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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에필로그 - 새로운 날과 비밀의 제회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에필로그 - 새로운 날과 비밀의 제회 -

개성공단 2021. 9. 14. 06:25






역사서를 펴보자
갈라이스트 왕국의 역사를 말하려면
그 전쟁을 빼 놓을 수는 없다


갈라이스트 왕위 계승 전쟁

흔히 신화혈전(神話血戦)이라고 불리는 전쟁이다


성여왕(聖女王) 필로스가 이끄는 정통 왕국이
참칭 왕국의 잔당과 함께한 대성교군의 동맹군을 해체하고
정통 왕국을 지켜낸 일전을 말한다

가짜 왕이였던 아멜라이츠의 목을
여왕 필로스가 베어낸 전쟁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역사의 붓은 승자에 의해 그려지는 것이니까


이 전쟁에 버금가는 영웅의 이름은 헤아릴 수 없었고
이들은 왕국의 주춧돌서 사서에 이름을 남겼다


가는 손가락이 사서를 넘겼다
영웅으로 알려진 자들은 전장에서 칼을 휘두른 자뿐 아니라
협력을 아끼지 않았던 귀족과 세력도 포함된다

이 부분은 사서를 편찬한 자들에 따라 그 서열이 모호한 것 같다

그렇지만 서열의 최상위만은 언젠나 같았다
오직 한 사람의 이름만이 새겨졌고
그것은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신앙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눈동자는 손가락을 멈추고, 그의 이름을 보았다
2년전 전역에서 자취를 감추고
아직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을 눈꺼풀에 비추었다




"오늘은 동맹국간의 면담 아니였나, 행정장관?"




행정장관, 그렇게 불린
라르그도 안은 간신히 사서에서 얼굴을 들었다

그녀는 눈이 건조한 듯
의식적으로 몇 번이나 깜빡이고 있었다

갈라이스트 왕성에 비치된 서고는
책을 보관하기 위해 햇빛이 최소한으로 들어오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니 가볍게 글을 읽어야해도, 눈에 힘을 주어야만 했다

불도 켜지 않고 혼자 있던 안을
그녀가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안이 틈만 나면, 이 곳에 있기 때문이였다





"죄송합니다, 나인즈 님
사서(史書) 확인을 하고 싶어서요
이것도 제가 할 일이니까요"


"그만둬, 지금의 너에게 님으로 불릴 만큼
나는 훌륭한 인격도, 신분도 없어
너무 겸손한 모습을 드러내는 거 아니야?
조금이라도 잘난 체하는 게 낫지 않겠어?"


"글쎄요, 제게 맞는 것 같진 않내요"




보라색 눈동자를 뾰족하게 만든
나인즈를 향해 안이 볼을 풀며 웃었다

어른스러운 미소는
이제 어린 티를 벗어나고 있었다




"...뭐, 과거를 되돌아 보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너는 훌륭해지긴 했지만, 그래서 더 걱정이야
훌륭한 녀석일수록 사로잡히기 쉬운 법이야
게다가 요즘은 영웅의 이름을 빌려서
발칙한 짓을 할려는 무리도 있어"



나인즈는 그 말만을 하고는 서고를 나가 버렸다


안은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눈에 띄게 진정한 감정을 드러낼 기회가 적어진 탓이기도 했다

2년이라는 시간은 역사 속에서 보면
눈 깜짝할 정도의 시간이다

하지만 신화혈전 이후 맞이한 2년은
그녀에게 있어서 한 사람의 인생에 필적할 정도의
무게를 동반하고 있었다



여왕 필로스의 왕국 통일
여러 귀족들의 병합, 성녀 마티아에 의한 문장교 정식 국교화
교의를 국가와 동일하게 하기 위한 편찬 등

역사에 새겨질 온갖 사건에 안은 매달리고 있었다
공식 무대에 오르는 일은 적었지만
그녀의 교섭과 조정 능력은 전후에야말로 활용되는 것이였다

남방국가 일리저드와의 정식 동맹
동방의 패자, 볼버트 왕조와의 새로운 협정 등

물론 자신 뿐만이겠는가
분명 여왕도 성녀도 상당히 바쁠 것이다

서고 자체도 오랜만에 온 것이였다
수 주일 동안 주변 촌락을 시찰했었고
성녀 마티아조차 아직 만나지 못한 참이였다


안은 그 2년이 지나서야 실감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과거를 덮어버린 것이 아닌가...





