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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6화 - 싫은 여자, 카리아 버드닉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장 카리아 버드닉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6화 - 싫은 여자, 카리아 버드닉 -

개성공단 2020. 2. 10. 09:42

숨을 쉴때 마다, 목에서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손가락 끝을 조금만 움직이면 등줄기에 바늘을 수천개씩 찌른 듯한 감촉에 휩싸였다.

등의 피부는 찢어졌고, 노출된 핏줄이 나를 계속 괴롭혔다.

 

왜 나는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고통을 삼키며, 일말의 후회를 해본다.

 

그러면서 감옥의 공기를 들어 마시니, 다시 목구멍에 통증이 왔다.

 

"바보짓을 했구나"

 

카리아 버드닉인가, 그렇게 말을 하려는데 목구멍에서 말이 안나왔다.

입에서는 조금만 중얼거려도, 그저 아픔에 벌벌 떠는 목소리 밖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시야도 보이지 않는다. 위병에게 맞았을 때, 눈꺼풀이 부어버려서 그런가보다.

 

"괜찮다. 일부러 말할 필요는 없다. 왜 바보 같이 목숨을 걸었던 거냐?'

 

귀만 신기하게도 그녀가 매도하는 목소리만 정상적으로 들려왔다.

얼마든지 반박하고 싶었지만, 지금 나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

 

"눈도 뜨지 못하는가.. 입은 열 수 있겠지? 아프겠지만 참도록 하라"

 

하면서 그녀는 걸쭉한 쓰디 쓴 액체를 나의 입안에 밀어 넣었다

순전히 남을 괴롭히는 목적으로 넣은 듯한 액체 때문에

나의 몸은 무심코 온몸을 비틀었고, 그 때문에 상처에 통증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액체는 천천히 나의 목구멍을 통해 흘러가기 시작했다

 

"원래는 반죽해서 사용하는 약초이지만, 지금은 이 상태가 훨씬 마시기 편할 것이다.

완치라고는 못하지만, 상처가 더 악화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약초, 그렇군. 평소에는 환약으로 밖에 사용되지 않는데, 이것을 반죽하면 이런 맛이 되는 건가?

하지만 이건 너무 쓰다. 나중에 약초를 보게 되면, 트라우마가 걸려 버릴 듯한 맛이다.

 

"...내일 아침 성채 뒤에 있는 오두막 근처에 말을 매어 놓겠다. 네놈은 그걸 타고 돌아가거라. 너의 임무는 이제 끝이다."

 

상처에 붕대가 감겨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였다.

카리아 버드닉의 상냥함에 나는 고마움보다 의문을 먼저 품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이제까지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는 모욕과 폭력 뿐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에 대한 폭언에 분개한 결과로 인해, 그녀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다.

순간 내 머리나 눈이 이상해져 버린 건지, 당황해 버렸다.

 

"대책없는 행동이였긴 했지만...... 맘에 들었어"

 

무엇이 맘에 들었는가? 라고 묻지는 못했다.

카리아 버드닉은 내 상처를 붕대로 계속 감싸며 말을 이었다.

 

"나는... 이곳에 남는다. 기사단으로서의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그러니까 이제 네 놈을 만난 일은 없을거야"

 

그녀는 혼잣말 처럼 중얼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는 그녀의 꿋꿋함과 섬세함이 함께 느껴졌다.

사정은 몰라도 뭔가를 누르고 말로 하기가 망설여지는 말투 였다. 그 꼴은 영락없이 그녀의 기개를 보여 주었다.

 

그렇다. 나는 이 고상함에야말로 경의를 품었던 것이다.

 

카리아 버드닉이라는 인간은 착하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약자에 대한 차별주의는 있을 지 몰라도, 마음 자체는 틀림없이 고상하고 고귀한 여자다.

 

"그럼 잘 지내라. 네 이름은 기억해두마 루기스. 죽지 말고 오래 오래 살라고"

 

천을 다 감자, 아직 호흡이 고르지 않은 나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나도 너를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이승에서의 이별도 아니고, 이 성채도 왕도에서 작정만 한다면, 충분히 올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카리아 버드닉의 영광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그녀는 나중에 열리는 검술 대회에서 그 실력을 왕도에 널리 알리고, 기사단의 위상을 높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왜 그녀의 말이 영원한 이별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나의 아픈 목구멍은 그녀에게 의문을 표할 수도 없었기에

 

그녀는 대답도 듣지 못하고, 이곳을 떠나야 했다.

 

 

 

*

 

 

 

"심하게 몰골이 상한것 같지만, 잘했다. 이 의뢰에서 살아서 돌아 올줄이야"

 

말에 매달려 먹지도 못한채, 왕도로 귀환 했을때의 리차드 할배에게서 돌아온 칭찬은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이였다.

 

온몸의 붓기는 다 빠졌지만, 통증은 아직 남아 이었다.

대체 누가 위험한 일이 아니라고 한 것일까?

 

"진짜 위험한 일이라는 것은 전쟁터 한복판에 끌려가거나, 누군가를 죽이고 오라는 식의 일이야

이번 건은 뭐.... 반반이라는 거잖아, 딱히 위험하지도 않았어"

 

"내가 할배 말을 믿은게 잘못이지... 아 그래, 카리아 버드닉은 요새에 남아 있겠다고 하니까

보수는 그 쪽으로 보내줘"

 

생명에 위험에 두 번이나 노출된 동시에, 치료를 받은 은혜도 있으니, 보수는 그 쪽에 보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내가 직접 그 요새에 가는 것은 위험하니, 보수를 그 요새로 보내 주는 것쯤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리차드 할아범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면서 턱수염을 긁었다

 

"뭐라는 거야 네놈은.. 버드닉 아가씨라면 기사단을 탈퇴하고 영지에서 요양하고 있다던데"

 

대형 마수를 토벌할 때의 상처가 심해져서 탈퇴했다고 할아범은 말해주었다

 

아아... 그런 거였군

 

온몸에서 느끼던 상처의 통증이 잠시 멈추었다.

 

나는 역시 바보였고 어리 석었다. 내가 거기서 죽지 않았던 이유도 알 것만 같았다.

왜 기사단원인 카리아 버드닉이 요새에 남는다고 했을까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말이 왜 묘하게 여운이 남는 듯 했을까

 

나는 이 의문들을 저버린 채 바보같이 여기로 돌아와 버린 거였다

 

"할아버지"

 

카리아 버드닉이란 여자는 정말 싫은 여자다

 

입안이 쑤시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리차드 할아범을 바라 본 채 말했다.

 

"돈을 준비할테니까, 일을 의뢰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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