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38화 - 적은 북방에 있다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38화 - 적은 북방에 있다 -

개성공단 2021. 5. 7. 15:19




왕도 전체에 장엄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이날을 위해 준비된 악보에, 이날을 위해 만든 아름다운 옷

아직도 왕도는 한창 부흥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날 이 때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그 제전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가도에 나와
새로운 통치자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었다
개선식에 이은 경사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그 순간을 축복하고 있었다
아무도 질렸다는 둥 말을 꺼내지 않았다

비로소 이것으로 번영과 안정의 때가 오는 것이라고 너도나도 말했다

왕도 내에서 가장 오래된 성전 안에서 의식은 거행되었다




"필로스 트레이트
지금부터 당신은 아멜라이츠 갈라이스트의 이름을 계승하겠습니다
유일한 신과 수 많은 정령들이 당신의 이름을 축복하고
당신의 치세에 영예를 주기를 바라겠습니다"





문장교 성녀 마티아가 왕관을 들고 필로스에게 축사를 올렸다

대대로 왕권을 나타내는 관은
대성당의 교황이 대관을 하도록 하는 관습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대성교는 갈라이스트 왕국의 국교가 아니였다
문장교의 상징인 마티아에 의해
갈라이스트 왕이 대관된 것은
한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일이기도 했다

마티아와 몇몇 사제들이
필로스에게 성사를 올리고 머리에 준비된 관을 얹었다

한 도시의 주인이자
첩의 공주에 지나지 않았던
필로스 트레이트가 정식으로
갈라이스토 왕국의 여왕이 된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저에게 주어진 사명과 책임을 다하고
국가 모두를 저의 혈육으로 여기며, 군림할 것을 맹세합니다"




여왕이 대관하고 성녀 마티아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그 자리에서 시중을 들었다
다음에는 모두가 여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이 자리에서 왕국을 위해 힘쓸 것을 다짐했다

의식도 막바지에 이르러 비로소 원수 임명의 기회가 왔다.
아멜라이츠 여왕, 필로스는 곁을 지키는 자로부터
원수 지팡이를 받고, 루기스가 나서기를 기다렸다

원수장은 검은색을 바탕으로 금으로 장식하였다
필로스의 드레스를 본떠 만든 색조였다

늘 여왕을 곁에서 섬기는
마음가짐으로 있으라는 의도를 담은 것이지만
얼마나 그에게 전해질까 하고 필로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드는 것이 있었으니




제대로 나오기는 할까?

혹시 원수 따위와 마음이 안 내킨다며 나오지 않을 작정은 아닐까

등줄기를 뱀이 기는 듯한 감촉이 들었다
필로스는 그 남자라면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야반에 혼자 탈주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카리아와 피에르트, 마티아까지 포함해 탈주 저지 계획을 세웠을 정도였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지만
루기스는 뭘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필로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심장이 울렸다
제대로 나와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강하게 안으면서, 이름을 불렀다




"루기스, 앞으로"





긴장의 순간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이 있었을까?

어째서 이토록 한 인간으로 몰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불합리한 일이었지만 화가 나는 기분마저 들었다




"네"



 

그렇지만, 필로스의 긴장 등을 날려버리도록
짧은 대답으로 그는 앞으로 나섰다

초록색 군복에 필로스가 준 금색과 검은색 장식품
본인은 싫은 듯 했지만, 의례의 장소에서는
그 색조가 매우 잘 비치고 있었다

루기스는 필로스의 눈앞까지 걸어가 그대로 시중을 들었다
그녀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원수가 되는 것이니까

몇 번이나 자신의 운명을 미치게 한 상대의 운명을
이것으로 미치게 할 수 있었다

그런 혼미한 기쁨과 동시에 또 다른 감정이 있었다



이로써 그는 갈라이스트 왕국 그리고 나의 영웅
볼버트 왕조의 것도 문장교의 것도 아니다

마티아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사실로 만들어버리면 될 것이다

기사 맹세 때처럼
필로스는 원수지팡이로 가볍게 루기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루기스, 당신은 갈라이스트 왕국 원수로 임명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우리나라의 영웅, 군사들의 아버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초 정해진 대로의 말과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루기스는 별다른 동요 없이 응했다
원래 필로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기억도 못 하는 것일까
다만 순간 마티아의 표정이 어른거렸음을 필로스는 알 수 있었다.



"네, 온 정신을 다해 해내겠습니다"




필로스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의례적인 일인 줄 알면서도 루기스가
자신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역시 이것이 왜곡된 생각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그럼 원수 루기스
당신은 원수로서 무엇을 이루겠습니까?"





이는 미리 결정된 말이었다

루기스는 국가의 적을 무찌르고 반드시 승리를 보내겠다
라고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였고, 그렇게 원수 취임식이 끝나는 것이였다

그랬을 테고, 그 이외의 대답이 나올 리가 없었지만




"국가의 적은 이제 북쪽에 있습니다, 여왕 폐하"




씰룩 필로스의 뺨이 일그러졌다
주변에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지만, 그녀의 눈이 동그렇게 커졌다

젠장할, 또 그가 일을 저지르기 시작했군
필로스의 등줄기에 싸늘한 땀이 흘렀다
이런 말은 정해놓지 않았는데 말이다

루기스는 원수 지팡이를 받아들고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 말을 요구한 것은 여왕인 필로스 자신이였으니

루기스가 입을 다물 때까지 말참견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성당은 대마를 쏘아 죽이겠다고 큰 소리치면서
아직도 일어나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성당이 내세우는 신이란 것은 결코 승리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성당
나아가 대성교라는 종교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었다

이 행사에는 귀족과 사제들뿐만 아니라
보다 널리 신왕국의 대관을 알리기 위해 화가와 기자들이 참석했다

이 말은 반드시 이들에게 기억되고 많이 유포될 것이다

그게 목적인가
누가 일러준 꾀인가 하고
필로스는 마티아의 표정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여왕 폐하, 제브릴리스와
인류를 속인 가짜 신도 반드시 죽여버립시다!"






루기스는 그렇게 원수 지팡이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것은 그의 말이 끝났다는 증거였다

필로스는 눈꼬리를 일그러뜨렸다

루기스가 무슨 꿍꿍이속일지 필로스는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국교에 문장교를 설치했다고는 해도
아직도 국내에 대성교의 신자는 존재한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신앙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여기서 이 말을
필로스로 받아들인다면
그들을 반란분자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아니... 어짜피 늦었나?

필로스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몇 번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 나서 입술을 열더니...




"맹세의 말을 받겠어요
반드시 승리를 가져와주세요, 원수 루기스"






필로스는 그렇게 루기스에게 말하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어느 쪽이든 대성당은 신왕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여러 차례 협상을 타진했지만
적대적인 태도를 없애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조만간 전면적인 대립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지금 안에 있는 고름은 다 짜 버리는 것이 좋다
...라는 생각이 조금 있었다

게다가 말이다

필로스는 루기스를 보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을 위해 그것을 이루겠다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성취하라
가슴속이 타오르는 듯 따뜻한 게 필로스에게 느껴졌다

이젠 멈출 수 없다
그도 나도 갈 수 있는 데까지 갈 수밖에 없다




설령 하늘나라든 땅바닥이든 필로스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단, 이 남자만큼은 어디를 가든 길동무를 해줘야 겠어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