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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학원 외전 5화 - 유학생 공주님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학원 외전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학원 외전 5화 - 유학생 공주님 -

개성공단 2020. 11. 12. 02:16

 

 

교환학생으로서 우리 고등학교에 전학에 온 엘디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아마 전교생 중에서도 드물 것이다

본적은 없어도 들은 적은 있다는 사람은 수없이도 많겠지

 

그렇다고 해도, 카리아 처럼 가문이 아주 아주 좋다거나

반대로 피에르트처럼 매우 학력이 높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였다

 

물론 교환학생으로 선발될 만큼 우수한 점은 틀림없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엘디스 그녀의 인품이였다

 

사람됨이 좋다고나 할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엘디스의 특이한 점은 그저 인간성이 좋다는 것이 아닌

사람을 집어삼키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미려하고, 그러면서도 우아한 용모와 말투, 도저히 유학생 같지 않은 목소리

그리고 그 억양의 사용법은 정말이지 사람을 압도하는 수준이였다.

그 몸짓 하나하나는 도저히 같은 고교생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 그 자체였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솔직히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

고등학생은 어느 정도 적당히 분방하고, 활기차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엘디스는 그런 생각을 정면으로 무너뜨린 그런 형상의 여고생이였다

 

그녀는 넓은 아량으로 사람을 받아들일 줄 아는 인간이였다

한 두번 엘디스와 언성을 높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은 그 사람조차도 엘디스의 추종자가 될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녀의 반 뿐이였지만, 어느덧 점점 커지기 시작하니

학년이 다른 학생조차 엘디스와 어울려 다니기 시작했다.

 

이러니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어디선가 엘디스의 소문을 듣게 되는 정도였다.

어딘가의 동아리 활동에 체험 입부를 했다든가

팬클럽이 생겼다든가, 말을 걸어주었다든가 하는 것 등이 있었다

 

솔직히, 나는 그런 소문을 들을 때마다 무언가 가슴이 쿡쿡 아팠다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통증은 아닌, 무언가 감정적인....

 

"대체 왜 그런 고통을 느끼는 걸까? 

혹시 전학 왔을 때, 네가 내게 말한 것이 관련이 되어 있는 걸까?"

 

"응? ...글쎄,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더라

그저 교내를 안내했던 일 밖에 기억이 안나는데 말야"

 

"그래? 흥, 까먹은 거구나, 나 상처받았어"

 

나는 알류에노가 만든 도시락을 먹으며, 엘디스와 대화하고 있었다

 

엘디스는 평소에는 여자 그룹이나 다른 반에서 점심을 먹었고

나 또한 헤르트나, 알류에노, 카리아, 피에르트와 식사를 하는데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서로의 시간이 맞으면

둘이서 식사를 할 때가 있었다

 

"루기스, 나 상처받았다니까?"

 

엘디스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띄우며 말했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 같은 얼굴이였다

엘디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나도 대충을 알 것 같지만

나한테도 고집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이란 말야, 다소 상처를 입어야 성장할 수 있다잖아

조금은 상처 받아서 성장하게 되는 계기를 얻으라고"

 

내가 생각해도 너무 대충대충 답변한 것 같지만

의외로 엘디스의 반응은 꽤 좋은 것 같았다

잠시 휴대전화를 들고 있던 그녀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상처받고 고민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해

내 모국에서도 네 말과 비슷한 속담이 있어

이쪽에도 비슷한 것이 있겠지?"

 

어? 그런 말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나?

전화위복...은 아닌것 같고, 굳이 말하자면 와신상담인가?

근데 이건 속담이 아니라 사자성어인데

 

엘디스는 공손히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 루기스

난 너와 노는걸 좋아하고

다음엔 어떻게 즐겁게 해줄지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으니까"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엘디스는 아까부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무엇을 하고 잇는걸까

그렇다기 보다 어디에 연락하고 있는 것일까

 

너무나도,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나 말이야, 여기 온 뒤 꽤 많은 친구가 생겼어

상담하고 싶은게 있으면 뭐든 상담해주곤 했지

반대로, 이번에는 내가 상담 한 번 받으려고 하는데

루기스, 뭐라고 말할까?"

 

"자..잠깐만

기다려봐, 일단 천천히 진정 좀 해보자고"

 

그건 상담이 아닌 협박이였다

 

"루기스가 나를 상처내면서 일방적으로 괴롭혔다

자, 어떻게 될까? 모두 친절한 마음으로 상담에 응해주겠지?"

 

"그..글쎄, 적어도 경찰에 상담하는 사람이 나올거야

그래, 내가 잘못했어, 괜한 고집을 부렸어, 용서해 줘"

 

"우훗, 무척이나 죄송한 태도구나"

 

"거짓말이지?"

 

"거짓말이야"

 

거짓말, 엘디스는 이런 여자다

남이 겁주어 성심성의껏 사과하게 만들고, 그것을 즐기는 여자

 

솔직히 이 부분만 본다면

엘디스가 사람이 좋은지 물음표를 던지고 싶을 지경이다

오히려 나쁜 편이 아닐까

 

하지만 의외로 이 유학생은 다른 사람 앞에선 내숭을 떠는 편이였다

아니 이제 저것은 이미 내숭이 아니다

다른 이름을 붙어줘야지, 그렇지 못한다면 내숭이란 말에 실례일 것이다.

 

엘디스와 왜 이런 관계까지 왔냐 하나면

나와 그녀 사이에 인연이 닿았던

그녀의 전학 첫날로 이야기를 되돌려야 할 것이다.

 

엘디스가 전학왔던 당일

나는 교사의 눈길이 닿지 않는 뒷자리를 쥬스로 매수 했을 때부터였다.

