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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0화 - 신앙의 싸움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20화 - 신앙의 싸움 -

개성공단 2021. 6. 13. 03:32

정의와 악의 싸움은 의지의 싸움이고
번개와 바람이 긍지의 싸움이라면
사도와 보석과의 싸움은 신앙의 싸움이라고 부를 만 했다

레우의 몸이 사도 질루이의 푸른 마력에 뚫려 하늘에서 흘러내렸다
하얀 머리카락이 출렁이며
그녀에게 더 이상 떠오를 힘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입가에서 피가 솟아오르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손발에 저림에 가까운 통각이 있었다
레우는 이 감촉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것은 다시 마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였다

당연했다
폐촌에서 잃어버린 마력은 그리 쉽게 돌아오지 않는 법이였으니



그래서 레우는 이대로 추락하기를 택했다
무리해서 하늘을 뛰어다니려고 하면 자칫 실수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괜찮아, 통증에는 익숙하니까

거의 수동적인 무방비 상태에서 레우는 벽돌길로 추락했다

몸이 삐걱거리는, 확실히 떨어져서는 안 되는 각도로 떨어져 버렸다
인간이라면 분명 즉사할 것이다

그러나 마인의 몸은 인간을 초월하고 있었으니
통증은 있지만 기능에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위험한 것은 그것보다...




"불손하군요
주님의 왕도를 짓밟았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방해를 하려고 침입하다니"




질루이의 마력이 공중에서 내뿜어졌다
마인의 영혼이 속속 신체의 파편을 구축해 나가면서
레우보다 조금 큰 정도의 몸체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폐촌에서 드러난 모습 그대로 였다

푸른 머리에, 눈동자에는 광신의 빛깔
영혼뿐인 모습은 희미하지만
그래도 아르티아의 마인으로서의
경외심을 몸에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군요
어찌하여 너 같은 자까지
우리 주님에게 반역하려 하는 겁니까?"



이상한 것이라도 보듯
질루이는 구른 채로 있는 레우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녀에게 더 이상 저항할 만한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경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레우는 온몸의 통증보다는
질루이의 시선에 더 두려움을 느꼈다

저것은 그저 가만히 쳐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증오해야 할 적을 노려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시선으로 자신의 영혼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답답하군요
당신은 약한 자인데, 왜 그 쪽에 서려 하는 것입니까"




질루이는 정말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찌된 셈인지 신앙만이던 눈동자가 살짝 일그러졌다

그것은 신앙을 제외한 다른 감정들이
그녀의 눈동자에서 쏟아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전율케 할 정도의 노기였다

분노, 분노, 분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질루이의 눈동자를 덮고 있었다




"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우리 주님은 약한 자에게 손을 내밀어 주십니다
지금의 세상을 한 번 보시죠
힘 없는 자는 학대받고, 빼앗기며 짓밟힐 뿐 입니다"




권력이든 폭력이든 재력든 매력이든 말이다
힘없는 자의 말로는 잘 알려져 있었다

약자는 고개를 숙이고 불우한 삶을 계속 살 수밖에 없다
꽉 막힌 세계에 처박혀 걸을 길도 없는 세계에서 살아야 했다

질루이는 입을 열면서 간신히 몸을 일으킨 레우를 보았다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싸울 수 있는 것도, 모두 강자만의 특권
모친을 빼앗긴 당신은 잘 알텐데요"




레우는 눈동자를 부릅떴다
그러나 어떻게,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그러한 종류의 것이라고 이해한 것이였다

영혼의 기록조차 꿰뚫는 눈동자가 마인 질루이의 원전




"이 세계에서는 힘을 가지는 것이 제일
당신은 지금 보석으로서 힘을 가졌어요
그런데도 왜 그 쪽에 있는 거죠?
일찍이 어머니를 죽인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미소를 지으며 사는 것이 더 나은 삶이라고 하는 건가요?"


"아... 아니에요"


"뭐가 아니란 말인가요!?"



레우는 비틀거리며 질루이를 바라보았다

몇 초의 공백 뒤 레우의 비통한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그녀는 거의 마력을 잃은 채, 숨을 헐떡이며 말을 흘렸다




"저... 생각한 적은 있었습니다
왜 그 쪽에 서지 않았는지..."




그 쪽
평범한 일상, 상상이 아닌 행복
평범한 마을 처녀로서의 일상

만약 저쪽에 있었다면 거기에는 있었을 것이다
자상한 부모님이 계시고, 따뜻한 식사가 있고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이 말이다 

싫은 일이나 괴로운 일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아, 아버지나 어머니, 신뢰할 수 있는 친구에게 이야기를 듣고
반드시 극복해 나갈 수 있었을 테니 말이야
내일이면 서로 웃고, 또 노래 및 놀이라도 하면서 밭일을 열심히 할 것이다

때로는 축제에 참가해서 사탕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1년에 한번쯤 예쁜 옷도 입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만약 레우가 평범한 곳에 있었으면 주어져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녀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것이였다

레우의 생애는 무대 뒤에서
그저 무대를 계속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저는 당신의 모든 것을 부정할 수는 없어요"




