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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학원 외전 6화 - 정성이 담긴 요리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학원 외전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학원 외전 6화 - 정성이 담긴 요리 -

개성공단 2020. 11. 12. 03:18

콧구멍에서 간장 냄새가 났다

고기가 익는 소리는 식욕을 돋우었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배가 고파졌다

 

음식을 구성하는 요소는 맛, 냄새, 외형이라고 한다

 

자화자찬이지만, 나 또한 적어도 남들만큼 요리할 자신이 있었다

 

뭐,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가정 요리로서는 상응할 수 있겠지

 

흰 접시에 볶은 고기와 채소를 올리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카리아는 요리를 눈앞에 두고 약간 의아스러운 듯한 눈초리를 보냈다

 

"...인간이 먹을 수 있긴 한건가?"

 

바보같긴, 무슨 폭탄이라도 만든 줄 아나?

안심하라고, 확실히 먹을 수 있게 만들었으니까 말야

 

"...하지만, 네놈을 믿고 먹도록 하겠다"

 

설마 음식 하나를 먹고 안먹고를 믿고 안믿는다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이놈은 레스토랑에 갈 때도, 믿고 안믿고, 이 생각을 하는 건가

 

카리아는 조심조심, 내가 내놓은 고기채소볶음으로 젓가락을 뻗어서

그리고 품위있는 손놀림으로 입으로 옮겼다

역시 교육이 좋은지, 묘하게 세련된 움직임이였다.

 

한 두번 입이 작게 움직여, 내용물을 씹었다

그리고 카리아는 눈을 감은 채 젓가락을 놓았다

 

"나는... 네가 싫어할 만한 짓을 한건가?

그렇다면 사과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이런 처사는 너무한걸...

내가 싫으면 그렇다고 정면으로 말하지 그랬니"

 

손수 만든 요리만으로 그렇게까지 비통해하다니...

 

완벽한 고기야채볶음일텐데, 뭐가 맘에 안든다는 건지

역시 아가씨와 서민 사이엔 그만큼 미각에 차이가 있단 말인가

 

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라는 건가

받아들일 수 밖에

 

위로하듯 카리아의 어깨에 손을 얹은 피에르트가 검은 눈을 움직이며 말했다

 

"루기스, 이거 간장 맛만 나

뭐랄까 굉장하내, 이거 이름이 뭐야?"

 

"고기채소볶음이다"

 

"거짓말 마! 내가 아는 고기채소볶음은

고기와 야채의 맛이 난다고, 이건 간장 맛 밖에 안나!"

 

카리아가 눈동자에 눈물이라도 글썽일 듯 입을 열었다

그녀는 마치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 얼굴이였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을끼

대개 고기채소볶음은 고기 조각과 야채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대충 볶아서, 소금과 후추 그리고 간장을 살짝 뿌려주면 끝이다

그리 이상한 맛이 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내가 만든 요리를 젓가락에 쥐고 입에 물었다

이빨로 지그시 짓누르자, 입 안에서 향긋한 간장 냄새가 풍겼다

 

"맛있잖아, 간장 맛이 잘 어울려서"

 

"...헤르트, 당신이 좀 말해주겠어요?

같은 남자로서, 루기스에게 잘 전달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좋내요, 개성적이고... 어머니들이 좋아하실 것 같군요"

 

"그건 맛없음을 약간 돌려서 말한 것이지!?

대체로 이런 진한 맛을 좋아하는 어머니가 어디 있어!?

이건 그냥 혀가 굳어질 맛이라고!"

 

정말이지 카리아와 피에르트는 실례가 넘처도 너무 넘친 말을 하고 있었다

이래뵈도 가끔 집에서도 요리 당번을 맡을 때가 있는데 말이다

 

"그러고보니 왠일인지 알류에노가 안보이네?

적어도 알류에노는 내 음식을 두 말없이 먹어 치워주는데 말야"

 

"그건 그 여자가 지나치게 이상한 여자일 뿐이야!

알겠나 루기스, 이번에 딱 잘라서 말해주마

네놈의 요리는 조잡하다! 오히려 이게 요리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야!"

 

설마 요리 하나 가지고, 이렇게 매도 당할 줄은 몰랐다

 

앙갚음으로 크게 입을 벌리고 으르렁거리는 카리아의 입에

한 입 분량의 야채 덩어리를 강제로 집어넣어다

무엇인가 신음하고 있는 듯 했지만,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 반은 문화제에서 요즘 유행을 타고 있는 

여자들이 아기자기한 의상으로 치장한 찻집을 하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어느새 이야기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왠지 그다지 수요도 없을 것 같은 집사 카페가 대항 후보로서 옹립된 때 부터

뭔가 이야기가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구심력이 있는 카리아, 피에르트 등이

이 주제에 나서자, 완전히 파도가 역전해버렸다

 

뭐, 집사 카페라고 해도

그저 연미복을 입고 웨이터 흉내를 낼 뿐이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별 힘도 쓸 것 없이

그저 조금 청춘의 검은 추억으로 앨범에 담을 수 있었겠지만

 

설마 요리를 우리가 해야할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공산품을 사서, 적당한 가격으로 팔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는 안될까 했지만

여자들 말로는, 그러면 정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치겠군

 

엘디스도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집사 카페의 찬동자 중 한 명이였다

그렇다면 나의 요리의 평가 정도는 좋게 해주겠지

 

엘디스는 눈동자를 크게 뜨며, 나의 요리를 보았다

그리고 입술을 움직이더니

 

"예를 들면, 나의 생일이 있었다고 하자

그래서 네가 축하 선물로 나를 위해 요리를 대접하기로 했어"

 

"그건 뭐 뚱딴지 같은 소리야?"

