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80화 - 운명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80화 - 운명 -

개성공단 2021. 5. 23. 02:18




"거짓말이지, 거짓말이라고 해줘!
나보고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신왕국군의 대천막
루기스의 신음과도 비슷한 격앙을 보자
천막에 앉은 피에르트와 엘디스를 포함한 주요 면면
기록관 라이쇼들은 경악과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의 그는 적은 겉으로 보이는 면으로만 따지면
매우 냉정했다고 할 수 있었다
가슴속으로는 죽음을 애도하고 있어도
고뇌에 휩싸여 있어도 지휘관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오늘 이 날만은 달랐다




"리처드 할아범이 죽다니... 최악이야
오늘은 최악이 날이야... 두 번 다시 오늘이라는 날을 축하하지 않겠어"




심장에 버금가는 것을 빼앗긴 듯한 침통함을 담아 루기스는 말했다
그나마 침착한 모습이었지만, 속으로는 다를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동요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가운데 카리아만이 입술을 튕겼다
그녀의 은색 눈이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원수, 메드라우드 성채가 적의 손에 넘어갔다
그렇다면 놈들의 다음 진군 목표는 왕도
우리는 어서 왕도로 귀환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준비를 해나가겠다"




그렇게 말을 꺼낼 수 있었던 것은
카리아는 주위보다 경악이 부족했기 때문이였다

카리아는 루기스가 모험자 시절부터
리처드와 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스승뻘 되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신변에 대해서는 탄식할 정도로 집착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카리아가 말해야 했다

전령의 말대로 메드라우트 보루가 불타 없어지고 물자가 상실된다면
그만큼 구왕국군은 발걸음이 늦어질 것이고
그래도 여기서 주춤하는 시간의 유예는 전혀 없을 것이다

당장이라도 달려와
왕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설령 상대가 6만을 족히 넘는 대군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할아범은 왕도로 선행 부대를 돌리셨겠군"





무거운 어조가 전령에게 꽂혔다
전령은 무심코 한순간 말을 더듬거리다가
몇 초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왕도로 돌아가자
마티아와 필로스에게 먼저 전령을
그리고 부상병은 우선적으로 짐마차에 싣도록"




부상병을 포함한 2만 강대의 군세와 지휘관은
루기스의 한마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몹시 슬픈 듯한, 그러면서도 분노를 머금은
눈동자를 하고 있는 것이 카리아에게는 보였다

아마도 과거의 루기스였다면
왕도로의 귀환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틀림없이 소수의 군사를 이끌고서라도
메드라우트 보루로 발레리를 죽이러 갔을 것이다
제물을 빼앗은 자를 그는 결코 용서하지 않는 법이였으니까

이번에 왕도 귀환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리처드가 먼저 해냈기 때문이었다
리처드의 행동이나 말 하나하나가
루기스의 뇌에 달라붙어 마지막 말로 그를 다스리고 있었다

천막 전체가 왕도로의 귀환을 향해 움직이는 가운데
루기스가 불쑥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카리아, 잠시만... 할아범에 관한 일이야"




명령이 아니라 간청에 가까웠다.
은색 눈이 눈동자를 깜빡이며 그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누구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공기가 거기에 있었다

아울러 이 자리에 있던 기록관 라이쇼가
이 상황을 수기로 남겼다는 점에서 모종의 가설이 남아있었으니...

영웅호색이란 말이 있듯이
여성관계에서는 숱한 소문과 기록이 끊이지 않는 그이지만

가장 사랑한 것은 가장 오래 그를 따라다닌
카리아 버드닉이 아닐까 하는 가설이였다



◇◆◇◆





내가 가장 느낀 것은
질식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군 하는 것이었다

루기스 개인의 천막 속은 거칠지 않았지만
그것은 물론 쓸데없는 것을 두고
싶어하지 않는 그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호화로운 장식이나 문장 일체는 치워지고
간소한 침구와 술, 그리고 그의 손에는 마검만이 놓여 있었다

버드닉 가문의 가보로 알려졌던 보검이
지금 마검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은 기묘한 일이었다




"질식... 아니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구나"


"……이래뵈도 억누른 셈인데..."




