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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학원 외전 4화 - 도서실의 밀회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학원 외전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학원 외전 4화 - 도서실의 밀회 -

개성공단 2020. 7. 13. 05:58

내가 일하는 곳의 공장은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그 만큼 시급이 좋았다. 오고 가는 시간을 감안해도 훨씬 좋았다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할아버지는 악한 면은 있지만 마음씨 좋은 사람으로

통근용으로 낡은 오토바이 한 대를 양보해 주셨다

엔진이 어떻게 된 건진 몰라도, 달리면 좀 이상한 소리가 나지만

그래도 출퇴근 용으로는 충분했다

 

그런 환경도 있어서, 나는 밤 늦게

그야말로 22시가 넘는 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내밀었다

오토바이를 사용하면 30분도 채 안되어 집에 갈 수 있기 때문이였다

 

그 날도 그랬다

시간은 22시 20분 정도,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학교 앞을 지나는 것이 가장 빨랐기 때문에, 그 날도 학교를 지나갔다

 

인간의 눈은 참 대단하다

평소와 같은 경치인데도, 조금이라도 다른 것이 있다면

자연히 거기에 시선이 빨려들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이전까진 항상 깜깜한 학교 건물이였는데

오늘만큼은 가운데에 하나 불빛이 켜저 있던 것이다

 

도서관이다

교무실엔 불 하나 켜져있진 않은데

도서관 하나 만큼은 불이 켜져 있었다

 

그것을 보고 문득 생각이 하나 미치는게 있었다

열쇠당번이 불을 끄는 것을 깜빡한 것일까...

 

뭐, 상관할 필요 없나

어짜피 내일 아침 경비원이 확인하고 끄겠지

 

한 순간에 지나간 경치에 그런 생각을 안고 귀가를 재촉했다

앞으로 10분이면 집에 도착할 것이다

배가 고프다

알류에노가 저녘 식사를 준비해 주고 있을 것이다

일찍 돌아가는 것보단 더 좋은 것은 없겠지

 

"........."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정말로 왠지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내가 일일히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중얼거리면서, 나는 혹시나 하고 학교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엔 상심했다 하더라도, 같이 카레를 먹어줄 녀석은 없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서실엔 그녀가 있었다

 

교복만 입은 채 유일하게 외롭게 불을 밝힌 도서실 안에서

피에르트는 혼자 바삭바삭거리는 샤프심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때 내가 생각했던 것은

왜 혼자서 이 시간까지 공부하냐는, 기묘한 의심 뿐이였다

 

"...대체 언제까지 하려는 거야?"

 

"엣!?"
 

피에르트는 생각치도 못했던 침입자의 목소리에 상당히 놀란 듯 했다

 

그녀는 뒤에서 봐도 어색할 정도로 어깨를 껑충 뛰었고

들은 적이 없었던 소리를 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동영상으로 찍어두는 건데

 

"수상한... 사람1? 저는 돈 될게 아니에요!"

 

세상에 급우를 보고 납치범 정도로 생각하다니

 

"이..이봐! 반 친구 얼굴도 기억 못하는 거야!?"

 

"가까이 오지마, 더 가까이 오면 112를 눌러버릴테니까

그러면 당신은 금방 잡힐테지, 빨리 나가는 게 현명하지 않겠어?"

 

"야..얌마! 진심이야 너?"

 

피에르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똥말똥 내 얼굴을 보았다

 

무뚝뚝하고 불편해하는 시선이였지만 꾹 참고 받아들였다

어짜피 피에르트의 수중에는 조심스레 휴대전화가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였다

아마 마음만 먹으면 한 순간에 백번은 넘게 신고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내일부터

반 친구인 여자에게 수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경찰에 연행된 남자로서의 오명이 남아 버리겠지

 

그렇게 되면 아마 나의 청춘은 

헤르트와 카레집을 계속 다니게 될 인생이 될 것이다

 

아니 잠깐, 그렇다해도 몇 시간 전까지 대화를 주고받은 상대인데

게다가 반 친구의 얼굴을 기억 못하다니, 제정신인건가?

 

아마 조금 전의 일은, 동요한 나머지 의식이 몽롱했던 탓일거야

 

피에르트는 천천히 수십 초 동안 내 얼굴을 보고 나서 말했다

 

"...옆 반?"

