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학원 외전 7화(完) - 소동의 개막과 폐막 - 본문
손안에 찻잔을 들고 천천히 그것을 테이블에 놓았다
안에서는 김이 미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건?"
카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몸집이 작은 그녀가 이런 행동을 취하니
마치 햄스터 같은 작은 동물처럼 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홍차야, 홍차
어때 집사스럽지 않아? 아가씨"
홍차라고 해도, 찻잎이 아닌 그저 티백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물 온도니, 끓이는 방식은 조금 다를 것이다
물론 그 정보는 모두 헤르트에서 받아 온 것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요리보다는 조금 더 낫겠지
"뭐, 너희들이 평소 마시는 진짜와는 비교하면 천지 차이지만
조금은 나은 맛이 날 거야, 아마도"
맨 먼저 입을 붙인 사람은 피에르트였다
카리아는 조심조심 홍차를 쳐다보고 있었고
엘디스는 완전히 피에르트의 반응을 보고 나서 삼킬 생각이였다
그렇군, 난 요리 하나 때문에 그렇게 신용을 잃은 것이였나
조금 슬퍼졌어
"...음, 그래, 인간적인 맛이 나, 온도도 좋고 말야"
피에르트가 만족했는지 모르겠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인간적인 맛이 난다... 처음 듣는 평이군
아마 이 평가, 나 말고는 들은 사람이 없지 않을까?
"그거 참 다행이네, 칭찬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더할 나위 없군요"
"좀 더 솔직하게 좋아해 주겠어?"
피에르트가 뺨을 씰룩거리며 말하자
카리아와 엘디스도 안심을 한듯이,
두 사람 모두 느긋한 모습으로 홍차에 입을 맞추었다
"아까 간장 절임과 비교하면 훨씬 낫군"
"간장 절임이라니, 너무 한거 아니야?"
"두 번 다시 잊을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끔찍했다
내 인생의 워스트 지점이 있다면, 분명 그 순간 일거야"
이녀석 은근히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군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아예 네 집에다 던져줄테다
엘디스는 홍차에 입을 맞추면서도, 딱히 하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울기 시작하거나 위험한 기색이 없는 걸 보면
뭐 어느 정도는 만족 하는 것 같았다
된건가, 요리는 엉망이지만 아무튼 집에는 돌아갈 수 있을 것 같군
아무래도 헤르트가 말한대로, 그녀들이 맛보고 싶었던 것은
맛있는게 아닌, 마음이였던 것 같아
"그래, 오늘은 이 정도로 봐주겠다
그리고 문화제는 나와 함께 도는 것이 최우선이다
집사 노릇을 톡톡히 하려면 말이지, 알겠냐?"
카리아는 비로소 정서가 안정된 듯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검도부에 얼굴을 내밀엇을 때
문화제를 둘러보는 티켓이 있다는 등의 말을 했던 것 같았다
분명 어딘가를 돌아보자고 약속을 했던 것 같은....
아니 잠깐, 뭔가 불길한 예감이 있는 것 같은데
"기다려!"
카리아 옆에서 피에르트가 표정을 굳게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기이하게도 나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한 것 같았다
"...루기스? 문화제, 나랑 돈다고 하지 않았어?
난 그것 때문에 문화제에 참가하기로 한건데"
피에르트는 분명 작년 문화제에 참가하지 않았었다
쓸데없는 여흥이나 이벤트에 빠져 있을 틈이 없다는 이유로...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학생으로서 추억 하나 남길 것이 없어지니
그녀에게 참가할 것을 내가 권유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엘디스 또한 볼을 실룩거리며 입을 열었다
"뭐야, 나와의 약속은 어떻게 되는데
루기스, 분명 함께 연극부의 상영물을 보러가기로 했잖아
셀레알 양이 배역을 맡은걸로 아는데"
"루기스?"
카리아의 묻는 듯한 목소리를 시작으로 공기가 한껏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아예 공기에 이상한 무게마저 추가된 느낌이였다
체감 온도는 3도나 내려간 듯 싶었다
"자..잠깐만, 오해가 있어"
"오해? 뭐가? 양다리를 걸친 주제에!"
