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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62화 - 미래를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62화 - 미래를 -

개성공단 2021. 9. 14. 04:31


마에 침범당한 옥좌가
천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갔다

운하마냥 범람하던 마의 군세들은
갑자기 오열하며 괴로워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루기스!"




그렇게 외친 건 카리아였다
루기스가 알류에노로 달려드는 순간 둘은 마에 휩싸여버렸고

거인의 망치를 들어도
용의 괴물이 비명을 질러도
엘프의 주술이 열심히 일해도
사라지지 않던 군세가 지금 사라지고 있는 것이였다

이것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

결판이 났다는 것인가



문득 밖에서는 눈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석양
낮도 밤도 아닌, 한순간이 마의 군세를 밝히고 있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들은 꿈처럼 사라져 갔고
아르티아가 꾼 꿈의 잔향은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은빛 머리카락이 섬광처럼 반짝였다

카리아는 이마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을 세차게 밟았다

초조가 발밑에 드러났다는 증거이며
그것은 피에르트와 엘디스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마의 군세는 옥좌 사이 전체를
짓밟을 듯이 압도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알류에노의 악의 앞에 가로놓여 있던 인간들이
무사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았다

그녀 셋은 옥좌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루기스와 알류에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지?"



엘디스는 푸른 눈을 굳게 하고
긴 귀를 쫑긋하며 말했다

그 자리의 의문을 대변하는 한마디였다

설마 너나 할 것 없이
마성의 군세에 짓뭉개져 그대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그런 최악의 광경의 생각이 들었던
피에르트는 검은 눈동자를 몇 번이나 깜박였다

갑자기, 쿨럭, 기침을 하는 소리가 제일 먼저 들려왔다





"너네들... 영웅이라면...
좀 더 빨리 와줘... 구원을 받는 쪽에도
아름다움이란게 있는 법이잖아!"




보석 아가토스
그녀는 옥좌 사이의 기둥에 기대듯이
아니, 뭔가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었다

몸의 대부분을 잃어버려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것인데
평소 모습 그대로의 미학을 뽐내고 있었다

곧이어 피에르트가 달려들었다
검은 눈동자가 초조한 모습에서 조금 침착성을 되찾은 듯 했다



"아가토스……다행이네, 살아 있었어"


"살아 있는게 아니라, 사라지지 않았을 뿐이야"




아가토스는 비꼬는 투로
가슴팍에 박힌 커다란 보석을 포함한
보석을 여러 개 내놓았다

그녀는 유무를 막론하고 피에르트 양손에 밀어붙였는데
모든 보석들이 아가토스의 피로 얼룩져 있었지만
상처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 보석에 담긴 게 뭔지
피에르트가 물을 것도 없이 아가토스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전원은 무리였어... 정말이지 마인으로서 실격이야
뭐, 그래도 다행이야 레우가 잠들어 있어서...
이 내가 마지막 순간에 어중간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을
도저히 보여줄 수는 없잖아?"


"아가토스!"




온 몸으로 누워있는 아가토스 옆에서
피에르트가 그 손을 잡았다

더 이상 체온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그녀가 마력을 상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녀가 살아있을 수 있던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알류에노의 마력의 여파를 받아서였다



카리아와 엘디스가 긴장한 표정으로 그 곁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 모두 어떤 표정을 지을지 결정하지 못한 듯했다

구해진 자가 있으니 기쁘고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작 그 남자는 보석에 있을까?
...라는 눈동자 안쪽에 그런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 친구라면 없어"



아가토스는 그런 이들의 속셈을 양단할 기세로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부탁이다, 알려주겠나?"




카리아가 신묘함을 동반한 눈으로 물었다
자칫하면 감정이 난동을 부릴 것 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모습이였다




"그 녀석이 아르티아를 죽였잖아
그럼 이제 그 녀석은 마성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게 됬어
여기엔 이제 없다는 거지"




예쁜 석양이 아가토스의 뺨을 비추고 있었다
이제는 보석 같은 미려한 눈동자마저
어렴풋이 출렁이고 있었다

시체 같은 얼굴인데도
아가토스는 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글쎄다... 정확한 것은 신만이 알겠지

    뭐 그 녀석은 어떻게 발버둥치든 돌아오곤 했잖아?
너희는 뭐랄까... 그런 믿음이 없는 건가?"