 

"너 진짜 두고 보자"

 

너 진짜 두고 보자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반 친구 얼굴 정도는 기억하란 원망과 이 원한을 잊지 말라는 뜻이였다

 

반에서 두 번째 자기소개를 마치고

학생수첩까지 보여줬는데도, 이 피에르트란 여자얜 전혀 기억하지 못한건가

 

"미안, 사람 얼굴을 기억하기가 서툴러서"

 

그런가, 뭐 그런 인간은 조금씩 있으니, 피에르트를 몰아세울 순 없겠군

못하는 일을 당연하다고 강요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

 

"아, 정확히는 관심없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게 서툴러"

 

아 방금한 생각 취소, 시간의 여신이 시간을 돌려줬으면!

 

"너... 그 말투... 조금 고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냐?"

 

나는 이제 이 녀석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존엄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선생님에게도 허락받았고, 열쇠도 맡았어

고등학생에게 거기까지 허락하는 교사는 어떨지 생각하지만

뭐, 공부를 위해서니깐 딱히 나쁜 것은 아니겠지

나는 오직 공부를 위해서, 이 쪽을 사용하고 있어

그러니깐 안심해, 자 이제 나랑 특별히 상관할 것 없지?"

 

피에르트는 지껄이는 듯한 투로 말했다

그 말의 끝에 나타나는 것은, 단지 빨리 나를 내쫓고 싶다는 생각일 것이다

뭐지, 왜 눈에서 눈물이 날 것 같지? 혹시 근처에 헤르트 없으려나...


이대로 그저 돌아가 버리기엔 화가 나서

어떻게든 머릿속에서 말을 쥐어짰다

 

"그...... 왜 항상 말투가 다른거야?"

 

지독히도 바보같은 질문이였다

 

"그 쪽이랑 긴 수다를 떨 가치가 없으니까 말야

아, 하지만 내일, 그 쪽 수다를 떠는 건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나, 내일은 당신 얼굴을 잊기로 했으니까"

 

"의식한다고 잊혀지는 거야!?"

 

"괜찮아, 안심해, 의식적으로 망각해 보이겠어

쓸데없는 건 기억하고 싶지 않으니 말이야"

 

"쓸데없다고!?"

 

뭘 안심하란거야!? 반대로 안심이 안되잖아!

 

하지만 피에르트가 말하는 대목의 의미는 어느 정도 실감이 났다

나와 이야기를 할 일따위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피에르트의 과정은 관료 일족이라고 들었다

그 일족은 당연하게도 최고 학벌에 들어가, 당연하게 커리어 관료로 취직한다

 

왜 그런 가문의 영녀가 이런 학교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피에르트가 여자 학년에서 1위 이외의 성적을 받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긴 한데

그것을 질투난다고 느끼는 것은 바보같은 놈이겠지

 

분명 그것들을 얻기까지

피에르트는 몇 가지를 포기하고, 또 몇 가지를 포기했을 것이다

그게 크다거나 작다거나 하는 것은 남이 판단할게 아닐 것이다

 

부모님의 기대, 주위로부터의 중암, 책임감 없는 책임감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로부터 아득히 멀리 넘어서

분명 그녀에게는 그것들이 달라 붙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넘어, 지금 그녀는 여기 있었다

 

사람들은 무엇인간 물건을 손에 넘을 때 

분명히 다른 뭔가를 바라고 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을 얻기 위해 십수 년 동안 뭔가를 계속 버렸을 것이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거기에 무슨 말을 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더 이상 그녀에게 발을 들여놓지 말아햐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두 손을 들고 피에르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었다

 

"자, 알아먹었다면 이제 돌아가..."

 

사랑과 용기의 마법소녀

 

그러던 차에 휴대전화가 묘한 벨소리를 내며 울렸다

 

내 것이 아닌, 피에르트의 휴대전화

그녀는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르게 휴대폰을 닫았다

 

잠시 나와 피에르트 사이에 침묵이 떠올랐다

 

어떡하지?

그냥 아무것도 못 들었다고 돌아가버릴까

그게 제일 평화롭게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뭐야"

 

피에르트는 뺨을 떨며 무너진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의 격식을 차리는 목소리가 아니였다

그녀의 뺨에 붉은 빛깔이 돈 것 같았다

 

젠장할 이게 뭐야

너도 가만히 있지 말고 무슨 소리를 하라고

그냥 이대로 아무 말 없이 돌아가버릴까?

