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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34화 - 보복과 저주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9장 서니오 전투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34화 - 보복과 저주 -

개성공단 2020. 5. 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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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우리 영웅의 모습을 보라!

적은 무너지고, 너희 앞에 길이 펼쳐지었다!"

 

주위에는 소리를 울려대는 듯, 목청을 높이고

길고 반듯한 두발을 흔드는 성녀 마티아가 있었다

 

마티아의 가슴속에는 뜨거운 신음 같은 것이 열을 띠고 있다

지금까지 억지로 뚜겅을 덮고 가둬왔던 감정

증오라든가 원념이라고 하는 것이, 지금 들끓고 있었다

 

대성교와 문장교

 

두 종교는 언제부터 서로 창을 들고 적대하게 되었는가

그런 일은 이제 와서는 더 이상 알 수 없게 되었다

원래 어떤 관계였는지,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시대에 대성교는 강자이며

문장교는 지하에서 빌빌기는 약자라는 것이다

 

마티아는 그 사실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당연했고

입장이 달랐다면, 문장교 또한 대성교 백성을

괴롭혔을지도 모르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받았던 모멸과 박해가

잊혀지는 것도, 허용되는 것도 아니였다

 

나라에서 쫒겨나고. 도시를 빼앗기고, 갈곳도 없는 유민이 된

옛 문장교도들이 교역도시 갈루아마리아를 손에 넣기 전까지

그야말로 비참한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노예로서 가축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는 그런 날들...

그것이 얼마나 오랜 세월 계속되었던 것일까

마티아는 이제 그런 상상은 할 수 조차 없었다

그녀가 알고 있었던 것은 적어도, 그녀가 태어났을 무렵

문장교도라는 것은 그런 존재였다는 것 뿐

 

성녀 마티아 안에서 굳게 덮여 있던 감정이 기어오르면서

흘러나오려고 흐느끼고 있었다

 

"길고 긴 한랭의 시기가 있었다"

 

마티아는 말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말은 축사인가, 아니면 저주라도 하는 것 같았다

마티아의 혀와 입술이 정성스럽게 말을 더듬어 갔다

 

"우리는 존엄을 빼앗기면서, 견디고, 짓밟히고, 도망치는 수 밖에 없었다

평화롭게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문장을 내걸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했다

남자는 고문을 당하고, 여자는 강간을 당하고

그리고 빼앗기고 빼앗기는, 그래도 견뎌야만 했다"

 

그런 한랭한 때가 있었다고 마티아는 말했다

그것은 전쟁터 안, 병사의 신체 깊숙히 스며드는 목소리였다

마음을 돋우고,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듯한 말...

그 가슴을 어루만지는 손놀림은, 깊숙한 곳에 쌓인 감정을 흔들었다

 

감미롭고, 누구나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마티아의 목소리

그것이야말로, 카리스마라고 부를 수도 있는 것이였다

 

"긍지를 더럽힘당하고, 땅을 빼앗기고, 단지 이를 꽉 깨물기만 하는

아주 길고 긴 한랭의 시간..."

 

마티아는 하지만, 이라고 하고 말을 이으면서

 

"...하지만, 그것은 지금 여기서 끝났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새로운 인류가 된다!

겨례의 한을, 시조의 영혼의 분노를, 풀어주는 것은 지금...!

이것은 성전이 아니다, 우리의 의지로 적의 목을 치는 것이다!"

 

목소리와 동시에 마티아가 하늘을 찌르듯 창을 내밀었다

성녀를 추종하는 목소리가 전장터에 울러펴졌다

 

'우와아아아아아'

 

병들의 울음소리가 덩어리 자체로 만들어져

적들을 향해 중압적인 갑옷을 날려버리듯 발사되었다

 

루기스가 병사에게 주는 것이 광적의 열이라면

성녀 마티아가 주는 것은 축복이 아닌, 명확한 저주였다

 

성녀 마티아의 오열처럼 들리는 말의 나열은

문장교 장수, 기사, 병정 모두에게 저주를 내렸다

이제 아무도 눈앞의 대성교군을 깨부술 생각 밖에 하지 않았고

그들 눈에는 피와 살 말고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정신 속에 남아있는 신앙과 감정을

타인의 가슴속에 심어버리는, 정상으로부터 벗어난 능력

과연 그 능력이 있기에 마티아를 성녀라고 부르는 걸까

아니면 정말 대성교의 말 처럼, 그녀를 마녀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그 누구도 답을 알 수는 없었다

 

 

 

 

 

*

 

 

 

 

대성교군, 대천막 속에서 목쉰 목소리가 작게 새어 나왓다

 

