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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14화 - 그녀의 투쟁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14화 - 그녀의 투쟁 -

개성공단 2021. 6. 7. 01:52

황금 눈동자, 황금 머리, 손에는 빛의 검

변화한 샤드랩트의 모습은 아르티아와 판박으로
틀림없는 동일한 존재로 보였다
기껏 다른 것은 복장 정도일까?

아르티아가 입는 갑옷에
샤드랩트는 화려한 사냥꾼 장복을 입고 있었다
일찍이 세계를 잡은 여자가 입고 있던 고향의 옷차림이였다

차이점은 단지 그것뿐
용모는 물론 기색도, 한발 내딛는 법도
마력 방출도 호흡도 눈 깜빡이는 것 모두 똑같았다

이제는 변화라기보다 복제라고 하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샤드랍트의 체구에 옛 아르티아가 단 한순간 자리 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이 마주치는 순간 불화는 날아가고 있었다
서로 겨눈 빛의 검이 교차했고
세계마저 깎아내릴 것 같은 마력의 충돌이 있었다

순간, 소리도 꺼지고 시야가 빛으로 넘쳤으며 공기마저 실종되었다

일체가 침묵하는 그 자리를 깨뜨린 것은 아르티아의 입술이었다




"그렇군, 나라면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그녀는 감탄하면서도, 그러나 낙담한 기색으로 말했다

아르티아라면 아르티아를 죽일 수 있다
단순 명쾌한 그 이치
만물을 변화의 대상으로 삼는 그림자
샤드랩트여야만 취할 수 있는 수단이였다




"성질을, 영혼을, 사상조차도 변모시키는
자랑없는 자이기에 이럴 수 있지"



 
몇 차례 충돌이 일어나며 그때마다 빛이 튀었다
주위의 평범한 자가 일절 내다볼 수 없는 영역이 두 사람 사이에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아르티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틀림없이 거기 있는 것은 옛날의 자신이다
변함없이 인류를 사랑하고, 인류를 존경하고
그리고 아직도 인류를 믿고 있었을 무렵의...
이 사냥꾼 옷차림이야말로 샤드랩트가 알고 있는 자신의 전성일 것이다

마치 서로 찌르는 듯한 기세로
샤드랩트는 빛의 광검을 더욱 휘두르고, 찌르고, 튕겨나가게 했고
그 때문인지 빛은 많이 모습을 바꾸어나갔다
어떨 때는 활, 지팡이, 망치... 또 어떨 때는 검이었다

내딛는 첫걸음은 언제나 필살의 일격
시선만으로 모든 마성을 능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 아르티아는 비웃음 하듯이 입술을 움직였다




"그건 너무 안이한 생각이지, 도둑"




빛의 교차는 순식간에 끝났다
보통 사람이라면 시야가 빛에 가려진 것으로밖에 느끼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순간에 승패는 결정됐다

진정한 황금은 위풍당당하게 두 다리로 서고 가짜는 무릎을 꿇었다
샤드랩트의 두 눈은 부술 듯 격통을 발하면서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과거의 대영웅을 본뜬 몸은 단 몇 초도 못 가 부서지고 말았다

당연한 거야, 뻔하고 말고



샤드랩트의 변화는 무한하지도, 만능도 아니다
스스로의 그릇을 마력으로 변조하고 있을 뿐
영혼의 용량을 넘어선 시점에서
자신감이 상실되는 결말은 필연이였다

한도를 넘긴다면 고작 몇 초
그러나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해도
엄연한 현실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가짜는 진실에 승리할 수 없다는 현실

설령 샤드랩트가 완벽하게 아르티아의 전성기를 훔쳐내도
그 장본인이 여기에 있었기에, 따라는 해도, 초월을 할 순 없었다




"그래서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피를 입가에 흘리며
아직도 아르티아의 모습을 간직한 채 샤드랍트가 말했다
몇 초로 여겨졌던 변화가
일부 무너지면서도 지속되는 것은 충격적이였다

그러나 말투는 늘 하는 것이었다
시선도 이제는 샤드랩트 본인의 것




"그래, 난 언제나 변함없이 진품엔 승리할 수 없어
그러니까 항상 도망쳐 왔던 거야"




언제나 누군가에게 둔갑해온
샤드랩트는 언제나 그 누군가에게 붙잡히지 않도록
계속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살기 위한 투쟁은 곧 그것이였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주겠다
그것이 최초로 나타난 그녀의 의지




"이제까지도 그러기 위해서
영혼마저도 용족으로 변화시켰었지
어쩌면 살아 남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정작 당사자가 눈치챈다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눈치 챌리가 없잖아
구역질이 날 정도로, 오만한 생물이 바로 용족인데 말야"




아니, 용족에 국한 된 것만이 아닌
많은 마성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 종족이야말로 지고 유일 종족이라고

