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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69화 - 원전(原典)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69화 - 원전(原典) -

개성공단 2020. 5. 5. 16:28

보라빛이 불꽃을 뚫고, 망자의 몸을 찢어, 벽돌 위로 내팽겨쳤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황혼한 달빛만이 그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보검 끝에 붙어 있던 불꽃 잔재가 얼어 붙듯 사라져 갔다

 

나도 모르게 눈꺼풀을 깜박였다

 

손안에, 무엇인가를 베어버린 감촉이 있었다

그것은 예상한 대로 망자를 죽인 감각이였다

보검에 새겨진 '영웅을 죽이는 자'의 글자가 아련하게 떠올랐다

어떻게든 죽이긴 한거 같군

 

뿌리친 보검의 칼날을 돌려서, 땅에 쓰러져 있는 로조를 바라보았다

 

왼쪽 옆구리에서 오른쪽 배로 베어진 상처

몸통은 거의 둘로 나뉘어 있어서, 아까와 같이 불꽃으로 맞물리는 듯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 꼴은 인간은 물론, 설사 마인이라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것은 망자다

그 파괴의 화신이 구석구석까지 살려놔서 그런지, 아직도 죽지 않은 것이다

사실 약해졌다고는 해도, 로조의 신체 마디마디는, 불꽃이 조금 살아 있었다

그렇다면 좀 더 명확한 최후가 필요 하겠군

나를 위해서도, 녀석을 위해서도 말야

 

보검을 들어 올렸다

 

"어때, 기분은?"

 

나는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로조는 붉은 벽돌에 엎드린 채, 으르렁거리는 오열을 흘리며 말했다

몸의 마디마디로부터 몰려오는 불꽃이,

그 의지의 존명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의외로, 유감스럽지도, 기쁘지도 않구나

분명, 너와 같은 마음일거야

너도 죽을 때는 이런 기분이 들겠지..."

 

로조는 희미해 보이는 입술을 조롱하듯 일그러뜨리면서 말했다

몸을 비비 꼬는 듯한 목소리는 그야말로 죽은 자와 같았다

하지만 그 눈 만은 끝까지 탐욕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가슴속에는 아직도 타오르는 불꽃이 있음을 알 수 잇었다

 

아마도 그것이 로조의 원전일 것이다

 

원전, 마인이 가진 자신의 존재 증명으로서

마법이라고도 저주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였다

 

옛날, 홀연히 인간 세상에 나타난 마인이란 존재를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싫어했다

 

여하튼 마인은 쉽게 사람을 유린하고

마치 악마처럼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그런 존재가 우리와 같은 생물일리 없다고 판별한 사람들은

그것은 신의 총애를 받지 못한, 땅 믿바닥에서 나온 악마 그 자체라 불렀다

 

그리고 그런 패거리가 휘두르는 힘이라는 것은

신화의 시대부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자신의 근원인 힘

신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없다'

 

그러니까 그런 마인들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었기에

원전이라 부르는 힘을 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다시 보검을 치켜 올렸다

이제 단지 내리치는 것만으로, 로조의 머리 뚜껑을 비틀어서

부수어 줄 것이다.

로조의 눈은 똑바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 시선은 마치 이쪽에서 빈틈을 보이면, 다시 반격하겠다는 것 같았다

 

왼팔에 힘을 주고, 하늘을 바라보며 , 보검을 내리찍었다

그러나 그 순간, 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만, 검에서 손을 떼세요"

 

나는 무심결에 보검의 휘두름을 멈추었다

들리는 목소리는 마치 아픔을 참으며

억지로 짜낸 듯한 그런 빛을 가지고 있었다

 

 

 

 

*

 

 

 

 

필로스 트레이트는 아직 온전하지 못한 몸을 일으켜서

붉은 벽돌에 손을 짚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금니는 소리가 날 정도로 벌벌 떨고 있었고

피부는 경련된 채 땀을 흘리고 잇었다

분명히, 신체의 마디마디가 한계를 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붉은 벽돌에 몸을 기대, 온몸을 관통하는 불쾌감을 견뎠다

시선 끝에는 반신이 찢겨 쓰러지는 로조와

검을 내려치는 루기스의 모습을 볼 수 잇었다

필로스 트레이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부림치듯이 말했다

 

