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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행복에 이 손을 제39화 - 우리는 공범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2장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편

바라건대 행복에 이 손을 제39화 - 우리는 공범 -

개성공단 2020. 2. 14. 13:53

피에르트 볼고그라드가 깨어났을 때,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학원 기숙사 였고,

길드여진 침대에 누운 채 피에르트는 눈을 몇번 깜빡였다.

 

언제나 그대로의 광경 이였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고, 실험기구와 흩어진 책들이 쌓여 있을 뿐.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지, 몸을 휘청거렸다.

 

혹시 그것은 꿈이였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아무런 맥락 없이 피에르트의 가슴속에 탄성을 질렀다.

그 검은 눈동자에 비치는 광경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적인 아침 이였던 것이다.

그럴테고 말고, 그런 일이 일어날리가 없지, 

나를 위해 목숨을 걸어줄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정말 바보같은 꿈을 꿨다

 

그녀는 자신을 조롱한 자들을 반박하기 위해서

길드를 통해 바깥 세상으로 나갔지만,

이런 꿈이나 꾸는 자신이 너무 바보스럽게 여겨졌다.

 

도시국가 태생이 아닌, 그녀는 정식 마법사 길드를 이용할 수 없었다

마법사 길드는 어디까지나 갈루아마리아의 마법사를 열심히 가르켜서

국가의 이익으로 삼는 것이지, 피에르트와 같은 외지인은 그 대상이 아니였다.

 

자, 언제나의 아침대로 오늘도 늘 똑같은 일상이 시작되어할 차례였다.

헤르트 스탠리와 함께 마술 강의를 듣고 연구에 힘쓴다. 단지 그것 뿐이다.

그런데 왜 이리도 마음 속이 공허한 것일까?

여느 때와 똑같은 나날인데, 마음은 왜 이렇게 떨리는 걸까?

 

그녀는 차마 몸을 못 움직인 채,

헤르트와의 약속 장소에도 가지 못하고,

그날 처음으로 마법 강의를 결석했다.

 

"뭐하는 거야,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 자신도 모르게 입술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시내를 아무 의미 없이 산책하며 분명 아무도 없는데도

마음의 어딘가가 이끄는 곳으로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나의 마음은 그렇게 호소하는 듯 하였다.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뭐가 있겠는가?

...라고 피에르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헤르트에게도 폐를 끼친것 같았다.

그는 내가 일어나는 그 때까지, 확실히 내 옆에 있어 주었던 것 같았다.

나중에 사과하고, 또 연구를 도와달라고 부탁해야지

 

왜냐하면 나를 위해 뭔가 해줄수 있는 사람은

헤르트 스탠리 밖에 없으니까

 

검은 머리를 흔들면서 그녀도 모르게 다가간곳은

길드의 석조 대문 이였다.

 

확실히 꿈속에서는 여기서 그 남자와 합류 했던 곳이다.

그리고 동시에 피에르트의 눈동자가 크개 커졌다

 

새로 장만했을 초록색 옷을 걸치고 커다란 통을 매고 있는 소녀와

빈민굴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꿈 속의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

 

 

 

"네가 말한대로, 이것은 악당의 밀회야

그리고 친애하는 갈루아마리아를 어떻게 먹느냐가 안건이지"

 

피에르트의 뇌는 우박을 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나를 구하고 긍지를 위해 목숨을 건 남자 루기스,

그리고 꿈속이 아닌 현실에서,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검은 눈동자가 방안의 면면을 살피며, 생각을 정리하듯 입을 열었다.

 

"...제 정신으로 하는 말인 거야?

이게 무슨 소리인지는 알고 하는거야?"

 

표정이 창백해진 피에르트의 물음에

설마, 하며 루기스는 과장되게 어깨를 움츠렸다.

 

"성녀님께서 이 도시에 푹 빠져 있으시대

목숨을 구걸하는 대가로 어쩔 수 없었어"

 

"그것은 문장교도와 손을 잡으려는 거잖아

그리고 만에 하나 네가 그 임무를 완수한다고 해도..."

 

세계의 적이 되는 거잖아 ...라고 피에르트가

걱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 이 주변의 각국은 대성교 아래에서 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각국마다 탄압 정도에 관해서는 차이가 있다지만,

그들이 갈루아마리아를 함락 시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성교는 문장교도 토벌의 명분을 얻게 되는 것이고,

주변국은 갈루아마리아의 이권을 위해서 군사를 일으킬 수 있게 된다.

 

또한 갈루아마리아에 대한 공격을 실패하더라도

문장교도는 세상의 적이 된다.