"과거라... 과거... 이미 다 알고 있긴 하죠"




안은 사서를 책장에 다시 꽂고
서고를 나오면서,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의 함락에서 시작해
공중정원 가자리아와의 동맹
용병도시 베르페인을 병합하여, 기반으로 삼고, 복음전쟁을 치뤘다

서니오 전투에서 세력을 확립해
여왕 필로스를 모셔, 여러 나라와 제휴...
이대로 떠올리면 끝이 없을 것이다

물론 즐거운 일도 있었지만
고통은 그 몇 배나 되었다
죽음을 각오한 일은 부지기수였기에
안은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 같았다

골칫거리였던 그가 사라져서 마음이 후련하기도 하고...



안은 속으로 기만이네, 하고 중얼거렸다


역시 과거는 미화되는 법인가 보다
왠지 그 날들이 좋았어... 라고 느끼게 된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그 날을 택할 것이라고
넓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복도를 걸으며
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 제멋대로인 인간들뿐이네요"


"어머, 안, 무슨 말이라도 했니?"



우아함을 내포하면서도
강한 목소리가 안의 혼잣말을 낚아챘다

안은 당황한 기색도 없이
오히려 들으라고 한 것으로 보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엷은 미소를 띠며
검은 눈동자를 느슨하게 떴다

안도 비슷한 표정을 얼굴에 덧붙였고 말이다




"오랜만입니다, 피에르트님, 건강하시다니 다행이에요"


"오랜만이라고 해봤자, 반년 정도인걸?"




보석빛을 연상시키는 검은 눈동자와 세련된 몸짓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는 가련함보다 미려함을
강조시키는 용모로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삼국회담 할때마다, 만나잖아 하며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안은 그 미소에 엉겁결에 이끌리며, 입을 열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얼굴을 안 보인 적이 드물... 앗!"



안은 순간 입술을 다물었다
조금 전까지 사서를 읽고, 추억에 젖어 있었던 탓에
마음이 해이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로서는 보기 드문 실수였다


피에르트를 포함한 몇 명
그보다도 그와 관계가 깊었던 사람에 대해서는
2년전의 이야기는 금구였다

1년쯤 전에 사정을 모르는 문관이
회식 자리에서 그의 얘기를 꺼냈을 때는 끔찍했다
문관은 그저 영웅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겠지만...

피에르트는 잔뜩 굳어진 채, 이후로는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고

가자리아 여왕은 언짢음을 대놓고 드러내며
언제 저주로 죽여도 이상하지 않은 시선으로 문관을 노려봤다

은발의 기사는 겉으로는 단정해 보였지만
그녀에게 닿는 그릇이란 그릇은 모두 부서지거나 깨지고 말았다

뭐, 성녀에 모습에 비하면 훨씬 나앗겠지만
그것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이번엔 안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기억은 날 것이다

안은 볼에 힘을 주며, 피에르트에게로 시선을 보냈다
젠장할... 회담이 엉망이 될 수도 있겠는걸



"그렇긴 하지, 그 때는 항상 얼굴을 마주쳤을 정도니까"



하지만 안의 우려와는 다르게
피에르트는 시원스레 받아들이며
오히려 더 깊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시점에서 안은 위화감을 느꼈다
피에르트는 지난 2년 내내 불안했는데
오늘은 묘하게 안정된 모습이였기 때문이다

볼버트 왕조 외교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감정을 조작하는 법이라도 배웠을까?

신화혈전 후, 그는 왕도에 없었고
그렇게 얼마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피에르트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애초에 볼버트 왕조에서 유학한 신분인데다가
그녀를 붙잡고 있던 것은 그의 존재뿐이였으니까


지난 대전쟁에서 인재를 송두리째 잃었던
볼버트 왕조에서 마법에 뛰어난 그녀가 중직을 맡는 것은
그리 어렵게 생각될 일은 아니였다

외교를 관장하는 입장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갈라이스트 중신과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이 컸을 것이다

물론 그녀 자신이 각국을 누비며
한 인간을 찾기 위해서라는 목적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땐 즐거웠어, 물론 지금도 나쁘진 않지만 말이야"




