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63화 - 복수의 혀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63화 - 복수의 혀 -

개성공단 2021. 3. 16. 04:44

 

 

 

 

 

라르그도 안은 작게 입술을 핥으면서 

머릿속으로 몇 가지의 생각을 굴렸다

대체 어떻게 해서 이 자리의 주도권을 잡을것인가, 라는 것

 

눈 앞에서는 원로 살레이니오를 비롯한

몇몇의 노인들이 루기스의 앞으로의 동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또다시 단독으로 행동을 움직인다던가

혹은 군대를 무리하게라도 움직일 것이 틀림없다던가

그런 종류의 것

 

안은 그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얼굴에 붙은 무표정이 잠시나마 흔들렸다

 

예전엔 자신도 비슷한 말을 했었으니 말이다

영웅 께서 어떻게 움직일지, 무엇을 생각할지, 몇번이나 생각했었다

 

노인들의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바로 예전의 자신이 겹쳐졌다

 

 

한 때 몇 번이나 사고를 거듭한 결과

안은 루기스에 대해 한 가지의 이해에 도달했다

몹시 불쾌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의 동향을 살피는 것... 그것은 무의미

 

안의 뺨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로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이다

갈루아마리아에서도, 베르페인 때도, 가자리아와의 합동 회의 때도 그랬다

 

그 사람은 타인의 심정 같은 것은 일체 헤아리려고도 하지 않고

때로는 정말 같은 이성을 가진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행동도 취한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당연하다는 얼굴을 언제나 내비치는 것이였다

 

 

아... 그때는 정말 고난이였어요...

 

 

그런 생각을 하니

아무래도 눈꼬리에 화끈한 것이 떠올랐다

안은 내뱉을 듯 말 듯 한 숨을 억지로 삼키며, 어깨를 으쓱했다

 

루기스와 우리는 사고의 근본이 다르다

그는 아무리 말해도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할 순 없다

 

그러므로 하나부터 열까지 그의 행동을 상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필요한 것은 그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 쪽 생각으로 유도해 주는 것

 

구르고 굴러, 더 이상 아무도 멈출 수 없게 되는 그 때

마지막 한 번을 건들어주고, 그 건드는 손이 자신이여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쪽으로 넣어주겠어

 

조정자 역할을 자처하는 안의 약간 어두운 긍지였다

오기라도 해도 좋을지도

 

어쨌든 지금의 나는, 루기스에 있어서 단순한 조언역 밖에 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조정역을 자부하지만

실제로 행하고 있는 것은, 그에게 단지 휘둘리는 것이였다

 

 

만약 내가 마지막까지 이 꼴을 당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나는 그에게 그저 이 근방에 무성한 잡초 중에 하나 일 것이다

 

안의 하얀 이가 맞물리며 작은 소리를 냈다

그것은 질색의 표시

여기까지 폐를 끼쳐 놓고, 나중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니

받아들여질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바의 끝, 하나 정도는

문장교... 아니, 나의 손 안에 넣어버리는 거야

두 번 다시 그를 잊지 않도록 말이지

 

뭐, 그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건 아니다

다만 무궤도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방향성을 조금 수정하려는 것 뿐

그렇다면 영웅님도, 성녀 마티아도 만족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용할 가치가 있어

 

 

안은 고개를 살짝 들어 살레이니오, 그리고 반 루기스라고 볼 수 있는

얼굴들을 시선으로 잠시 쓰다듬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뺨에 주름을 새긴 인간들 뿐

 

그들이 생각하는 바는 매우 읽기 쉽다

목적은 명쾌하며, 사상 또한 순수해

게다가 남의 말을 듣는 귀를 갖고 있어

혼돈이 가득한 루기스의 행동보다 훨씬 나았다

 

말을 내밀어 길을 알려주면, 그들은 잘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나의 영역

이것만큼은 성녀 마티아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안은 이 자리를 주도했다

솔선해서 의견을 수렴하기도 하고, 방향에 참견하기도 했다

때로는 그들에게 이로운 일도 행하고 말이다

 

뭐... 마지막으로 우리 쪽에 승리가 있으면 되는 것이니

이들의 속셈도 막판에 좌절시키면 그만이다

그 때까지 우리 편이라고 치자

 

