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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70화 - 하늘로 돌아가는 재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70화 - 하늘로 돌아가는 재 -

개성공단 2020. 5. 5. 17:20

저것은 분명 어리석은 여자다

 

로조는 자신의 손 끝에 미미한 온기를 느끼며

무거운 몸을 내던지듯이 하면서 생각했다

자신의 몸에 드리워졌던 열이 조금씩 모습을 잃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우직해서,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것을 짊어지고

그 작은 몸으로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잡으려고 발버둥치고 잇다

 

통치자라는 역할과 올바르지 않다는 강고한 자율심은

어디까지나 그녀를 떼어 놓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때론 거기에 철저하지 못하고 

동정이나 비애 같은 사소한 감정에 얽매이는 그 모순된 꼴은

어리석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어딘가 뒤틀린 성질

필로스 트레이트라는 여자는 

언제까지나 그런 자기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 필로스 트레이트이기에 로조는 애를 태우고 있었다

옳다고 해서, 그러므로 어딘가 뒤틀린 여자

어쩌면 옳음이란 것은 언제나 비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할 것이냐 로조, 너에게 선택지를 주겠다

너를 당장 편하게 해줄까, 아니면 필로스 트레이트에게 심판을 받게 해줄까"

 

머리 위에서 원수가 중얼거리듯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상대를 모욕하는 것은 아닐테고

단지 던진 것 뿐인, 아무리 생각해도 마인을 상대로 거는 정은 아닐 것이다

 

역시 이 루기스라고 하는 남자도, 어딘지 성실하지 않은건가

성실하지 못해서 여기서 마인이 된 나와

칼날을 주고 받어, 승리할 수 있던 건가

 

그래, 그는 승자야

로조의 뺨이 흔들렸다

 

"그냥 나 혼자 사라지게 해 주게"

 

불꽃이 스스로의 몸을 태우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잇었다

이제 불꽃과 일종의 동화되기까지 했던 몸이 모두 타버리고

그리고 재로 되돌아가는 이 기묘한 감각...

손 가락 끝에서, 조금씩 존재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의 존재는 곧 사라질 것이다

 

당연한 얘기겠지

여하튼, 나의 원전은 무너져버렸으니

자신의 존재와 증명을 잃은 마인은, 그대로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다

증오에 젖은 불꽃은 결국 시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야

 

로조는 필로스 트레이트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사지를 아기처럼 떨며, 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엇다

무언가를 큰 소리로 외치는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귀는 그 소리를 잘 들리게 해주지 않았다

적어도 마지막 정도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결국 나는 어리석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다

왜 그럴까, 몇 번이나 적대하고

말을 주고 받으면서, 때로는 욕까지 했을텐데

 

로조는 뺨을 무너뜨렸다

분명 그때부터 일 거야

아직 최저의 신분에 있던 그떼

순회중의 그녀에게 반해, 말을 걸어온 그때부터...

 

"가까운 마수의 근거지를 모험자와 호위병을 시켜 건들고 있다

이 근처의 마수들은 꽤 사납다

곧 필로스와 너희의 군에게 달려들 것이다. "

 

내 말에, 루기스의 눈이 살짝 가늘어진 것이 보였다

그 눈이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좋은 감정은 아닐 것이다

 

멍청한 놈, 나는 너의 적이야

그것만은 확실할테지

이런 꼴을 보였으니, 적어도 처음부터 그 최후까지

자네의 적이 되게 해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는 죽을 수 있을거야

 

무릎 밑이 잿더미가 되고 사지는 무너져 내렸다

이제 곧 목소리도 안나오겠지... 이상하게도 달빛이 눈부시내

 

...!

 

그 마지막 순간, 필로스 트레이트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마치 우는 듯한 슬픈 목소리였다

 

젠장... 이제 눈도 안보이는 건가

 

"루기스, 마지막에 염치없긴 하지만, 소원이 있다

필로스 트레이트, 그녀에게 감사를... 그리고"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그가 수긍할 것 같은 기색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은 없으며. 자신의 생애는 완수했다

후회는 아무것도 없었고, 정말 있다면 푸념 정도였다

그래, 내 작은 몸에는 너무 클 정도의 푸념...

 

아아, 바라건대

 

"바라건대, 루기스

자네와는 아직도 정의를 믿던 그때에 만나고 싶어

아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야, 안 그런가 영웅?"

 

그것만을 남기고 로조의 몸도, 영혼도, 잿더미로 변해갔다

어느새 그 재는 바람에 흔들려서 하늘로 흩어져 갔다

 

 

 

 

*

 

 

 

 

갈라이스트 왕국 폴 가의 저택

현 당주 로이메츠 폴은 그 거구를 약간 기울여서

보고서의 글자를 하나하나 쫒고 있었다

잠시후, 눈을 찡그리며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혼잣말을 하며

 

"물러섰다고? 그 악랄한 자가?"

 

졌다는 말은 굳이 쓰지 않았다

악랄한 용자 리처드 퍼밀리스에게 

진정한 패배란 그 자가 죽었을 때뿐일 테니까

 

그래도 그가 문장교에 몇 걸음 물러선 것은 확실하다

 

로이메츠는 자신의 몸과 비교하면 매우 작아져버리는 의자에 기대어

눈을 흔들었다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감정을 어떻게든 정리하려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 소식은 로이 메츠에게 큰 충격이였다

리처드가 후퇴하다니 생각치도 못했었다

그것은 낙관이라기보다는

로이 메츠안에 깃든 리처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였다

 

아직 젊은 시절, 로이 메츠도 차기 폴가 당주로 전장에 나갔던 기억이 있었다

...라고 해도, 물론 전선에 나오는 것은 일절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수 많은 목숨들이 쉽게 없어지는 것는 현장을 확실히 봤었다

 

그래, 그 전쟁터에 있었던 것이다

두 이름을 가슴에 장식하고, 햇빛 아래를 걷던 용사 리처드도

그 날에 만나서, 가슴에 품었던 감정은

지금 이 날에도 분명히 기억하고 잇다

 

용사란 그런 자를 두고 하는 말일까

 

대검을 휘두르면 적을 찢어내고, 목소리를 높이면, 전군이 호응한다

물러서는 것은 물론이고, 멈추는 것을 모르는 그 존재

가히 뇌광이라 불릴만한 모습이였다

그렇기에 그가 패배하는 모습은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났으니, 리처드도 늙었다

나와 같이, 이미 최상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분명 강자다

뒷짐을 지는 모습은 생각할 수 없었다

 

따라서 후퇴를 강요당했다면

리처드가 약한 것이 아닌, 문장교도 같은 강자 일 것이다

 

로이메츠가 굵은 손가락으로 코끝을 쓰다듬었다

그것은 그가 생각을 할 때의 버릇이였다

자, 어떻게 할까

 

대성당의 이름을 딴 군이 패배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어쨌든 최근의 교회 패거리들은 매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금만 얌전해질 수 있다면, 한 두번의 후퇴는 매우 고마울 것이다

어짜피 종교는 통치의 도구, 

도구가 지나치게 자기주장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순순히 교의만 외우고 있으면 될 것을...

 

하지만, 도구가 도구로서의 역할을 완수하지 못하는 것도

그것도 쾌 큰 문제다

어쨌든 성당의 가르침은, 무엇보다 통치자가 사용하기 편리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성녀는 아직 순례 중이였던가

 

커다란 손이 독수리 날개로 만든 펜을 집어들었다

역사가 또 하나, 그 몸에 새로운 상처를 만들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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