"너는 바보냐? ....복병은 그렇게 쓰지 말라고, 말해 두었을 텐데"

 

"상처가 벌어집니다. 소리 내지 마세요

게다가 명령을 어긴 기억은 없습니다

군사를 구출할 때는 사용해도 좋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대대장이 쓰러지면, 그 만큼 병사의 희생은 많아지니까요"

 

리처드는 네이마르의 어딘지 찌르는 듯한 그 말에

어깨를 움츠리면서, 옆구리가 뒤틀린 듯한 통증을 흘렸다

 

리처드 퍼밀리스에게 상처 같은 것은 익숙한 것이였지만

이 정도의 큰 상처를 몸에 묻은 것은 꽤 오랜만의 일이였다

어쩌면 일찍이 용사의 이름을 받고,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던 때 이후

처음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상처를 제자에게 받다니

 

진짜 성장한 거군,

그 못난 루기스가 영웅이 되어, 나를 가로막고

그리고 이 몸에게까지 상처를 입혔다

분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야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루기스에 새겨진 술식뿐

 

리처드는 눈꺼풀을 잠시 감으며, 

전쟁터에서 마주한 루기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일찍이 이 몸은, 수많은 마의 술직을 봐 왔고

엘프의 저주라는 것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알고는 있었다

때로는 그 피해를 입은 인간의 손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리처드의 긴 생애 속에서도

저만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전쟁터에서, 루기스에게 흑검의 날을 통한 순간에

리처드의 눈은 분명히 그것의 속을 본 것이였다

 

고위진 마법을 몸 곳곳에 새긴 그 광경

그건 분명 심상치 않았다

이따금 마법사라는 무리가 자신의 몸에 술식을 각인시킨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루기스의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놈의 마력 허용량을 초과하는 것이였다

 

인간에는 마력의 허용량이 있다

설령 자신의 몸을, 마법으로 바꾸려 해도

허용량을 초과해버리면, 최후에는 모병자병이 일어나서

목숨을 잃는 것이였다

 

하지만 루기스의 몸은 달랐다

그 전신에 누군가가 세공이라도 했다는 듯이

몸을 무너뜨리지 않은 채, 술식을 짜넣고 있었다

 

주조, 연성, 수령, 대체 무슨 말이 어울릴 수 있을까

다만, 리처드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루기스는 틀림없는 이상을 그 신체에 안고 있으며

그것은 아마도 누군가의 강고한 의지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리처드는 자신도 모르게 등줄기에 기어오르는 한기 같은 것을 느꼈다

 

게다가 녀석은 엘프의 저주까지 받고 있다

 

최악이다, 그 녀석은 최악의 길을 택하고 있어

리처드는 엘프의 저주에 대해선 세부적인 것까진 몰랐지만

그것을 맞은 인간은 제대로 죽을 수 없는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주술을 가득 채운 대부분의 인간은, 안녕들과는 별개의 인생을 보내게 된다

도대체 내 제자는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리처드는 머리맡에 떠오른 고뇌에 깊은 한숨을 쉬며

그 자리에서 자신의 상처에 붕대를 감았다

 

"대대장님, 당신은 한 군대의 기둥입니다

다음부턴,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네이마르가 리처드의 치료가 끝나자

찌르는 듯한 말을 그의 귓전에 때렸다

예의 같은 것을 신경 쓰지 않는 리처드였지만

지금의 말에는 그런 것이 한층, 깎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뭐, 가슴에는 담아두지, 그래서 상황은 어때?"

 

전장에서 대천막으로 옮겨지는 동안

리처드는 의식을 잃는 것은 겨우 막았지만

전황 따위는 확인 할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이 치료받고 있던 시간만으로

군이 붕괴되었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었다

 

리처드의 물음에 네이마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별로 좋지 않습니다. 적의 마법은 끝난거 같지만

마녀의 지휘에 기세는 왕성해졌고

이쪽은 어떻게든 피해를 억제하면서 후퇴하는, 형세입니다"

 

리처드는 그것만으로도 잘 하고 있다며

오른손을 가볍게 올리며 말했다

말 그래도 상상했던 것보단 훨씬 나은 상황이였다

 

어쨌든 이쪽은 군의 우두머리인 사람이 

전장에서 불의의 상처를 입고 후송되었다

전체 병사가 산산조각으로 무너져 내릴 법도 했지만

아직도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면

병사들에게 칭찬을 해줘도 무방할 것이였다

 

네이마르의 시선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리처드를 향해 묻는 듯 했다

그는 시선에 응하듯 쉰 목소리를 천막 속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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