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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35화 - 종결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9장 서니오 전투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35화 - 종결 -

개성공단 2020. 5. 1. 16:27

문장교군 우익

 

대성교군이 고함을 울리며, 창과 방패를 들이대며 결사항전을 계속했다

문장교 병사들은 창끝을 세우고 있어도

어깨와 마디마디의 움직임을 보아하니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누구나 더 이상 오래 가지 못할거라고 예상했다

 

이제야 겨우 적진을 돌파할 수 있을까, 하고

대성교 병사들의 가슴속에 희망에 가까운 반짝임이 있었다

전쟁터라는 지옥의 땅에사

그런 엷은 기대 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은빛의 회오리바람에 의해

잔인하게도 없어져갔다

 

퍽하고, 사람의 머리, 그것도 두개골과 뇌가

억지로 도려냈을 때의 소리가 전장에 쏟아졌다

 

대성교병, 그리고 지휘관의 뇌장과 피, 뼈가 전장을 날아다녔다

그것을 낳게 한 검성은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궤도를 그리며 하늘을 가렸다

 

대성교병이 비명과 고함을 지르며 무너졌다

돌진이 막힌 그 얼마 안되는 사이에

대성교군은 다시 그 태세를 고쳐나가고 말았다

 

또, 저것이, 우리를 막고 있다며 대성교병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 존재를 바라보는 눈에는 두려움에 경련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시선의 끝에 있는 것은  전쟁터에 있으면서, 일체의 떨림과 겁을 내지 않고

전쟁터를 제 것인 양 활보하고 있는 한 여자

 

비단 실 같은 은빛 머리카락을 흔들며

카리아 버드닉은 쌍커풀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그녀는 전쟁터의 주인이라도 되는 듯이 행동하고 있았고

수적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리아의 은광이 반짝일 때마다

대성교군은 정체를 강요받았다

그것이 몇 번이나, 셀 수도 없이 반복되었다

 

카리아는 울적하게 머리카락에 엉킨 핏덩이를 털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속에 떠오르는 것은 전쟁터에 있을 만한 위기감이나

초조, 혹은 고양 같은 것이 결코 아니였다

오직 하나의 감정만이 그녀의 가슴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요컨대 그것은 자신의 주인 루기스의 일

루기스는 카리아에게 문장교의 의지를 맡겼고,

그는 중앙선의 돌파를 위해 말을 타고 달려갔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지금까지 남에게 의지할 줄 모르고

영광의 빛을 기피했던 일을 생각하면, 카리아의 뺨엔 미소가 피어올랐다

루기스가 영광의 길을 가는 것, 그것은 지금까지 카리아가 그의 손을 잡고

이끌어 온 그 길이 옳았음을, 자신이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므로 환희에 넘쳐흘렀던 것이다

그것만으로 카리아의 심장은 고동을 멈추지 않고, 

몸 속의 밑바닥에서는 기분 좋은 감정이 복받쳤다

하지만 그것 이외

 

왜 자신은 루기스의 곁으로 선택되지 않았는가

본래 루기스와 함께 전장을 달리는 것은

그를 섬기는 자신의 몫이 아닐까

 

물론 다른 우익을 맡길 수 있는 인재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루기스 자신의 눈이 닿지 않는 장소를 맡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신용을 얻게 되는 것일지도...

그런 생각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카리아가 생각하는 충성, 그리고 기사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충성을 맹세한 기사란 주님과 늘 함께 있으며

때로는 그 목숨마저 버리고 주인을 섬기는 자이다

솔직히 말하면 카리아는 전쟁터에서 

루기스의 곁을 지키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루기스가 전장 중앙으로 데리고 가는 것을 

택한 사람은 자신이 아닌,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그것을 생각하는 순간

카리아의 전신, 그 곳곳에서 무겁게 달라붙은 무언가가 기어들어 왔다

불쾌한 망념이 뇌에 착 달라붙어서

생각하기 싫다고해도, 무거운 망념이 뇌리를 지나가는 것이였다

 