다른 모든 종족 등 발밑에 엎드리는 자에 불과하고
거인도, 정령도, 요정도, 마수도, 흡혈종족도
과거 이 대지에 만연했던 모든 종족이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는 정반대
즉 다른 생물을 속이는 것
나의 삶을 부정하고 다른 삶을 긍정하라
자신이 남보다 열등하다고 판단하는 비열한 행위
종족을 혈통을 자랑으로 여기는 마성이 그런 짓을 하겠는가




"...흠"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샤드랩트의 원전은
다른 사람의 눈 깜빡임으로 죽어버릴 만큼 덧없는 생물일 뿐이었다

먹히는 자요, 빼앗기는 자요, 짓밟히는 자일 뿐
본래 마성의 본능인 투쟁은 그녀에게 죽음밖에 주지 않았다

그래서 도망가 버렸다



도망가고, 도망가고, 계속 도망가고
조롱당하든 모멸당하든 상관없이, 도망쳐서 살아났다
육신을 먹어서 마력을 얻은 적도 있고, 교활하게 속여 훔친 적도 있었다

더 강한 자로 둔갑하고 힘을 얻으며 다시 강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그녀가 영혼조차 변질시켜 용이라는 종족을 택한 것은
한때 최강의 종족이었기 때문이였다





"자존심 싸움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자신보다 더 자랑스럽고 종족의 혈통을 지키던 마성이 얼마나 망했거늘
하지만 난 살아남아서, 여기에 있는 것이야!"




기어가고, 도망가고, 연명하고
그렇게 해서 지금 지고의 대영웅 앞에 있었고
그 상황에서조차 그녀는 변모할 수 있었다

계속 살아가면, 언젠가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날벌레 같은 시절부터 언제나 타인의 그림자에 불과했던
나조차도 여기까지 도달했으니까




"그러니까 도망치면 되는 거야
수치도 추문도 목숨을 빼앗을 수는 없을 테니까"





샤드랩트의 한마디는 아르티아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도망갈 것을 계속 부정하던 바보들을 향한 것이였다

망가지는 몸인 상태로
자신도 망가진 것이라고 샤드랩트는 볼을 찌푸렸다
아무리 방책을 짰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무모하게 노출되다니
뇌가 망가진 것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리석기 짝이 없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독약을 마셨으니 말이야



샤드랩트는 눈꺼풀에 떠오른 한 남자를 생각했다
분명 그도 의외로 죽을 때는 어이없이 죽어버릴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도망가지 않기 때문이였다

샤드랍트가 계속 도망쳐 승리를 낚은 데 비해
그는 계속 맞서 승리를 챙겼다

본래라면 샤드랩트에 있어서, 얼마 되지 않는 삶을 누리고 죽는다
시시하군, 자기보다 강한 자와 상대하면 끝인데 말야
바보 같은 녀석이 아닌가?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는 끝나지 않았다



맞섰고 마침내 자신보다 강한 자를 극복했다.
천성룡 브릴리간트도, 정령신 제브릴리스도 말이다
지금보다 훨씬 약한 인간이었을 무렵부터
그는 승리하고, 기어올라, 여기에 있다해야 할 것이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이를 악무는 광검을 다시 움켜쥐고
발로 땅을 밟아 눈을 부릅떴다
한 번 더 할 수 있어, 아직 싸울 수 있고 말고

그 남자를 뭐라고 불러야 할 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강자에게 승리해 보였다
영원히 강한 자로부터 도망쳐야만 했던
자기 앞에서 그저 승리했던 것이였다

아아, 나 스스로도 바보 같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샤드랩트는 자조하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르티아, 나는 너를 극복하겠어, 이곳에서 승리하는 건 나야"


"벗겨진 가면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꼭 보고 싶네"




두 황금이 다시 대치했고
공기가 삽시간에 열을 동반했다

하지만 이미 충돌하기 전부터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도 좋았다
한쪽은 만전, 한쪽은 부서지기 직전
샤드랩트가 아르티아의 모습을 모방하려 할수록
승리의 길은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샤드랩트는 일어서고, 대치하며, 눈앞의 적을 보았다
도주로는 여기엔 없다, 이것은 승리를 위한 포석




"....!"




양측 모두 거의 동시에 간격을 좁히기 시작했다

양측에서 반사된 수많은 빛이 무지개 빛으로 변해갔다
그 누구도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신화의 싸움
모든 움직임이 살의로 바뀌며 양자를 찔렀다

하지만 역시 승패는 변하지 않았다

아르티아의 빛이 샤드랍트의 목을 물며 솟아올랐다
대영웅이 된 그녀는 승리밖에 모른기에
그녀 자신조차도 더 이상 그녀를 죽일 수 없는 것이였다

그녀를 죽일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 순간

아르티아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그녀의 빛이 멈추었다
황금빛 눈동자가 한 사람을 비추었고
그녀는 그것을 보고 말았다




"용서하지 말고, 영원히 저주해
나는 너를 이런 수단으로 밖에 구할 수 없으니까"




일찍이 그가 자기를 죽이는 순간에 내뱉은 말이
아르티아의 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영락없는 그 순간 아르티아의 의식이 떨리기 시작했다
생전과 다름없는 오우후르의 모습이 그녀 앞에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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