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 걸음, 피에르트와의 거리를 벌렸다

분명이 이상하다
그녀에게 있어선 지금보다 과거가 훨씬 나았을 텐데

왜냐하면 그 때는 그가 있었으니까


포기한건가, 뿌리친건가...
아니, 피에르트가 그런 성격을 띠고 있을린 없다
하지만 묘한 위화감이 드는 나머지
안은 거리를 더 두면서, 회담실 문을 열었다

각국과 회담하고 합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 회담실은 원탁이 마련되어 있었다

각국에 위아래는 없다고 선언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래도 외교의 장소로서는 그러한 의례는 중요했다

안도, 피에르트도 일찍 자리를 잡는 성격이였지만
오늘은 드물게도 먼저 온 자가 있었다


안쪽을 내다볼 수 있을 정도의
선명한 푸른 눈, 같은 색의 머리색, 특징적인 긴 귀
다만, 남장이 아닌 여왕으로서의 외장을 몸에 걸친
핀 엘디스가 있었다





"어머, 늦었잖아, 얼마나 기다렸는지"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안은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물었다

솔직히 뭐라 말 하긴 그렇지만
안이 아는 엘프는 그렇게 꼼꼼한 종족은 아니였다

그들이 불성실하다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오래 사는지 몰라도, 시간 간격이 사람보다 앏았다

그것도 여왕이 되면 더욱...
그래서 그녀를 데리고 나올 수 있는 것은
그 남자 정도였다

그런데 이 엘프가 자발적으로 회담실에 일찍 오다니
여태껏 보이지 않던 전례없는 일이였다

안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엘디스, 당신이 희한하게 빨리 오다니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피에르트의 물음에
엘디스가 뺨을 치켜올리며, 상기된 기분으로 말했다

감정이 옅어야 할 엘프는, 대놓고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녹아내리는 듯한 그녀의 웃는 얼굴은
정말 그림으로 그려내, 외벽에 걸고 싶을 정도의 것이였다




"응, 있었어"




핀 엘디스 역시 신화혈전 이후, 왕도를 떠난 존재

그녀의 경우 가자리아 통치 문제도 있어
전쟁이 끝난 시점에 머물 이유가 없게 되었다

그 남자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이따금씩 엘프가
정찰하듯이 왕도에 들어와 있던 것은

뭐... 그런 이유겠지, 안은 대충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엘디스도 회담에서 만난 적은 있었지만
그 동안의 기억으로서는 이런 적은 처음이였다

안은 부글부글 끓면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우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을 억지로 억누르다가
몸이 비틀거리는 순간, 누군가 자신의 몸을 껴안으며 말했다




"시끄럽다고 생각했더니, 너희들인가, 변함이 없군"





거기에 있던 것은 은빛 두 눈과 머리카락을 한 카리아였다

날카로워진 분위기와 달리
그녀의 용모는 너무나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카리아는 피에르트와 엘디스와 달리
신화혈전 이후에도 갈라이스트 왕국을 떠나지 않았다



여왕 필로스건 성녀 마티아건
그녀의 존재를 놓기 어려웠는데

카리아 입장에서는 전후 상처받은 상태의 갈라이스트가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받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 나라는 그녀가 지켜낸 나라이기 때문이였다


양측의 이해를 일치했고
카리아는 왕가 직하기사단의 수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녀처럼 될 있는 사람은 없어도
그녀의 이름이 들어간 그 순간만으로도
다른 전쟁의 억제력에 충분할 것이다


내전에서 피를 토해
영웅조차 잃은 갈라이스트가 
다른 나라의 간섭을 최소화 할 수 있었던 것은
카리아의 영향이 매우 컸다

그래서 카리아가 각국과의 합의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어느새 통례가 되어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피에르트나 엘디스와 만날 목적 정도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았지만 말이다

2년전 이후
늘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근심 어린 눈망울을 한 그녀가 활짝 웃는 것은 그때 뿐이였다



"정말, 조금은 진보라는 것을 배워야 하는 것 아닌가?"


