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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15화 - 나는 여기에 있다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15화 - 나는 여기에 있다 -

개성공단 2021. 6. 12. 02:31

성녀 알류에노... 아르티아의 한순간의 동요와 당황
결코 흐트러짐이 없었던 그녀가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일찍이 마성 앞에서 한번도 빈틈을 보인 적이 없었던 그녀가
지금 이 때 흔들리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눈앞에 오우후르의 모습이 등장했기 때문이였다
그녀가 사랑하고 또 그녀를 사랑한 자

말도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것은 진짜가 아니라 샤드랩트가 변모한 모습
그 증거로, 이 오우후르는 과거의 것
지금의 그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어도, 의식이 단절해버리는데
살의 그 자체였던 손 끝에서 힘이 빠지며
아르티아는 넋을 잃어버렸다



그 근소한 절호의 기회를 샤드랩트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진면목은 변환 자재의 용모도
수천의 시간을 견뎌낸 도주력도 아닌 기회를 읽는 힘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그녀의 두 눈은 계속 파악하고 있었다

허약한 존재에 불과했던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능력 덕분이였다
그것이 지금 다른 사람을 해치는 데 사용됐다

광검이 시야에 담기조차 힘든 속도로 허공을 날아가는 그 찰나의 순간

샤드랩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농담이라 생각될 정도로
아르티아의 가슴에는 칼이 꽂혀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느긋한 듯이 입을 열었다




"...그리운 것이로군, 고마워 샤드랩트
오랜만에 과거의 그를 엿볼 수 있었어
기억 속에서 조차 희미해져 가던 모습이니 말이야"




가슴에 검이 꽂힌 모습으로
아르티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거의 감정을 보이지 않는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그것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다음 순간 아르티아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가슴에 꽂힌 검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샤드랩트의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내 모습으로 나를 죽일 수 없었기에
오우후르가 나를 살해했던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려 한 거지?
감탄했어, 그 생각 자체는 틀린 게 아니야
하지만 수단이 틀렸어, 그의 모습을 훔친 것만으로는 부족해"


"부... 부족하다니, 뭘..."




찌그러진 육신이 짜부러지는 소리가 났고
샤드랩트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밀어넣었던 칼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르티아의 가슴팍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처음으로 그녀가 입은 상처였다

모종의 사랑스러움마저 느끼며 아르티아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오우후르는 내게 특별해
내가 처음으로 예외로 삼은 자니까 말이야
그래서 그는 나를 죽일 수 있던거야
그는 그 만의 얼과 신념, 그리고 긍지를 가지고 있었어
그러니 그저 가죽 하나 덮은 것으로는 날 죽일 수 없던거야"




그렇다고 그 모습이 싫지는 않지만
그렇게 아르티아는 샤드랍트의 목덜미를 잡아 올렸다

고민의 감정이 샤드랍트의 표정에 떠올랐고
마치 강철에 목이 끼워진 것 같았다
이젠 결코 놓을 수 없다
설령 벌레로 모습을 바꾼다 해도 지금의 아르티아에게는 도망칠 수 없다
그녀의 사이에 끼어든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조금 생각한 후
이것이 최후인가 하고 샤드랍트는 탄식했다

샤드랩트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붙잡힐 운명이었다
도둑이자 도망자인 그녀의 최후는
누군가에게 붙잡히는 말로가 돼야 했었다

도망치고 계속 도망쳤지만
현재 그녀는 수백 년 전에 도망쳤던 아르티아의 손에 붙잡혔다
더 이상 자연 그대로의 모습조차 유지할 수 없었고
조만간 익숙한 붉은 머리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젠장할... 어째서 인간 세상에 너 같은 괴물이 태어난 거지?"


"간단해, 샤드랩트, 필요해서 그랬기 때문이야
그래, 나는 누군가가 원하고 필요했기 때문에 지금도 이 곳에 있어
자, 이제 너는 나와 맞섰고, 훔치지 말아야 할 것 까지 훔쳤어
살아서 도망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목소리에서 새어나오는 것은
피부를 찢을 정도의 살의
말의 한 마디에서 배어나오는 분노의 색조

그것을 이제 분노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녀는 조각만큼도 샤드랩트를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샤드랩트는 당연히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래서 뺨을 일그러뜨리며 목소리를 냈다




"도망친다고? 내가 왜 도망칠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말했잖아, 나는 너를 극복하고 승리할 거라고"




샤드랩트는 숨을 모으며
마력을 목구멍에 쌓기 시작했다

이것은 아르티아의 것도
오우후르의 것도 코리올라티의 것도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니다
그저 영혼을 변질시켜 구릿빛 용이 된 샤드랩트가
자신이 즐겨 사용한 마 중 하나




