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12화 - 칼을 맞부딪치는 황금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12화 - 칼을 맞부딪치는 황금 -

개성공단 2021. 6. 7. 01:09

구릿빛 용이 크게 입을 열었다
혁혁한 몸짓이 바로 대지를 밝히는 햇빛처럼 보였다
그녀는 성벽을 넘는 위용을 나타내며
휘몰아치는 브레스로 병사의 해일을 물리쳤다

그 광경은 장렬했고
통쾌하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피에르트는 손끝에 마력을 집중하며 새삼 그녀의 위협을 깨달았다




"이제까지 들었던 이야기와는 아주 다르군요"




적동룡 샤드랩트는 도망자
도주야말로 그녀의 투쟁의 한 형태라고 피에르트는 들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 싸움판으로 스스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물론 반가운 아군이긴 하지만 마법사의 습성탓 인지
이전 정보와 다른 일이 벌어지면 가슴이 쿵쿵 뛰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였다
뭔가 본질과는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계책이 있는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무엇인가를 일으킨것인가
의문이란 것이 끝이 없었다

그러나 피에르트나 샤드랍트나 문답을 주고받을 시간은 없었다

피에르트는 날카롭게 날숨을 내뿜으며 구릿빛 비늘에서 시선을 떼었다



저 인간은 한눈 팔면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그녀는 눈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성녀와 같은 황금빛 머리에 눈동자
아니, 성녀 쪽이 그와 같은 머리와 눈동자의 색을 하고 있는 것이였다

고즈넉하게 걷는 모습은 위용이 넘쳤고
멀리 성벽 아래 있으면서도 그 압박감이 피에르트의 심장을 사로잡았다

백은의 검을 쥔... 헤르트 스탠리가 당도한 것이였다



과거 성벽 도시 갈루아마리아 학사에서
함께 배운 황금이 피에르트의 적으로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영락없는 재주를 가진 영웅

그가 무너진 성벽 파편에 발을 걸었고
피에르트는 마법을 쏘기 위해 손가락을 튕겼다




"너희에게 송곳니를 줄 지어니, 모두 헤집어 먹어라!"




손끝에 마력이 집중되는 순간 황금이 눈 아래 어른거렸다
무너진 성벽의 잔해에서 다시 잔해로
때때로 약간의 뒤틀림만을 발판으로 그는 도약했다
더군다나 무리하는 것도 아닌, 유연하게 말이다

달려 나가는 헤르트를 쏘아 떨어뜨리기 위해
불길이 뱀의 형상을 본뜬 채 허공을 달렸다
방사된 뱀은 종횡무진 움직이며 사냥감만을 노리고 기어갔다
불안정한 태세의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한 마법이였다

조절도 방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피에르트는 다음을 대비해 손가락을 뗐다



"닫힌 뚜껑아, 무너져 내려라!"




시야에서는 헤르트의 검이
불길에 휩싸인 뱀을 베어 죽이고 있었다
머리카락 한 올도 태우지 못하고 말이다

역시 그를 뚫는 데 필요한 것은
흉악한 마법이 아니라, 질량

피에르트는 흘러나오는 말로 술식을 마치며 손가락을 튕겼다
하늘이 떨리고 무너지며 균열하면서 세계의 이치가 비뚤어져 가기 시작했다

쾅, 하고 엄청난 물량이 미끄러져 떨어지는 소리가 났며
잔해 위에 홍수가 부어졌다

헤르트 개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였다
그와 잔해 모두를 씻어 버리는 방대한 탁류의 폭풍
그토록 강한 영웅도 압도적인 질량에는 먹혀들 수밖에 없다
황금이 홍수 속으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그 속에서 다시 뛰는 헤르트가 보였다



홍수마저 베었을까, 물살의 연결고리를 찾아냈을까, 잘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영웅은 탁류의 소용돌이에 휩쓸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벽 위에... 피에르트의 눈앞에 서는 데 성공했다





"오랜만이야 헤르트"




하지만 그마저도 당연하다는 듯
피에르트는 검은 눈동자를 열면서 그를 맞이했다
백은의 검을 휘두르며 헤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글쎄요... 지금이면 화해할 수 있겠습니다만"


"변하지 않았구나, 당신은 아니 한 번은 변했을려나?"


