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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0화 - 황금의 갈림길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2장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0화 - 황금의 갈림길 -

개성공단 2020. 2. 14. 17:23

갈루아마리아, 학원 내 수련장

 

나무로 만든 인형과 가벼운 마술 보조기구가 설치된

이곳은 항상 인기가 없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다 해야하나

이 학원에 다니는 사람은 대단한 가문이거나

혹은 부를 얻은 자들 뿐이다.

이들이 여기 다니고자 하는 이유는 마법이나 검술 같은게 아닌,

이 학원출신이라는 관록과 상급계급과의 커넥션을 위해 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검술 또는 마법 수련에 힘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기에 뻔질나게 드나드는 사람은

마법에 목말라하는 소녀와 또 한 사람뿐

 

햇빛을 반사하여 하얀 빛은 양날검의 녹을 닥아내면서

헤르트 스탠리는 눈꺼풀을 가볍게 감았다

 

'슥'

 

그것은 숨막히는 듯한 일격이였다. 

백색의 선이 햋빛을 가르고, 정지된 공간이 순간 단절되었다.

주위의 바람을 흩날리기 할 정도의 엄청난 일격 이였다.

 

옆에서 보면 그것은 바로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느낄 수 있는 것이였다.
그러나 검을 휘두른 헤르트 본인 만큼은,

이번에 휘두른 자신의 검술을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

 

각도, 힘, 악력 모든게 완벽하다. 다만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자기 정신을 아까부터 어지럽게 하는 자의 정체는 

아마도 그 남자 일것이라고 헤르트는 생각했다.

아까부터 그에 대한 의문을 비롯한 잡다한 생각이

그의 머리 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게냐? 헤르트"

 

머리속의 생각을 슬슬 정리하려고 할 때,

갑자기 헤르트의 등 뒤로 장난스러운 말투를 꺼내는 남자가 다가왔다

 

"......오랜만이네요. 삼촌, 학원에 혼자 오시다니 흔치 않으신데요?"

 

헤르트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꾸하자,

그 사람은 정나미가 없다는 듯이 목덜미를 비틀었다.

 

"왜 이렇게 쌀쌀맞게 구는 것이냐?

모 처럼 이 요란스러운 학교에 너를 만나러 왔거늘"

 

과한 말투에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버킹엄 스탠리

스탠리 헤르트의 삼촌뻘되는 인물로,

장난과 술을 달고 다니며, 그런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스탠리 가문의 후계구도에서 탈락한 후, 

한때는 유랑자처럼 방탕한 생활을 나날이 보내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교성을 펼치며, 스탠리 가의 외교에 종사하고 있다

 

어딘가 도도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불쾌해하는 사람보다 그 독특한 분위기에 호감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 헤르트는 버킹엄을 싫어하지 않았다.

늘 익살맞은 모습이긴 했지만, 자신을 잘 돌봐주었고, 정 또한 깊었다.

이러니 따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해는 갔다.

 

"숙부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인간이란 악의를 가슴에 품은 채, 선행을 이룰 수 있을까요?"

 

헤르트는 고민이 있을 때마다 다가가기 어려운 아버지보다는,

작은 아버지를 향해 상담하는 일이 잦았다

 

오늘 아침부터, 아니 정확하게는 그 지하 신전에서 탈출한 직후부터

헤르트의 뇌리에는 소용돌이 치는 뱀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정체는 다름아닌 초록색 옷을 펄럭이는 모험자,

악랄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한 자, 루기스였다.

 

버킹엄은 그 질문을 예상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수련장에 마련된 의자에 걸터앉아 턱을 괴면서, 별 생각없이 말했다.

 

"당연하고 말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것이 바로 인간이란 것이다.

모순을 늘 가슴에 품고 있으면서, 언젠가 낳아 떨어뜨리려고는 안달인 생물이지."

 

그 확신을 가진 듯한 말에 약간 당황한 듯, 헤르트는 입술을 깨물었다.

 

의뢰에 대해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거는, 자기 생존를 위한 것이라는 행동.

그러나 그 후에는 피에르트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불길에 내던지는, 자기 희생으로 해석되는 행동.