으어어어어어, 이게 어떻게 되가는 거야

 

지금 것은 분명히

옛날 세레알이 열중히 보았던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였다

 

고등학생이 그 벨소리를 한다고 해서 이상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솔직히 일반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나라면 아마 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두들겨 팰 정도로 부끄러울 것이다

 

그리고 피에르트 또한 부끄러워 하는 듯 했다

 

"그... 여동생이 관련 굿즈를 사들이고 잇어..."

 

거짓말은 아니였다

실제로 모으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이지만

굿즈 자체는 아직 집에 있었다

 

"...여동생이 몇 살이야?"

 

"어... 우리보다 한 살 아래야"

 

"그렇구나.... 응..."

 

피에르트는 입술을 우물쭈물 내밀며 중얼거렸다

이대로 그냥 돌아가도 좋다는 의미인건가

 

나는 오토바이의 헬멧을 한 손에 들고, 조용히 등을 돌렸다

인사도 없이 떠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별로 인사를 나눌만한 사이는 아니기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소리를 내지 않게 문을 간신히 열었을 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마법소녀는 아니였고, 피에르트의 목소리였다

 

"기다려, 설마 이대로 돌아갈 생각은 아니겠지?"

 

"어, 그냥 돌아갈거야, 또 뭐가 있어?"

 

"안돼, 당신에겐 그럴 권리가 없어"

 

"권리가 없다고!?"

 

뭐야, 어느덧 나의 권리는 그런 땅바닥까지 떨어져버린건가

 

피에르트는 양 눈썹을 꼬고

초조한 듯한, 그리고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당신 집에 들를려 하는데, 괜찮죠?"

 

"아니, 안 괜찮아, 잠깐, 어디가는 거야?"

 

피에르트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두고 도서관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내 심정을 헤아리는 것 따윈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자..잠만, 이대로 기다리라는 건가? 거짓말이지?

 

진짜 기다렸다

 

꼬박 10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도서관에 멍하니 앉아서, 먼지로 가득 찬 책장과 대면해야 했다

 

이게 무슨 일일까

 

혹시 너는 나의 부끄러운 비밀을 알았으니 죽이겠다는 의사표시인가?

그렇다면 지금은 그것을 위한 흉기 찾기나

알리바이를 만들어 내겠다는 짓을 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나는 재빨리 도망치는게 좋을 것이다

뭐, 물론 그런 바보같은 생각은 안 하고 있지만

이렇게 홀로 고요 속에 남겨져 버리면,

그런 쓸데 없는 망상마저 든 다는 것이였다

 

문득 너무 심심해서

피에르트가 방금 전까지 열심히 썼던 공책에 눈을 돌렸다

 

알류에노는 둥글고 큰 글씨를 쓰지만

피에르트는 군데군데 뾰족한 작은 글씨를 쓰는 것 같았다

얼마나 꼼꼼한지, 각각의 글자가 등간격으로 늘어서

노트 자체가 마치 한 권의 책처럼 느껴졌다

 

팔랑팔랑 노트장을 넘기는 소리만이 도서실로 스며들었다

별로 들여다보고 싶은 건 아니였지만

피에르트에 대한 약간의 조바심과 호기심 때문에

그런 행위에 큰 기피감은 없었다

 

거기서 문득 깨달았다

 

이게 무슨 말이야?

영어와는 다른, 마치 본 적이 없는 글자가 넘실거리며

노트 위를 달리고 있었다

뭐랄까.. 독자언어!?

 

"루기스"

 

반사적으로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귀를 찌른 것은 분명히 피에르트의 목소리였다

순간 눈앞의 공책을 덮으며 입술을 열었다

 

뭐라 둘러대야 할까

우선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있었다고 해야할까

 

"너무 늦은거 아냐? 뭐하고 있었어?"

