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 4화 - 츤데레 소녀와 싸우고 헤어지고 - 본문
"너 왜 여기 있어?
반 얘들이랑 먼저 간거 아니였어?"
"아, 오늘은 좀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내가 의문을 제기하자
텐가는 어딘가 당황한 듯 눈길을 돌렸다
뺨도 약간 붉어진 것 같았다
무슨 부끄러운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코토네처럼 교과서라도 잃어버린 건가
하지만 오늘은 숙제 같은 것도 없었잖아
나는 고개를 갸우뚱해도, 도저히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상황 또한 내겐 거북했다
여하튼 교문이랑 하굣길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기에
지금 우리 둘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학생들이 있었다
특히 텐가는 눈길을 끄는 여자
오랜만에 대화할 수 있는 기쁨이 있었지만
더 이상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내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떠나려고, 텐가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구나, 그럼 잘 해결했으면 좋겠어,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아, 잠깐만!"
나는 쏜살같이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텐가가 뭐라고 말했던 것 같지만, 지금은 여기서 빨리 떠나고 싶었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 그런지
나는 커뮤니케이션 장애까지 발병해버린것 같았다
오랜만의 친구와의 대화였는데......
솔직히 내가 봐도 너무나도 한심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정신없이 달리기만 했다
"허억, 허억...... 이 정도 거리면 괜찮겠지......"
뭐가 괜찮은지 나도 모르겠지만
주변에 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목적은 달성한 듯 싶었다
"어라... 벌써 역 앞이네, 달리긴 달렸구나"
의외로 목적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고 생각했지만
무의식 중에 도착한 장소는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역의 광장이였다
근처에는 쇼핑몰, 노래방 등
놀 수 있는 곳도 곳곳에 있어, 하굣길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던 곳이였다
아직 시간은 이르기 때문인지 역으로 향하는 사람의 그림자도 드물었다
나는 일단 호흡을 가다듬으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잠시 생각하기로 했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그거 생각하기 전에, 일단 한 대 좀 맞자"
"응...?"
중얼거리는 혼잣말에 반응하는 소리가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당황해하며 뒤를 돌아보니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무릎에 손을 얹고 있는 텐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속력으로 나를 따라붙었던 것 같기에
그녀의 자랑스러운 머리도 바람에 의해 더부룩해져
모처럼의 아름다운 모습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아니,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네...네가 남의 말도 안듣고 그저 도망가서 그렇잖아
죽고 싶냐......유키토......"
"엨"
정정하자
미인은 아무리 엉망이여도 미인이다
다만 그녀의 무서움은 증폭되버린 것 같았다
땀 때문에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가 더욱 섬뜩함을 더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 얼굴에서는 노여움이 역력히 전해져 왔다
장차 공포 영화 여배우로도 데뷔할 것 같은 박진감 넘치는 형상이였다
내가 그 박력에 허둥지둥하고 있으면
텐가도 간신히 침착해졌는지 고개를 들어 머리를 털고
순식간에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려고 하고 있었다
이 괴짜녀석은 정말 뭐든지 빠르구나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대체 너는 왜 내게서 도망친 거야?
전에는 그렇지 않았잖아"
"아... 그건"
텐가는 곤혹스러워하는 내게 작게 중얼거렸다
코토네와는 즐겁게 얘기한 주제에... 라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신분 제도가 차이나서 말을 못 걸었어요... 라는 소리는 죽어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듯한 변명을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자니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텐가가 뭔가를 눈치챘는지
심술궃은 얼굴로 피식 웃었다
그 얼굴은 본 기억이 있었다
내게서 우위에 섰음을 확신할 때 짓는 미소
불길한 예감 그대로 야릇하게 입꼬리를 치켜올린 텐가는
즐거운 듯 말문을 열었다
"아 그거네
내가 점점 인기가 많아져서 말을 걸지 못하게 되었어
그렇지? 나 참, 엄청 예뻐졌지 뭐야"
"으윽"
큰일났다, 간파당하고 말았어, 어쩜 이렇게 딱 맞췄지
텐가는 나도 모르게 굳어버린 나의 얼굴을 보고
확신을 더욱 깊게 한 듯, 말을 이어나가며 점점 부추켰다
이렇게 되면 반격의 뭐도 없었던 내게는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에 비해 너는 친구도 없네, 정말 불쌍해
물론 너는 옛날부터 친구라곤, 나 밖에 없었지"
"시끄러! 그리고 친구도 오늘 생겼어, 바보 취급하지 마!"
그렇다고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뭐라도 대꾸해야 직성이 풀리기에 말이다
텐가에게 당하고만 있는 것은 정말 비위에 거슬렸다
오랜 세월 길러진 나의 심술쟁이 정신이 이 자리에서 고개를 든 것이였다
"오늘로 입학한지 한 달인데
겨우 친구 하나 사귄거야? 흐흐, 정말 서투른 얘구나"
"시끄러, 많다고 좋은건 아니잖아!
대체적으로 네 주위에 있는 녀석들이란,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해 모여있는 주제에
남자도 많으니, 추잡한 일이라던가 그런 것도 하고 있겠지?"
"뭐...뭐...뭐라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그 후로 계속 욕설을 주고 받았다
사실은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였는데
뜨거워져버린 머리는 다시 냉정하게 해 줄 것 같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은 서로를 노려 본 채
흥하고, 코를 킁킁거리며 동시에 외면해버리고 말았다
아아, 난 지금 뭐하는 건가...
여기에 코토네가 있었다면, 분명 어떻게든 해 주었을 텐데
그런 한심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였다
이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화해하는 일 따위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 갈게, 이제 말 걸지 마"
"너야말로 얼른 사라져, 정말 짜증나니까"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헤어져 갔다
오랜만의 대화는 최악의 싸움으로 파국을 맞고 말았다
"저질러버렸다......"
"저질러버렸다......"
후회의 한숨을 쉬는 내 뒤에서
텐가 또한 한숨을 쉬고 있었다면, 또 다른 미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우리는 엇갈린 채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처럼...
결국 서로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우리들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걷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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