침구에 앉은 루기스가 패기 없이 중얼거리며
포도주 잔을 기울이는 것을 보고 이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교계에서는 표정을 숨기는 것은 당연한 기술이지만
그에게는 그러한 소양은 마치 없는 것 같았다




"흐음, 후회라도 하는 건가?"




리처드를 메드라우트 보루로 보낸 것이 후회되는지 물었다
루기스의 반응은 빨랐다




"그럴 리가... 아니, 그냥 내가 나쁜 거야"





순간적으로 루기스는 잔을 카리아에게 건넸다
카리아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곁에 걸터앉았다




"할아범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입으로 성채를 지키겠다고 하셨어
내가 후회를 한다는 것은 할아범의 의지를 모욕하는 것이겠지
내가 좀 더 빨리, 좀 더 잘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건 있지만 말야"




하지만 그것은 되지 않았다
제브렐리스를 보다 빨리 죽이든가
혹은 보다 좋은 장소를 마련해 두었으면
하는 것이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루기스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데도
리처드를 죽여 버렸다는 실감은 손아귀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지휘관의 의무라든가, 권리라든가
지금의 네놈에게는 말해봐야 소용없겠지"





카리아는 거대한 검을 휘두를 것 같지 않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포도주를 들이키고 은발을 기울였다

지휘관은 명령의 결과를 받아들일
의무가 있기 때문에 죽음을 명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가 이미 그런 것을 이해하고
토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카리아는 알고 있었다
이제 그 안에조차 어쩔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카리아는 황홀한 것을
가슴에 품고 감정을 토하게 만들었다




"그 노장군이 네게 특별했던 건 잘 알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아니여서 말인데"


"카리아 넌..."





루기스는 순간 무슨 말을 꺼내다 말고 입술을 꼭 다물었다
해서는 안 될 말을 억지로 삼킨 것 같았다





"……카리아 너는 고아에게 손을 뻗친 적이 있어?
당연히 돈도 없고, 재능도 없는 꾀죄죄한 고아 말이야
그 고아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까?

  나는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어
그런 사람은 두 번 다시 이 세상이 없을거야
하지만 할아범은 그런 사람이셨지
나는 그 만큼을 돌려 주고 싶었어"



 
리처드는 루기스에게 스승이자 아버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진 것이 없는 루기스의 손을 잡아준 인간
그런 인간은 루기스에겐 세 명뿐
나머지 두 사람은 나인즈와 바로 알류에노

셋 중 누군가가 빠져 있었다면
루기스는 어딘가에서 죽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고아의 운명은 그만큼 쉽게 변하는 법이였으니까




"요즘엔 나를 과대평가해 줄 사람은 있겠지
영웅이라고 불러줄 녀석도 있을 거야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라, 내가 해낸 일을 보고 말한 것 뿐이야
하지만 할아범처럼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겠어?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런 인간을 죽게 놔둔거야!"




자조가 뒤섞인 말이였다

그런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목을 졸라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서니오 전투에서 리처드와 만났을 때만 해도
루기스는 이런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것이 리처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고
전쟁터의 이치라고 이해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한 번 아군이 되어
함께 같은 뜻을 가지고 싸우게 되었을 때에 생각해 버렸다

이번엔 그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뜻밖의 대가가 이것이라니

제브렐리스를 죽였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방위 전투에 가까운 것
신왕국군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반면 구왕국군은 메드라우트 보루를 함락시켜
목구멍까지 창을 들이대고 있었다

파멸의 발소리는 바로 코 앞까지 다가온 격이였다





"귀가 아프네, 나는 일찍이 힘만을 절대라고 믿었던 여자야
힘센 자는 옳고, 약한 자는 노력하지 않은 자
힘 없는 자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야
네 말마따나 나는 그런 용자가 될 수 없어"




그것은 카리아가 검술을
익히기까지의 과정에 의거한 사상일 것이다

아버지의 눈 밖에 났고 주위에서는 모멸의 눈초리가 쏟아졌고
그 속에서 피를 씹으며 손에 쥔 검술과 힘
약자에 불과했던 그녀가 목숨마저 걸며 잡은 것

그래서 약한 채 타협하는 존재를
카리아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많은 굴욕과 아픔을 극복하고 얻은 힘을
재능의 한마디로 잘라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비록 오만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카리아는 와인 잔을 따르고 나서 말했다




"나는 그를 대신할 수 없다다
하지만 나도 이제 너를 버리지 않겠다
그것만은 말할 수 있다, 그걸로는 안되겠느냐?"