루기스의 주위에 있는 인물 들 중

예를 들면 성녀 마티아는 문장교의 심장 그 자체

알류에노는 루기스가 뻗고자 하는 영광 그 자체

 

엘프의 여왕이나 피에르트는 세력이던가, 마법이던가를 갖고 있다

확실히 루기스의 조력이 될 만한 것을 가지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카리아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나에겐 칼밖에 없다. 우직하게 단련해 온 검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검기 마저도, 어느 순간까진 그를 앞서고 있었지만

베르페인에서 그에게 패배해 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루기스의 성장이 내겐 기쁘기 짝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검 밖에 없는 내가, 루기스에게 패배를 당하다니

나는 이제 그에게 무엇을 바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그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생각이 카리아의 심장을 삐걱거리게 하고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두려움을 목구멍에 묻히게 했다

 

혹시 루기스는 나를 더 이상 시야에 넣지 않는 것은 아닐까

 

눈꺼풀이 저리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킬 것 같았고

목구멍에는 뭔가 뜨거운 것이 역류할 것 같았으며

싫은 나머지 눈가엔 눈물마저 흘릴 것 같았다

 

망상이 망념을 부르고

나쁜 상상과 우려가 빙빙 돌면서

그녀의 가슴 속을 여러 번 휘저었다

카리아는 표정을 찌푸리며 수 많은 생각을 해봤지만

그녀가 만족 할만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적의 침입을 허락시켜버리면

나는 그에게 정말로 버림받아 질거야...

 

은빛의 흉기가 여러변 휘둘러졌다

그 칼날에 담긴 감정은 살의였을까, 겁에 질린 것였을까

분명 그것은 카리아 본인 조차 모르고 있었다

 

"카리아 님, 적군이!"

 

그러나 그 전령병의 외침에

카리아가 알아차린 것도, 몹시 나중에였다

 

 

 

 

*

 

 

 

 

문장교군 좌익,

공중정원 가자라아의 엘프들이

필사적인 형상을 늘어놓고, 화살을 전장에 계속 쏘아댔다

 

그 손가락 끝은 이제 감각이 없었다

손가락에서는 피가 묻기는 커녕, 손가죽 자체가 찢어져 있었다

그래도 역시 화살을 맞추지 않으면 안되었다

왜냐하면 적군의 압력이 매우 흉악했기 때문이였다

사람을 쉽게 혼절시키고 절명하는 저주여도, 문장교의 진군은 막을 수 없었다

 

단지 순수하게 적병력은 강하고,

그리고 숫자도 가자리아의 병사를 앞지르는 것뿐

 

그래도 이 좌익에서 계속 전장을 유지하고 있는

단 하나의 존재가 있었으니

 

대성교 일대가 어렵사리 가자리아의 전선을 뚫었다

그 시야의 끝에는 약한 배를 드러낸 후위와

가자리아 본진의 모습

이제 조금만 더 하면 그 모든 것이

우리의 군화 아래로 가라앉는다

 

대성교병은 모두 자기 입을 다물고

입술과 코를 손으로 가렸다

환희가 넘쳐 흐를 것 같은 가슴을 필사적으로 누르고

눈에 핏발을 세우며, 하나의 엘프를 찾기 바빴다

 

여왕의 엘프를 죽이지 않으면

이 적진을 돌파할 수 없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시간 안에 대지 못했다

대성교병의 눈이 가자리아 본진의 안쪽을 관통하는 순간

주위의 청량과는 동떨어진, 그을고 더러운 공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탁하고 묘했고, 눈으로도 똑똑히 볼 수 있는 공기

그것은 저주의 현현, 사람을 잡아먹는 엘프의 주술

 

대성교 병은 입술을 다물고, 코와 입을 손으로 가린채

숨조차 멈추면서 필사적으로 그 속을 나아갓다

여왕 엘프가 그 주술의 원흉임은 분명했이에

 

하지만 그 저주는 결코 사람을 놓치지 않았다

일찍이 자신을 버리고, 자신에 대한 신앙을 버린 자들은

대정령은 결코 용서하지 못했다

 

진흙 같은 공기가 피부에 난 조그마한 상처로부터

조용히 스며들며, 그 속을 잠식해나갔다

 

정령은 사람의 체내로 파고들어, 모든 기능을 현저하게 감퇴시킨다

호흡곤란으로 시작해서, 다음에는 사지를 경련시키고

마치 독을 뿜는 것 처럼, 혈액을 굳혀버린다

내장이 기능부전으로 자해행위를 시작하고

입에서는 위액이 억류하는...

