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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77화 - 살아갈 의지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77화 - 살아갈 의지 -

개성공단 2020. 4. 11. 08:26

놀랄 만큼 낙하하는 감각 때문인지 공포라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세차게 뺨을 때리는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하지만 문득 한 가지의 예감이 머리를 스쳐갔다

 

이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면 영락없이 죽을거야

 

하지만 허공에 몸을 던져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따위는 아주 뻔했다

몸을 약간 비틀거나 팔을 휘두르는 것 정도 밖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죽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예전보다 살고 싶다는 집착이 가득함을 알 수 있었다

 

그 원인 또한 알 수 있었고

무엇이 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지도 잘 알고 있었다

 

아직도 무언가가 쏟아진 듯 몸은 뜨겁고 손 끝은 경련하고 있었다

또한 가슴 속은 숨길 수 없는 감정에 뒤틀려 있었다

 

그렇고 말고 아직 여기에서 죽을 순 없어

아직 나는 얻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으니

기쁨을 누리는 것은 조금 뒤면 될거야

 

아무렇게나 허공에 다리를 저으면서

도착할꺼야, 도착해줘라고 가슴 속에 외치며 발 끝을 뻗었다

 

퍽, 하고 발목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감각이 있었다

다리뼈가 어느 방향으로 꺾여서, 

본래 굽히지 않는 방향으로 끝을 향하고 잇었다

 

한 순간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떨어지는 가운데 발을 뻗는 시도를 한다면,

과연 뼈도 못 간추린다는 말을 잘 알거 같다

이렇게 된 이상 만신창이는 거녕, 

반죽은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하지만, 반이 죽은 사람이라고 한다면,

반은 살아있다는 소리가 된다. 살아 있는 한 발버둥질 좀 해보자

 

바닥에 다리를 내리친 충격 때문에 몸을 잠시 뒤틀었다

나는 질끈 감았던 눈을 떠보니 

나의 몸은 괴물의 등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리고 내 손에 쥐어져 있던 보검은

손에서 자연스레 미끄러져 괴물의 고기 덩어리가 꽂혔다

 

'그웨에엑'

 

괴물에게서 짐승이 외치는 절규 같은 소리가 났다

 

괴물의 고기 덩어리에 떨어진 것 덕분에 즉사는 면했지만

눈은 제대로 뜰 수 없었고, 뼈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이상했다. 이런 끔찍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몸은 신기하게도 활력이 넘치는 것이였다

그야말로 내 몸에 무엇을 쏟는 것처럼, 체구에 열량이 가득 차고 있었다

 

과연 이것이 피에르트의 마력인가

아까부터 묘하게 기분이 격양되고 몸이 뜨거운 것도 이 때문인가

그렇다면 다소의 무모하다는 소리도 들을 만 했군

 

이제 내가 해야 할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보검을 두 손으로 움켜 잡고 괴물의 고기 덩어리를 향해 푹 찔렀다

 

피에르트의 방대하다고 생각되는 마력은 서약을 통해 내 몸으로 들어왔고

그리고 지금 이 몸은 괴물에게 달라붙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건 하나

 

"피에르트!"

 

그 이름을 부르자, 순간 내 안에 쏟아지던 방대한 열량과 활력이

연녹색 막으로 변하면서, 보검을 통해 괴물의 몸으로 흘려들어갔다

 

순간 더 이상 소리라고 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괴물이 절규를 부르짖으며 나의 귓을 짓눌렀다

두 손으로 귀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런 짓을 하면 나는 괴물의 등에서 떨어져 나가 즉사할 것이기에

 

그렇다면 그런 시시한 결말을 맞을 바에야 귀가 멍해져버리는게 낫다

 

괴물의 몸이 진동하며, 마력을 붓는 이 몸을 떨어뜨리려고 했다

그럴때마다 피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면서, 의식이 몇번 째 날아갔다

저승사자의 얼굴이 눈동자 속에 비치는 것만 같았지만

몸 속을 움직이는 마력의 열량만이 나의 의식을 이어주고 있었다

 

죽어, 그냥 포기해

귓속 깊은 곳에서 아까 날 비웃었던 목소리가 남아 있었다

그 목소리만 의식하면 아직도 감정이 뜨거워 졌다

 

잘도 알류에노의 모습으로 그런 말을 했겠다...!

 

저것이 무엇이였는가, 그런 질문은 답할 수가 없다

나는 그냥 환상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쨌든 얄류에노는 지금 대성당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

그곳은 간단히 나올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알류에노 본인이 아닌, 그 모습으로 변장한 여자라고 하는게 타당하다

 

확실한 것은 오직 하나다

알류에노의 모습으로 나를 속인 

어떠한 사람은 분명히 나의 적이라는 것을

 

손을 뻗을 목적과 동시에 타도해야 할 적이 생겼다

아, 참으로 얼마나 알 찬 일인가

이것으로 일이 잘 해결되어 모두가 행복을 맞으면 좋겠지만

 

그럴리가 없지

 

내가 걸어온 길 중에서, 하나라도 용이하게 해낼 수 있었던 적이 있었는가

이제까지의 길은 가시밭으로 덮여서 꼼짝할 수 없었고

그것은 분명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보다 더 아래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야말로 땅의 밑바닥까지 가라앉는다고 해도

 

나는 나의 목적과 내 적의 목에 손을 뻗을 것이다

진흙투성이가 되서라도 말이지

 

암, 그렇고말고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힘이 빠질 수는 없어

 

그렇게 괴물의 짐승에게 마력을 쏟아 붓고

그 존재가 괴물 그 자체가 된 것과 동시에

나는 의식과 함께 손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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