 

"닥치고 들어, 난 당연히 기대하겠지

어떤 요리가 나올까, 어떤 것으로 나를 기쁘게 해줄게 하고 말이야

그래서 기다리다가 나온게 이거였다면..."

 

엘디스는 순간 말을 놓더니

 

"나 진짜 울어버릴 것 같아"

 

이것으로 나의 찬동자는 헤르트 뿐인가

즉 3대2, 남녀로 생각하면 1대1이군... 꽤 팽팽하군, 좋아 문제없겠지

 

"나 정말로 울어버릴거야"

 

같은 말 반복하지 말라고

진짜 상처받을 것 같으니까

그래, 알고는 있어, 나도 물론 자각은 하고 있어

아무래도 내 요리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레벨로 다가온 것 같아

 

그래서 그런지 내가 부엌에 서면 셀레알이 필사적으로 말리는 걸까

우드가 자연스럽게 방어에 들어가는 것도 우연이 아니였던 것 같았다

 

젠장할

 

"너무 말을 함부로 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너희들은 어떤데?, 얼마나 잘하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루기스"

 

카리아가 한 박자 말을 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네 놈과 요리를 승부로 겨루다 패배한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버려도 좋다"

 

자자 거기까지

 

카리아가 승부사 기질이 있는 편이라, 뜨거운 말을 늘어놓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수위 높은 말을 들어보기는 처음이였다

 

"내가 이런 것을 무방비하게 먹을 줄이야... 가문의 수치다..."

 

카리아는 눈동자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너는 내 요리를 먹은게 얼마나 굴욕적이였던 것이냐

 

피에르트 너도 불쌍한 자들을 위로하듯이 카리아를 끌어안지 말라고

내가 너무나 비참하지 않는가

 

물론 나중에 카리아의 음식을 먹어보니, 되게 맛있었던 건 후문

 

"그렇게까지 내가 어긋나다면, 헤르트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겠군

그게 더 나을거야, 나는 웨이터로 돌겠어"

 

아마 헤르트는 남들만큼 요리를 잘했을 것이다

공부든 뭐든 실수 없이 해내는 것이 헤르트라는 남자니까

 

참 잘난 인간이다

내가 여자라면 틀림없이 이 녀석을 노리겠지

 

헤르트는 내 말에 순간 고민하다가, 눈을 크게 뜨더니

힐끗 카리아나 피에르트, 엘디스를 보며 말했다

 

"전 사양하겠습니다. 

축제 당일엔 학생회 회의에 참가하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그리고 루기스"

 

헤르트는 내 귓가에 속삭이며 말했다

 

"그녀들을 납득시키지 않으면, 어느 쪽이든 제대로 끝나지 않을거에요

그녀들은 당신에게 대접받고 싶으니까요, 좀 더 진정성을 가지세요"

 

끝나지 않는다니, 또 뒤숭숭한 말투로군

음식 하나 안 만들면, 감금이라도 당한다는 말인가

 

경찰에게 구조되었을 때, 나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요리에 서투른 나머지, 갇혀 버렸어요 라고 할까

우선 틀림없이 제정신인지 의심받겠지

 

하지만 헤르트의 말에는 일련의 진실미도 있었다

 

그것은 6개의 눈동자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몸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였다

카리아의 은안, 피에르트의 흑안, 엘디스의 벽안

그것들이 쌍이 되어, 어느새 내 가슴 언저리를 도려내고 있었다

 

어딘가 사나운 나머지

아무리 생각해도 고등학생이 띄워도 좋은 시선은 아니였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것을 당당히 눈에 물들이고 있었다

 

확실히 이대로는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 같군

 

"...어떻게 하라고? 내가 뭘 해야 한다는 거야?"

 

나도 모르게 헤르트에게 되물었다

딱히 그가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충 가까운 것을 가르쳐 줄 순 있겠지

 

헤르트는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말했잖아요, 융숭한 대접이에요, 즉 환대라는 거죠"

 

대접이라니... 적어도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가능했다면, 처음부터 하고 말았지

 

게다가 뭐라고 해야 할까

요리라는 것에 내가 진지하기 임하기 어렵다고 할까

어릴 적 적당한 것만 먹었기 때문에 

그저 배에 들어가면 똑같다는 생각만 하고 살아왔었다

 

지금은 알류에노가 밥을 차려주고 있지만, 그 전엔 매우 형편없었다

인스턴트 식품이 주류였기에, 덕분에 혀는 완전히 바보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역시 요리는 불가

내가 정성을 들이면 들일수록, 요리는 간장 절임이 되 버릴 것이다

연어알이면 조금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아냐, 역시 안되겠어...

이번에야말로 카리아에게 울며 매달려야 하나?

 

후... 집사 다운 것이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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