"부모님이 하시는 말투 같네, 카리아
너도 나도 이제 진보가 어떻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텐데"



그런 카리아가 오늘따라
득의양양하고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주변 촌락 시찰에 나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안의 심장이 세게 뛰기 시작했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갔다

안은 머리가 심하게 조이는 아픔을 느꼈다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미 오래 전에 안의 귀에 들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안은 그렇게 강하게 타일렀다

이어 회담실에는 잇따라 각국 중진 및 외교관들이 참석했다
누구나 기묘한 분위기의 카리아나
피에르트, 엘디스 쪽으로 시선을 옮기긴 했지만
굳이 언급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역린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것에는 접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였다


고로 화제가 움직인 것은
합의의 시작 시간 직전
성녀 마티아와 여왕 필로스가 그 자리에 모습을 보이면서였다



"각국이 모두 한솥밥을 먹는 것 같군요"




마티아가 부드러운 말투로 그 자리의 모두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문장교가 정식으로 갈라이스트 왕국의 국교가 된 이후
거의 재상처럼 여왕 곁에 있을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그것은 마티아가 권력을 점유하고 있다기보다는
국교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
여왕의 보좌를 겸임해야 할 정도로
갈라이스트의 인력이 아직도 부족함을 말해주었다

마티아가 잘 수 있는 밤은 전쟁 전이나 전후나 똑같아져 버렸다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세상이 평화롭다는 징표니까요
2년의 세월이 보상받는다는 것일지도?"




그러나 그 목소리에
얼굴이 파랗게 질려가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안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마티아는 여왕에게 말을 건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여왕 필로스는 여느 때처럼 검은 드레스가 아닌
자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의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정말 기쁘다
시작이 전쟁터일지라도, 지금 이렇게 손을 맞잡고 있다면
그것으로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필로스의 태도는 당당했다
그것은 혈통 자체보다 그녀의 노력의 증거였다

옥좌는 손에 넣는 것은 물론
계속 쥐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일이였다

특히 필로스의 경우 언제 발밑이 와해될지 모르는
그야말로 살 얼음판을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2년 세월 살얼음을 건넌 그녀의 윤곽에는
왕위 계승자의 위엄과 품격이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이 조금 풀린 듯 했다




"하지만 우리가 손을 잡을 계기가 된 한 인간을
오늘까지 결핍된 채로 있었지"





필로스의 시선을 받으며 마티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안은 가능한 한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애썼다




"영웅 루기스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사정이 있어, 잠시 모습을 드러내진 않겠지만요"





자리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2년 전에 사라진
아니, 죽은 줄 알았던 영웅이 살아있었다
...라고 말하면 당연한 반응이였다

신왕국 건국에 루기스의 존재는 필수였다

천성룡 브릴리간트, 정령신 제브릴리스를 토멸한 사실은
아직도 여러 나라의 기억에 감회가 돌 지경이였다

그가 있다면 새 왕국에는 더욱 손을 대기 어려운 일이 되었고
무슨 일이 벌어지면 저 빛나는 영웅이
당장 칼날을 내리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물론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것은 수상했다

하지만 쉽게 판단을 내릴 패도 아니였다

일단 각국 고위 당국자들은 시선과 작은 목소리로
의견을 나누면서도, 일견 반갑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딱 3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에?"




엘디스의 목소리였다

기분이 좋았던 눈꼬리가 치켜올라
그녀의 언짢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고

손가락 끝에서는 저주가 쏟아질 정도로 마가 집약돼 있었다

공간이 날숨을 쉬는 것조차 망설여질 정도로 긴박해졌다




"그거... 비밀에 부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하는 말을 듣지 않았었나?"




탁, 하고 천둥번개가 쳤다


피에르트가 외교관이란 가면을 내던지면서까지
얼굴에서 일체의 감정을 지우고 있었다

목소리도 조금 전까지의 온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을 잡아먹어 버릴 것 같았다

검은 눈동자가 커다랗게 뜬 눈으로 사냥감을 찾고 있었다




"...그런가요? 
살아 있다고 알리는 것은 상관없다고 하던데요"




마티아가 눈망울을 살짝 뜨니
필로스 역시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아니, 그를 아는 사람 모두가 이 상황을 이해했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군
즉,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자들에게
비밀리에 말을 걸고 있었다고..."