"아니"




엘디스가 제일 먼저 말했다
그녀 또한 푸른 눈을 흔들며
필사적으로 자신의 깊숙한 것들을 물어 죽이는 참이였다




"그는 우리보고 믿으라고 했어
그럼, 우리도 믿어보는 거야
루기스는 너의 말마냥 무사할거야"




그녀는 손가락을 튕기며, 눈을 가늘게 떴다

결코 안도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루기스는 이곳에 없고
완전히 사라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죽었다고 판별난 것도 아니였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믿어야 할 것은 그의 말이였다
카리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디든 쫓아가겠어"


"흠,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루기스는 모든 걸 집어치우고
자신을 구하러 오라고 하는 성격은 아니잖아"




카리아든 피에르트든, 엘디스의 표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두 불안과 초조를 얼굴 가득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자신들에게 말했다, 자신들을 믿는다고

그렇다면 우리들도 그를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의 생명조차 맡긴 신용이 거짓이 되는 거니까

그것만은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가 살아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애초에 그가 자취를 감추거나 하는 짓은 자주 있었으니까




아가토스는 볼을 찡긋하며 웃었다
그러고는 그냥 눈동자를 감았다

마의 군세가 완전히 사라진 것과 같이
그녀는 희미하게 그 기색을 잃어갔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보석은 미소를 머금은 채 사라졌다

뒤에 남은 보석들은 주인을 잃고 그 마력을 해방시켰다

레우를 비롯하여 마티아와 안
필로스와 다른 사람들
일찍이 레우가 지키고 싶다고 말한 인간을
아가토스는 끝까지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거기에 루기스의 모습은 없었다
카리아도, 피아라도, 엘디스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하는 것이 그에 대한 배신이라고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게다가 마력이 아직 옥좌 사이를 뒤덮고 있었던 것이였기에
중심지에 있던 그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루기스는 왕도 어디에도 없었다
신 이외에는 그 위치를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






흐릿한 시야만이 내게 있었다
희미해진 기억이 천천히 반복되기 시작했고
그것만이 나에게 살아 있는 감촉을 주고 있었다

알류에노와 맞서 아르티아의 영혼을 베어 죽인 감촉

죽어가는 몸이, 무너져 가는 느낌

그리고, 있을 수 있는 일인지
그녀가 나를 위해서 목숨을 내민 감촉

그것만이 몇번이나 시야 앞에서 흔들렸다
나도 모르게 그 광경을 부정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기묘한 실감이 가슴 속에 있었다
내가 반대 입장이여도, 당연히 그 짓을 저질렀을 것이다

알류에노와 나는 절대 뗄 수 없는 사이
그렇다면 그녀가 한 짓이라고 해도 사실이 아닐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여행길에서 얻은 것은 방대해
내게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많은 것을 손에 넣었어
하지만 그 결과는 알류에노를 잃은 것일까

루기스는 혼자서 소리없이 웃었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사고를 안은 채
나는 꿈속에 있는 것 같았다

썩어가는 몸은 쉽게 깨어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어디냐 여기는?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것인가
기분이 이상했다

의식은 망연한데도, 마치 어딘가로 걷고 있는 느낌이였다



희미하게만 주위가 보이지만
어둠이 비치고 있을 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걸어도 닿을 수 없는 길이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계속 걸었고
진흙 속을 걷는 것처럼 발이 무거웠다

마치 온몸의 감각이 묘하게 둔해진 듯 했다

분명한 것은 청각뿐
찰가닥하고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이대로 그저 계속 걷는 것만이
이 꿈의 의미일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뭔가 도착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문득, 그것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옥좌
호화찬란하기보다 이끼 낀 낡음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그저 금은을 걸치는 것보다
훨씬 묵직한 위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정령신 제브릴리스 안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했다




