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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10화 - 성녀의 오열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8장 악덕 왕국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10화 - 성녀의 오열 -

개성공단 2020. 4. 29. 03:45

나는 내게 주어진 천막 속에서, 의자에 깊게 앉아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라고 말해도 보이는 것은, 천막의 천조각 뿐이지만...

 

의자에 앉는 순간, 다리와 허리 세부에 통증이 오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나는 이 몸으로는 처음으로 마상전을 치른 탓일 것이다

팔의 힘줄도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렸는지 약간의 통증을 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지 치명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할아범, 아니 적장 리처드로부터 받은 오른팔의 상처도 얕은 것

독의 반응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이것 때문에 한 팔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 약간의 상처는 입었어도, 무사히 돌아 올 수는 있었던 것이다

 

나는 깊게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짓을 여러번 했다

아직도 차가운 공기가 폐를 채워가면서, 고양되었던 몸을 깨웠다

 

가슴속에는 갖가지 감정이 뒤엉커 있었지만

지금 그 표면에 드러난 것은 단 하나 뿐이엿다

적어도 무사함을 축하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직도 감당 못한 건가"

 

회개에 가까운 그 한마디의 말이 가슴 속에서 크게 맥동했다

 

물론 반쯤 각오는 하고 있었다

리처드라는 인간은 그렇게 간단히 죽일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삶을 살아 온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다음에는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서로 검을 주고 받으며, 약간의 상처를 입히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에 서로 칼날을 마주 봤을 때는, 명확한 결말이 나 있을 것이다

 

이상한 일이다.

전쟁터로 들어가면 서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것이다

잡병의 창에 맞을 수도 있고, 멀리서 날아온 활에 맞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슴 속 어딘가에 형연할 수 없는 감각이

언젠가 다시 리처드와 검을 주고 받는 모습을 떠오르게 해주었다

그 때야말로 결말이 난다... 나고야 말 것이다

 

뺨에 생긴 작은 상처가 스며드는 듯한 아픔을 주고 있었다

 

"루기스, 아직 자지 않고 있군요, 들어가도록 할께요"

 

나는 하늘을 우러러보던 차에, 어떤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귀에 익었던 성녀 마티아의 목소리...

 

평상시에 몸에 걸쳤던 예장을 벗고 있는 것을 보면

잠들기 직전이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무척이나 부드러운 인상을 하고 잇었다

 

"미안해, 적장의 목을 떨어뜨리지 못했어"

 

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일에

왠지 견딜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든 나머지

마티아에게서 시선을 떼고 그렇게 말했다

 

만약 여기서 리처드의 목을 떨었뜨렸다면, 

병사의 소모를 막을 수 있을 뿐더러

잘만 된다면 그 자체로 대성교 군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지휘관의 존재가 그 만큼 막강하다는 소리인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자니, 참으로 아깝다는 생각 뿐...

 

마티아는 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입을 다물고, 큰 한숨을 내쉬며

표정을 크게 일그러뜨렸다

 

뭐야, 저 표정은

 

"당신은 정말 영웅이 됬으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군요"

 

마티아는 한숨을 내뱉고, 표정에 느슨한 선을 그리며, 의자에 앉았다

목소리는 기가 막힌 투도, 분노하고 잇는 투도 아닌

무척이나 상냥한 색을 동반하고 있었다

 

마티아는 말을 잇지 못하게. 계속 입술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과감하게 적장으로 달려가는 그 모습 만으로도

병사의 사기를 충분히 올려주었으니까요

게다다 카리아 씨와 피에르트 씨처럼 당신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쁨을 느끼는 병사들도 매우 많습니다"

 

그런 것이냐고 묻자, 그런 것이라고 마티아는 앵무새마냥 대답했다

마티아는 쉴새없이 입술을 움직였다

그녀의 막힘이 없는 말과 강하게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를 관통하고 있는 듯 했다

 

