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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18화 - 왕도 난전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18화 - 왕도 난전 -

개성공단 2021. 6. 13. 02:20

휘황찬란하게 해가 떠올랐다
폭설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햇빛이 대지를 비추는 것은
오늘 하루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듯 했다

그 와중에 보석 하나가 하늘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보석 마인 레우는 손가락과 머리카락에 휘감기듯
형형색색의 보석을 번쩍였다
그녀의 흰 머리카락이 보석의 색을 더 두드러지게 해 갔다

그녀는 가늘고 작은 손가락으로 재주 있게 보석을 조종해
하나, 또 하나 대지에 내던졌다
마음먹은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 순간에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보석에 담긴 것은 인간과 마성의 동료들
혹시 자신은 그나 그녀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구릿빛 용의 기척이 갑작스럽게 사라진 것이였다
크고, 호화롭게 타오르는 불꽃 같은 존재감을 풍겼는데
휴, 하고 바람이 분 것 마냥, 사라져 버리고 말았디



설마...

레우는 가슴속에 움튼 비관적 생각을 부정했다
저 용에 한해서 그런 결말은 있을 수 없을 테니까

그녀는 언제나 도망치려고 하는 자
그런데도 기묘한 친근감과 미워할 수 없는 정이 있었다

어쨌든 자신이 죽을 선택을 하고 마는 성격은 아닐 터였다
그녀에게 맡겨진 보석도 아직 수중에 남아 있었다

레우에게 아가토스가 자신을 이끌어주는 언니 같은 존재라면
그녀는 무엇인가 친구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런 걸 생각하면서도 불안했고
레우는 억지로라도 가슴을 안정시키려 했다

지금은 우려에 마음을 빼앗길 시간이 아닌
자기 할 일을 해야할 시간이니까



눈 아래를 내려다보면
왕도 아르셰는 조만간 구왕국군이 쳐들어올 판이었다
전역의 도리 같은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레우조차
성벽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린 모습은 참담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너진 성벽 주변 대지가 갈라져 함몰돼 있다는 점일 것이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고
무엇보다 가옥 몇 채의 구멍이 숭숭 뚫린 그곳은
어떤 병사들일지라도 쉽게 진척 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레우는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폐촌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끝내 깨어나지 않던 그가
비로소 무거운 눈꺼풀을 움직인 것은
불과 몇 시간 전의 일

성녀 마티아, 은발의 검사 카리아와 함께
마검을 허리에 차고 늘 하는 모습으로 그는 섰다
왜 셋이 함께였는지, 왜 마티아와 카리아는 침착하지 못한 모습이었는지
레우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고

일어나자마자 마티아로부터 현 정세를 전해들은
그는 매서운 눈을 더욱 날카롭게 뜨고 말했다




"그래, 가보자고
어떻게 발버둥치든 결전이라는 거겠지"




그 모습을 떠올리며 레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따끔하고 가시라도 찔린 것처럼
피부가 둔한 감촉을 기억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레우는 루기스에게 겁을 먹은 것이였다
그것은 그가 무섭다고 하는 것은 아니였다
그저 모든 것을 털어놓고 각오한 듯한 표정이 두려웠다

마치 죽이는 것과 죽임을 당하는 것
모두를 동의해 버린 것 같은
본능에 호소하는 강렬한 감정을 일깨우는 것이였다

전쟁터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만
문득 눈을 깜빡이면 이 싸움 뒤에라도
그가 죽어버릴 것 같아 레우는 두려웠다

보석을 배치한 뒤 레우는 활공하며
마지막 목적지인 궁전을 향했다
이제 대궐 사람들과 합류하기만 하면 레우의 역할은 끝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허공에서 섬광이 번쩍이는 듯 푸른색이 깜박였다
쏟아지는 마력의 덩어리인 그것은
레우의 몸을 하얗게 꿰뚫고 그녀의 움직임을 정지시켰다

의식이 혼탁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라기보다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레우는 얼른 생각했다
보석을 조종해서 하늘을 날 수는 없다
꼼짝없이 낙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레우는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눈동자만 굴렸다
설령 자신의 몸이 추락해도 어느 정도는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마인의 몸이 얼마나 튼튼한지는 이미 입증된 바가 있으니까

지금은 자신을 공격한 적을 추적해야 할 것이다
눈동자가 빙글 움직이며 순식간에 세계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적은 보이지 않았다
신왕국군 병사들이 드문드문 보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레우를, 마인을 쏘아 떨어뜨리는 마법은 하지 못할 것이다

아찔했다
마치 온몸이 얼어붙은 듯한 감촉이 있었다
그 순간 목덜미에 손가락이 휘감겼다




"어리석군요, 다 허사로 끝날 것인데"




