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78화 - 사랑스러운 상처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78화 - 사랑스러운 상처 -

개성공단 2020. 4. 11. 09:06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모하고, 어리석은 사람인가

 

피에르트는 검은 눈동자를 흔들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의식을 잃고 정원에 쓰러진 루기스를 카리아와 함께 들어올렸다

그의 몸은 무척이나 무거웠고, 사지는 굳은 듯 허공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피에르트에겐 그건 아무래도 기분 좋은 무게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기대지 않으며,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을 죄악으로 느끼듯,

늘 스스로의 다리만으로 내딛으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느껴지는 무게가, 

피에르트에게 있어서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어때 마법사...아니, 피에르트, 이 멍청이의 몸을 복구할 수 있을까?"

 

"예, 카리아, 온 힘을 다해보죠"

 

멍청이, 카리아가 자연스럽게 입술에서 흘린 말은

이상하게도 피에르트가 루기스에 대해 품은 생각과 다를 바 없었다

바로 그 말이 맞다고 수긍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에게 기대며 위험을 나눠준 듯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결국엔 자신이 가장 상처를 거듭하는 길을 택한 것이였다

 

피에르트는 그의 뺨에 손을 대었다

뺨에는 몇 개의 작은 상처가 남아있었고, 얼굴엔 핏기가 빠져있기까지 했다

그 뿐아니라 커다란 열상을 보이는 

어깨와 왼팔은 이대로 가다간 기능을 잃어버릴 것이다

아마도 2층에서 괴물에게 추락했을 때 난 상처겠지

 

정말로, 뭐라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피에르트는 자신의 두 손을 포개어 루기스의 피부에 갖다 댔다

 

이번에 그가 자신을 의지해 준 것은 매우 기뻤다

 

하지만 루기스는 결국 언제나 우리에게 상처를 입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함께 대가를 지불해달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 것이였다

 

너무해, 그건 너무 심한 일이야

동료라면 그 아픔도, 그 상처도, 그 고통도 함께 나누어야 해

루기스는 자신이 혼자 상처 받는다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아아, 나는 당신이 준 상처라면 사랑스럽다고 할 텐데

루기스, 당신은 정말로 지독한 사람이야

 

그의 가슴팍에 기댄 손을 육체로 밀어붙여서 마법식을 구축해갔다

예전에 문장교도의 지하신전에서 보검의 마력을 이용해서

그를 새롭게 만들었을 때를 기억해 냈다

그 날의 광경을 이곳에 다시 재현해서 그를 살릴 생각인 것이였다

할 수 있어, 마력은 충분하니까

 

연녹색의 기둥은 아직도 베르페인을 밝히고 있었다

이것을 모두 루기스의 수복에 쏟아넣는 거엿다

 

아쉬울리 없다. 이 마력은 원래 루기스에게 바치기 위한 것

일체의 아까움도 없이 피에르트는 그의 몸에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내가 그의 동료로서 할 수 있는 일임을

피에르트는 눈썹을 올리며 입술을 들썩인 채,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도 모르게 그 시선이 옆의 카리아에게 향했다'

 

카리아는 강한 사람이다

그녀의 강함은 루기스를 강하게 할 수 있겠지

그 정신의 위상과 무위의 세련된 영혼의 존재는 분명 루기스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이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나처럼 나약한 정신과 영혼을 가지면서,

그리고 그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나란 존재로는, 

그를 강하게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고에 사로잡힐 때마다, 가슴이 죄이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러니까, 마법이라는 측면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쳐질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루기스 곁에 있을 권리를 상실해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함께 할 수 있다는 행복을 놓쳐 버릴 것이다

 

그것만은 절대로 혀용할 수 없어

 

이런 생각이 건전하냐고 내게 묻는다면, 순순히 그렇다고 할 순 없었다

가슴속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이 어딘가 일그러져 잇음은 나도 알고는 있었다

 

그래도 또한 그 마음을 놓기는 어렵고,

잃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손을 뻗는 것이였다

 

피에르트의 손가락 끝이 초록색으로 빛났다

본래는 의지 따윈 없어야 할 마력이라는 존재가, 

피에르트에게 명령을 받아 눈동자를 뜨기 시작했다

 

루기스의 상처는 너무나 깊다

그렇다면 마력을 혈관의 대체로서 기능하게 하자

육체는 너무 손상됬고, 신경은 더 이상 연결될 기미조차 없다

그렇다면 내가 새로운 몸을 만들어 보는 거야

 

마치 꿈이라도 꾸는 듯 했다

일찍히 지하 신전에서 행한 수복 작업보다

훨씬 어렵고, 본래 있을 수도 없는 마법식이였다

꿈 같은 마술 이론, 마치 인간 자체를 만드는 듯한 행위

 

그것이 피에르트의 생각에 이끌려서

머리 속의 양피지에 하나 하나 쓰여지기 시작했다

 

마법사로서 이 이상의 쾌락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피에르트 개인으로서 

루기스를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베르페인에 모아진 마력, 도시 하나를 증발 시킬 정도의 마력 덩어리

괴물에게 쏟아 부어서, 그 양이 조금 줄긴 했지만

이 정도라면 그의 몸은 안심하고 수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 수중의 초록색 빛이 보다 진해지기 시작했다

 

찌그러진 소리가 피에르트의 귓속에서 들려왔다

몹시 배덕적이면서 정신적으로 문란해지는 소리였다

 

그것은 분명 자신의 영혼에 흉터가 나는 소리일 것이다

인과 율 같은 것은 알지도 못하지만, 

분명 그런 것일 거라고 피에르트는 가슴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자신은 지금 이루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딘가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를 위해서 상처를 입을 수 있었기에 말이다

 

그리하여 피에르트의 마력도 고갈되어

루기스의 온몸을 향해 마력이 주입된 그 순간

 

은빛의 섬광이 허공을 날으는 것이 가장자리에 보였다

그야말로 바늘만한 섬광이였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