가냘픈 목소리로 레우가 말했다

만약 단추를 하나 잘못 채웠다면.
레우는 질루이와 같은 말을 했을지도 몰랐고
부정 따위는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질루이는 말을 하지 않았다
때로는 혀를 무기로 삼는 그녀가
놀라울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저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아가토스를 만났고
피에르트 씨, 루기스 씨,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났어요
그러니까 당신의 생각은 저에게 부합하지 않아요
당신은 그저 착각하고 있을 뿐이에요"




둘 사이의 차이가 있다면
단지 누구를 만나 무엇을 알았는가

레우는 께달았다
세계는 힘을 절대 제일로 하지 않는다
그것을 절대시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아름다운 것을 만난 그녀는 절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질루이는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힘은 절대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자를 섬기는 수밖에 없다
절대자를 만난 그녀는 그래서 절망했다




"그런가요"



호, 하고 한숨을 내쉬며 질루이가 말했다
계속 펴고 있던 어깨 팔꿈치가 느슨해져 있는 모습이 햇빛에 비치고 있었다
눈 속에서 약간 비치는 햇빛이 둘을 감쌌다




"그럼... 잘못 생각한 채, 여기서 죽어라"


"싫어요, 저는 계속 살고, 살고, 계속 살 것입니다"




레우는 보석을 손가락으로 움켜쥐며 입술을 굳게 다물며 말했다

질루이 역시 입술을 깨물며 손가락 끝을 튕겼다

원래 그녀는 마인으로서는 낮은 곳에 위치했다
일찍이 정령신 밑에서 만용을 부린 보석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력을 고갈시킨 상대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물론 질루이도 폐촌에서 카리아의 일격을 받고 말았다
그 몸이 영혼이기에 부서지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풍전등화인 것은 레우와 마찬가지였다

원래대로라면 질루이는 물러났어야 했다
레우는 이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전력이 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질루이는 살아 있는 한 적진을 농락할 수 있다
그녀가 가진 영혼의 포획 기능은
죽은 자조차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적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질루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이때 처음으로 스스로 승리를 원한 것이였다

지금까지 그녀가 원하던 것은 어디까지나 신의 뜻에 따르는 것뿐
그 이외의 현상은 없었다



지금 처음 승리를 원한 것은
레우라는 마인이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그녀는 약자로 태어나 자랐고 살았다, 자신과 다를 바 없어
그것이야말로 질루이와 동일할 것이며
같은 마음을 품어도 좋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주인의 신앙을 부정하는 것이라면
부정하고 또 행복하다고 주장해 버린다면
그것은 자신의 신앙의 부정에 가까웠다

이기고 싶어
네가 틀렸다고 부정해 주고 싶어

질루이의 혼신의 마력이 손가락 끝에 집중되었다
그녀에게 원전을 이용한 공격방법은 없으며
또한 최소한의 마법 밖에는 없었다
고로 사용되는 것은, 그저 마력의 화살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지금의 레우를 죽이기엔 충분할 것이다
허공을 쏘듯 마가 사출되었다



"......!"




고작 마력 화살이라니
지금까지 레우가 경험하고
그렇게 해 온 위업에 비하면 너무나 허무했다
마인의 마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였다

그러나 기진맥진한 레우에게는 충분한 위협
틀림없는 살의가 깃든 화살

레우는 보석을 형성했고
아가토스의 남은 기억을 움켜쥐듯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발끝은 떨리고 있었고
한숨이 새어 나왔으며, 더 이상 피할 수도 없을 것이다




"으으....."




마력의 화살이 레우의 한쪽 배를 관통했다
그것만으로도 몸의 핵을 도려내는 충격이 있었다
이러다 아가토스에게 혼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주위에는 뼈를 깎고 싸우는 사람들밖에 없었던 것이였다

게다가, 나도... 그들과 함께 싸우고 싶어

보석이 레우에게 허용된 마지막 열선을 발했다
하얀 섬광은 눈에 띄지 않는 속도로 허공을 질주하며 빛을 만들었다

보석이 보석이 되기 위한 빛
지고한 보석 아가토스가 가장 아름답다고 인정한 빛

그것은 그녀의 일격이 질루이의 체구를 관통했던 것과 완전히 동시였다

레우의 체구는 등 뒤에서 마의 칼날에 뚫려 있었다




"나는 약하니까 말이야..."




질루이의 목소리가 레우의 귓가에 속삭였다
정면에서 몸이 부서지는 질루이와 같은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그녀의 몸은 살이 아니라 영혼일 뿐
영혼이기 때문에 단지 하나로 머물지는 못하고
어떤 공간 속에 하나로 치우쳐 있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약한 자도... 생각해 낼 수는 있단 거야...."




질루이는 거의 피를 토해내는 투로 말했다
영혼을 분할한 그녀도 상처는 컸다
게다가 그 나머지 조각은 레우의 열선에 부서졌던 것이였다

그래도...



"죽어라, 약한 자여"



그녀가 휘두르는 마력의 칼날은 레우의 심장을 관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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