원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카리아는 시종 웃는 얼굴을 잃지 않았지만
그녀 주위를 맴도는 기척은 전쟁터와 매우 일치했다

안은 그런 강렬한 감촉에
일종의 그리움마저 느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영웅님은 원래 이런 사람이였지





 ◇◆◇◆





어수선한 분위기는 합의실에서 왕도 전체에 파급되었다
사라졌을 영웅이 각국 인사들과 비밀리에 해후를 했다니... 당연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였다

카리아도 피에르트도 엘디스도
그가 자신에게만 비밀을 털어놓고
만나러 온 줄 알았으니 얌전했던 것이다

아무튼 모든게 탄로난 이상
더는 이들을 막을 길이 없었다



카리아는 기사단을 왕도 수색에 나서게 했고
피에르트와 엘디스는 자국인들을 투입해 수색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문장교도 마찬가지였다

너도나도 자기들 앞에만 나타난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다음은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찾아 다니기 마련이였다

공교롭게도 갈라이스트 왕국, 공중정원 가자리아
볼버트 왕국과 각국 사람들이 그의 생존을 인정해 버렸다


안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억지로 참으며 홀로 복도를 걷고 있었다

왕도 내에서는 많은 군사가 뛰어다니며
지금쯤 숨을 헐떡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은 서고 앞에 와 있었다



왜 나 혼자 왔을까?
이왕이면 문장교 군사를 거느리고 오는 것이 안전할 텐데

사실 안은 자신이 왜 이렇게도
수습할 수 없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왜 다른 사람한테는 가고 나한테는 안 오지?
나한테 얼마나 신세를 진지, 알고는 있는 것인가?

안은 금방이라도 입가에 흘러내릴 것 같은
불만을 꾹꾹 눌러 참으며 큰 소리로 서고 문을 열었다

과거 왕도를 점령했을 때
그를 이렇게 쫓아다닌 일은 드물지 않았다

카리아, 피에르트, 엘디스 등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그가 잘하는 분야였다

그리고 그 중간에 서서 중재를 하는 것은 언제나 안의 몫이었다



그런 때, 그는 언제나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이곳에서 그들의 감정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래서 안은 서고에 들어가
심장이 뛰는 것을 애써 달래며
서고의 가장 깊은 곳, 책장이 겹겹이 쌓인 곳을 보았다

그곳은 영웅이 있던 곳이였다



그는 오늘도 여기에 있었다

2년 전에 소식을 끊고
그 이후로 소식이 없는가 하면
정작 나타나자마자 소동을 일으켜준
대영웅이 창가에 걸터앉아 있었던 것이다

녹색 복장은 약간 멋을 냈지만
군복을 닮았기에 그다지 달라보이진 않았다

또한 2년이 지나도
그 날카로운 두 눈만은 변하지 않았다

허리춤에 두 자루의 검을 찬 채 영웅은 서 있었다





"음... 너는... 안인가?
얼굴이 바뀌여서 순간적으로 못 알아봤네
근데... 왜 그래? 너 답지 않게"




너 답지 않다
안은 희한한 감정을 드러내 보이며

만약 만난다면, 할 첫 마디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헬레벌떡 할 말을 찾기 시작했다


안은 이를 악물면서, 표정을 힘껏 짓누른 채, 입을 열었다





"제가 안색이 변하는 것은 항상 영웅님 탓이였잖아요"





루기스가 순간
뺨을 실룩거리는 것을 안은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정말이지... 왕도 전체가 난리에요
그 사람들 놀리는 태도, 그거 정말 안 좋은거 아시죠?"


"나도... 뭐랄까... 음... 신중하게 할려고 했는데"




책을 집고, 고개를 획 젖히며 시선을 떨어뜨리는
루기스에게 안은 순간 눈을 여러번 깜빡였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안이 늘 읽고있던 사서였다

루기스는 무의식적으로 책장을 넘기는 게 아니라
책 속을 샅샅이 뒤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 물어봐야 할 것이 더 많았다



"뭐하고 있었어요, 2년 동안?"




당신이 없어져서 얼마나 힘들었어요
그런 원망의 말을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보복이 끝나자 안은 다소 만족했고

그녀는 루기스 옆에 걸터앉아 얼굴을 바라보았다

루기스는 입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사소한... 인사 같은 것이랄까
죽지 못해, 죽어도 계속 살아있던 녀석
뭐, 그런 녀석들을 애도하고 지내는데 시간이 걸렸어

     그 때문에 마력도 전부 잃어버리고, 겨우 일어났지 뭐야"


"장례식... 같은 건가요?"





