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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61화 - 이 자의 손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61화 - 이 자의 손에 -

개성공단 2021. 9. 14. 03:22

환상이 사라져 가고
옛 시대의 모습 또한 없어져 갔다

지금까지 내 안에 계속 있던
생명의 불빛이 고요히 눈을 감았고

알류에노는 그 감촉에
일말의 적막감과 향수를 떠올리고 있었다



희망을 끊어버리는 패배의 맛
소녀가 꿈꾸던 사랑의 이상은 허무하게 패망했다

다름이 아니라 사랑한 남자의 손에 의해서...



알류에노는 탈진한 듯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이제 아르티아의 영혼은 잔재만 남길 뿐

몸에 남는 마력도 얼마인가 사라져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옥좌 사이에 웅성거리는
마의 군세는 아직 남아 있지만
그들도 머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모습을 되찾았을 왕도도 이제 그 모습을 잃게 될 것이다

대륙에 가득 찬 마수는 다시 숨을 죽이고
마성들 또한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겠지...



소녀의 사랑과
신화 시대 대영웅의 야망은 사라진 것이였다

아르티아의 소멸과 함께
죽음의 눈의 시대는 끝을 맺었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단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였다



꿈은 아름답다
누구에게나 이상적인 꿈을 꿀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 잊혀질 운명에 처해있다

알류에노는 어쩌면 언젠가
이 때가 올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 자신도 신기할 정도로 절망을 하지 않았다
패배를 당연한 일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 아니였다
알류에노는 황금빛 눈동자를 흐릿하게 하며 입을 열었다




"루기스"



사랑했던 그가
자신을 목숨 걸고 막아준 것이
알류에노의 마음을 구한 것이였다

그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절망의 늪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볼을 만지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인체의 절반 이상은 마력에 의해 먹히고 있었고
아직 볼에서 맥박이 뛰고 있지만
그것도 오래 못 갈 것 같지는 않아 보였디


당연했다

알류에노는 루기스를 마력으로 삼키고는
스스로의 것으로 할 작정이였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그 근원을 끊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마력에 침식된 몸만 남을 뿐
지금의 알류에노로는 그를 치유할 수조차 없었다




"너는... 바보같이 멋대로 행동한다니까..."




황금빛 눈동자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물에는 끝없는 감정이 넘쳐흐르고 있었고
특히 그 중에서 제일 큰 것은 비애와 모정이였다

그가 없어져 간다는 것이 슬프다
몸이 찢어질 듯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여전히 견딜 수 없을 정도

그러나 그가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
자신을 말리고 그렇게 살려준 사실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알류에노를 기쁘게 했다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알류에노는 자신이 왜 눈물을 흘리는지 모르면서도, 오열을 터뜨렸다
그녀는 무너져가는 루기스의 몸을 부둥켜 안으며

아니, 바보는 나야




"너의 마음도 제대로 몰랐고...
이렇게 서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하다니..."



자신이 서투른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손에 잡혔을지도 모르는 행복은
이미 오래 전에 손바닥에서 흘러 내린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사랑만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은 지금 최고의 사랑을 깨달았다

아, 나는 행복한 여자야

그러니까




"루기스, 네가 행복하길 바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알류에노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루기스의 몸을 감싸 안으며
마력의 잔재를 천천히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황금 눈동자를 감고, 뺨이 뒤집힐 듯이 웃었다

정말이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포기하는 게 싫어
나답다고 하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원전 해제"




몇 안 되는 마력이 그녀에게서 흘러내렸다
사라져가는 영혼이 마지막 빛을 밝힌 것이였다

다만, 그것은 알류에노의 영혼을 내미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멈추려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나를 위해 목숨을 내놓았지
그렇다면 나도 그에게 목숨을 바치겠어

그 어쩔 수 없는 대가의 교환은
알류에노에게 당연한 이치이고

그녀가 깨달은 사랑과 그것의 결실인 것이였다

그렇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있긴 하겠지만, 이미 송장이 되가고 있으니...



알류에노는 루기스와 몸을 밀착하고
마지막까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세상에서 최고의 사랑을 했다

그렇다면 그 끝은 뻔하겠지
사랑이란 금방 부서지는 법이니까

마지막 순간에 알류에노는 루기스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순전한 우연이였고
루기스도 의도하지 않은 것이였다

어쩌면 알류에노에게 주어진
최초이자 마지막의 행운이였을지도 모른다



엷은 빨강 손수건이 보였다
소중하게 접혀져 품안에 들어 있던 것




'알류에노, 꼭 다시 만나자
그 때는 내가 기사님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럼 미래의 기사님에게는 이걸 줄게
귀부인이 기사에게 손수건을 빌려주고
기사는 그것을 몸에 지니고 싸워 살아 돌아와
귀부인에게 돌려준다... 정말 낭만적이지 않아?'



아, 역시

바보같은 건 내 쪽이었어

알류에노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출렁였다




"바라건대 이 자(者)의 손에 행복을"




순간 원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몸에서 마력이 사라지고
세계에서 사라져 가는 감촉에 알류에노가 몸을 떨었다

알류에노의 원전은 본래 자신의 행복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
당연히 그 누구를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였다

아르티아도, 알류에노도
처음부터 그러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들이 추구했던 것은 스스로 행복하기 위한 길과
사랑하는 자와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엔
반드시 스스로의 존재가 있었고
사라지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처음으로
알류에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타인의 행복을 바랐다

그저 그를 위해 세상이 미소를 짓기를...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만든
원전을 왜곡하는 무모한 행동이
더더욱 알류에노의 넋을 삐걱거리게 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온몸에서 비명을 지를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알류에노는 상관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영혼도 목숨도 피도 잃고
남은 것 또한 얼마 남지 않았다

그의 속에 원전의 잔재를 남길 수 있을지 몰라도
이만한 일을 저질러 놓고
그뿐이라고 생각하면 가소롭지도 않을 것이다
어리석다고 그렇게 외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말이야

그럴지라도 알류에노는 행복했다
두 손으로 루기스의 얼굴을 잡고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사랑한 인간의 얼굴인데
이렇게 말끄러미 바라본 것은 얼마만일까

알류에노는 숨도 못 쉴 지경임에도
가만히 속삭이듯 노래를 불렀다





"나는 행복해
당신이 눈을 떴을 때
분명 당신은 나의 죽음을 떠올릴 거야~"




이미 그것은 확신이었다
루기스는 선명할 때까지 자신과 그 죽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 옥좌 사이에서의 한 순간을 눈꺼풀에 비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눈을 떴을 땐
나는 결코 거기에 있지 않겠지"




루기스는 나를 원망할까, 계속 생각해 줄까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와 나는 하나다

그야말로 그가 죽는 그날까지...




"사랑해, 루기스"




알류에노는 루기스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는 최후를 고했다

영혼은 어느새 형체를 잃더니
루기스의 몸에 겹쳐지듯이 떨어졌다

그리고 모래알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는데
그 주위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오직 루기스의 영혼만이
그녀의 존재를 기억할 것이다




옥좌에는 그의 몸 
딱 하나만이 남아 있었고

찰카닥,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톱니바퀴가 다시 돌아가는 소리였다


찝찝하내요

전개를 볼 수록

루기스와 알류에노가 이어질 수 없을 것 같다 했는데

 

알류에노는 루기스를 살리고 죽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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