

 

나는 그게 무슨 뜻일까 하며 곰곰히 생각했다. 카리아 버드닉이 성질이 더럽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긴 하지만

이게 비유적인 표현이라면, 그녀에 대한 모멸의 말로도 들리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아버지가 딸에게 대화하는 음색 치고는 너무 낮고 정겹지도 않은 것이였다.

 

"죄송합니다만, 이 전령서를 무사히 전달하는데에는 이 자의 도움도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였습니다."

 

그러면서 카리아 버드닉은 몸을 살짝 빼고는 편지를 품에서 꺼냈다.

구겨지긴 했지만, 그녀가 다듬은 덕분에 조금은 편지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이것으로 임무 성공인가. 조금은 불안했지만 이제는 진짜 안심이군

눈치 채지 못하게 작은 소리로 한숨을 쉬며, 살짝 시선을 들어서 편지를 받아든 바벨리지의 손길을 보았다.

 

그가 자기 딸에게 칭찬을 못해줄 망정, 고생 했다는 한마디라도 할 줄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벨리지는 양손으로 약간의 붉은 과즙이 스며든 편지를 소리를 내며 찢어버렸다

 

"아..아버님 뭐하시는 겁니까!?"

 

"멍청한 놈 같으니... 중요한 전령서를 정말 길드를 통해서 보낼 것 같으냐!? ... 이건 위서야. 이미 아는 줄 알았건만..."

 

바벨리지는 몹시 실망스런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내 딸이라는 네놈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그랬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냐? 왜 이번 일에 네놈이 동행하게 만들 줄도 몰랐단 말이냐?"

 

"...그럼 기사단의 명령이 아니고, 이것은... 각하의 뜻으로..."

 

카리아 버드닉은 고개를 숙이고 목소리를 약하게 떨면서 아버지의 냉담한 말을 견뎌내려 하고 있었다.

동요하지 않으려고 분발하고 있는거 같지만, 나는 뒤에서 떨리는 등을 보며, 그녀의 슬픔을 간파할 수 있었다.

 

"기사단의 금기를 어기고 숲에 들어갔던건 대체 왜 그랬던 것이냐? 너의 일을 처리하느라 우리 버드닉 가문이 얼마나 바쁘게 다녔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

이번 일을 교훈으로 자중하기를 바라구나 카리아 버드닉이여...

 

나는 가슴이 두근 거리다 못해,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각하... 하나 더 묻겠습니다. 저희가 지나던 길에 강도가 있다는 것도 알고 계셨다는 겁니까?"

 

바벨리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그 침묵이 답 그 자체 였다,

 

그는 알고 있었다.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습격당한 곳은 이 보루 근처이며, 보루의 총독인 그는, 주변의 치안 등을 손바닥 보듯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딸이 강도에게 습격을 받을 것을, 그리고 잘못하면 목숨을 잃었을 것을 말이다

생각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순간 이였다.

 

"... 말해두지 카리아. 다시는 가문에 먹칠을 하는 짓을 하지마라. 네 놈이 일을 벌일 때마다 그 피해는 가문에 미친다. 알았느냐?

내가 더 이상 같은 말을 하도록 하지 마라. 그 따위 꼴싸나운 짓도 그만두고 말이야... 너는 얌전하게 내 말을 듣고 있으면

그것으로 됀거다 알겠느냐?"

 

그렇게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말을 주고 받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는지, 바벨리지는 발길을 돌렸다.

 

순간적으로 얼굴을 돌렸다. 카리아 버드닉은 언뜻 보기엔 냉정해 보였지만, 그것은 겉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등은 떨고 잇엇고, 몸은 굳어 있었고, 뺨은 푸른 색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자세를 무너뜨리는 것은 용서 될 수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상위자 앞에서는 얼굴을 들 수도,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도 없기에, 일어서는 것은 꿈또 못 꿀 일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녀석이 나갈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차갑게 느껴져야할 돌바닥의 감촉이 이상하게 뜨겁게 느껴졌다

 

정말 신기했다

이상할 정도로 눈동자에 비치는 시야는 선명했고, 사고도 명료했다

 

 

*

 

 

"예상했던 대로였나..."

 

칼리아 버드닉은 돌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그렇게 속으로 중얼 거렸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든, 또는 무엇을 보여주든 그저 아버지에겐 눈에 거슬릴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다른 얌전한 자매와 다르게 검을 든 그녀는 아버지에겐 이물질 임에 틀림 없었다

 

그녀가 어렸을 때는 집에 남자가 없어서, 그녀의 아버지는 남자처럼 행동하는 그녀에게 어김없이 칭찬을 해주었지만

남동생이 태어나자, 그녀는 눈밖에 버려졌다.

 

카리아는 속으로 아버지에게 벌레 정도의 사람이라고 인식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설사 강도떼를 만나 목숨을 잃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였기에 말이다

 

카리아 버드닉이 스스로 한심하다고 무릎을 치며,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았지만

이미 그는 나가려고 하기 때문에 말 조차 걸 수 없었다.

 

바벨리지 버드닉이 문고리에 손을 거는 순간....

 

카리아 버드닉의 시야 앞에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 잡혔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