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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5화 -경의-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장 카리아 버드닉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5화 -경의-

개성공단 2020. 2. 10. 09:07

"그 충성심은 평가 해주마"

 

바벨리지 버드닉은 눈을 부릅뜨며, 딸을 대하는 것과 전혀 다른 말투를 쓰며 입을 열었다.

 

"주인이 모욕당한 일에 분노 한 것인가. 아름다운 충성심이군... 하지만 알고 있겠지? 

그러한 행위는 생명을 대가로 한다는 것을..."

 

사실 이러한 대답도 필요없이 바벨리지 버드닉은 상관의 허락 없이 말을 했다는 이유로

그 자의 권리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목을 베어버릴 수 있었다.

 

"모르고 있었다면야, 이번 한번은 그냥 넘어가겠다. 

만약 알고한 행위 라면, 그 충성심을 높이 사서 용서 하도록 하겠다"

 

그 공손한 말과 배려는 정말 다른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고, 말 그대로 충성심 자체에 감동받은 것일까

아니면 그저 가슴에서 흘러 내리는 초조함과 분노의 마음을 억누르기 위한 것일까

바벨리지는 턱을 쓰다듬으며 입을 다물었다. 그 내면에 감춰진 진의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자신을 인자하게 보이려는 기색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충성심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내

 

"버드닉 경, 당신은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카리아 버드닉의 종자도 아니고, 충성심? 그런 것이 있을리가!

나는 이 녀석을 매우 싫어하는데 충성심은 무슨... 게다가 말이야 나는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는 일도 없어!"

 

카리아 버드닉이 창백한 얼굴로 이 쪽을 돌아보았다. 체구는 경직되어 움직이지 않았고, 동요한 기색만이 보이는 듯 하였다.

 

"나는 나를 위해 서 있으며, 당신을 위한 것도 그녀를 위해서도 아니야! 나는 나를 위해 서있는 거야!"

 

그리고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내 자존심은 버드닉 경, 당신 때문에 진흙탕에 처박혔어! 그것도 거리낌 없이!"

 

그러면서 입안에 담배를 넣으며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이런 발언을 한 것이기 때문에, 기분은 더 할 나위 상쾌했다.

 

"그 주인에 그 종자 로구나"

 

그러면서 바벨리지 버드닉은 네놈의 행위로 죽는 것은 네놈 뿐이라며,

여전히 거만한 말투로 주인을 감싸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 말 못 알아먹어? 착각이라고 했잖아

내가 저런 거만하고, 배려심 없고, 약자를 짓밟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개년을 좋아할거 같아?"

 

저 멀리서 칼을 든 위병이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갓다

 

"당신 같은 사람은 모르겠지. 그 간의 노력을 조롱당하는 굴욕을, 자신의 결과가 짓밟히는 고통을!"

 

나는 카리아 버드닉의 검술이라는 재주 그 자체에게는 일종의 경의를 가지고 있다.

그 칼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산을 다녔을 것인가, 얼마나 많은 진흙탕을 기어 다녔을 것인가

나는 그녀가 반짝이는 재능을 얻기 위해, 인간을 초월한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러한 사실도 모른채, 이 여자를 모욕했다.

 

"그것도 하나 뿐인 아버지가 자기 딸을 모욕하다니! 넌 나의 자존심을 짓밟았어!"

 

나는 이런 한 말들을 목구멍으로 내뱉으면서, 머리 속으로는 분명 이 여자가 매도당하면

오히려 나는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걸로 자네의 말은 끝인가? 위병!"

 

소란을 듣고, 위병들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그 표정들은 모두 초조해 있었다.

 

그들은 나의 목에 올가미를 던지며, 나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니까 카리아 버드닉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눈동자가 젖어 있는 듯 하였다.

 

위병들의 올가미 때문인지, 호흡히 순간적으로 단절되는 바람에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몸통이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동시에, 나의 의식은 차가운 돌바닥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갔다

 

 

 

*

 

 

 

"위병, 이 사람을 당장 감옥으로"

카리아 버드닉의 냉철한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짐승 같은 사나운 목소리를 듣고 온 위병에게는 이 상황을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명령에 복종하기 위해 녹색의 헌 옷을 입은 남자를 둘이서 들어올렸다

 

"아니다.... 이 자리에서 당장 목을 베라"

 

명령을 번복한 것은 다름 아닌 코리덴 요새의 총독 바벨리지 버드닉 이였다.

 

"카리아, 이것이 이 자의 뜻이다. 오히려 여기서 인정을 베푸는 것은 이자에 대한 모욕이다"

 

"알고 있습니다만, 각하 한번 더 선처를 부탁 드립니다"

 

카리아 버드닉은 돌 바닥에 이마를 찧을 정도로, 간청하는 연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자세에는 어딘가에 감정을 느끼는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분명 이 자는 각하에게 무례를 범한 대죄인 입니다.

그러나 이 자는 저의 종자입니다. 그렇다면 그 죄를 갚게 하는 것은 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리아 버드닉은 그렇게 간청 하였다

 

"역시... 네놈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너는 어떤 죄로 대신 치르겠다는 것이냐

나에게 부녀간의 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텐데"

 

그는 아버지와 딸 사이간에 주고 받는 거래가 아닌,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끼리 실시하는, 명확한 거래를 요구 했다

 

"네, 각하. 저는 각하가 전부터 하신 그 말씀대로..."

 

침착한 목소리로 턱을 숙이면서 말했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 보기엔 자신을 바치는 행위로 보였다

 

카리아 버드닉의 마음 속은 매우 복잡했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왜 이런 남자를 위해 감싸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진짜 무례하기 짝이 없는 남자인데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그가 살기를 바란다.

이 판단은 몇 년 후에도, 몇 십 년 후에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을 것이다

 

"그러면 너의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위병! 이 남자를 성 밖으로 쫒아내라!"

 

부녀간의 서로 다른 명령을 듣고 혼란해하던 위병은 비로소 정상적인 지휘를 받고

녹색의 옷을 입은 남자를 안은 채 면회실에서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그리고 카리아 너는..."

 

그 뒤의 말을 카리아 버드닉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일찍이 그녀에게 원하던 것이 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의지와 기사단의 권리를 방패막이로 썼지만 말이다.

 

"즉각 기사단을 탈퇴하고, 영지로 귀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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