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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87화 - 소원을 바라는 눈매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1장 순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87화 - 소원을 바라는 눈매 -

개성공단 2020. 5. 9. 06:30

대신전 자체를 먹어 치울 것 같은 불길한 검은 안개

계승 단장인 가르간티아의 실종

 

그 두 가지 이상이 맞물려도

성당 기사단은 와해라는 생각을 절대 담지 않았다

정체 모를 그러한 광경에 후퇴를 강요당하더라도

등을 돌리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그들이였다

 

누군가는 곁의 전우가 쓰러져 가는 것을 보며

마법이 쳐진 창을 휘둘렀다

그것은 신의 적을 토벌하기 휘한, 신으로부터 받은 마술

신의 적을 모조리 짓밟기 위한 무기

 

그것을 맞은 자는, 선의도 악의도 그런 건 아무 상관없이

그저 신의 적으로 간주되는 그런 무기였고

그만한 권능이 성당 기사에게 부여되어 있었다

 

성당기사는 신의 적을 잡아먹는다

 

그것은 때로는 그들이 폭력적일 정도의 권능을 가지는 점이 되기도 했지만

그러나 지금 이 때야말로, 권능의 올바른 취급 방식일 것이다

 

적어도 이 농밀한 검은 안개는 성경에 새겨진 존재는 아닐 것이다

마신 인간을 그대로 혼절시키는 것은, 신이 허락한 무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요컨대 이것은 신의 적, 그리고 우리의 적이다

 

마법이 새겨진 이 창은 그 앞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이든, 신의 적을 꿰뚫는다

그것이야말로 신의 가호

 

그래서 인지 몰라도, 본래 마법이든 뭐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검은 안개가

성당 기사가 휘두르는 창에 닿은 순간, 확실히 모습을 흐트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모습을 원래대로 되돌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효과 자체는 있는 듯 했다

 

동행자인 헤르트 스탠리는 그것을 시야의 구석에 파악하면서

시퍼런 칼날의 대검을 기울였다

예전에 이용하던 것보다 약간의 무게가 더 실린

그것을 두 손으로 추켜올림과 동시에, 황금의 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마치 저주의 탁류인 것이야, 이건

삼키면 안돼

 

자신의 칼이든, 성당기사의 창이든

일단 휘두르기만 하면, 잠시 이 자리를 버틸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뿐

 

검은 안개는 모습을 약간 흔들 뿐이지

별반 무슨 영향을 받지 못한 것인지

얼마 안 있어, 그 몸을 다시 채워나갔다

 

이대로 있다간, 검은 안개에 지쳐, 모두 혼절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검은 안개를 외면하지 않고, 

기사답게 정정당당하게 검과 창을 휘두르겠단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다른 것이여야 한다

 

황금의 오른쪽 눈이 흔들렸다

시퍼런 칼날이 빠른 속도로 공간을 끊어서 조금 검은 안개를 밀어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기적은 보여주지 않았다

 

헤르트는 뒤로 물러서면서

 

"성녀님, 물러가십시오

이제 이 자리는 버틸 수 없을 것입니다

퇴로를 확보하겠으니, 성녀님만이라도 도망가주세요"

 

뒤에서 성녀가 눈꺼풀을 깜박인 기색이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귀만 쫑긋 세웠다

그리고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한 채

 

노래를 부르는 듯한 매끈한 음색으로, 헤르트의 귀를 쓰다듬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알류에노의 목소리에는

비관한 듯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네, 저는 괜찮습니다

물러서든, 나아가든 그것이 신의 뜻일 테니까요"

 

그러는 말 속에서, 성녀의 황금 눈동자가

무기를 휘두르는 성당 기사를 가르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그렇게 묻고 있을 것이다

 

헤르트의 입술이 순간 말을 골랐다

 

성당 기사란 어디까지나 용감하고,

그리고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무에 충실한 사람이다

성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목숨을 내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도움 없이는 성녀의 퇴로의 확보를 바랄 순 없다

 

헤르트는 시야을 움직였다

뒤쪽에도 검은 안개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부장님, 가르라스 기사단장이 실종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검은 안개가 옅은 곳을 개척해서,

성녀님의 퇴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우리 모두가 밑거름이 되는 일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헤르트는 이렇게 말하더라도,

자신의 주장이 받아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원래 성당기사가 아니고, 

가르라스 가르간티아의 동행자라는 입장이였다

요컨대 아무런 권한이나 직함을 갖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

설마 성당 기사라는 사람이, 그렇게 쉽게 외부인의 말을 들어줄리도 없다

 

헤르트는 그런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생각하면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에 있을 때부터

직함에 따라서, 말의 강약이 판단되는 모습이라고 하는 것을

몇번이나 봐왔던 그였으니까

 

물론 당시에는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 옳고

그렇지 않는 것은, 바보 같은 판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부장이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말을 꺼내는 모습을 보고

헤르트는 다시 한번 입술을 열었다

 

"가르라스 단장님도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성녀님의 몸을 안전하게 하는 일을 먼저 생각하라고"

 