"이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장의 목을 치는 일이 아닙니다

당신이 무사히 귀환하는 것이기에,

그런 의미에서 더 이상 자책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바로 잡는 마티아의 눈동자가 약간 흐려지고 있었다

늘 냉철하다고 할 만한 빛이 거기에 켜져있었건만

오늘만큼은 그 불빛이 바람에 흔들린 듯 이른거렸다

 

참으로, 마티아 치고는 드문 행동이였다

타산과 이성을 벗삼는 그녀의 모습과 비교하니

어떤 의미에서 말하자면, 정말 인간다운 모습이엿다

 

혹시, 이번 회담은 마티아에게도 생각하는 바가 있었을까

 

사실 회담에 있어서 마티아에게 부담을 줬던 것은

틀림없이 아무 의사도 묻지 않고, 맘대로 회담을 승낙한 나였다

 

그 일에 대해 마티아가 상응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였다

 

"음... 그래, 회담을 독단으로 결정해서 미안해"

 

"당연하죠"

 

내가 서먹서먹하게 천천히 말을 마티아에게 던지면

마티아는 나를 향한 날카로운 목소리를 던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아직도 어디선가 흔들리는 것 같았지만

시선 만큼은 명확하게 나만을 바라보며, 노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분노의 빛보단, 불만의 빛

젠장할, 상당히 쌓아두고 있었다는 건가

 

"루기스, 당신에게 약속이란 그저 휴짓조각에 지나지 않는 군요

계약서는 쓰실 줄 아시는 건가요?"

 

마티아는 삐진 듯한 말투로 입술을 열며, 테이블 위에서 나의 손을 잡았다

두 손으로 내 오른손을 문지르듯, 그리고 관찰하듯이

말똥말똥하게 내게 시선을 보냈다

 

마티아의 손은 묘하게 희고 작은 손이였다

내 손과 비교하면 몇 배는 크기가 다르지 않을까

이렇게 가까이서 비교하면, 마치 전혀 다른 존재의 손인 것처럼 느껴졌다

 

마티아는 내 손을 바라본 채 말했다

그녀치고는 드물게도 약간 감정이 섞인 말이였다

 

"루기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전쟁터 말입니다만... 저 또한 냉정하지 못한거 같습니다"

 

부탁이지만 너무 무모한 행동은 삼가 해주었으면 합니다

...라고 마티아는 말을 덧붙였다

그것은 정말 당돌하게 내뱉은 성녀의 고해였다

 

냉정하지 못하다... 그 마티아가?

예상치 못한 말에 등줄기에 무언가 기분 나쁜 것이

기어가는 것 같은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본래 말도 안되는 말을 들은 것 같은 그런 기분...

 

"갈루아마리아를 함락시켰을때도, 공중도시 가자리아에 갔을 때도

그리고 그 이전에도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가슴의 술렁거림을 억제할 수 없고, 머리가 가끔씩 새하얗게 명멸하는 것..."

 

마티아의 작은 손가락이, 나의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볼 순 없었지만

뭔가 떨리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하니

정체 모를 것에 겁을 먹는 눈치가 잇었다

 

과연, 냉정하지 않다

잘 생각하면, 그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은 지금까지와 매우 수가 달랐다

만 단위의 병사가 발버둥쳐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목숨을 잃어간다

그런 전쟁터 속에서, 지금까지 대로의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녀석이 얼마나 될 수 있을 것인가

성녀 마티아라고 해도, 다소 냉정함이 부족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런 말을 마티아에게 말하자

그녀는 부인하듯 고개를 작게 흔들며 말했다

 

"물론 그런것도 있겠죠,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그게 아닌, 다른 겁니다"

 

그 목소리는 아주 약해져서, 마치 마티아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적어도 성녀로서의 목소리는 아니였다

 

"예를 들면 말입니다...

루기스, 당신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미워한다고,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까?"

 

내가 들은 목소리는 성녀의 말씀 그런게 아니라

단지 마티아라고 하는 한 소녀가 어떻게든 쥐어짜낸

입술에서 흘러나오게 한 오열인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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