 

대성교병은 이제 달리기는 고사하고, 걷기조차 힘들어진다

다만, 그런 참혹한 상확에서도 의식만은 분명했다

마치 앞으로 일어날 일을, 그 눈으로 제대로 보란 듯이 말이다

 

대지에 천천히 쓰러진 대성교병의 시야에

푸른 빛을 발하는 형형한 눈이 보였다

 

"죽어"

 

가자리아의 여왕 핀 엘디스는 그것만을 말하자

정령은 응축된 저주, 이제 파괴라는 개념 자체로

병사의 몸을 날려버렸다

 

엘디스는 가쁜 숨을 입술로 고르고

스스로 준비된 의자에 다시 걸터앉았다

종자인 발레트가 목을 축이기 위한 물을 가져왔다

 

이것으로 정령술, 저주를 사용한 것은 몇번째였을까

발레트에게 물으면 아마 대답은 해주겠지만

그것을 들을 기력조차, 엘디스에겐 더 이상 없었다

 

정령술의 근본은 총애를 받던 정령에게 힘을 빌리는 것이다

마법처럼 몸에 존재하는 마력을 바닥낸다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진장하게 사용할수 있냐 하면

이야기는 또 달랐다

 

엘디스처럼 정령술을 대규모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한번 정령을 이 세계에 구현할 필요가 있었다

 

정령을 자신의 몸을 통해 세계에 출현시킨다

그것은 자신의 정신이나 육체로부터 

여력을 한 순간에 떼어내는 것과도 같았다

당연히 그것을 계속 사용하면, 엘프의 몸은

피로로 누적되어 간다

 

그래서 보통 엘프는 이 방식을 쓰지 못했고

이 일을 행할 수 있으려면, 보통 정령과 궁합이 좋다거나

아니면 정령의 총애를 받아야만 가능한 것이였다

 

그런 면에서 엘디스는 당연히 정령의 총애를 받은 존재로

정령을 현현시켜, 때로는 환영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주술로서 주위에 파괴라는 개념조차 만들어냈다

그 꼴은 가히 재주 많은 대성교병 조차 무릎 꿇게 하고 있었고

그녀의 존재 덕분에, 적들은 아군에게 아무 타격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문장교의 좌익이 유지되는 것은

엘디스의 심신이 무사할 때 뿐이였다

그것은 앞으로 얼마정도 유지 할 수 있을까

 

종자 발레트가 물과 동시에 환약을 내밀었다

그녀는 자신의 주군이 정신을 소모하는 모습을 걱정하며

말을 걸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엘디스는 발레트의 시선을 받아들이며

가볍게 숨을 내쉬며, 한 가지의 것을 생각했다

 

그것은 자신의 심신의 한계라든가, 전황이라든가

그런 사소한 일이 아니였다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기사, 루기스의 일

 

아까 전에 자신이 준 갑주를 통해

루기스가 부상당한 감각을 엘디스는 받고 있었다

 

그 상처는 결코 얕지 않았지만

정령갑주의 축복을 가지고 있다면, 치명상이 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가슴을 술렁거리는 일은 없었지만

그 밖에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한 가지 더 있었다

 

루기스의 몸이 상처를 입었을 때,

자신의 갑주 이외에 반응 했던 것이, 여러개 있었다

 

벽안이 가늘어지고, 다시 형형한 빛이, 떠올랐다

피폐 이외의 영향으로 내장이 끓고

숨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야, 누가 나 이외에 그에 무슨 짓을 한거지?