"그런 걸까요?"




헤르트는 말을 심하게 고른 듯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전 예전부터 변하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정의와 선에 몸을 바쳐야 한다고 믿으니까요
오히려 왜 당신이 왜 그 쪽에 붙은 거죠?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담담한 일체의 의심을 품지 않는 목소리에
다행이다 라며, 피에르트는 볼을 느슨하게 했다
헤르트는 피에르트가 잘 아는 학사 시절의 그였다
정의와 선만을 신봉하는 황금



"흐흐... 하하하하하하!"




당돌한 미소는 피에르트에게서 나타났다
그녀는 정말 우스워 죽겠다는 듯 검은 머리를 흔들며 웃었다
그녀의 단정한 얼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앳된 미소였다

주위를 뒤덮은 전쟁터는 멈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헤르트만은 피에르트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맞아, 지금도 신기하게 생각해
어떻게 나는 그 날 밤에 그의 손을 잡았던 걸까?
원래대로라면 당신 곁에 있는 게 옳았던 것일 테고
어쩌면 그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겠지

   하지만, 그러지 못했어 이것이 실수라고 할 지언정
난 그 곁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곳에 온 거야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 옳거나 선행이거나, 별 의미는 없어
왜냐하면 그것이 틀리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하는 사람은 있으니까"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유갑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틀리는 일은 없었어요
어렴풋하지만 그것만은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래? 하지만 이젠 맞설 수 밖에 없네
나나 당신 중 어느 한 사람이 죽을 거야
아무튼 고마워, 헤르트"




조금 전의 미소든 예든
적을 향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피에르트가 보여주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에 헤르트의 칼끝이 흔들렸다

정작 피에르트는 볼을 치켜올리며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은 울리고 있었고, 강한 빛이 눈동자에 떠 있었다




"정말 고마워, 내게 와 줘서
루기스는 네 일이라면, 다른 곳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어, 너무하는 거 아니야?
나랑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생각해줘도, 다가와주질 않아
그렇기는 커녕, 연인조차 당신 앞에서는 희미해 있었지

    그러니까 정말 다행이야"




정말 친구들과 잡담할 정도의 스산함에 피에르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깨에 싣고 온 무게를 후 하고 한숨과 함께 내뱉어 버린 것 같았다




"무슨 소리인가요?"

"너를 내가 여기서 죽일 거라는 소리야"



헤르트 스탠리라는 이름의 황금을 동경한 것은 루기스뿐이 아니였다
많은 사람, 잡다한 평범한 자들도 마찬가지
일찍이 학사에 있던 무렵의 피에르트도 포함되었다

그래서 루기스가 이글이글 타들어갔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결코 도달할 수 없는 햇빛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애타는 마음 때문에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면

나는 그 애타는 것까지도 빼앗아 갈 것이다

사사로운 감정을 개입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다만 이 자리에서 피에르트는 녹을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루기스가 오기 전에 모든 걸 끝마칠 결심을 하고 말이다





 ◇◆◇◆





"샤드랩트가 왕도로요?"




성녀 마티아가 의심하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눈동자에는 곤혹스러운 빛이 감돌아 있었다

라르그도 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성녀 마티아
척후의 정보대로 구 왕국군이 왕도에 접근하고 있다 합니다
그래서 샤드랩트 님은 먼저 가게신다고..."




솔직히 이유까지는 알 수 없다고
안은 미심쩍은 듯 딱 잘라 말했다
원래 안의 협상 능력은 인간에 대응한 것
용의 사고회로까지는 이해의 범위 밖일 것이다

안의 말에 막 깨어난 레우가 덧붙였다
흰머리가 아직도 졸린 듯이 너울거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도망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한테 이것을 맡기고 갔으니까...."