엉겁결에 안이 말을 되뇌었다
루기스가 대체 뭘 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였다



대성교의 성녀, 루기스의 연인
황금빛 눈망울로 신화혈전을 일으킨 장본인


안은 순간 어떠할지 망설였지만
루기스는 안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말을 이었다

분명 그가 그런 흉내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것을 벌써 몇 사람이나 계속 이야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루기스는 눈꺼풀을 순간 감았다




"죽지 않았어, 그 녀석은 내 소꿉친구잖아
쉽게 죽을 그런 여자는 아니야"



그것이 소망인가, 진실인가

안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먼눈을 한 루기스에게
안은 짜증스러운 느낌이 들면서 눈을 부라렸다




"아 그러세요?
이렇게 눈앞에 나타난 것은 저로 몇번째에요?
아니, 애초에 아무 생각도 없죠?
그렇게 폐를 끼쳐 놓고도 아무런 반성도 없다니
아 정말로, 이게 뭐람"




흥, 하고 코를 킁킁거리며
안은 불만을 터뜨릴 생각이었지만

루기스는 굳은 표정을 짓지도 않고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넌 역시 라르그도 안이 맞아
미인이 돼 있었기에, 다른 사람인가 의심했는데, 틀림없어"




뺨을 찌푸리지도 않고 밋밋하게 웃는 루기스를 보며
안은 반대로 언짢게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제서야 안은 자신이 어딘가 들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역시, 그녀들을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있는 입장에 자신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안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순간 루기스가 지나치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였다

안을 앞에 두고 무언가를 말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루기스는 갑자기 미안하다고 말한 뒤, 입을 열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제대로 된 사람이 너지?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




루기스는 다시 사서를 넘겼다

넘긴 페이지는 영웅을 열거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였다

그는 이곳에 손가락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내 기록은 최대한 생략해 주겠어?
어떤 녀석이였는지, 뭘 했는지는 필요 없을 거야"



게다가 쓸데없이 너무 잘 썼다고 루기스는 소리쳤다
하지만 안은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뺨을 붉인 채, 말했다




"어째서죠?
당신은 자신을 비하하는 성격인거 알아요
하지만 당신의 위업은 비길 데 없는 것이에요
이 세상 누구나 당신을 영웅으로 부를 것이고
분명 우리가 죽은 뒤에도..."




안의 말에는 예사롭지 않은 것이 담겨 있었고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어쩌면 격앙에 가까웠다
안의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크게 떠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루기스는 일절 상관없다는 듯, 안을 쳐다보았디





"기쁘구나, 네가 그렇다면 더더욱...
하지만 안, 설령 그렇다고 해도 예찬할 필요는 없어
추앙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야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르고, 무슨 일을 남기더라도
그런 것은 머지않아 과거가 되버릴거야

     미래를 살아야 할 놈들이
과거의 나를 보고 만세를 하고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내 이름으로 엉뚱한 짓을 하려는 녀석들도 있겠지
그들은 그들 스스로서도 매우 강해
이제 영웅을 찾아갈 필요는 없을 거야, 적어도 난 그렇게 믿어"




나인즈가 한 말이 안의 눈에 선했다

영웅을 예찬하고 영웅과 동일화해 영웅이 되려 한다
그런 자는 어느 나라에나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필요하다고 루기스는 말했다

루기스의 심정은 이해한다
그 또한 영웅을 동경하면서 자랐다
그러나 그것은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닌
그들의 옆에 서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안은 아직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토록 상처받고, 누구보다도 앞에 서서, 승리를 이끈
그가 전설이 되지 못하다니, 그녀의 감각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신은 전설로 남아야 해요"



루기스는 안의 말에 바로 답했다




"나는 전설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어
나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그것으로 좋아
비록 남들에겐 불행하다고 생각되어도
내가 행복하다면, 난 그것으로 상관없어

    게다가 아무래도 말을 꾸며내는 자들도 있어서
멋대로 이상하게 바꿔지는 일들도 있을 거야

           안, 너라서 부탁하는 거야
너라면 할 수 있다고 신용하니까 하는 말이야
제발 부탁이야, 그리고 전설이 되지 않더라도, 너는 기억해 줄 거지?"




