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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25화 - 후회는 없어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9장 서니오 전투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25화 - 후회는 없어 -

개성공단 2020. 4. 3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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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교 병사들이 무리를 이룬 채, 대성교군의 배를 물어뜯었다

마치 바다를 가르는 듯한 발걸음으로 누구나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보다 훨씬 수가 많은 병사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무너져갔다

그렇게 작전을 취한 걸까, 아니면 전장의 열에 데어버린 걸까 

전선을 달리고 있는 병사들의 발끝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적의 본진이 보일 것이기에

그렇게되면 승부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면, 술을 마실 수 있다, 여자도 안을 수 있다

이 추악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잇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병들의 마음은 설레였다

그 외에 다른 어떤 것을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런 병들이 들끓는 열광 속에서 나는 혼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기어오르는

두려움 같은 것이 나의 심장을 짓눌렀다

 

혹시 이대로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그런 안이한 일이 있을 리가 없다는 비탄...

그 두 감정이 서로 내 몸을 핥아먹으며, 열을 서로 빼앗고 있었다

 

병사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계속 전진하고 있다

적병은 의지를 꺾인 듯 저자세로 나오고 있고

 

정말 적병은 무너지고 만 것인가

이대로 적의 본진을 뚫을 수 있다는 말인가

과연 리처드 할아범이 이런 사태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그러나 전쟁터라는 것은 언제나 예상 외의 일어나는 곳이였기에

숙련된 장수라 하더라도, 한 가지를 놓치는 바람에

모든 것을 망치는 경우가 있었다

 

전쟁터, 전쟁터라는 것은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저 악랄한 스승을 앞에두고

무작정 돌파라는 무모한 계책이 성공하는 일이란 것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잇는 일이란 것이다

 

나는 침을 삼키며, 순간 기대라는 마음이 가슴을 뒤덮을 것 같았다

이대로 그냥 앞으로 나가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가슴을 메었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나는 순간 눈을 부릅뜨고

눈 앞이 아닌 전장 전체를 말 위에서 바라보았다

 

흐린 시야에서는 제대로 된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 멀어진 전장의 좌우 날개에선, 카리아와 엘디스가 분전하고 있겠지

깃발의 흔들거림을 잠깐 보아하니, 아직도 분전중인것 같았다

역시 밀어 넣고 있는 것은 중앙부뿐

대성교는 마치 문장교 병사를 껴안 듯이

중앙을 두둑히 하고 있는 모습이 되었다

 

숨이 가빠가져 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폐에 가득 찬 열이 그대로 뿜어져 가는 것 같았다

 

다음으로 눈을 적진 위의 지휘관이 타는 말로 시선을 돌렸다

숨을 멈추고 10초 정도, 눈조차 깜빡이지 안았을지 모른다

한 사람만이 아닌, 지휘관 몇명의 마각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을 쫓으며, 스윽, 하고 겨우 숨을 삼키니...

 

이..이건, 물러서는게 아닌, 함정이야

 

그렇게 직감한 순간, 폐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냉기로

가득차게 되는 것을 느꼈다

대개 진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법이였다

그런 것은 예전의 여행으로부터 잘 이해하고 있었고

몇 번이나 뼈저리게 깨달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토록 통렬했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진실이라는 것을 너무나 오래간만에 깨달아서 인것인가

나는 가슴을 추로 얻어맞은 듯한 감촉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 비추어버린 것을 부정할 순 없었다

 

대성교군 전체의 진형은 아직도 어색했다

군이란 하나의 생물과도 같아서, 일부가 무너지면

그것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였다

 

게다가 말이다. 그런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 악랄한 스승이자, 노련한 장군이 아무런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려 여기에 리처드 할아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극이 악의 그 자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게다가 지휘관이 고삐를 당기는 말의 다리를 살펴보면

일목요연 했다

 

인간의 다리 같은 것은 얼마든지 연기할 수 있고

게다가 개인차가 너무 커서 그 의도를 읽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말은, 인간 따위보다 훨씬 솔직한 생물이였기에