 

나는 졸린 듯한 몸짓을 하며, 눈꺼풀 언저리를 문질렀다

나 스스로도 혼신의 연기였다고 생각했다

 

"뭐하고 있었냐니, 그건 내가 할 질문이잖아"

 

아아.. 들켜버린건가

어쩔 수 없이 항복이군

나는 두 손을 크게 들려 자세를 취했다

 

"예쁜 공책이길래, 한번 봐 본 거야"

 

"그래, 참 재밌는 변명이내, 자세한 것은 당신 집에 도착해서 들을께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노트를 들여다봤다는 것은

상당히 큰 죄가 있었던 것 같았다

알았어, 그럼 변호사 좀 불러달라고

국선.. 아니, 사선으로!

이 세상에 두 번 다시 없는 멋진 변명을 늘어줄테니 말이야

 

 

 

 

 

*

 

 

 

 

나와 피에르트는 그런 기묘하다고 할 수 있는 만남이였다

그리고 이렇게 내 방에 피에르트가 들이닥쳐서

마음대로 물건을 놓아두기 시작한데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솔직히 그 경위는 누군가에게 말해서 믿어지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 만큼 멍청하고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의 반복이였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입 밖으로 내고 싶지만

도저히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였다

 

피에르트가 애니메이션을 되감았다가 재생하는 짓을 반복한 끝에

겨우 한 편을 마쳤다

이대로 한 시즌 전체를 다 볼 셈인가

 

"다 볼 때까지 같이 보자, 같이 안 볼꺼야?"

 

"그런 말을 들어도 말이지

나 내일 아르바이트 가야 하거든

그리고 너도 집에 가야지"

 

"괜찮아, 집에도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도 연락을 넣었으니 말이야

너 아르바이트의 할아버지 말인데, 흔쾌히 휴가를 받아 주시던데

아무 문제 없으니, 천천히 보자고, 알았지!?"

 

"너, 가끔... 무섭게 느껴지는 것 같아..."

 

"사전 공작을 잘한다고 말해줄래?

무언가를 할 때는 용의주도하게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고

이렇게 해두면 당신이 받아줄 만큼, 달콤하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어요"

 

아니. 솔직히 진짜 무섭다

왜냐하면 피에르트는 농담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적어도 그 자리를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였다

 

즉, 그녀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 연락을 했다고 한다면

정말로 그녀는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연락을 넣은 것이다

지금쯤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해도 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행동적이라고 한다면 대충 수긍하겠지만

카리아와는 또 다른 억지스러움을 느꼈다

이 녀석을 거역하면, 모든 것이 끝나있다는 결말으로

전락할 것 같기 때문에 무서워지는 것이였다

 

그냥 좋은 친구라고 치자

이 정도의 거리감이면, 피에르트도 해의를 가하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셀레알과 함께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에 열중하는

피에르트의 옆모습을 보고는 무심코 말을 걸었다

 

"여자는 모두 이런 애니메이션의 마법소녀가 되고 싶은 건가?"

 

난 그런 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이건 스토리가 흥미 있었던 정도..?

 

"언젠가 말하려고는 했지만, 넌 정말 꿈이 없는 아이구나

어린 시절은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해도 되는거 아냐?"

 

피에르트는 순간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가정환경이 가정환경이니, 루기스와는 좀 다르겠지..."

 

뭐, 거기까지 생각한다면, 확실히 나도 뭐라 말할 순 없다

피에르트의 가정환경은 어디까지나 특수했다

적어도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분명 어릴 적부터 우수한 것을 요구 받은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피에르트가 적어도 어린 시절 정도는 꿈꾸는 소녀이기를 바란것은

누구든, 그 정도의 시기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나의 이기적인 생각인 것일까

 

"게다가, 나 마법소녀라기 보단, 마녀이기도 하고 말이야"

 

"집에서 감자수프나 끓이는 그거?"

 

내 머릿속에는 기묘한 웃음소리는 내는 쭈글쭈글한 할머니가 떠올라 있었다

초록색 무언가를 끓어오리는 냄비 앞에서

이히힣, 한 마디 하며 두 손을 들고 있는 그것 말이다

 

"다음 번에도 같은 말을 하면

나와 함께 마법소녀 코스프레를 받게 할거야

어디 한번 길가를 돌아다녀 보자고"

 

알았어, 다시는 말 안할게

아무래도 이것은 피에르트의 어떤 부분에 심하게 걸리는 말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 깊이, 한 마디의 말을 깊숙히 봉인했다

 

"뭐... 마녀인건 사실이지만..."

 

피에르트의 코스프레 협박에,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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