답답하다 답답해
안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며
정면으로 루기스의 얼굴을 보았다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저런 부탁을 순수한 눈동자로 하고 있는거지?




"그렇다면.... 루기스님, 당신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영웅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마 그 또한 그렇게 바랬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루기스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보이며 답했다





"아아,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그럴거야"





표연한 미소였다
뭔가 종잡을 수 없다고 할까나

하지만 순간 루기스의 얼굴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시선을 보내면
그는 창문을 열고 창틀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복도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구나, 서고도 과연 안전 지대는 아니었던 것 같군

이를 보고 어디론가 피신해 버리려는 속셈일 것이다



루기스가 마지막으로 안에게 눈짓했다
제발 부탁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남에게 뒤치다꺼리를 떠맡기는 영웅님
아니 떠넘기는 사람이라니... 안은 웃었다

한숨을 내쉬면서도, 마음은 기묘하게 흡족했다

과연, 하면서 안은 먼저 만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 것 같았다


웃긴 힘들겠지만
조금은 기분이 좋지는 않으려나










후세, 영웅으로 알려져 기록되어 있음에도
루기스의 인품이나 구체적인 성격을 말한 책은 아주 조금 남아있다

사서에 이름은 새겨져 있음에도
그의 윤곽은 아주 어렴풋하게만 남아있는데

갈라이스트 왕가와 문장교에서 계속 일한
라르그도 안의 수기에 남겨진 루기스에 관한 한 문장은
보다 선명하게, 사람들을 향한
그를 나타내는 한 마디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정말 딱 한 마디인데



인간적이고, 훌륭하고, 제멋대로이며, 여성편력이 굉장했다!



 ◇◆◇◆






톱니바퀴의 옥좌
단지 그것이 있을 뿐인 공간

그러나 세계의 중심이며
세계의 모든 톱니바퀴를 돌리는 근원이었던 유일한 장소

수많은 영웅들이
수없이 많은 대마와 마인들이 갈망하며
손을 뻗은 지고(至高)의 옥좌(玉座)가 여기에 있었다

이것은
누구나가 마음속 깊은 곳에
품고 있는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의자




세상을 자기 손으로 만들어라

시대를 자기 손으로

그리고 행복을 내 손에




거창한 얘기가 아니다

누구라도 인생을 자신을 위해 살도록 바란다

그리고 다음 시대를 위해 살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옥좌를 앞에 두고 아르티아가 말했다

그녀의 황금빛 눈망울은 커다랗게 떠 있었다




"어이, 오우후르, 너는 어떻게 생각해?
기계 장치의 신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기계 장치의 신들이 만든 기구는
세계의 계속되기 위해서 만들었던 것이였다

그들의 소망은 그것뿐이였다
세계가 균형 있게 유지되면서
운명이 다시 자기 손아귀에 들어오기를 바랬다

이 세상은 단지 그들의 몸집 그 자체
단지 그들은 생존하기 위해 톱니바퀴를 돌렸다
거기에 인류나 마성을 고려할 여지는 없었다

세상은 그저 지속되는 것이며
생명이 다소 소비된다 해도 고려할 가치는 없다
균형이야말로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니까

그런 의지를 가진 신을 무찌른 것이 대영웅 아르티아였다




신이 균형을 위해 오우후르를 권속으로 삼으려 하자
그녀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세계 최초로 신을 무찌르고
이 세계를 그들의 굴레에서 해방시켰다

하지만 신조차 초월한 아르티아도
그들이 만들어낸 운명이란 이름의 기구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운명의 힘은 지대하다
그것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이 세상 전부를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톱니바퀴 소리를 내며 계속 움직여나갔다




하지만 지금, 이 옥좌에서는 소리가 사라지고 있었다
조금의 마찰도 없이 오직 고요만이 지배했다

바로 운명의 톱니바퀴가 멈춰 있었다
옥좌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고

그 모습은 그저 무참히 양단되어 있을 뿐이였다




영웅도, 대마도, 마성도
옥좌를 받든 모든 것이 이미 꿈처럼 사라져 있었다

역사의 멍에로 여겨진 자들은
모두가 그의 칼에 맞아 잠이 들었다

죽지 못해, 계속 세상에 묶여 있을 자들을
모두 죽이고 풀어 버린 그는 떠나버렸다

그것이야말로 마치 조의를 표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이 세계에는 사슬도 톱니바퀴도 없다
아르티아의 어깨 근육에도 일격의 흔적이 있었다

이제 그녀도 곧 사라질 참이였다




"그 녀석이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지?"