그 말에 일순간 부장은 손가락을 튕기더니

한숨을 내쉬면서도, 장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헤르트 스탠리 군

성당 기사 2명을 동행시킬테니

성녀님을 모시고 가도록 해라

너에게 퇴로 확보라는 임무를 주겠다"

 

부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동시에 눈을 가늘게 뜨고, 방패에 비치된 칼을 뽑아 들었다

 

앞으로 나와 더 이상 말없이 등을 돌리는 그 모습을 보면

그는 여기에 머무를 작정인 것 같았다

어떻게 될 운명인지 알면서도 말이다

 

헤르트의 입가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하얗게 모습을 바꾸면서, 곧바로 어딘가로 사라져 갔다

부장의 그 모습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쪽의 의도는 간파되버린 건가

 

가르라스 가르간티아에게 지시를 받았다는 것은, 당연히 허언이다

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등의

소극적인 상정을 하는 인간은 아니였다

 

부장도 그런 것을 알고, 자신의 말을 들어준 거겠지

 

헤르트는 순간 눈꺼풀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는

 

동행을 고해받은 성당기사, 그리고 성녀에게도 보이도록

시퍼런 칼날으로 검은 안개의 일부를 가리켰다

그 부분은 모종의 느슨한 것이 있는 것을

자신의 오른쪽 눈으로 잘 파악하고 있었다

 

물론 하등의 덫일 수도 있고

정말 우발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진위를 따질 겨를은 없다

그렇기에, 일단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헤르트는 시퍼런 칼날을 들고, 성녀 앞에 앞장섰다

그러면서도 그는 뺨을 일그러뜨렸다

 

그렇다치더라도 허언을 하면서까지 일을 행하려 하다니

예전의 내가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아마 그건 옳은 일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고 하겠지

 

 

 

 

 

 

 

*

 

 

 

 

 

 

 

검은 안개의 끝

 

대신전의 이름에 걸맞게 장엄한 장식으로 꾸며진 마루

아마도 과거 의식 등에 사용되었을 것이다

흰색의 재단이나 촛대 같은 것을 볼 수 있었고

돌을 깎아만든 조각상이 여기저기에 섬뜩함을 동반하고 있었다

 

신전을 구정하고 있는 백석이 은은히 불을 가지고 있어서

그 덕에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밝다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기에

어둑어둑함이 어디까지나 계속되고 있었다

 

신기하군,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묘한 공간이야

 

은은한 불빛이 떠오르는 환상적인 거실의 모습은

정말 이곳이 현실인지, 혹시 꿈에서 보고 있는 광경이 아닌지

머릿속을 의심케 했다

 

헤르트 스탠리는 귀를 곤두세우고

마루의 앞을 응시했다

 

뒤에는 성녀 알류에노, 그리고 그 뒤에 성당 기사가

위기감을 베기며, 한발 한반 나아가고 있다

 

무리는 아니다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여하튼 성당 기사를 옥죄고, 단숨에 반파시기던 

그 검은 안개가 이 곳에 이르자

놀랄 만큼 쉽게 길을 내주었다

 

그것을 신의 가호라고 해버리면, 마음이 편하지만

아무리 성당 기사들이라고 해도, 

거기까지 신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것은 아니였다

 

우리는, 여기에 유혹된 것이 아닌가

그런 가정을 해야 했다

 

그래서 성당기사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그 감각은 어디까지나 갈고 닦였다

그들의 눈동자는 좌우를 번갈아 바라보며, 의심 그 자체로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헤르트 스탠리만은 달랐다

그 눈부시기만 한 황금 눈동자는

마루 끝 재단 위에 앉은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조용히 앉아있는 나머지

주위의 어둠 속에 스며들어, 정체를 도저히 파악할 수 없었다

언뜻 보기에는 장식된 상처럼 보일 정도

 

헤르트는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피부가 자극받는 것을 느꼈다

대검을 움켜쥔 두 주먹이 강한 소리를 냈다

눈 앞에 있는 그것이 단순한 의식상이 아니라는 것이

헤르트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었다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배후의 존재 따위는 신경 안 쓴다는 듯 말이다

황금빛 눈동자는 그저 눈앞의 그것을 바라볼 뿐

 

갑자기 빛을 잃은 왼쪽 눈이 흐느끼듯 오열을 쏟았다

 

뜨겁다, 그날 밤부터, 투기장의 싸움에서도,

정치의 장에 있어서도 사라지지 않았던 그것이

가슴속의 안쪽에서 고함을 지르는 것 같았다

 

"초대장 치고는, 너무 허접하게 보인건가

이왕이면 예쁜 달밤에 꾀어내는게 더 나았나?"

 

느닷없이 그림자가, 마치 자조하듯이 말을 흘렸다

그 몸짓과 말투는 그날 밤부터 변하지 않았다

 

문득 헤르트는 그날의 말을 떠올렸다

 

나와 네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어

 

그래, 지금 그와 나는 바로 원수 사이인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일까

오히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감촉이 들어

 

"아뇨, 괜히 돌아가는 것보단 빨라서 좋군요

게다가 그 쪽이 하지 않았어도, 이쪽으로 왔을 수도 있구요"

 

대신전 안쪽

그림자의 눈과 황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대로 겹쳐졌다

둘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하고, 엄청난 열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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