 

루기스를 따르는 피에르트라고 하는 마법사가

과거 루기스를 복원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마력반응이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지만

지금 확실히 그 밖에 몇 가지의 반응이 있었다

 

엘디스는 어금니를 깨물면서

필사적으로 자기 안에 떠오르는 충동을 눌러 죽였다

 

가능하다면 당장 루기스 밑으로 달려가서 상처를 치료하고

나 이외의 불순물을 그에게서 제거해버리고 싶엇다

그러나 이 좌익전선을 유지한다는 것은 루기스의 지시에 근거했기에

엘디스에게는 절대적으로 어길 수 없는 것이엿다

 

분하다, 루기스의 몸을 걱정하며 달려가고 싶다는데

그의 지시에 의해서 움직일 수 없다니

 

엘디스는 필사적으로 멀리있는 전장 중앙부로 눈을 돌렸다

조금이라도 자기 기사의 모습이 눈이 비치기를 바라면서...

 

그 때, 문득, 엘디스는 반듯한 눈썹을 올렸다

적 중앙부, 아니 적군 전체의 움직임이 조금 흐트러진 것이다

동요하고 있다고 할까, 술렁거린다고 해야 할까

적어도 통솔된 움직임은 아니였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루기스가 뭔가를 일으킨 걸 수도 있다

엘디스의 벽안이 적군 전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이제 엘디스 개인으로서의 눈이 아니라

여왕의, 통솔자로서의 눈

 

적군의 움직임의 흐름이 명확히 바뀌기 시작했다

가자리아가 대치하고 있는 좌익의 군사도 마찬가지

엘디스의 직감이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할 무렵

전령병이 가자리아의 본진으로 뛰어들었다

 

"핀 엘디스 님, 대성교 본군이 철수를 개시했습니다

조속히 적군을 포위하라는 전령입니다!"

 

엘디스는 즉석에서 부하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말을 불렀다

이제 이 전선을 유지한다고 하는 자신의 권한은

종말을 다한 것이다

이제 전장의 흐름은 결정됬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달려가는 일 만이 남았다

 

 

 

 

 

*

 

 

 

 

 

서니오 전투

 

복음전쟁이라 불리는 일련의 전투

분쟁 속에서도 대성교와 문장교가 처음으로

대규모로 창을 맞댔던 전투

이름은 무대가 된 서니오 평야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대성교군, 자치도시 필로스로 구성된 혼성군과

문장교군, 엘프국가 가자리아의 동맹군과의 충돌은

대략 반나절의 시간을 두고 이뤄졌다

 

양군에서 피해가 소규모였다는 기록은 없으며

서로 상응한 출혈이 동반된 접전이였다 한다

 

하지만 승리라는 열매를 곱씹을 수 있는 건, 늘 한쪽 뿐

그리하여 서니오 전투에서 승자의 이름을

역사에 새긴 것은, 문장교와 엘프국가 가자리아의 동맹군

 

물론 대성교 측 기록에는 패배라는 글자가 기재되진 않았지만

적어도 본진의 후퇴를 행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은, 틀림이 없다

 

이 패전, 후퇴는 대성교에 하나의 명확한 충격을 주었다

 

본래 대성교에 있어서는, 서니오 전투에서 충돌을 실시한 부대는

그저 정찰부대 였음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럼 대성교 전체의 세력을 생각한다면

그만큼 뼈아픈 패배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성교로서는 서니오 전투는 단지 전역의 서전인

말굽을 울리는 기세를 받았던 문장교군이

잠시 승리의 숨결을 잠시 부여 받았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도, 서니오 전투의 결과는, 대성교에게 굴욕의 대명사가 되고

그 가슴속에 품고 있는 문장교에 대한 적의와

조금의 초조감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유는 명쾌한 것

지금까지 빼앗기거나 쫓기는 쪽에 불과했던 문장교가

송곳니를 들이대는 것도 모자라,

대성교라는 거인의 발목을 찢었다

 

그것은 대성교 교의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대성교의 교의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이성, 지성, 능력

모든 것을 신에게 이양하고 구제를 희구하는 것이다

위대한 주님께 모든 관리를 의지하고

인간은 단지 구제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지복이고, 그것이 바로 틀림없는 행복