"네가 왕도에 들어갈 때까지의 시간만 벌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나의 승리가 될 수 있는 거야"




그러면 그들은 멀리 도망갈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아르티아가 지배하는 세계에 도주처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계속 도망갈 수는 있다
끊임없이 도망간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도주를 선택할 때도 있는 것이다

혹은 그들이 어리석게도
아르티아와의 투쟁을 선택한다면
그건 그것으로 시간을 줄 필요가 있었다

폐촌 전역에서 루기스가 잃은 마력은 방대하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을 회복할 수는 없어도
가능한 회복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깨진 항아리에 물 붓기 이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왜 나는 이렇게 무모한 싸움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샤드랩트는 새삼스럽게 눈살을 찌푸렸고
왜 바보들 때문에 자신이 다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자문했다

루기스를 포함한 이들은 바보들이다
샤드랩트가 설령 도주하기 위한 계책을 부려도
그것을 짓밟고 제멋대로 행동해 버리는 패거리였다
그런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오히려 그들도 자신이 도망칠 것을 상정하고 있으니까
빨리 도망쳐 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닐까?

결과적으로 그들이 아르티아에 패배하고
그 위에서 세계가 그녀의 손에 굴러다닌다고 해도 상관없다
인간은 어차피 욕심이 많고, 하지만 힘은 없고 비참하고 덧없는 종족
망해도 샤드랩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그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종족들의 멸망을 겪고 종족의 멸망을 보았다
그 중에는 친하게 지낸 자들도 있었고 함께 싸운 자들도 있었다
그런 동포들을 샤드랍트는 계속 버렸던 것이였다

이제 와서 좀 특이한 존재만 발견했을 뿐
무엇 때문에 가르치고, 도와주며, 그러면서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가

고뇌라고 할 수 있는 문답이 샤드랩트를 가로질러 갔다

하지만 해답은 곧바로 나왔다
망설일 틈조차 없었다.




"너가 그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모든 것은 너의 기대에 어긋나며 끝나 버릴 거야
그는 나에게 쓰러질 것이야, 설마 나를 쓰러뜨릴 거란 생각을 하는 거야?
인간이란 말이야,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생물이라고"




감정을 죽인 듯한 목소리로 아르티아가 말했다

그러나 샤드랍트는 웃었다
그것은 천진난만한 미소였다




"멍청한 놈 같으니, 그와 너는 달라
너는 나에게 목숨을 걸게 할 수 있냐?"




암, 그렇고말고
그들은 바보들이다
그래서 도망가지 않는다
그들은 반드시 여기에 온다

그러나 그 때, 아르티아가 온전한 모습으로 있으면
그들의 승리는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승리의 길이다
내가 승리의 쐐기를 박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목숨을 걸었다

샤드랩트는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용의 포효




순간, 큰 음성이 주위 일대를 뒤덮었다
용에게 있어서조차 목과 체구를 연소시킬 수도 있는 폭발적인 성량

사람은 그 자체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수많은 동물은 대지에 엎드리는 것
전성기에는 산맥조차 날려보냈다는 전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힘껏 땅을 파헤치는 것이 한도일 것이다

용의 포효에 공명하듯 대지에 소리가 울려퍼졌다
작은 삐걱거리는 소리가 붕괴음으로 이어지며
곧바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신기해"




그런 와중에 아르티아는 불쑥 중얼거렸다
무너져가는 땅에 조금의 흥미도 보이지 않는 듯
오히려 목을 움켜쥔 샤드랩트의 존재에만 시선을 던졌다




"네가 이런 죽음을 택할 줄이야
나도 약간 예상 밖이었어"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음 울림은 살이 찢어지는 불쾌한 소리와 피가 토하는 소리
그것들이 굉음에 지워지면서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아르티아는 손에 쥔 그녀의 목덜미를 비틀어 자른 뒤
몸 안을 손가락 끝으로 찢어내듯 세로로 찢었다
그녀는 멈주치 않았고, 피부와 살이 열리며
혈액에 젖은 심장을 가늘고 하얀 손끝이 움켜쥐었다





"브릴리간트의 재현이라고 할까
샤드랩트, 너도 이제 끝나버렸구나"




예전의 천성룡에게 했던 것처럼
아르티아는 시원하게 손끝에 힘을 주어

그 심장을 부숴버렸다

구릿빛 용 샤드랩트의 체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오랫동안 써온 그 몸에서 겨우 벗어나는 것이라는 듯 혈액이 계속 흘러갔고
그것을 제지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단지 샤드랩트의 생각을 받아 들이듯
대지가 부서지고 혈액은 지하로 쏟아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샤드랩트는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그녀가 계속 피해갔던 죽음이, 지금 그녀의 목을 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기말고사 과제 때문에 번역 하기가 힘드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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