레우가 한 손에 들고 보인 것은 보석 한 알이였다
대마 제브렐리스와의 전쟁에서
루기스에 대한 협력의 대가로 건넨 것
샤드랩트는 그것을 레우에게 맡긴 다음
날개를 펼치며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걸 가지고 도망쳐
이미 늦어버렸으니까
나는 내가 할 일을 하겠어"

샤드랩트가 말하는 할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녀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도망가라고 타이르는 것은
상당한 이상 사태라고 레우에게도 인식할 수 있었다

뭔가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단 한몸으로 왕도로 나섰다

마티아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며
앞으로의 일을 궁리했다


인간왕 메디크가 주위의 마성을 소탕함으로써
척후는 상당히 움직이기 쉬워졌다
정보가 손에 들어온, 마티아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왕도가 이제 전쟁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가능하면 지금이라도 달려가야 한다
샤드랩트의 움직임은 읽을 수 없지만
레우의 권능을 이용하면 그다지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지금 그녀의 상태를 생각하면 인원이 한정되겠지만 그래도 충분하다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와 카리아의 모습은?"


"변한 게 없습니다
루기스 님은 일어날 수 없고
카리아 님은 곁을 떠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몇 시간 전 들은 보고와 똑같은 말에
다시 마티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1분 1초가 피와 가까운 지금
이 자리에서 마티아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를 이 자리에 두어야 할 것인가
그럴 경우 레우가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그는 전장에 참가할 수 없을 것이다
전쟁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예측할 수 없는 사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카리아는 결코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그럼 그를 기다려야 하나
그를 기다리는 동안 모든 게 끝날 수도 있다
마티아를 포함해 전쟁터에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적지만
그래도 기치만한 의미는 있는 것이다
공연히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너무 아까우니 말이다

아아, 아니, 하고 마티아는 다시 생각했다
또 하나, 선택지가 있었던 것이다

샤드랩트의 말처럼 도망가 버리는 것이다
구왕국군은 압도적인 대군
루기스와 카리아의 말을 감안하면
대마로 꼽히는 마성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내놓고 도주하는 것도
현실적인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하아, 하지만..."





푸념이 마티아에서 흘러나왔다
루기스가 일어나기만 하면 일이 간단할 것이고
고민할 필요도 분명히 없어질 것이다

일이 여기에 이르러서도
아직도 그의 거동 하나에 생각이 휘둘리는 상황에
옛날 일이 마티아에게서 떠오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 그를 싫어했던게 아닌가
마티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기적이고 호언장담. 타산이나 이성을 비웃는 경거망동

너무 싫었다
영웅으로 불리든 용사로 불리든 하찮은 인간으로 여겼다


그런데 어째서 그 상대에게 구혼하게 된 것일까?
게다가 거절당하고...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 그의 연인은 지금, 전장에 있는 것이었다

휴, 하고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나서 발길을 돌려 걷기 시작했고
목적지는 루기스가 잠든 집이였다



마티아가 가옥에 들어서면
군사들과 문관들의 시선이 금방 쏠렸지만
그런 것들은 개의치 않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든 루기스와 곁에 있는 카리아만 마티아를 보고 있지 않았다

서론은 버리고 솔직하게 물었다




"그가 잠든 것은 마력이 부족해서 일까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라면 내 피로 충분할 것이다"




카리아는 마티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루기스에게 말했다
표정은 초연해 보였고, 평소의 강인한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눈물 자국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았고
은색 눈동자를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도저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전장에 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녀의 사고는 모두 그에게 쏠려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가 일어나기만 하면 해결될 것이다
마티아는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고
아플 정도로 카리아의 기분을 알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한 가지를 생각해 낸 것이였다




"마성은 마력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뿐이라면, 마성은 마성을 잡아먹으면 될 것인데
인간을 잡아먹는 원인에는 인간과 마성의 마력은
각각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마티아의 당돌한 말투에 카리아는 공허하게 반응했다
창백해 보이는 뺨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마력을 물려받으면 되는 거겠죠"




좋은 기회라고 마티아는 생각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에게 은혜와 사실을 만들어 두자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마티아는 판단을 했다




"수단은 가리지 않을 겁니다
협조해 주시겠죠?"


연재 시작 4년만에 드디어 이 작가가 완결할 의지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카테고리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드디어 최종장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