타는 사람이 동요를 일으키거나, 훈련되지 않은 신병이였다면

그것만으로도 다리를 버둥거리는 생물이였다

 

그러나 저것을 봐라

전선 지휘관들은 지금 퇴각을 펼차는 상황인데도

어느 말 조차 이상하게도 휘청거리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에르트의 전장 마법이 펼쳐졌는 데도

누구하나 동요하지 않은 채, 날카롭게 고삐를 쥐고 있었다

 

최전방의 중심에 있으면서, 무심코 배후로 시선을 돌렸다

철군을 해야하나, 아니면 계속 공세를 해야하는지

머리속으로 생각을 돌렸지만, 그 생각은 일순간에 부정되었다

 

안 돼, 병사들은 망설이지 않고 한결같이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적이고 아군이고 고함을 지르고 잇기 때문에

설령 내가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닿을 수 있는 범위는 고작 주위 수십명 정도 일꺼야

 

나의 목덜미는 누군가에게 잘려나간 것처럼

수분 같은 것이 사라진, 바싹 마른 느낌이 들었다

여러번 생각을 돌려도 어쩔 수 없는 결말이

눈 앞에 다가왔음을 깨닫고 있었다

 

나는 초록색 군복에 주름을 잡고, 보검을 꽉 움켜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폐에서 한숨이 흘러나오는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시야를 등 뒤에서, 전방으로 향했다

아직 멀긴 하지만, 적의 본진이 시야에 들어왔다

말을 전속력으로 달리게 하면, 그야말로 단박에 베일 정도

 

자, 어떻게 할까, 나는 내 가슴에 물었다

상황은 조심스러워도 최악이였다

패배와 죽음이 눈앞에 펼쳐졌고, 발길을 돌리게 할 수 조차 없었다

사나워진 맹수를 앞에 두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강요당하는

검투사의 현실...

 

좀 더 적 본진 가까이까지 올라타 파고들면

아마도 양쪽 겨드랑이에서 복병의 창이 옆구리를 뚫어줄 것이다

뭐, 전쟁터에서 죽는 것이 

골목길에서 굶주린 나머지 비참하게 죽는 것보단 나으려나

 

같은 죽음을 맞아들이더라도, 그런 식이라는게 있다

이왕이면 난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후의 죽음을 맞아들이고 싶다... 이런거

 

적병의 역습이라고 할 수 없는 가벼운 반항을 받았다

순간 전장이 정체되었고, 그 틈에 나는 담배를 한번더 물었다

 

나는 잠시 동안 담배의 냄새를 맡으며

냄새가 코를 지나가는 감촉을 즐겼다

 

그래, 뭐 어짜피 죽는거라면, 끝까지 싸워보자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호전시키기 위한 수단은 더 이상 없어보였고

부지런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불썽사납게

밀어 붙이는 정도 일 것이다

 

그런데도, 가슴속에는 아무리 체념이나 자포자기 하는 것들이

전혀 쏟아져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체념따위가 마음을 지나칠 때마다

그 꺼림찍한 음색이 귀에 울러 펴졌을 탓인가

 

"이제 됐어요, 포기해요, 아니, 오히려 당신은 잘 해 냈어요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되요, 상처 받을 필요 없어요"

 

베르페인에서, 알류에노를 사칭한 누군가의 목소리...

불쾌함과 고통이라는 것이 모두 뒤섞인 듯한 목소리였다

그것이 마치 저주라도 되는 것처럼, 나의 귀를 지나다녔다

 

비위에 거슬리거나 불쾌하기 짝이 없군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야

 

아아, 설사 누명을 쓰고 망신을 당할 만한

패배를 당할 지언정

창자를 찢기는 듯한 무참한 최후를 당한다해도

두번 다시 그 체념의 나날에 빠져있던 그 날로 돌아갈 성 싶으냐

 

비참한 패배도, 무참한 나의 죽음조차도

내가 포기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피에르트, 딱 한번.. 괜찮겠어?

너의 마법이 필요해"

 

전쟁터를 휘저어버리는 거야

상대의 기대를 배반하고, 깨뜨려주는 것만으로

전장을 자신에 수중에 넣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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