잠들어 있어야 할 눈꺼풀이
어느새 또렷하게 열려 그것을 보고 있었다

순간 전신의 감각이 명료해진 것 같았다

허리에는...잃었을 마검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단숨에 뽑아, 자세를 취했다

손가락에 달라붙는 마검의 칼끝이 포효하기까지 하는 듯했다



그 이유는 바로
시선 끝의 옥좌에 거만하게
팔꿈치를 괴는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였다

전통의상과 같은 치장을 하고
세부는 장식품으로 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화려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은
그녀의 행동이 그에 걸맞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황금 머리칼에 황금 눈동자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침착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고





"내 꿈에까지 나오다니.. 이 얼마나 한가한 자식인가"




옥좌에 앉은 여자는 황금 눈동자를 깜박이며 응했다



"아, 인사가 늦었군, 인류 영웅 루기스"


"꿈이여도 전혀 웃을 수 없는 농담이군
아르티아, 당신이 나한테 인사를 할 필요가 어딨어?"




대영웅 아르티아는 어둠 속에서
옥좌에 올라서 그런지, 더욱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현실에서 만났을 때보다 그 위용은 더 크게 느껴졌다

아니 잠깐만, 이게 꿈인지조차 의심스럽군
그녀의 영혼을 베어 죽인 느낌은 기억하지만
확실하게 승리했는지는 알 방도가 없었다

인간왕 메디크는 사후에도 그 영혼만은 살아 있었다
그렇다면 대영웅 아르티아도 마찬가지로
다시 살아나거나 하는 그런 방도가 있지 않을까?

나는 마검을 휘두르며 아르티아에게 들이댔다



하지만 아르티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날 바라본 후
돌연 쓴웃음을 머금은 뒤, 시원수레 두 손을 위로 올렸다




"자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그저 자네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 온 거야
그다지 싸울 생각도, 대항할 생각도 없어"




나는 나도 모르게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나와 아르티아 사이에는
언제나 적의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직 서로를 끝내기 투쟁뿐이였을 텐데...


그렇지만 옥좌에 앉은 채인 아르티아에게서는
정말로 그러한 의지를 일절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태연하고 우아한 태도로 그녀는 말했다




"자네는 이곳을 꿈이라고 했지?
그래, 여기가 너의 의식의 일부분인건 맞아
하지만 나와도 의식을 공유한 곳이라고 생각해야 겠지

    뭐, 너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을지도
세세한 거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였지?
나도 마찬가지야,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나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했지?"




전할 말이 있다고는 했지만
그녀의 입으로 전해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 적은 없다

...라기보다, 그녀가 말하는 것보단
다른 사람이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녀를 향한 감정이 방해를 하고 있기에
어떤 정보라든 진지하게 들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아르티아는 내 감정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옥좌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마검이 진동하며 경계를 드러냈다

나는 눈썹을 당장 치켜올렸지만
아르티아는 나를 향해 오는 것이 아니라
옥좌 옆에 서서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다

그 황금의 눈이 어딘가 슬픈 듯이
나를 본 것은 뭔가 기분탓일지도




"이것을 자네에게 양도하겠어
이건 이제 너의 옥좌야, 인류 영웅 루기스"




아르티아의 목소리에서 감정의 울림이 사라졌다




"농담하지 마
그런 거창한거 할 생각도 없고
애초에 옥좌가 어울리는 신분도 아니야
물론 꿈 속에서도 말이지"


"끝까지 들어라"



그것은 명령하는 말투였다
아르티아는 황금빛 눈동자로 나를 관통하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아니여도 어울린다...
아니, 다른 대마나 마인에게 시켜라...
설마 알지 못한 것인가?
이 옥좌를 차지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야, 인류 영웅
마인을 죽인자는 마인으로, 대마를 죽인자는 대마가 되어버리는 것이지

     당연한거다, 괴물을 죽이려면 괴물이 되어야 하는 법
그렇다면 시대의 영웅을 죽인 것은 다음 시대의 영웅이 되어야 겠지?