악랄함과 선량함, 아무래도 그 모순된 행동에

헤르트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자기의 생존을 제일로 생각한다면

스스로를 희생하고 피에르트를 도울 필요가 없었고,

자기의 희생을 첫째로 생각한다면

피에르트에게 터무니 없는 조건을 들이댈 이유가 없었다.

 

헤르트는 루기스라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로서는 말이다. 헤르트 네 쪽이 훨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간은 고뇌하고 토하고 어리석게 말성이다가 인생과는 전혀 다른 판정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너란 녀석을 봐라. 너는 정의다 선의다라는 고집만 부리고 있지 않느냐

나 같으면 바로 때려 치울 것이다."

 

하지만, 고민하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버킹엄은 묘하게 유쾌한 듯이 이를 보이며 웃었다.

고민이라... 그러고보니 이제까지 그렇게 한가지에 집착한 적은 없었다.

대부분의 일들을 선의랑 악의로 명확해 구별하며 살아왔으며,

어느 한가지에 대해서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둘 중 하나로 명확히 구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 인간이라는 것은 고민을 하면서 성장하는 거야!

신께서도 참 악질이시지, 우리에게 이런 저주를 내려주시다니!"

 

"...삼촌, 또 그런 말씀을 하셨다간, 이단으로 지목 받으실 수 있습니다,"

 

말투는 늘 이단자 행세를 하는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음색과 눈동자는 진실을 말하는 것 처럼 보였다.

 

이 버킹엄이란 사나이의 말도

어느 것이 장난이고, 어느 것이 본의인지. 

그 속을 들여다 보지 않는 한,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 농담이야 농담. 아 맞다 헤르트

나는 지금 갈라이스트 왕국으로 가려고 하는데,

여기에 온 이유도 그 때문에 온거야. 네 놈만 좋다면, 같이 갈까 해서 말이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헤르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무나 당돌한 말투에 말 또한 막히고 말았다.

무리하지 말라면서 버킹엄은 말을 이었다.

 

"요즘 이 주변에 수상한 기운이 감지 되는 것 같아.

당주인 형님은 어쩔 수 없지만, 차기 당주인 너는 조금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

이단은 아니지만, 동쪽으로 도망갔을 문장교도 놈들이

묘하게 모습을 보이고 있대."

 

너는 그런 말을 들은적 없느냐

...라고 말하며 헤르트의 눈동자을 들여다 보는 버킹엄 이였다.

 

버킹엄은 딱히 의심하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모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헤르트의 내뇌에는 명료하게, 지난 사건의 기억이 부상하고 있었다,

무장한 문장교도들, 수상한 장소, 그리고 성녀라고 불린 여성

 

이 대목에서 말을 해버리면 되는 것이였다.

그러면 삼촌은 틀림없이 자신을 갈라이스트로 데려갈 것이고,

재난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대비를 해 두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고해버린다면 자신은 여기에 있을 수 없게 된다.

말하지 않는 선택사항도 있지 않은가

...라는 자신 속에서 우러나온 생각에 스탠리는 깜짝 놀랐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얻은 사고나 다름없었다.

 

선의와 정의, 이 두가지 만으로 인생을 살아온 그에게,

갈림길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 첫 갈림길이 주어졌다.

모든 것을 말하고 여기를 떠날 것인가?

모든 것을 숨긴채 잠자코 여기 있을것인가?

 

자신에게 솟아나고 있는 의문을 없애서라도

헤르트 스탠리라는 인간이라면 분명히 말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정의를 쫓아서 인생을 살아왔었기 때문이다.

 

헤르트의 머리 속에서 두 가지의 의지가 충돌을 거듭했다.

헤르트 안에서 생긴 정의와 선의에서 나온 의지가

서로 경쟁하고 있엇다.

 

아아, 이게 과연 고민이라는 것인가

한 순간의 망설임 끝에 헬트의 입에서 의지의 승리자가 기어 나왔다

 

"...아니요 딱히 아는 것은 없습니다."

 

본래의 자신이 였다면, 이런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거라고 스스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 이 마음속에서 생겨난 충동을 정의라는 이름의 천으로 덮어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기만이라고 부를 수치스러운 짓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헤르트 스탠리는 결단을 내렸다.

정의와 선의가 아니라 

내 안에서 용솟음친 의지에 선택을 맡기고 

갈루아마루아에 몸을 담그기를...!

 

제2장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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