"...네가 그런 말도 할 줄 아는구나, 카리아"





카리아는 은색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
루기스는 자조하는 투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평소보다 술기운이 도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끊임없는 초조감이 그의 눈꼬리를 치켜뜨게 하고 있었다
어쩌면 분격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이야 이러고 있지만, 사실은 시시한 모험자이며 사기꾼이야
아마 술집의 홀 청소가 더 잘 어울리겠지
영웅이 되기 위해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저 도망쳐버릴 때가 몇 번이고 있었어"


"아, 그래서?"



카리아가 대꾸하자 루기스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만약 내가 그렇게 되면, 너는 틀림없이 나를 버릴 거야
약자는 싫어하잖아, 카리아 버드닉
넌 나보다도 훨씬 훌륭한 영웅이니까"




내뱉듯이 루기스는 말했다
하지만 은발의 검객은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기죽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환호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불려진 요건은 아마도 감정에 정리를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 상대는 가장 오랜 옛날부터 루기스와 함께 있었던
굳이 따지자면 루기스의 모험자 시절을 잘 아는 인간이어야 했다
그를 영웅이라고 믿는 자에게 한심한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나만이 아는 그의 약점이라고
카리아는 내심을 녹였다
그의 심층을 아는 자는 자신만으로 좋다
자신이 모르는 그의 일면이 있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아니야, 저버리지 않을거야"


"하하, 내가 아무 힘도 없어져도?
너를 만났을 때... 아니, 아무것도 모르는 고아의 시절로 돌아가도?"


"응"




카리아는 얼굴을 바짝 갖다 댔다
서로의 한숨이 녹아내리면서 와인 냄새가 녹아내릴 것 같은 거리였다
순간 루기스는 눈을 떴지만 기죽지 않고 은색 눈을 다시 노려보았다

카리아는 루기스의 눈동자 속에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비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다른 여자는 아니군,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를 그는 보고 있다




"너는 나와 만나기 전에, 나를 본 적이 있나?"




카리아는 눈앞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 것을 알았다
아아 그렇군, 기묘할 정도로 간단히 납득이 갔다
모든 의문이 얼음 녹듯 풀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납득은 가는 것 같았다

그는 내가 그를 인식하기도 전에 나를 만났었다
그게 어떤 형태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뭘 봤는지는 몰라, 하지만 상상이 가는 군"




한 박자를 놓고 나서 카리아는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나를 죽여보는게 어때?"




루기스의 표정이 굳어지고
핏기가 가시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표연한 모습도 지금은 사라지고
여유도 아예 사라진 것 같았다

시간은 주지 않겠다는 듯
카리아는 몸을 기대며 루기스의 손가락을 잡았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틀림없이, 설령 네놈이 사지를 잃고, 의지마저 꺾여져도
나는 언제까지고 함께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인간은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하는 생물이니까"




한때 힘이 전부였던 소녀의 신앙은
맥없이 사랑 앞에 무너져 버렸다
올바른 것을 정하는 법 등
올바름에 의하지 않는 사랑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그것을 믿을 수 없다면 할 수 없다
카리아는 자신이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래서 하는 말이였으니




"그럼 날 죽여보는 게 어때?
이 몸이 거인이든 뭐든, 너라면 죽일 수 있겠지?
내가 무슨 일을 저질러서, 네가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면
날 죽여서, 너의 원한을 이루도록 해, 난 상관없어"


"...아냐, 카리아
내가 잘못했어, 나는 그런 의미에서..."


"뭐가 달라?"




루기스의 양손을 잡고 카리아는 자신의 목에 댔다
가느다란 목덜미는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러질 것 같았다
이러고도 전쟁터를 뛰어다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몰락 귀족 여자애의 손을 잡아, 밖으로 끌어내주는 사람
여자애 마음대로 사귀고 함께 만나줄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적어도 나는 너 하나 밖에는 몰라
난 분명 그대로 있다간, 모든 것을 잃었을거야, 의지도, 존엄도..."