여자 목소리였다
푸른 머리칼을 펄럭이며 추락하는 레우를 휘감는 그녀에겐 신체가 없었다
오직 목소리와 신체의 일부만을 허공에 떠오르며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눈을 허공에 뜬 채, 부릅뜬 눈으로 레우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주님의 방해를 용서할 만큼 관용적이지는 않습니다"





사도 질루이 하노는 영혼만의 몸으로 보석을 대지에 묶어두듯 속삭였다





 ◇◆◇◆





세계가 불타고 있었다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의 마법에 의해 성벽 일부는 불바다로 변했다
타오르는 불꽃의 빛이 그녀의 눈동자를 비추고 있었고
표정은 황홀하기까지 했다

왜 나는 불꽃을 이용한 마법을 좋아하는가
일찍이 스스로에게 물었던 말을, 피에르트는 다시 한 번 물었다

그것은 자신의 격앙을 억누르기 위한 의식이기도 했고
자신의 감정이 동요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기도 했다

답이야 쉽지




그가 불길 속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의 폭풍 속에 그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의 처음 만남은 불꽃이었다

생각하면 피에르트의 시작도 불꽃이다
아니, 훈제라고 표현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지, 후후...

부질없는 재능, 그저 창밖만 바라보던 날
그를 만나기 전 그 일상은 그을리기만 했던 시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활활 타오르지는 못했다
그야말로 신이 그린 각본대로 일이 진행되기 전에는
그녀에게 운명이란 찾아오지 않는 것이였다

그래서 그가 피에르트에게 준 것은 운명이 아닌, 한 조각의 불꽃이였다
그것은 그을림 같은 것은
두 번 다시 일으킬 수 없을 정도의 열량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로 말한다면
그가 불꽃을 준 것은 나에게만 국한되지 않겠지




일개 모험자에 불과했던
그의 길목에 있던 것은 승리와 역사의 잔해
그 등에 불쏘시개로 던져진 인간이 얼마나 있었던가

그리고 그 최고의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헤르트, 안 죽었지?
쓸데없는 짓 그만해, 바보 같으니라고"





불길의 바다에 피에르트는 말을 던졌다
그녀는 답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기까지 했다

황금빛 머리칼이 사르르 불길 속에서 떠올랐다




"놀랍군요, 이 정도의 마법을 펼칠 줄이야
볼버트의 궁정 마법사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 고마워, 여유로운 말이여서 기쁘진 않지만"




백금의 검이 불길에서 건져 올려졌고, 마를 쓴 기색은 없었다
불꽃을 끊은 것은 그저 미친 속도와 기술
그는 조용하게 피에르트의 마법을 참획해 갔다

물론 피에르트는 이 정도야 예상하고 있었다
황금 영웅이 이 정도의 불길에 쓰러질 리 없을 테니까




"그럼 이건 어떨까?"




헤르트가 불길을 찢으며 고개를 드는 순간이였다
허공에는 거대한 창이 네 자루 날고 있었다

불꽃을 휘감고 하늘을 다 태울 기세로 불꽃 창이 만들어졌다
거인이 휘두르는 창이라고 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을 만큼의 거대함이 있었다

피에르트, 수탈의 마안이 깜박이는 순간
그것들이 대영웅 한 사람을 향해 날라갔다
불로 태워 죽이려는 것인지, 질량으로 짓누르려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그저 사람 한 사람을 이승에서 소멸시킬 만한 열량이 있었다

네 개의 불꽃이 성벽을 향해 사출되었다
사람은 물론 철강과 성벽도 그대로 잃을 기세



하지만

상대는 황금의 대영웅




"정말 멋지군요"




불길의 네 창이 스스로 성벽을 꿰뚫는 순간에
헤르트는 틀림없이 그것을 양단했다
대영웅의 영혼은 마성에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검이 단순한 쇳덩이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이를 끊을 수 있는 것은 그의 기량일 것이다

그래서 피에르트는 손가락을 튕겼다




"불꽃이든 물이든 뭐든 베어버리겠다는 거지?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정말 정답일까?"




백금의 검으로 양단된 네 자루의 화염 창이 나타났다

순간 그것들이 폭발하며
스스로가 절단되는 것을 인정하고 있던 것 같은 깨끗함으로
주위를 불꽃의 소용돌이로 삼켜갔다

그것들은 이미 수많은 알갱이가 된 불꽃 폭풍
비는 설사 양단할 수 있다고 해도
검 하나로 모든 것을 잘라내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물론 그가 사람이라면 말이다




"이것으로 끝나면 좋을 텐데, 다음 수를 원하는 거야?"




피에르트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뜨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심장 자체를 감싸안듯 그녀의 온몸의 마력이 날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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