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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 2화 - 행운의 여신 - 본문
"나도 그 게임하고 있어
유키 군도 하고 있었으면 가르쳐 줬어야지"
코토네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마치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예전과 다름없는 미소로 웃어주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중학교 후반부터 왠지 서먹서먹해졌었지만
그런 기색 없이 지금 이렇게 말을 걸어주는 것에 대한
기쁨인지도 모른다
"아, 미안해
요즘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말야"
나는 감회가 복받친 나머지, 울 것 같은 자신을 가까스러 억눌렀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였다
미심쩍은 것 같은 것을 보이기 싫다는
나의 작은 오기가 나를 어떻게든 붙잡게 했다
"아 맞다, 친추해주지 않을래?
나 조금 막히는 것 같거든"
"어? 정말!? 다.. 당연히 되지!"
"좋아"
코토네는 생각보다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게임에 대한 그녀의 대화에 나도 모르게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무리도 아닌게
남자라면 게임의 이야기가 나오는게 당연할지라도
여자 사이에서는 그렇게 화제가 되는 것이 아니였다
실제 텐가가 있는 그룹에서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텔레비젼이나 지금 유행하는 패션 등의 이야기이고
나머지는 옆 클래스의 미남이라던가, 아이돌이 잘생겼다든가 하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2차원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에서 이상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것 또한 나와 텐가의 맞물리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문득 신경이 쓰였던 나는, 조금씩 텐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시야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눈에 익은 붉은 머리칼이 흔들리며, 검은 제복 차림의 등이 이쪽에서 보였다
주위에 있던 그룹의 동료들도 왠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런 머리의 소유자는 한 사람 뿐
텐가가 무슨 일을 벌인 것인가?
내가 잘 못 본게 아니라면 말이다...
'텐가 녀석... 방금 이 쪽을 보지 않았었나!?'
장담을 할 순 없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연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뭐랄까...
"흐흐, 왠지 기쁜 걸"
나도 모르게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텐가가 나를 의식하고 있었다니, 이렇게도 기쁠 수가 없었다
무의식 중에 얼굴도 활짝 피어났다
혼잣말은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성립하는 법
나는 지금 눈앞의 또 다른 소꿉친구 여자애를 망각하고 있었다
"유...유키 군? 그렇게나 기뻤던 거야!?"
"...에?"
나의 혼잣말을 들은 코토네는 얼굴을 붉히며,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코토네도 텐가만은 못해도 어지간한 미소녀였다
그런 아이가 혼자인 내 앞에서 얼굴을 붉히다니
뭔가 보기가 안 좋겠지
실제로 교실의 몇몇 아이들이 내 쪽을 슬쩍 지켜보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젠장, 큰일났다... 어떻게든 얼버무려야지...!
"그... 그게 나 친구가 너무 적어서 말이야!
당장 친추해줄께! 어서 신청해달라고, 헤헤"
"으...응"
일부러 큰소리로 코토네에게 대답했다
자, 이것으로 어찌어찌 먹혔을려나?
솔직히 말해 나도 제정신은 아니였지만
코토네를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꺼내는 것으로
몇몇 사람은 흥미를 없애 준 것 같았다
나는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지만서도 어쩌다 보니, 나와 코토네는 게임 속에서도 친구가 되는 것이였다
"이걸로 됐다.... 그래 코토네, 너 왜 우리반에 있는 거야?"
친추를 마친 것으로 여유가 생긴 나는 코토네에게 궁금했던 것을 묻기로 했다
지금까지 코토네가 이쪽 교실에 온 적이 없었기에 말이다
나의 질문을 받은 코토네는
아까까지의 붉은 얼굴을 하고 있던 것에서 일변
어색한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 아 그게 사실 교과서를 잊어버려서
텐가 양에게 빌리려고 했는데 말야..."
코토네는 그렇게 말하고는 텐가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도 그녀처럼 그 쪽을 보니, 조금 전의 일은 없었던 것처럼
남녀 관계없이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는 중이였다
"아, 그랬구나"
그것을 보고 대충 알 수 있었다
코토네는 그다지 사교성이 좋은 타입은 아니였다
어느 쪽인가 하면... 낯을 가리는 편이였다
아마 저 고리 속에 비집고 들어갈 용기는 없었을 것이다
텐가는 주눅들지 않는 녀석이였고, 낯도 가리지 않는 타입이였다
그런 녀석이였기 때문에 옛날부터 항상 그룹의 중심에 있었다
뭐... 그러니, 방금의 상황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는 거겠지
그래도 중학교 때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부류였기 때문에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은 가끔 볼 수 있었지만...
코토네도 지금의 텐가에 대해 열등감이랄까,
소외감 같은 걸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나도 뭔가 코토네에게 동질감을 느껴버렸다
동족 의식 같은 것을 가지며, 무심코 코토네에게 입을 열었다
"그럼, 내꺼 빌려줄까?
남자 거 같은거 싫을지 모르지만, 낙서 같은 건 안 했으니까, 안심하라고"
"어? 괜찮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뭐 간단한 일인걸
소꿉친구 사이였는데 말야
코토네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알겠어, 실은 유키에게 빌릴 생각으로 온 거야
텐가에게는 말 못걸 것 같고, 유키 군이라면 괜찮을까 하고
어... 그러고보니 유키 군은 친구가..."
"아, 됐으니까 그냥 가져가
오늘은 이 수업 없으니까, 내일 돌려주면 돼"
나는 억지로 이야기를 중단하고, 교과서를 코토네에게 맡겼다
사실 방금 이야기는 상당히 민감한 거였다
그랬기에 가능하면 꺼내지 않았으면 싶었다
코토네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뭐랄까, 몹시 피곤했다
아직 오후 수업이 남았건만, 체력을 송두리째 빼앗긴 기분이였다
사람과 대화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였나?
이런 피곤한 일을 계속 하다니.... 텐가 녀석 뭔가 대단하군...
나는 오늘만 몇 번째 시선을 텐가에게로 향했다
그녀에게 존경 어린 눈길을 보냈고, 이 또한 우연인걸까
일순간 텐가와 뚜렷히 시선을 마주쳐버렸다
"엨..."
"...!!"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겠지만
텐가는 당황한 듯 급히 시선을 돌렸다
역시 그 녀석... 날 본건가?
이건 이제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저 녀석은 분명 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일거야
단순한 그 사실에, 내 몸에 미지의 힘이 솟았다
예상치 못했던 행운에 입이 헤벌쭉해지는 나였지만
오늘의 행운은 그 자체만으로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저기"
"어, 이번엔 뭐..."
히죽거리고 있던 나는 누가 뒤에서 어깨를 쿡 찌르는 것을 느꼈다
그 얼굴인 채로 돌아보니, 내 뒤에 있던 것은 한 명의 남자
내 얼굴을 보고, 일순간 기분 나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곧 얼버무린 영업용 웃음을 내걸었다
뭐지? 일단 좀 상처받았어...
수수하게 마음에 데미지를 받고 있던 중
내 뒤의 남자는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아까 그 여자애와 이야기 들었는데...
나도 그 게임하고 있어
괜찮다면 나랑도..."
"엣!?"
나도 모르게 감탄의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코토네는 어쩌면 내게 행운의 여신인건가
나는 그날,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처음으로 첫 친구를 손에 넣은 것이였다
"...물론이지"
기분이 좀 안 좋아진 것 같은 붉은머리 소꿉친구를 못 알아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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