양다리라니, 애당초 그런 수준은 아닐텐데
그렇다기 보단
원래 문화제는 3일이니까
3명과 약속이 있어도 이상할건 없다
물론 나 또한 그것을 상정하고 약속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아니...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그녀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대충 약속을 해버렸으니
알류에노와도 문화제를 같이 걷기로 했던 것도 같은데 말야
후우, 안되겠군, 다음부터는 스케줄을 수첩에 적던가 해야겠군
나는 도움을 청하듯, 헤르트를 쳐다보았다
헤르트는 고개를 저으면서 입을 열었다
"저와도 약속하지 않으셨나요?"
야 임마, 너 지금 그 말을 꺼내는건 아니지 않냐
남자의 우정이란게 그렇게 쉽게 찢어지는 거였어?
하다못해 도움 정도 줘야하는 거 아냐?
"...그래... 문화제 당일을 기대하고 있을께, 루기스"
피에르트가 그렇게 말문을 열며, 멋진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다른 어떠한 악의도 담고 있지 않음을 강조하듯이 말이다
요컨데 그것은
당연히 자신을 뽑을 것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모처럼 너 때문에 다른 스케줄을 없애가며 시간을 잡은 것이다
내가 난폭하게 구는 일은 없도록 하길 바란다"
카리아는 실룩거리는 뺨과 함께 부푼 눈동자를 떨며 말했다
미치겠군, 적어도 변명이라도 할 틈을 줬으면 좋겠는데
동시에 엘디스 또한 입을 열었다
"만약 배신했다간 용서치 않겠어
그 때야말로,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만들어 줄테야"
*
"어쩐지 힘들어보이네, 루기스"
집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 나를 본 알류에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고민은 문화제 당일의 일
없는 머리를 쥐어짜서 스케줄을 산출해 보았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어딘가에 무리가 가는 법이였다
사흘이나 있으니까
그럭저럭 시간 배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문화제는 짧았다
요즘 이상하게 이런저런의 소동이랄까
고민이 매우 늘어버린 것 같았다
알류에노는 내 고민을 듣더니, 곧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쉬운 해결방법이 있잖아"
"뭐? 알려주세요, 알류에노 선생님"
알류에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틀어박히면 돼"
틀어박히다... 라니
"글자 그대로야, 인간은 사회에 나가서
사람과 관계하면, 당연히 고민이 나오는 법이니까
고민을 없애려면, 인간관계를 끊는 수밖에 없겠지"
맞는 말이다.
사람이 안고 잇는 고민의 대부분은 누군가와의 감정적 마찰이라고 하니까
하지만 알류에노의 대처법은 너무나도 억지스러웠다
그렇다기보다 알류에노 치고는 흔치가 않은데 말야
그런 종류의 농담은,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 한거 아닌가?
"...그래, 충고 고마워, 일단 생각은 해둘께"
"응, 루기스가 모든 것을 내던지고 싶다면 말해
내가 루기스의 모든 것을 관리해줄테니까 말이야"
뭐랄까 이 녀석...
나를 장래에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어 낼 것 같은 기분이 드네
그런 부류를 좋아하는 걸까?
"농담이야, 모든걸 내던질 생각은 없어
이래도 아직 멀쩡하게 모든걸 이겨내고 있다고"
"어머나 아쉬워라, 그럼 나도 문화제 당일 기대할께"
알류에노는 즐겁게 웃으며, 내가 고전하고 있는 일정 수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녀석... 완전 신났군
미치겠다...
뭐... 문화제는 잘 되진 못했지만, 아주아주 잘 못 된건 아니였다
적어도 큰 소동이 일어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뭐, 결국은 그것도 말하게 될 기회가 있으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 모든 걸 말하기엔 시간도 부족하고, 여백도 부족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자리는 본래의 무대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외전격일 뿐이다
슬슬 모든 것을 말하기는 조금 이르다
일상이라고 해도, 사실 모든 것이 널널한 것도 아닌
이상하고 불가사의한 일도 일어나, 이를 깨무는 것 같은 일도 있었다
그것 또한 언젠가 말할 날이 오겠지만, 일단 오늘은 아니다
그럼 일단, 일련의 등장인물 소개와 몇몇 이야기는 여기서 끝
그 이외에는 또 자리가 마련되면 하는 걸로
우선은 여기서 막을 내리도록 하지
학원 외전 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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