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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67화 - 죽음을 알리는 종은 학인가 까마귀인가 - 본문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5장 매장된 청춘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67화 - 죽음을 알리는 종은 학인가 까마귀인가 -

개성공단 2021. 12. 30. 03:00


오두막의 열쇠를 열고 천천히 문을 밀었다

부리 같은 사마귀라고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어서
실은 나도 아야코도 흥미진진했다

지금까지의 체험으로부터 무서운 것은 죽을 만큼 질색이지만
무서운 것을 보고 싶은 타입은 절대로 낫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호우스케가 먼저 그 모습을 보았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그이고
우선 그가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소용 없었으니까

작은 창을 제외하면 벽으로 온통 뒤덮인
골방의 암흑으로 빛이 비쳤다

방 안쪽에는 체구가 작은 남자 한 명이
얼굴을 감싸안고 웅크리고 있었다



"어이 호우스케, 느낌이 어때?"

"의외로 사랑스러운 느낌 같은거 있지 않아?"

"잠깐 기다려, 너희들 떨어져!"



문을 열고 발을 들여놓음과 동시에
호우스케는 전진하고, 히죽히죽 웃으며 밖의 경치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모습은 곧 역변했고
그는 이마에 땀방울을 맺히면서
그대로 부릅뜬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이것 참 큰일 났군
어쩌면 병원에 가는 것도 망설일 만 해"

"얼마나 큰 일인데?"

"일단 물어보는 건데
너희들 혹시 환공포증 있어?"

"음... 바퀴벌레의 집합체라면 실금하겠지만..."

"아무튼 기분이 나쁘면 바로 뛰쳐나가
이건 확실히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으니까"



호흡을 가다듬은 호우스케는 다시 오두막으로 들어섰다

이런 움직임은 당사자가 보기에 무례하기 짝이 없지만
조우자는 얼굴을 가린 채,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이미 시체가 되어 있진 않겠지...
아냐, 시체였다면 경찰이 먼저 도착해 있을거야

마침내 우리는 그 이형을 시야에 포착 했고...


의학에 정통하지 못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사마귀가 나지 않아야 할 곳에도
까마귀 부리 모양의 사마귀가 나 있었다

정수리, 오른쪽 눈, 콧구멍, 무릎, 배, 귀

그리고, 빛에 비친 남성의 상반신이 간신히 움직였다




"그갸아아아아아아악"




녹슬어 있던 기계가 오랜만에 움직여도
그런 소리는 나지 않을 것이다

뼈와 살이 동시에 으깨지는 소리는 예삿일이 아닌 듯했지만
남성은 아무 이상 없고 무사한 쪽의 눈도 움직이고 있었다





"...무슨.... 누구....야"




"야...야나기마, 저 사람 입이..."

"입......? 윽...."



아야코가 말할 때까지 깨닫지 못했는데
남자의 입에는 작지만 무수한 부리 사마귀가 나 있었다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위턱과 아래턱이 움직일 때마다
입안의 살점이 찌그러져 단 한마디만 해도
남성의 입에는 기분 나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차마 직시할 수 없을 만큼의 지독한 모습
남이 보는 것만 해도 이러니, 본인의 절망을 짐작할 만 했다

아마 호우스케도 같은 느낌을 가졌을 테지만
그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그 추악함을 직시하고 있었다

싫은 건 싫다고 감정적인 이유로
행동하는 일이 많은 우리 나이에 첫 경악을 제외하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그의 정신력은
역시 어린애의 투를 벗어나 있었다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당신은 산새의 소리를 들었다고 하셨죠?"

"아... 산새... 들었어... 울음 소리
그들은 산에 있어.... 오두막...."

"오두막집?"

"오두막집... 맞아.... 숨어있어... 보... 보인다!"



남자는 흠칫 옆으로 움직이더니


"와....왔다.....! 울음소리.... 날 죽이러.... 으아아악!"




......울음소리?




귀를 기울여도 그런 것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성인 남성
그것도 조우한 인간의 발언이 허위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안 돼... 도망칠 수 없어... 까마귀야.... 저승사자야!"



말하는 동안에도 입에서 액체가 콜콜 새어 나왔다

곁눈으로 아야꼬의 모습을 살폈더니
이쪽은 이쪽대로 다른 것을 토해낼 만큼 창백해져 있었다

나는 조심조심 그녀의 허리를 두드렸다





"밖으로 나가 있는게 좋겠어"

"응... 그래
야나기마, 너는 괜찮아?"

"난 아무렇지도 않지만
호우스케는 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군
하지만 나도 가능한 한 정보는 알아 두고 싶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보고 있다면..."







"부바아아아아아아아악!"







남성이 일어선 그 찰나
전신의 사마귀가 비대해져 의복을 파괴했고
다 자란 사마귀는 누가 건드릴 것도 없이 터지면서
간헐천의 기세로 전방위로 혈액을 분무하기 시작했다



"그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혈액 스프링클러로 변한 두 팔이
훌쩍 호우스케에게 까지 뻗었지만
그의 몸을 건드리기도 전에 남자는 무너져 내렸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우리 셋은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처음으로 움직인 것은 호우스케





"...일단 숲으로 가자"

"뭐?"

"구급차라든지 경찰이라든지
그들을 먼저 불러야 하는거 아니야!?"

"그런건 옆 건물의 사냥꾼이 할 문제야!
그리고 이 자리에 머물고 있다면
우리까지 조사를 받게 될 거야
피도 다 묻어버렸으니, 경찰은 우릴 의심하겠지!"