            이 시대는 내가 지배한 시대였다
그 전 시대는 세 영웅이 '투쟁'한 시대
그리고 그 전 시대는 제블릴리스의 '범람'의 시대..
쭉 이렇게 변천하면서 이어왔던거야
톱니바퀴의 신들이 만들어 낸 대로 말이야...."



세계는 항상 시대를 상징하는
영웅... 신을 만드는 것이라고, 아르티아는 태연하게 말했다

어처구니 없는 망언이군
신이라니 뭐야? 변함없이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다니

하지만 아르티아의 눈동자에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허위의 빛이 없었다

마치 역사를 이야기하는 기계와 같은 모습으로 말하고 있었다



"고로 나를 죽인 너는, 나의 옥좌를 계승하는 것이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아르티아지만, 아르티아가 아니였다

내가 알고 있는 녀석이 아닌, 단지 여기에 있을 뿐인 녀석이였다

이를테면 인류 영웅 아르티아라는 상징으로
이곳에 놓여 있을 뿐이였다는 것이다



아르티아의 말에 맞춰 어둠이 희미하게 걷혔고
나는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주위에는 녀석들이 있었다


거인 영웅 프리슬란트
용의 영웅 브릴리간트, 정령 영웅 제브릴리스

아득한 신화시대에 대마로 불린 영웅들
그리고 수많은 마인들... 마의 현현이라고 불린 자들...

누구나가, 이 옥좌에 이끌려 온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자, 앉도록
새로운 인류 영웅 루기스
네 시대를 여는 거야"




아르티아는 옥좌를 손바닥으로 가리켰다
셀 수 없을 만큼의 두 눈들이
그저 무의식적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르티아가 수많은 마성을
손바닥에서 조종했던 이유

아르티아가 스스로를 신령이라고 밝힌 이유
그 모든 것이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
분명 그 옥좌에는 모든 것이 있을 것이다
시대를 잇기 위해, 누구나가 여기 앉아 왔다

신이 되고, 대마가 되고, 영웅이 되고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이어갔다

마치 영원한 톱니바퀴 같이 말이다


이제 이것은 꿈이 아니였다
깜짝 놀랄 만큼 기묘한 실감이 온몸을 기어가고 있었다





"......너를 대신해서
이번에는 내가 너희들이 왕이 되란 말이냐?"


"어떤 호칭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지금은 자네가 우리의 주인임에 틀림없지
...그리고 구하고 싶은 사람이 있잖아?"




아르티아는 이름을 알리지 않고 말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까고 이를 갈며
마검을 움켜쥐는 손의 힘을 강하게 했다


이 망할 자식이....





"나는 어디까지나 생전의 나이고
사후의 나와는 분단된 것이지만
너의 기분은 잘 알고 있다
내가 말하는 것에 화가 나겠지
그렇다고 해도 분명히 말하도록 하겠다

     나는 내가 구해주고 싶었던 남자를 위해, 이 옥좌에 앉았다
나를 죽이고 나를 위해 죽은 자를 구하기 위해 말이다
말하자면 이 옥좌는 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힘 그 자체야
네가 그러길 바란다면, 시대의 톱니바퀴는
네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것이다... 내가 했던 것처럼...

                그래서 네가 그녀를...
너를 위해 죽은 자를, 더더욱 구하고 싶다면
지금 이 때에 이르러서도 체념하지 않고, 소원을 외친다면!"




지금 여기서 미래를 잡으라고 아르티아는 말했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알류에노를 살리기 위해 힘을 얻는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 않는가?
죽은 자는 살아나지 않는다
그런 일은 세상의 이치를 벗어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르티아와 오우후르는
죽어서도 여전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아르티아는 수많은 죽은 자들을
무덤에서 발굴해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것이 모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르티아는 기계 장치의 신들이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것은 예전에 라브르로부터 세계를 창조한 신들이며
아르티아에게 멸망당했다고 밖에 듣지 못한 놈들이였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이 이런 기구를 남겨놓았다면...