아르티아가 중얼거렸다

고요한 공간에는 그녀의 목소리만이 울러퍼질 뿐이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껄껄 웃었다
눈망울에 눈물까지 글썽일 정도로 말이다

그 모습은 마치 소리 없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하하하하하하, 그렇구나
과연... 내가 진 것이로구나!"




톱니바퀴의 옥좌
운명을 관장하는 유일한 의자
일찍이 이 옥좌에 앉은 사람들은
그 모두가 시대의 영웅이나 용자들

영웅은 운명에 선택됐고 용자는 신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시대조차 변모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한다면 그들은 힘을 갖는 대신
운명과 신의 노예일 뿐이였다




"그 녀석은 평범한 자식...
힘도 없고 재주도 없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음에도
갸날픈 생명을 불태우면서 여기까지 온 거야..."




그러니까... 하찮은 자식이였다면

신도 운명도 죽일 수 있었단 것이였군




아르티아는 껄껄 웃었다



그녀는 항상 자기가 구하지 않으면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인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어이없이 죽어버리는 너무나 덧없는 목숨이였기에
운명에 선택된 내가 죽기 살기로
그야말로 그들을 몰아붙여서라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그녀의 사랑이었다
그것만이 그들을 구원하고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덧없는 그의 손에 의해, 아르티아는 구원되었다



아르티아는 루기스가 옥좌를 양단했을 때
그가 어깨를 움츠리며 한 말을 떠올렸다




'나 이외에 굴복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어'




그렇게 수많은 마성 및 영웅들은 신화에서 사라졌다



아르티아는 두 손을 하늘로 뻗고
어릴 적 웃었던 얼굴을 떠올리며 말했다




"잘 있어라, 인류... 강한자들이여!
나는 너희를 사랑했다!
하지만 이젠 신도 운명조차 필요 없겠지!"





이제 너희는 스스로 미래를 열었으니까



아르티아의 모습이 사라졌다
세상의 멍에를 쓴 최후의 대영웅이 사라지는 것이였다

톱니바퀴의 옥좌를 바라보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아니, 이곳에 찾아오는 자도 더 이상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미래를 바라보는 한...


드디어 이 작품이 완결이 났군요

정확히는 9월 9일에 완결이 났지만요 ㅋㅋ

 

 

결말은 열린 결말일까요?

루기스는 아르티아가 새로운 신이 되라는 권유를 씹고

옥좌 주위에 있던 수많은 마성과 영웅들을 모조리 베어버리고

(안이 장례식이냐고 말한)

운명의 사슬이 묶여 있던 친구들을 '해방' 시켜주었습니다

 

루기스는 여러 히로인들을 만나고

마지막으로 안을 만나 자신을 신격화 시켜달라하지 말라고 합니다

 

인간은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도 강하게 살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이거 번역한 1년 반 정도 했군요

중간중간에 너무 질질 끄는 것 같아 걍 던질려고도 해서

몇 번씩 중단하고 했는데, 완결까지 오는데 성공했군요

 

사실 완결이 가까워짐에 따라

아쉬운 나머지 이대로 좀 더 질질 끌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ㅋㅋ

 

베스타리누와 브루더는 에필로그에 언급조차 없내요

나름 서브 히로인격이 아니였나 생각하는데

일리저드의 투사 테르살랏도 국가의 중진급인데 외교 관계가 덜 된건지 얘도 언급이...

 

 

너무 최종장이 급속히 진행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아르티아의 최후는 갑툭튀한 오우후르에게 허무하게 죽어버리거나

(그 힘을 알류에노가 물려받긴 했지만)

 

서방 로어와 버드닉 부자의 전투는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튼 작가의 언급으로 볼 때, 바라건대 이 손의 행복을은 여기서 끝났습니다

학원 외전 그거 마음에 들 던데, 그거 좀 더 써주었으면 ㅋㅋ

 

저도 요즘 개강 때문에 도저히 못할 것 같았는데

그래서 이 쯤에서 끝나내요... 사실 할 말은 많지만 손이 아파서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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