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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9화 - 모자간의 이상한 대화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장 카리아 버드닉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9화 - 모자간의 이상한 대화 -

개성공단 2020. 2. 10. 11:58

"나인즈 씨, 동쪽 자유도시에 연고가 있으시죠?"

 

"거절한다"

 

나인즈 씨는 더 이상 이야기 할 것이 없다는 듯이 의자에 털썩 앉았다

발 붙일 곳 없다는 뜻이 바로 이것일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은...

 

"루기스, 너 설마 잊은 것은 아니겠지? 고아원을 나온 자에게는..."

 

"고아원은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야 기억하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으니까요

 

나는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나인즈 씨와 같은 의자와 주저 앉았다.

 

고아원이 보호를 자처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고아원 소속자일 뿐이다. 그것이 바로 이 고아원의 규칙이다

 

고아원에서 나온 사람들은 과거에 취할 목적으로 하룻밤만 침상에

누워 있을 지는 몰라도, 나날이 기대는 짓은 할 수가 없다.

 

만일 그런 일을 해버렸을 경우에는 고아원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것이다.

집창촌에 팔려간 사람이 도망갔다가 결국 고아원이 의탁을 해줘버리면

그것은 보증인에 대한 배신인 것이다.

 

이유는 또 있다. 왕도의 뒷골목에는 고아원 뿐만 아니라 사창가의 경영을 담당하는 자,

부랑자를 총괄하는 자 등등 다양한 생활방식과 그에 맞춘 조직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과 고아원은 서로 연결 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매춘부에는 여자나, 계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배정되고, 힘이 좋은 사람은 경호원으로 발탁 되어진다.

 

따라서 고아원은 비간섭을 규칙으로 여기는 중립지대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얘기는 끝이 겠지? 네가 아무리 궁지에 내몰려 있어도

나는 고아원의 주인으로써, 너에게 손길을 내밀 수는 없어"

 

보랏빛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듯이 나인즈 씨는 표정을 굳혔다.

그렇긴 하다. 아무것도 반박할 것이 없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가 끝이 아니다

 

"알아요. 그러니까 고아원에게 지켜달라는 바보 같은 소리를 하러 온게 아니에요"

 

의자에서 일어나 앉은 나인즈씨를 내려다보는 형태로 테이블에 손을 짚었다

나인즈 씨는 내 태도에 의외였는지, 눈꺼풀을 깜빡거렸다.

 

나는 지혜도 학식도 없다. 교양이란 것은 고아원에서 배운 것 뿐이다.

남을 설득하는 변론술도 모르니 새삼스럽게 도덕을 말할 수 있을 만큼 부끄러울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저는 나인즈 씨와 거래라는 것을 하러 왔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바로 지식이다.

그렇다. 이 시대를 한 번 경험힌 지식으로 

카리아 버드닉, 리처드 할배, 그리고 나인즈 씨와 대등한 입장에 서야 한다

 

"...루기스. 거래라는 것은 필요한 것을 가진 자끼리 하는 것을 말하는 거야"

 

깊이 한숨을 쉬듯, 나인즈 씨는 도도하게 말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사물의 이치를 설명하듯 말이다.

 

너는 무엇인가 구하고 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필요한게 없어.

그래서 거래 따윈 성립되지 않아. 알겠어?

 

"그럴리가 없어요. 나인즈 씨는 살아있는 시체가 아니잖아요?"

 

말끝을 먹듯이 하면서, 나는 테이블에 앉은 채로 손바닥을 들었다.

 

순간 나인즈 씨가 숨을 참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나인즈 씨는 경악을 하면서 나의 손등을 응시 했다.

 

내 손등에 있는 것은 각인이 찍힌 반지...

 

이것은 내가 카리아 버드닉에게 습격을 가한 사람 중에 

투구를 쓴 남자가 끼고 있던 것이다.

 

무언가에 도움이 될까 하고 가져왔는데, 설마 거의 부모와도 다름 없는 이 분에게

쓰게 될 줄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

 

"...그 반지가 뭐가 어때서? 돈으로 낚을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푼돈도 안될껄?"

 

나인즈 씨는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은 인상을 주려고 하고 있었다.

 

"이걸 돈으로 판다뇨? 이 각인을 보세요. 구교도들의 문장숭배라고도 하죠?"

 

반지에 새겨진 각인들이 상징하는 문장을 가리키며, 나인즈 씨가 알고 있을 사실을,

하나씩 늘어 놓기 시작했다. 나인즈 씨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상의 진리라던가,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말을 타고 분대장으로 보이던 기사가

저와 기사계급의 카리아 버드닉을 공격 했습니다."

 

따가운 공기가 고아원 안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냥 있었던 사실을 보이는 것 만으로도, 나인즈 씨는 긴장한 표정 이였다.

 

"어떻게 할까요? 이런 이야기를 길드에 전했다간 습격한 것이 저뿐이라면 몰라도,

카리아 버드닉까지 있었으니, 구교도 사냥이 시작될꺼 같지 않습니까?"

 

그렇다. 나만 습격당했다고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카리아 버드닉이 습격당했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몰락한 가문이래도 명가는 명가,

또한 그녀는 습격 당시에는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던 틀림없는 기사 였다.

 

이러한 소문을 풀어주면, 뒷 내용은 알아서 잘 지어낼 것이다.

그녀가 기사단의 습격을 받았고, 그 결과로 인해 기사단을 탈퇴 할 수 밖에 없었다고...

 

그렇다면 그 후엔 불경기와 증세에 대한 치안 유지라는 명목과 상류층이 습격 당했다는 명분으로

왕국은 희희낙락하며, 구교도들을 사냥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미래에 있어서 구교도 사냥과 왕도의 대립은 존재했기 때문이다.

 

"루기스. 왜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 거지?"

 

나의 말이 끝난 후에 한 순간의 정적을 거치고 나인즈 씨가 말을 꺼냈다.

 

"그냥 나인즈 씨는 옛날부터 신앙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이였잖아요.

저도 가능한 한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왔어요"

 

나인즈 씨는 구교도 신자 였다.

 

나는 아무튼 나인즈 씨에게 단순한 거래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반지를 건넸다.

 

"못 본 사이에 훌륭한 남자가 되었구나, 루기스"

 

"다름 아닌 나인즈 씨의 칭찬이라니, 너무 기쁜대요?"

 

서로 겉치레 같은 말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계속 했다.

 

"동쪽의 자유도시까지의 이동 수단과 안내역, 가능하다면 시민권도 부탁 드립니다."

 

"알았어. 자유도시에 연고는 충분히 있어. 간단하고는 할 수 없지만 받아들이지. 대신에 넌 나에게 뭘 제공해주는 건데?"

 

나인즈 씨는 즉답으로 말했다. 시민권도 솔직히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나는 손에 있는 반지를 만지작 거리며 말을 이었다.

 

"반지의 파기와 카리아 버드닉을 자유도시로 이주 시키는 것입니다. 증언자도 없어지고 일석이조죠"

 

"그렇군"

 

나인즈 씨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좋은 남자가 됐어, 루기스... 시민권은 확실히 얻어 주지..."

 

고아원에서는 별로 본 적이 없었던, 어딘가 요염함을 머금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인즈씨는 말했다

 

이로서 그 여자를 끌어내기 위한 두 가지 전제를 갖춰졌다. 

나머지는 실행만 하면 된다

 

가까스로 나는 두 개의 교섭이 결말이 잘 된것에, 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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