 

그 교의에 따라 일부 상류층 인사를 제외하고는

국가는 서민으로부터 지식아라는 것을 박탈했다

 

뭔가를 스스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저 신이 내린 채, 인도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면

그것이 행복할 뿐이라고 그렇게 가르쳤다

 

대부분의 시민이 그것을 유일무이한 진리라고 여기고

스스로 받아들아며 삼켜 나갔다

어쨌든, 그것은 편하기 짝이 없었다

책임도 없고 능력도 지성도 필요없고, 노력도 필요없다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있으면 되니 말이다

 

여하튼 지배당하는 서민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해

누구나 지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대성교가 국교가 된 이래, 갈라이스트 왕국에서는

서민 누구도, 지배받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치안은 많이 좋아졌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글을 못 읽고, 못 쓰는 서민이 늘고

억압받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리며

서민의 존엄성 따위는 없는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것은 상관 없게 되어버렸다

서민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도 잊어버렸으니 말이다

 

문자도, 문화도, 지성도, 모두 상류층만 가지면 된다

학원을 폐지하면서도, 시민의 행동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었지만

누구 하나 반발이 없었다

여하튼 대성교의 교의를 따르면 모든 것은 잘되고

그것이 구제로 이어진다고 하니, 그 누구의 반대도 없었다

 

다만 문장교를 자칭하는, 사교도를 제외하고는

 

그래서 대성교는 서니오 전 패배를 결코 용인할 수 없었다

서니오 전투에서 대성교군은 대교황 휘하의 의향을 받은 군

그것은 유일한 신의 총애를 받은 군세 일 것이다

 

그 군이 패배를 당하고, 후퇴를 강요당하다니

그것도 상대는 적국이 아닌, 

지금까지 우리가 발길질 하고 있던 문장교의 군세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 건가

이런 이치가 맞지 않는 일이

대성교의 교의 속에 이런 일이 일어나버리다니

교의를 따른다면 이런 부조리는 일어날 수 없어

 

더 이상의 패전이 겹친다면

그것은 대성교의 교의에 대한 회의로 이어질 것이다

한번 멍이 들면, 어떻게 지성 자체를 빼앗아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회의를 일으키게 될 것이야

 

이제 작은 상처라고 해서

대성교의 이름에 주어질 수는 없다

 

그래서 이번 서니오 전투가 계기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대성교라는 이름의 거인이

그 무거운 허리를 들어서, 대검을 치켜들게 하는 그 계기

 

그리하여 서니오 전투는 그 외에도

한 가지의 큰 의미를 가졌다

그것은 한 영웅을 역사 속에 배출했다는 것

 

대성교에서는 대악, 

문장교에서는 황금이라는 두 가지의 이름으로 불리는 한 남자

 

그 자는 상류층 출신이 아닌, 

애당초 역사에서도 그 출신이 어딘지도 분명치 않다

아마도 모험자의 종류이며, 한때는 대성교 신도였다고 한다

 

그 목적이나 신조, 왜 문장교의 손을 잡았는지

그리고 왜 써움에 발을 들여놓았는지

일체의 이유는 불명

 

그는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 함락극에서 처음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고

공중정원 가자리아의 혁명, 용병도시 베르페인 소요 사태

그리고 서니오 전투에서 모조리 대성교를 향해 칼을 꽂았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영광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 자는 문장교 성녀 마티아, 

공중정원 가자리아의 여왕 핀 엘디스의 신임을 얻는다

또 동시에 갈라이스트 왕국의 기사 카리아 버드닉

동쪽의 볼버트 왕국의 마법사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도

그를 추종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그녀들의 신임을 얻은 이유

그 자세한 것은 일절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당시의 공식 기록에는 그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기록이 없어

유추조차 어렵게 했다

 

다만 잔존하는 기록피지에 따르면

영웅의 이름 못지 않게, 여성관계는 그리 좋지 못했던 것은 분명했다

 

그의 이름은, 영웅 루기스

그렇게 역사에 새겨져 있었다

 

 

제9장 서니오 전투 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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