나는 땀이 밴 손바닥으로 나도 모르게 마검을 다시 쥐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인간이야"


"그렇다, 나도 오우후르도 인간이였지, 인류 영웅"




아르티아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았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감정을 폭발시킬 것만 같았다




"게다가 말이다
네가 그냥 인간으로 살다 죽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또 같은 일의 반복이 이어질 것이다
평온이 지속되는 것은 네가 살 수 있는... 
기껏해야 백년도 안 되는 기간이겠지

      자네는 머지 않아 성대하게 모셔져, 무덤에 묻힐거야
하지만 얼마 안가 그 무덤은 파헤쳐질 것이고
인류는 모두 그대의 말을 배신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하나의 말이 천 개의 해석을 불러 일으키겠지

            그렇게 머지않아 새로운 신앙을 만들어 낼 것이고
다음은 간단해... 신앙은 신조를 낳고, 신조는 신념을 낳는다
그리고... 신념은 투쟁을 반려자로 삼고 
다른 사람들을 강요하고 굴복시키는 혼란에 빠지게 할 거야"




황금빛 눈동자는 나를 응시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하나의 광경이 보였고
그것은 매우 낯익은 광경이였다



그것은 피와 내장이 튀고 사람이 죽으며
아이의 머리카락이 짓밟히고
남자도 여자도 모두 사라져 가는 전쟁터였다



"너의 의지와는 다른 세상이 나타날거야
용도, 정령도, 거인도, 너를 잃은 마당에
다시 손을 잡으려고는 하지 않겠지

    세계는 무질서한 분열의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나 또한... 그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군"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이어졌다


아르티아가 머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
마치 공손하게, 자신의 왕을 받들 듯이
아니, 그녀만이 아니였다

주위는 모두 영웅이라고 불리던 모든 이들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 주인으로 받들겠다
시대의 멍에, 인류 영웅 루기스
어서 옥좌로 가라, 세상은 당신을 위해 봉사할 것이다
언젠가 당신을 죽이는 자가 나타나는 그 날까지..."




아, 그렇군
나는 이제야 납득할 수 있었다

기계장치의 신들이라는 것이, 어떠한 존재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자식들이 바라던 것은 이것일 것이다

투쟁 끝에 세계가 균형을 이루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분명 거기에 악의도 선의도 없을 테지만

단지, 톱니바퀴가 돌듯이 자신이 만든 세계를 계속시키기 원할 뿐
그래서 시대의 강자를 상대하는 강자가 태어났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지금 나더러 그 일부가 되라고 말하고 있었다

세상을 돌리는 톱니바퀴로...
스스로의 소망을 위해 그것이 되라고 말이다

세계를 거느리고, 알류에노를 구하라고...





나는 날숨을 내뿜었고
눈시울이 놀랄 정도로 매우 뜨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말이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했다




'루기스, 도주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뿐이다'




녀석은 말했다
그리고 나는 도망가지 않았다

그 녀석은 이것을 말한 것이였다는 건가?


아무튼 그 결과는 지금 나를 따라왔고
미래를 택하기를 명령하고 있었다



".........."





나는 몸을 떨면서, 말했다


그리고 선택했다


내 여행의 끝을...

 

 

 

 

최종장

신화혈전 편 끝

 


제목은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이지만

 

부제는 바라건대 이 자의 손에 미래를...

 

뭔가 세 명의 화자가 말하는 것 같기도 하군요

 

바라건대(루기스), 이 자의 손에(알류에노)  미래를(아르티아)

 

 

'루기스, 도주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뿐이다'

이 말을 한 녀석은 648화의 오우후르입니다

 

어쩌면 오우후르는 더 먼 미래를 예견했던 것일까요?

 

 

그리고 과연 루기스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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