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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80화 - 구원의 손길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80화 - 구원의 손길 -

개성공단 2020. 4. 11. 10:12

어렴풋이 시야가 흔들렸다

아무래도 눈의 초점이 잘 맞지 안 맞았고

그냥 이상하게 몸이 따뜻한 것만을 알 수 있었다

알류에노는 황금빛 눈동자를 깜빡이며 천장을 올려다 보니,

천장 또한 시야와 마찬가지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면, 알류에노의 몸엔 고급품의 담요가 덮어져 있었고

자신이 누워 있던 자리는 침대처럼 사람의 몸을 껴앉는 부드러움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눈꺼풀은 아직도 무거웠다

피로 때문이 아닌, 몸 속의 힘이 송두리채 빼앗겨버린 듯한 감촉이 있었다

 

덜커덕 하고 반복적으로 흔들리던 느낌이 크게 울러펴졌다

 

그런가, 이건 마차야

그것도 자세히 보면 자신을 위해 준비된 마차잖아

 

황금의 눈디 흔들거리며, 의문을 떠올렸다

그럼 나는 왜 마차따위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인가

적어도 더 할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의식이 모호했다

 

그래, 마차는 탔었어. 그 광경이 내 머리속에 있었고 말이야

그러나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쏙 빠져버렸군

특별히 마차를 탈 이유가 없었던 것이 분명한데 말이야

 

마차가 흔들리는 것 때문인지,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눈꺼풀의 중력을 따르는 대로 얄류에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주위를 한 순간 힐끗 쳐다보았다.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마차의 개인실엔 알류에노 뿐이였다

 

역시 꿈이였던가

 

그렇게 가슴속에서 하나의 결론을 안고

알류에노는 눈을 감으며 마차의 좌석으로 다시 누웠다

등에 주어지는 감촉이 부드럽고 매우 기분이 좋았다

 

가까운 곳에, 그것도 탄식이 겹칠 정도로 루기스가 곁에 있었던 것 같았다

 

그것은 꿈이였을까, 확실히 기억 속을 더듬어봐도

머리 속에 응어리가 걸린 것처럼, 그 광경은 매우 애매했다

겨우 남아있는 것은, 눈 가장자리와 그리고 귓속에 조금 감촉이 남아있을 뿐

 

눈에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거의 껴안는 것 같은 모습으로

내 결에 남아있던 루기스,

그리고 귓속에서 아직도 울리고 있던 목소리...

 

'내가 반한 여자는...'

 

그 말이 귓속에서 울러펴지며, 그녀의 사고를 자극하는 순간

알류에노는 긴 눈꺼풀을 열며, 머리를 흔들고, 침을 꿀꺽 삼켰다

 

아냐, 그것은 꿈이 아니였어

 

그것을 확신한 순간, 자신의 볼에 뜨거운 열이 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눈동자는 촉촉함을 띠며, 빙글빙글 그 시선을 둘 곳을 찾고 있었다

그래, 확실히 루기스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하지만 과연 그게 누구였는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누군가가 마치 이 몸과 의식을 앗아갔던 것 처럼

 

기억나는 것은, 단 하나

그 말을 했을 때의 루기스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해 있었던 것

 

알류에노는 그녀도 모르게 얼굴을 담요로 가렸다.

얼굴을 뜨겁게 붉히며

그녀는 그것이 진짜였는지, 꿈이 였는지, 

수 없이 기억의 실을 머리속에서 끌어당겼다

 

분명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음에 틑림없다

긴장이 얼굴을 뒤덮고, 얼굴은 묘하게 열이 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입술은 떨리면서 파도를 치는 듯이 기쁨을 나타냈다

이건 남에게 보여질 얼굴이 아니야

 

나는 분명 루기스가 문장교에게 맞긴 채,

다른 사람에게 구원을 청해버린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나를 기다리며 구원하려고 있던 거였다

 

그 사실만으로도 알류에노의 가슴은 희색으로 물들었다

손 끝은, 한층 더 담요를 강하게 움켜 잡았고,

환희가 등뼈를 타고 온몸에 강한 떨림을 주었다

 

아, 역시 루기스가 원하는 것은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나임에 틀림없어

 

그런 시원한 확신이 알류에노의 가슴을 덮어 갔다.

무엇보다도 그 일이 기뻐서 견딜 수 없었다

 

그것과 동시에, 마치 자신의 길을 가리키는 것처럼

알류에노의 머리 속 깊은 곳에, 새로운 빛과 같은 계시가 떠오르려고 있었다

 

그것은 신의 계시, 성녀에 이르기 위한 이치를 적은 것

옛날, 성당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과연, 과정은 아무래도 생각나지 않지만

그 계시 때문에, 자신은 마차에 흔들리고 있던 것이다

머리 속의 기억이 계시로 이끌리듯 정돈되어 갔다

아무것도, 이상한 것은 없다고, 

이것이 올바른 이치라고 주장하듯이 말이다

 

계시가 가리키는 곳은, 베르페인에서 멀어지는 곳

 

황금색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눈에서는 엄청난 열이 내뱉어질 기세였다

베르페인에서 떠난다는 것은 루기스에게서 멀어진다는 것 아닌가

그야말로 한시라도 빨리 그의 손을 잡아주고 싶은데

 

그러나 한순간 눈을 깜빡이며, 알류애노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머리 속이 조금 냉정함을 되찾아갔다

 

과연, 확실히 지금 바로 베르페인으로 회귀하고,

루기스의 손을 잡고 싶지만, 그것만은 할 수 없다

 

루기스는 지금 잘못된 구원에 손을 뻗으려 하고 있다

문장교라는 이름의 뒤틀린 구원에 말이다

할 수 없는 일이야, 나를 기다리면서도, 다른 마음에 기울어지긴 하겠지

그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니까

 

그래서 중요한 것은, 두 번 다시 다른 무엇에 루기스가

기울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의 고행도 어쩔 수 없군

게다가 나는 계집애, 무엇을 주장할 수도 없고 말이야

 

그렇다면 일단은 계시에 따르자

내가 성녀에 접근하는 것이, 루기스의 구원에 가까워지는 것일 테니까

 

그렇게 그런 말을 마음속에 떠올리면서도

알류에노는 한마디 더 가슴속 깊이 중얼거렸다

그것은 결코 의식적인 것이 아닌, 무의식 속에서 떠올려서

가슴 속에 가라앉아버린 하나의 말이였다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나 하나 뿐이야

이 권리는 신에게도 결코 양보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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