 

피에르트는 두 다리가 뭔가에 잡힌것처럼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몸 또한 뻣뻣해지고, 혈관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농담이라고 말해줘 루기스, 당신은 이용당하는 거야

당신들도 마찬가지야 성녀에게 이용당하는 거라고"

 

그 말을 마치자 마자 방안에 있던 사내와 소녀의 눈빛이 조금 강해졌다

이 쪽을 저지하려는 듯한 그런 시선 이였다. 하지만 그런건 알 바가 아니였다.

피에르트는 아직도 지하 신전에서의 참극이 떠올랐다.

온 몸에 불을 밝혀서 자신을 구하고, 그대로 절명하려던 루기스의 모습

그런 광경은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기에, 

갈루아마리아의 탈환 같은 망상 때문에 두번 다시 그를 죽게 할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 쏠린 시선에 피에르트가 그들에게 돌려준 것은,

보는 것을 모두 얼어 붙힐 듯한 눈동자 였다.

그 검은 눈동자에는 그 무엇보다도 강대해 보이는 의지가 빛나 보였다.

 

"루기스 너는 모험자 잖아. 이러한 일을 저지르면 

틀림없이 그 자격은 박탈될거야

그런 각오는 충분히 하고, 결심을 한거야?"

 

그렇다. 모험자라는 것은 불면 날아갈 정도의 낮은 신분 이였다.

문장교도에 가담해서 갈루아마리아에 대한 

공세에 가담했다는 등이 드러나 버린다면,

모험자 박탈은 물론이요, 명예회복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루기스의 뺨이 꿈틀하고 흔들렸다. 그는 내 말을 듣고 있는 걸까?

피에르트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려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목숨을 걸고 구해준 사람이 

또 한번 죽는 것을 허용할 생각이 없었다. 

 

그 갸날픈 어깨에 검은 머리가 늘어졌다.

숨은 가빠지고 감정은 온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피에르트의 호흡이 진정되기를 기다린 듯,

루기스는 물고 있던 담배를 천천히 품에 쑤셔 넣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태어난 이후 재능도 주어지지 않았고, 신의 총애도 받지 못했어"

 

그 말에 방에 잇는 세 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말은 피에르트의 걱정에 대한 대답도 아니고, 달래는 말도 아니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것은 독백 같은 말입니다.

 

"몇 번이나 쓴 맛을 봤었어. 누구에게나 업신여겨졌고, 누구에나 모멸당했어

뭐... 어쩔 수 없긴 했지. 어찌됐는 나는 가진 것 하나 없는 사람이였으니까"

 

피에르트는 그 말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자신또한 업신여겨지고, 모멸당했던 감정을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와 달리,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업었던 것이다

 

"가지지 못한 자는 가시덤불이 깔린 길을 걷고,

그 팔다리를 나의 피로 씻을 수 밖에 없었어

하루종일 체념과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것은 이젠 질색이야"

 

그것은 마치 경험자의 매우 실감나는 말이였다

그리고 그러한 날들을 마음속으로부터 두려워하는 듯한 그런 말투였다

 

"그래서 나는 정했어. 성녀가 나를 이용한다면,

나도 그들을 아낌없이 이용할 생각이야. 피에르트 너는 어쩔꺼야?"

 

어쩔거야, 라는 질문에 피에르트는 무척이나 당황한 듯 보였다.

자신에게 어떤 선택이든 결단하라는 것이였다.

난 그런거 못해, 지금까지 헤르트가 모든 것을 인도해주는 길을 걷고 있었는ㄷ[

그 길을 나보고 벗어나라고? 

 

"거절한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어

이곳을 달려나가서 갈루아마리아의 위병 초소로 달려가도 좋아"

 

하지만 나는 그만두지 않을 거야 

...라면서 언제나 가벼웠던 말투와는 다른 톤으로 루기스는 말했다.

 

아, 그런가. 그는 나에게 결단하라고 강요하는게 아니라.

나의 의지를 존중해 주고 있는거야

 

"하지만, 바라건대 이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어"

 

그러면서 그는 투박한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이제까지의 고단한 인생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래 나는 상관없다.

세상의 적이 되는, 만인에게 모멸을 당하든 말든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면야

 

잠깐 사이를 두고 피에르트의 섬세한 손이 거칠고 힘없는 손을 잡았다.

얼굴에 파고는 허황된 표정은 사라지고, 명료한 표정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아 시원하다. 이 얼마나 상쾌한 기분인가

 

"영광입니다. 고용주.. 아니, 어서와 우리의 공범, 피에르트"

 

그래 상관없어, 당신이 영원히 나의 편이 되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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