 

그리고 뒷자리는 마침 짝이 하나 비어있었기에

엘디스는 나와 짝꿍이 되었다.

 

이것은 불행의 시작이였다

 

담임은 마치 의례라는 듯이, 옆자리의 나를 안내역으로 명했다

 

솔직히 그것은 담임의 일이 아닌가

과연 학생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 맞는가

...라고 생각하는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고분고분 그 일을 받아들였다

뭐, 엘디스는 꽤 놀랄만한 미인이였기도 하고

이 미인과 함께라면, 다소 시간을 쪼개도 상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속셈을 뛰어넘어, 전혀 다른 사태로 발전했다

그야말로, 나 혼자가 아닌, 카리아와 피에르트까지 끌여들인 것이였다

 

그리고 그 때, 나는 엘디스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적어도 겉모습 정도는 좋게 좋게 보이라고, 거짓말도 써가면서 말야"

 

그렇다, 말해버린 것이였다.

전학 당시의 엘디스는 너무나도 퉁명스러운 나머지

주위 사람들과 허물없이 어울릴 것 같지 않으니까

친절심이랄까... 아무튼 그 정도의 마음을 담은 충고였지만 

 

이것은 뜻밖에도, 엘디스의 마음에 스며든 것 같았다

그렇게 엘디스는 거짓말(?)을 발휘해, 주위 사람들을 삼켜갔다.

 

"그래서, 내 소원은 언제쯤 이뤄질까? 루기스"

 

"갑자기 무슨 말이야?

별똥별을 향한 소원이라면, 내게 말해줄래?

나중에 밤에 대신 하늘에 소리쳐 줄테니까 말야"

 

능청스럽게 말하자, 엘디스는 멋진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나는 네가 언제 내게 고백할건지 기대하고 있어"

 

"자...잠깐!?

무..무슨 말을 하는거야!?"

 

"나와 연인이 되고 싶다고 했었잖아?"

 

그럴리가, 아무리 그래도 나는 그렇게 대담한 말을 하진 않았다

그와 비슷한 말을 한 것 같긴 한데 말이다.

 

만약 엘디스와 사귀게 된다면...?

아마 알류에노는 더 이상 밥을 차져주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헤르트와 동네의 카레집을 순회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 놈은 왜 이렇게 카레를 좋아하는 거야?

가끔은 라면 같은 거라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엘디스에게 그녀가 착각을 했음을 설명하게 되었다

그녀는 무언가 잘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요점만 말해서, 결국 루기스의 입은 이제 필요없다는 거네?"

 

전혀 이해 못 했잖아!

 

"어째서 그런 폭력적인 결론이 난 거야!?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라고"

 

"그래, 다시 생각해보니, 너에게 목은 필요 없는거 같아"

 

"더 악화됬군"

 

젠장할, 카리아의 성격으로 갈아탄 것인가

그래도 조금은 그녀보다 이성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루기스, 잘 생각해봐

입이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루기스는 남을 속이는데만 썼지?"

 

그렇게 내가 악인이라는 걸 전제로 이야기 하는 건 그만두라고

결코 내가 선하다고 자부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인이라고 볼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세금도 아르바이트비로 잘 내고 있지 말야

 

"그렇다면 그냥 목을 조인 채, 죽어버리는게 

너의 남은 여생 위해서도 더 좋지 않을까?"

 

아직 여생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지 않나!?

 

"내가 도와줄께"

 

"자자.. 잠깐만

정말 나를 위한거야? 아니면 그저 내 인생을 지우고 싶은거야!?

어느 쪽이야?"

 

"음..."

 

"고민하지 말고, 즉답해줘"

 

"그럼 후자"

 

"즉답만 하면 되는 건 아냐!"

 

엘디스는 내 반응에 상당히 만족했는지

단정한 얼굴을 크게 움직여,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면, 사람은 대개 낯빛이 무너지기 마련인데

엘디스는 웃음조차 약간의 예술인 것 같았다

 

이런 면을 보니, 역시 인간이란 놈은 불공평 한 것을 느꼈다

미인이란 건 이득이야, 욕설을 들어도 반박이 어려워지는 걸

 

엘디스는 한바탕 웃고나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역시 루기스는 달달해, 남들보다 더 지극히"

 

"뭐야, 달달하다니, 요즘 이상하게도 남들에게 자주 듣는단 말야"

 

"꿀과 생크림을 얹은 안미츠보다 더 단거 같아"

 

전의 누군가에겐 분명 파르페로 들었었는데

어디서 이상한 진화에 걸린 것 같군

다윈 선생님께 사과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진화론은 도저히 성립할 수 없단 말야

아니 애당초 생물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정말로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엘디스는 갑자기 신중한 말투로 말했다

언제나 어딘가 밝은 분위기를 동반하는 그녀로서는 

드물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잘 모르겠지만, 달달하다는 것은 약이면서도 독이야

설탕도 옛날엔 만벽통치약이라고 쓰인거 알고 있어?

어쨌든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도 하지, 너무 단 것은 사람의 입맛을 망쳐

단 것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사람들은 더욱 더 많은 단 것을 원할거고

곧 이성따윈 없어지게 될거야"

 

엘디스는 하나하나 타이르듯 말했다

그건 뭐랄까, 마치 대본에 써있는 것을 그대로 읽은 느낌이였다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한 말투였다.

 

"조심해 루기스, 너무 맛있을 것 같으면, 마녀가 먹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마녀는 단 것을 아주 아주 좋아하거든"

 

영어 작품을 어설픈 번역기가 일본어로 번역해

대사를 그대로 빠뜨린 듯한 말투로

엘디스는 거드름 피우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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