그러니까, 라고 카리아는 계속했다




"네 손으로 끝난다면, 나쁘지는 않을거야
이것은 내 의지로 선택한 것이니 말이야"




침대에 쓰러져 루기스를 끌어들이면서
카리아는 은색 머리카락을 시트 위에 흩뜨렸다
그리고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했다




◇◆◇◆





"그렇게 되어버린건가?"





성녀 알류에노... 신령 아르티아는 대성당 한구석에서 중얼거렸다
정밀함과 청렴함이 지배하는 성전 안에서 제브렐리스가 죽었음을 감지했다

이로써 본래 대성교의 손에 의해
제브렐리스를 죽이기로 했던 각본은 무너졌다

아니, 브릴리간트가 그의 손에 의해 죽었을 때부터
그것은 예정되어 있던거겠지
그래서 아르티아는 다른 선을 그었다.
어떻게 보면 여기까지는 예측의 범위 내

그러나 아르티아에게도 한 가지 기묘한 의문만은 남아 있었다

어째서 루기스는 대마를 죽일 만한 원전을 지닌건가



온갖 편견을 제외하더라도 루기스는 평범하다
무술의 재주는 없고 의지와 자아만 있다
특별한 일이라고는 그 의지에 따라
악랄한 재주를 꽃피울 가능성이 있다는 점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대마를 죽일 수 있을 정도의 것은 아니다
원전을 보유한 대마, 마인들을 본질적으로
살해한다는 것은 본래 불가능한 일이니까

루기스가 악성에 도취돼 있다고는 하지만 
원초 살해능력을 들고 나올 만한 힘은 없었다

하지만, 정령신 제브렐리스는 마지막에 그것을 보았다
전경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그 이유까지도 내다보는 것 같았다

아르티아는 수긍하며 감정을 잃은 황금빛 눈동자를 깜박였다




"너도 여기까지 그를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너의 사랑은 역시 뭔가 특별한 점이 있는 것 같네, 역시 내 권속이라니까"




간단한 일이었다
운명이란 이것을 부르는 것

아르티아
아니 알류에노가
그의 원전의 원인인 셈이였던 것이다

루기스는 그 몸에 신의 총애를 조금도 받지 못했다
그것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을 빼앗기고
온갖 생애를 보답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아르티아의 권속이 바라는 것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세계가 생각하는 것이 있었으니

왜 그는 신의 총애를 받지 못했을까?




권속이 바랐기 때문이라든가 하는 것은
계산에 들어맞지 않는다
보다 강한 필연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세계 전체의 이치이고, 필요한 것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
이 세계를 만들어 낸 자들의 습성

세계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는 신의 총애를 받지 않을 만한 죄를 지은 것이다

신은 많은 죄인들도 사랑한다
그렇다면 신의 총애를 피할 만한 큰 죄란 무엇인가

그건 신을 죽인 것


거기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의 성질이나 의지도 섞여 있는 것은 틀림 없다
하나의 이치만으로 다가갈 수 있을 만큼
세상의 운명은 부드럽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있을 수 있는 일인지 그 운명에 손을 대고 말았다

아르티아는 확신했다


이 세계에는 많은 운명이 존재하고
때때로 복수의 분기를 거친다
그 결과, 가지와 잎이라고 할 수 있는 가느다란 운명도 있고
굵은 가지가 된 운명도 존재할 것이다

이제 아르티아와 루기스 사이에 운명이 생기고 말았다
역사의 근간, 거목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기계장치의 운명이 여기에 가로놓여진 것이였다




"출정하도록 하자, 운명을 때려눕히는 거야
나는 그 때문에 태어난 것이니까"





운명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신을 죽일 수 있는 자는
유일하게 신의 사랑을 받지 못한 자여야 한다

이날 성녀와 신령이 운명과 대치하는 정벌을 시작했다


제17장 성전 시대 편이 끝났습니다

제18장 영웅 편으로 이어집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