"뭘 하고 있습니까? 검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잖아요"

 

그녀의 이마를 땀이 핱아갔다

거의 지붕 위에 주저 앉은 듯한 모습이면서도

그 말에서는 통치자로서의 자부심을 지우려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백안에는 끝까지 신념의 빛이 켜져 있었다

 

그에 호응해 목소리를 낸 것은 악한 자였다

그의 험악한 눈빛이 로조를 관통하고 있었다

 

"그건 무리야. 이 녀석은 이제 편해질 권리가 있어

살아야 할 의무를 이제 놓게 된 셈이야"

 

반쯤 내던지는 듯한 시선을 목소리를 던지면서도

그의 시선은 일절 로조를 떠나지 않았다

 

한순간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 버리면

즉석에서 눈 앞의 마를 베어버리자,

마치 루기스는 그런 생각을 담은 듯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몸에서 뿜어대는 영악함은 필로스 트레이트가 문장교의 천막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 야생의 늑대가 더 상냥할 것이다

 

필로스 트레이트는 웅크린 몸을 조금 일으켜서

붉은 벽돌 위에 다리를 올려 놓았다

등뼈에서 불쾌한 소리가 울렸다

 

평소엔 무난하게 자신을 떠받쳐줄 두 다리도

요즘만큼은 미덥지 않다

그러나 통치자라는 것은 그럴 때일수록

스스로 다리를 세워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믿었다

 

필로스 트레이트는 입술을 납작하게 만들며 말했다

 

"이미 승부는 끝났어요, 더 이상 칼을 휘두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녀는 목구멍 속에서 짜내는 듯한 목소리를 울리면서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로조는 자신이 지켜야 할 시민들 중 한 명이며

그가 죄를 지었다면, 그를 심판할 권리는 필로스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죽이는 짓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녀는 하나하나 곱씹듯이 말을 내뱉었다

그것은 결코 말장난이나 허튼 소리 같은 것이 아니라

틀림없이 필로스 트레이트의 본심이자, 긍지 그 자체였다

 

그에게 로조는 영락없는 반역자이자, 자신을 통치자 지위에서 끌어내린 

적이며, 그의 존재 때문에 그녀는 지옥의 끝을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바람에, 신체 마디마디가 훼손됬으며

통치자로서의 자긍심을 땅에 떨쳐버린 굴욕은

아무리 씻어도 씻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것을 원한이라 한다면,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이것으로 그를 죽인 들, 누가 반대하겠는가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의 올바른 반응일 것이다

 

그러니까, 로조가 올바른 사람이라고 부르던

필로스 트레이트도 어쩌면 어딘가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

 

"칼을 내려놓으시오, 동맹자 루기스

그의 죄는 통치자인 나에게 귀결됩니다

그를 죽이고 싶거든, 나를 먼저 죽이시오"

 

필로스 트레이트는 달빛 속에서 홀로 목소리를 냈다

그 눈 속에는 그녀가 믿는 옳음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결코 놓으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스스로의 생명이 그 손가락에서 흘러내리는 그 날까지 말이다

 

"로조는 분명 죄를 지었고, 반역자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하지만 그는 시민이고 나는 통치자다

통치자가 보람 없었기에 시민이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시민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로조가 무엇을 범했다고 해도, 

원인은 결국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고 필로스 트레이트는 말했다

 

필로스 트레이트의 말 이후, 한 순간의 공백이 있었다

루기스도, 그리고 로조도, 호흡을 멈춘 것 같은 그런 거동...

그리고 다음으로 말을 꺼낸 것은 로조

살짝 마른 듯한 목소리였다

 

"하하하, 들었나? 나의 원수여

정말 멋진 여자이지 않나

내가 유일하게 애태웠던 여자 일만 해!"

 

뭔가를 머금은 것 같은게 아닌

그저 솔직하게 는 거 같은 그런 소리였다

 

필로스 트레이트는 그 말에 응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자

루기스는 로조에 응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뺨에 작은 미소를 태우며, 입을 열었다

 

"그래, 나도 하마터면 반할 뻔 했지 뭐야

그런데 어쩌나, 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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