"아... 하지만... 사람이 쓰러져 있어!
부르지 않는다면 생존이 위험.."





"야나기마! 넌 이사람이 지금도 살아있다고 생각해?"





모두에게 뿜어진 혈액은
컬러 스프레이처럼 벽이나 바닥을 더럽혔고
육체는 새파랗게 질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호우스케, 도망친다해도 숲은 안 돼
다른 날에 가야할 거야! 왜나하면 이런 것은..."

"파이브 증후군 때, 우리를 배신하고 도망친 기자가
어떻게 됐는지 잊은 건 아니지?"



그건 또 다른 얘기지만 이론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우리가 이런 소문에 고개를 들고
끝까지 맞서려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목을 들이밀 때까지는 자유의사이고
거기에서부터는 강제적 의무에 가까웠다



그렇다
아무 해결도 없이 도망가면 죽는다
그가 예로 든 기자는 온몸에
0이라는 글자가 새긴 채로 죽어 있었다



"그리고 말이야...
이제 우리는 빌어먹을 저주에 찍힌거야
도망쳤다간 속수무책으로 죽고 말겠지"

"호우스케! 근거도 없이 그런 말 하지마!
까마귀 소리 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고
우리들이 죽을지 어떨지는 그 사람 멋대로 말했잖..."

".....들렸어"

 


호우스케는 팔을 걷어붙이고 팔뚝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





"나도 까마귀 소리가 들렸어"








그의 팔에는 부리가 살갖을 뚫고 나와 있었다



"도망가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아
난 들렸지만, 너희에게 들리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조건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어쨌든 우리는 이미 발을 들인 거야
조사 받는 동안 몸에서 부리가 나오면서 죽을 수는 없다고"

"호...호우스케, 죽는 거야?"




아야코가 떨리는 목소리로 당사자에게 물었다

그녀는 사마귀를 만지려고 접근했지만
호우스케는 서둘러 그녀를 쳐냈다




"죽지 마! 호우스케!?
제발 죽지 말아줘!"

"걱정하지마, 아야코, 날 믿으면 잘 될 거야
조를 짜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지만
이게 너한테 옮는다면 최악의 상황만 보일 뿐이야
내가 선두로 갈테니까, 너희 둘은 멀리서 나를 따라와


         그리고 내게 둘 중 하나를 저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선택은 시키게 하지 말아줘, 알겠지?"

"아, 알았어
근데 그 사마귀... 안 아파?"

"터지면 아프겠지만, 지금은 괜찮아
알겠으면 어서 서둘러서 움직여야 해
빌어먹을 꼬맹이 셋이 오줌을 싸고
도망쳤다고 가장하지 않으면, 나중에 귀찮아질테니까!"















"헉.......................................피곤해"

"50미터 달리기보다…… 하아, 피곤해."

"아냐, 달리기 잘했어, 소설로 쓸 만해"

"너... 왜 그렇게 즐거워 보이는 거야..."



지금 가장 위험한 건 바로 자신임을 이해하지 못한건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발언이 걸렸는지
호우스케는 의아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재미있다니, 이 멍청아, 난 목숨이 걸렸다고
내가 즐거운 건 소설을 쓰고 있을 때 뿐이야
너네랑 놀 때는 1미리도 즐겁지 않았어"

"그럼 왜 그렇게... 히죽거린거야?"




실제로 공포에 떨지 않은 적은 없었고
목숨을 건 상황을 그가 즐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진정으로 겁을 먹고, 죽고 싶지 않다고 또 겁을 먹고
살고 싶다고 몸부림치며, 그 경험을 소설에 투영하고 있었다

이런 논픽션 작가의 고생을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단지, 다른 때와는 달리
이미 웃고 있었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것 뿐이였다



"공포의 극한에서는 웃을 수 밖에 없다잖아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니 웃을 수 밖에 없어
겁에 질려 멈춰 있다면... 그렇게 되고 말겠지"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너 우리보다 인생 열 바퀴 정도 산 거 아니야?
정말 초딩이야? 수능 망친 재수생이 아니라?"

"인생 열 바퀴... 재미있는 발상이네
하지만 그 정도라면, 굳이 너희들을 끌어들이면서까지
조사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없잖아?"


그렇게 정론을 빼앗기고 말았다

확실히 레벨 MAX가 됬는데 
굳이 처음부터 레벨을 올리는 인간은 없다

헛수고하고, 무의미할 뿐이다



"그러고보니 히우시 쪽에
마호로바역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이용하면 과거로 여행을 할 수가 있데
그럼 인생 열 바퀴는 간단히 하지 않을까?"

"아니, 본인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 뿐이니까
열 바퀴를 도는 것은 시간 뿐이고
결국엔 한 번이나 마찬가지잖아"

"아, 그렇군"





........왠지 미묘하게 어색한 침묵이 숲에서 남돌았다






"아무렴 어때, 그런 말 하지 말고 찾자!
야나기마도 가만히 있지 말고, 어서!"



그렇게 호우스케를 선두로
산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일단 본체의 확인이 먼저야
울음소리가 들리면, 전력으로 그 쪽을 향해 가는거야"

"그러고 보니, 우리는 산새의 소리 같은 건 못 들었는데
도대체 어떤 소리였어?"

"음... 설명이 어렵네
하지만 나에겐 새소리라기보다는...
피리부는 소리로 들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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