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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68화 - 한 순간의 끝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68화 - 한 순간의 끝 -

개성공단 2020. 5. 4. 23:08

그 몸에 새겨진 농후한 보라빛의 일선이

혁혁한 궤도를 수반해서, 빛나고 있었다

보검은 로조의 혼의 불꽃 곁에 잇어, 또한 그 몸을 빛내고

불꽃조차도 삼키려고 할 정도의 존재감을 가지면서도

단지 자신의 주인만을 따르고 있었다

 

또 이런 종류인가, 하고 보검은 생각했다

 

마인, 마종이라고 불리는 무리들

 

마수가 단지 짐승이나 사람의 마을을 침범했을 뿐인 존재라면

이 마인은 틀림없이 커다란 대마의 덕을 본 자'

 

과연 그렇다면 당연히 사람을 상대로는 능숙할 것이다

권속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놈들은 마성 자체에 심장을 잡힌 존재다

그 몸은 이제 인간을 초월한 곳에 있었다

 

그렇다면 인간이 술책이나 무기를 아무리 열심히 휘두른 들

그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결국 그들을 죽이는 데는 언제나 기적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기적을 일으켜서, 영광을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운명을 택한 영웅이거나, 신의 총애를 받은 용사 뿐이다

 

그렇다면 보검은 보라빛의 선을 허공에 그린 채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리 주인은 마땅히, 이를 베어버릴 수 있다

잠든 짐승을 죽이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영웅이기 때문에 자신을 가지며

영웅이기 때문에 이를 죽일 수 있다

이보다 더 명확하고 알기 쉬운 것은 없을 것이다

 

영웅을 죽이는 자, 라는 이름을 가진 보검은, 지금 너무나도 기쁜 상태였다

그것은 자신의 몸과 주인이 하나가 되어, 

비로소 그가 영웅으로 불리는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눈을 가늘게 뜨고, 걸어가는 그 모습은

위태롭기 짝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보통사람이라면 진즉 도망가버렸겠지만

지금 주인이 여기에 있다는 것은, 

영웅다운 육체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뭐, 주인의 몸에 묘한 마력이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은

조금 화가나지만, 그래도 말하자면, 너무나 자랑스럽다

 

이제 두 번 다시, 주인에게 그 누구도 평범한 자라고 말하는

그런 어리석은 일을 막기 위해, 기적이라도 일으키지 아닐 수 없었다

 

보검이 흔들리며, 그 날이 원을 그리며, 하늘을 참획해갔다

 

게다가, 말이다

어짜피, 눈앞의 이것은 아르티우스가 뿌린 씨다

허나 그렇다면, 내가 죽일 수 없는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나의 몸은, 

일찍이 대마, 아르티우스가 그 마력을 짜서 만들어낸 신비와 기적 그 자체

이를테면 그의 영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작 마의 잔재를 받은 것에게 패배할 수는 없다

 

"자, 주인이여, 기뻐하라, 기적이 여기 있다"

 

혼의 불꽃이 어둠 속에서 폭발했다

 

 

 

 

*

 

 

 

 

'우우웅'

 

시작은 겅기를 베는 듯한 육중한 소리

로조의 등 뒤에서 허를 찌르듯 내던진 하나의 도끼였다

 

확실히 보이진 않았지만, 그것은 베스타리누가 행한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로조는 오른팔의 불꽃 뱀을 휘둘러서

마치 먹잇감을 탐내는 것처럼, 사납게 사냥감을 노리고 잇었다

 

그의 오른팔의 불꽃에 흽싸이면

분명 한 숨도 쉬지 못하고, 몽땅 타 죽어갈것이 분명했기에

 

이 녀석을 죽이기 위해선

숨쉴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의 유예조차 주지 않고

복부를 베거나, 심장을 터뜨려서 죽이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한 발 앞서서, 그의 오른팔을 베는 동시에

베스타리누 또한 도끼로 로조의 뒷머리를 가격했다

 

아무리 마인이라도 무기에 의해 살을 도려낸다면

한순간 의식을 내던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스타리누는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머리 뒷부분을 노렸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타오르는 불꽃 그 자체가 된 로조라고 해도

과연 머리 부분을 갈라내면, 다소 효과를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어둠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로조의 움직임을 상정했다

예상하여, 살펴보고, 그렇게 그린 선으로 보검을 휘둘렀다

 

그 궤도가 맞을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다음 순간에 나와 로조 둘 중 하나의 몸이

사방으로 흩어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솔직히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행할 수 밖에 없었다

죽기 싫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몸을 웅크려 있기만 하는 것은

결국엔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은가

 

어짜피 죽을거면, 난 내 자신이 그린 대본안에서 죽고 싶다

남의 무대에서 죽는것은 딱 질색이니까

 

짙은 보라색이 불똥을 튀겼다

보검은 내가 마음속으로 그렸던 궤도를, 간단하게 따라갓다

마치 보검 자체가 발랄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매끈한 선이 그려졌다

그것은 로조의 왼쪽 어깨를 찢고, 심장을 도려내기 위한 돌격

 

'차아앜'

 

무거운 소리가 났다

그것은 도끼의 칼날이 로조의 머리뚜껑을 스치는 소리였다

살이라고는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부수는 소리였다

 

로조에 도끼가 닿은 순간, 열은 재빠르게 도끼를 집어삼켰다

그럼에도 치명적인 공격을 받은 충격은 헤쳐나가기 쉽지 않았다

 

기우뚱하며, 로조의 무릎이 흔들렸다

한순간도 안되는 일이였지만

로조의 불길이 확실하게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형형한 빛을 발하던 눈이 하양과 흑으로 덮어지고 잇었다

 

본래라면, 마인의 능력에 가로막혀, 

평범한 공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일격이였다

로조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같은 동요를 눈동자에 담고 있었다

 

'구아아아아아앜'

 

로조는 비명을 질러대고, 쓰러지면서도

필사적으로 불기둥이 된 오른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전투에 있어서 아마추어일 로조가

단지 상대를 죽이기 위해, 원수를 불태우기 위해 쳐박은

마지막 혼신의 일격이였다

 

그는 스스로에게 가해진 일격이고 뭐고

오직 상대의 머리를 노리기 위해, 상하좌우로 오른팔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아 역시, 이 자식도 나와 같은 동류구나, 하고 생각해버렷다

 

로조의 마지막 혼신의 일격은 부질없게 끝나버렸고

그의 주위를 둘러싸던 화염은 그저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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