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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8화 - 악당의 밀회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2장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8화 - 악당의 밀회 -

개성공단 2020. 2. 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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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씨, 성녀님과는 어떤 이야기를 하셧는지요?"

 

라르그도 안은 아마도 그 호칭이 맘에 든 모양이였다,

내가 그 호칭에 아무리 항의해도,

그녀는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그러한 행동만 보면

그녀는 그냥 순수한 어린 꼬마 처럼 보일 뿐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말솜씨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그녀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건 아니였을까

 

"성녀님... 아니, 마티아님은... 너무 사랑스러워요

마치 두 혀를 가진 악마 같잖아요"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의 성녀를 악마에 비유하는

라르그도 안도 이제보니 정상적인 사람 처럼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거... 상당히 신성모독 아닌가?

 

"그 분에게서 목숨을 구하시고, 저라는 연락책까지 얻었는데,

제가 그 내용에 흥미가 생겨도 어쩔 수 없잖아요"

 

그 말은 호기심, 흥미라기보다는

나에 대한 탐색을 하기 위해, 나를 떠보는 것만 같았다.

 

"뭐 그렇게 길게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마디씩 주고 받았어"

 

거리로 돌아와 제일 먼저 구입한 씹는 담배를 이빨로 으깨며,

손 가락을 하나 핀 다음, 그녀에게 말했다.

 

"일단 성녀님은 마리아를 사랑하신다고 했어"

 

마리아를 사랑한다? 보통 사람들이 들으면 뜬금없는 소리겠지만

마리아는 누구에게도 함락당하지 않는 존재, 갈루아마리아를 의미했다.

문장교도들에게 있어서 갈루아마리아는

목구멍이 튀어 나올 정도로 갖고 싶은 존재 였다.

 

왜 성녀라고도 불리는 존재가,

이 도시 근처의 폐허가 된 신전을 본거지로 삼고 있었을까

왜 과거 문장교도들은 사력을 다해서

이 도시를 함락 시키려고 했을까

 

교역의 요충지라는 큰 장점과 함께

반란을 일으킬 때, 가장 가깝다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이익이든지,

전략적으로 유리하든지 말이다.

 

성채도시 갈루아마리아는 문장교도들에게 있어서 성지이다.

일찍이 동서에서 지식과 책이 모인 이 곳은

원래 문장교도들의 본당이 있던 장소 였던 것이다.

 

이 장소의 탈환이야말로 최우선 목표로 삼는데 있어서,

성녀 마티아는 그 폐허가 된 신전을 거점으로 택했던 것이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씹는 담배 냄새를 콧구멍으로 뿜어댔다.

머리가 맑은 기분이 들며, 손가락으로 두번째를 표시했다.

 

"그리고 나는 종이에다가 작은 글씨로 너의 이름을 적었을 뿐이야."

 

성녀님이 눈이 좋아서 살았다고, 입꼬리를 높이면서, 한숨을 내셨다

 

실제로 성녀님에게 내민 정보는 딱히 없었,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카리아와 헤르트 스탠리까지 동석한 상황에서

당당하게 문장교도에 협력한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왜냐면 신앙의 깊이는 알 수 없지만

헤르트 스탠리는 틀림없는 대성교 신도이기 때문 이였다.

 

동시에 우리는 지난 세계에서 

대성교의 이름으로 구세 여행을 떠났으니 말이다.

 

 

 

*

 

 

 

빈민굴 안은 아무래도 정겨운 냄새로 가득했다.

토사물을 방치한 냄새, 사람의 썩은 냄새 등등이 넘쳐났다.

그리운 나의 고아원 거리의 냄새였던 것이였다.

 

빈민굴의 사람들은 오늘만 보고 산다.

내일을 보는 사람들은 오늘을 보장받은 강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나 같은 약자에겐 그런 사치는 용납되지 않았다.

하루가 끝나면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나이를 먹는 것 그 외엔 없었다.

 

"여튼 우리는 여기를 산책하러 온 것은 아니지?"

 

재촉하듯 라르그도 안에게 물었다.

아까부터 그녀의 발걸음은 망설이는 기색이 없었다.

같은 길을 몇번이나 다시 다니고 있었던 것은,

분명 내가 이 길을 외우지 못하도록 하는 속셈일 것이다.

실제로 어두운데다가 곳곳이 비슷한 빈민굴을

이렇게 돌아다닌다면, 지형을 읽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라르그도안은 당연하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그럴리가요. 저희랑 협력하시는 분과 가는 길이에요"

 

협력자? 방금 협력자라고 했는가?

문장교도 놈들은 점점 더 나를 그 종파에 가담시킬 속셈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성녀도 일부러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라르그도 안의 존재를 드러내면서까지 날 감시하려 들지 않겠지

 

그렇다. 이건 감시였다.

이곳에서의 생활, 길드와의 주선, 숙박시설의 제공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을 라르그도 안의 신세를 지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성녀의 말을 무시하고, 라르그도 안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서 이 모든 생활환경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적어도 이쪽에서 그녀를 통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법을 구축할때까지는

어느 정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수수께끼 인것은, 어째서 나를 이렇게 챙겨 주는가? ...이였다

 

아니, 나 혼자가 아닌가, 그 자리에 있던 피에르트, 카리아, 헤르트 스탠리까지

우리 일행을 포함해서 계약을 시켜버린거 겠지?

 

또한 더 무서운 것이라면, 문장교도들의 폭주다.

여하튼 우리들은 그 놈들이 제일 아끼는 서적의 일부를 소실시켜 버렸다.

녀석들 입장이라면 내장이 뒤틀리는 기분 이겠지

 

그런 상황에서 성녀가 우릴 내친다면?