 

마지막에 승리하는 것은 나야

끝이야말로 왕관이라구

 

 

안은 가볍게 입술을 쓰다듬었다

뜨거운 날숨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는 좋은 기회야

여기서 반드시 필로스에서의 실수를 만회하겠어

영웅 님 앞에서 겪었던 치욕을 갚고야 말겠어

 

안은 눈을 부릅뜨며 시선을 높였다

로조에게 안겨진 치욕이 지금 그녀의 가슴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 참을 수 없는 실수, 있을 수 없는 굴욕

어쩌면 그거 하나로 루기스에게 모멸까지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것을 생각하니, 가슴 속에서 어둡고 무거운 것이 덥쳐 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회할 거야

반 루기스라고 할 수 있는 세력을 깔아뭉개면

그도 자신을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겠지

안의 입술이 굽게 다물어졌다

 

그런 안의 표정이 맘에 걸렸을까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정면의 원로원

살레이니오가 안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말 한 마디 없이

그저 공허해 보이는 노인의 눈으로 안을 바라보았다

일순간 멍한 느낌마저 들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살레이니오 님?

뭔가 마음에 걸리시는 것이라도...?"

 

 

살레이니오는 안의 말을 듣고, 주름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거움마저 느껴지는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닐세

그저 문장에 기도를 올리고 있었을 뿐이야, 라르그도 안"

 

 

안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 말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는 헤아릴 수 없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아니다... 는 아닐 것이다

 

안은 살짝 어깨를 들어올렸다

역시 경계해야 할 적은 이 남자...

 

안은 지금까지 이런 모임을 여러 번 가져봤고

그 참석자 중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주로 두 가지였다

 

신뢰를 나타내는 자와, 명확한 불신을 드러내는 자

전자는 물론 후자도 쉽다.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싹을 잘라주든지, 그 싹을 보듬어주든지 말이다

어느 쪽이냐,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였기 때문

 

하지만 살레이니오와 같은 눈을 한 사람은 없었다

신뢰하든 경계하든, 어떻게 이 쪽을 이용할 것인가

...하는 것을 머릿속에 그려넣고 있는 듯한 눈이였다

 

 

아마도 그에게는 안이 정말로 루기스와 적대하든 말든 좋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에게 이익이 된다면 말이다.

 

살레이니오는 눈빛을 바꾸지 않은 채, 말을 이어나갔다

 

 

"라르그도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자네의 성과를 기대하겠내"

 

 

라르그도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이건 못질인가, 아니면 정말 그저 격려인건가

아무래도 이 노인은 읽어내기가 어려워

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가슴속으로 숨을 내쉬었다

 

라르그도

안의 이름에 붙은 이것은 가문의 이름이나, 혈명이 아니다

단지 어디의 태생인가를 판명시키는 것도 아니였다

그것은 바로 문장교의 직함과도 같은 것이였다

 

한 세대 안에 대대로 총명한 아이가 라르그도의 문자를 얻게 된다

지위를 부여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예로운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들은 모두 자기 이름 앞에 라르그도를 붙이곤 했다

 

그 유래는 일찍이, 서방에 몸을 두었다고 여겨지는 신수의 이름

대성교가 세력을 크게 일으킬 때마다, 그 이름은 헐뜯겨져

어느 사이엔가 마수로 취급되어 버렸지만

문장교에서는 주신 오우후르를 모시는 신수로서, 아직도 경의의 대상이다

 

지혜의 신수, 총명한 자를 뜻하는 이름

그 이름을 얻게 되는 것은 바로 영광이라면서

문장교도에서 키워진 아이들은 모두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났다

 

그 모습은 세대나 신화에 따라 크게 변모하는데

반드시 언급되는 것이 두 가지였다

그것은 사람의 형상이든, 짐승의 형상이든

반드시 어린 형상으로 대신 말한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라르그도는 복수의 혀를 가진 존재라는 것

 

 

안은 자신의 혀를 매끄롭게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예, 물론이죠

문장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쏟는 거에요"

 

 

그녀의 깊은 미소가 그 얼굴에 감돌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