나 뿐만이 아니라, 카리아, 그리고 피에르트에게도 피해가 끼칠 것이다.

 

맞다.. 피에르트...

 

"...그..어.. 나도 모른채 할려고는 했지만..."

 

눈동자를 굴리면서 내 등 뒤로 손가락을 가리키자,

라르그도 안이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일단 동료라고 들었기 때문에 따돌리지 않았습니다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따라 하듯 뒤로 시선을 돌렸다.

 

'와장창'

 

무엇인가 철 같은게 무너지는 소리, 그리고 울려퍼지는 아픔을 나타내는 소리,

그리고 연이어 사과하는 여자의 목소리

 

미행한다면 적어도 대상이 눈치챘을 때의 대책도 생각했으면 하는데...

 

잠시 기다렷지만 나올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쪽팔려서 그런지 몰라도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는 듯 했다.

 

나는 무엇인가 싫은 예감을 뇌리에 불티며, 머리속에 떠오르는 그 이름을 불렀다.

 

"에휴... 희극 연습이라도 하는 거야?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씨?"

 

목판이 심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라르그도 안의 시선이 따가워 졌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말라고, 나도 처음엔 미행하는 줄은 몰랐었단 말이다.

 

빈민굴에서 새롭게 나타난 그림자와 함께 나타난 것은

요염하게 정돈된 검은 머리을 살짝 푼 마법사,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였다.

 

"...뭐야?"

 

이봐, 그건 내가 할 대사라고

미행하고 있던 상대방이 할 말은 아니지 않아?

 

"그냥 얼핏 봤을 뿐이지, 쫒아다닌 건 아니라고"

 

뭐라고 변명하듯 피에르트는 말을 이었지만,

시선은 이쪽을 피하듯 서성거리고 있었고, 거동은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틀림없이 그녀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나를 쫓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라르그도 안에게 어떡하냐는 내용을 담은 시선을 보냈다.

 

아무래도 나에겐 온갖 불행을 모아논 정령이 따라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정령은 내가 어디를 가든, 나를 떠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

 

 

 

끝없이 빈민굴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도착한 곳은 사창가의 한 방이였다,

 

침대와 의자가 놓여 있을 뿐인 소박한 방이였다.

아무래도 비좁은 방에 4명이 들어가 있으니, 조금 덥고 답답함을 느꼈다

거기다가 대체 뭐야 이 술통은? 안그래도 이것 때문에 방이 더 비좁다고!

 

문장교도의 거점은 이러한 방을 토대로 여러 곳이 있는 듯 했다.

 

"안 되겠습니다. 되는대로 손을 써봤지만, 이곳 주민은 아무래도 무기력의

뿌리가 깊은 것 같습니다."

 

라르그도 안이 협력자이자 동지라고 그렇게 소개한 남자는

고개를 크게 흔들며 의자에 걸터 앉았다.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축 쳐있는 그 모습은

곧 있으면 무거운 짐에 당장이라도 짓눌릴 것만 같았다.

 

"식량이나 금전 같은 것을 얻을 수는 없단 말인가요?"

 

턱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라르그도 안이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그녀가 그런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것은 참으로 특이한 인상을 주었다.

 

"빈민굴의 인간에게는 독특한 이치와 관습이 있습니다.

그들은 아무리 받더라도, 무언가를 주는 것을 보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안, 그쪽 두 분은?"

 

무겁게 고개를 숙이던 그 남자는, 나와 피에르트로 시선을 돌렸다

 

피에르트는 여기가 사창가라는 것을 알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언짢은 듯이, 어깨를 들썩이며,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주위의 얇은 벽에서는 요염한 여자의 목소리가 몇번이나 새어나왔다.

듣기 싫어도 귀에 쏙들어 오겠지, 물론 밀회를 위해선 이 장소만한 곳이 없겠지만...

 

"네, 이분이 바로 영웅 루기스님, 그리고 루기스님의 동료 피에르트님 입니다."

 

라르그도 안의 소개에 피에르트는 어딘가 불안한 듯이 입을 열었다.

 

"저기, 이게 무슨 모임인가요?

빈민굴에서의 회의라니, 마치 악당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사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라르그도 안을 바라보았고,

라르그도 안은 그 사내의 시선을 경유하듯 나를 바라보았다.

데려온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일테죠? ...라고 따지는 눈길 이였다.

 

이유라면야 확신할 수 없었지만

피에르트를 우리에게 끌여들여, 헤르트 스탠리와 떼어놓게 하려는 수작 이였다.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그에 대한 수단도 얼마든지 있었다.

모험자란 떳떳하지 못한 일에는 익숙한 법이다.

 

게다가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하 신전에서의 전례를 볼 때,

승률은 반반이다. 나에게 반반이라면 썩 나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쪽을 바라보는 여섯개의 눈동자에 답하듯이, 입술을 열었다.

 

"어둠속의 회의, 빈민굴, 그리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사람들...

그럼 당신이 보기엔 이들 모두 선량한 사람들로 보이는거야?"

 

그 말에 피에르트의 눈썹이 올라가며, 입술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말씀하신 대로, 이것은 악당의 밀회야.

그리고 사랑하는 갈루아마리아를 어떻게 수복하냐는 안건이고"

 

어둠 속에서 밀려나온 말에, 세 사람의 긴장이 섞인다

 

라르그도 안과 사내는 눈을 부릅뜨고 피에르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서 도망치는 것을 막거나, 그녀가 무엇을 하든 즉석에서 처리하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긴장 속에 있는 한 순간의 고요 속에서,

피에르트의 검고 아름다운 눈동자가 내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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