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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프롤로그 -체념의 나날들과 기묘한 조우-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장 카리아 버드닉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프롤로그 -체념의 나날들과 기묘한 조우-

개성공단 2020. 2. 5. 01:49

납덩이 같은 철갑옷과 허리에 찬 칼도 모두 풀어서 바당에 내팽겨 쳤다 그런 다음 비로소 침대에 걸터 앉았다

 

낯선 감각이였다 며칠동안 다리를 혹사 하다보니 앉는 것 마저 까먹은 이 다리는 이 앉는 것을 신기해 하는 모양 이였다

 

아무리 내 몸이라지만 너무 딱하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그냥 침대로 누워버렸다 신께서도 아마 이해 해줄 것이다

 

그러다 천장을 바라보며 침대에서 멍을 떼리고 있을 무렵, 옆방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얼씨구, 나는 속으로 그렇게 혀를 차며, 평소에 야번이나 망을 봤던 경험으로 이 정도 소리 쯤은 그냥 참고 넘어가려 했다

 

그냥 보통의 여자 목소리라면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그것은 묘하게 요염하고 색기가 넘치는 목소리 였다.

여자의 목소리는 벽 틈새로 삐져 나와 방 안을 메우기 시작했다

 

팔로 눈을 가리고 얇은 이불로 몸을 가렸다. 처음엔 낫나 싶었지만, 밤이 더 깊어갈수록 그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며 내 귓전을 때리기 시작했다

 

"미치겠내..."

 

그렇게 중얼거린채 나는 갑옷에 손을 넣어 거의 유일하게 남아버린 내 소유물인 씹는 담배를 입에 넣었고 그것을 깨물자 조금이라도 남은 풍미가 마음을 달래 주었다

 

그래도 여전히 여자의 목소리는 울리고 있다. 남자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며 밤이 다 지나갈때까지 그 소리는 계속 울려 펴졌다

 

둘 다 구세 모험에 동행하는 파티원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

 

루기스 씨 오늘도 정말 괜찮겠어요?

 

구세주로 불리는 것에 비해, 그 남자의 목소리는 조금 높고 상냥한 모습 이었다

 

"괜찮아요 제가 달리기엔 선수니까 망보는 역할엔 제가 제일 맞을 거에요"

 

처음에는 내 말이 맞는 줄만 알았다

 

파티원 중에선 밤에 가장 눈이 밝고 여차하면 몸을 던져서 시간을 벌 수 있었으니 그 역할엔 내가 가장 적임 이엿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스스로 야번을 자처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여자들의 시선이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언젠부턴가 혼자서 야경을 보는 것으로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구세주로 불리는 남자는 눈을 내리 깔며 나를 쳐다보다가 여자 중 누군가가 그를 부르자 고개를 숙이고 파티의 야영지에서 조금 떨어진 암벽으로 가버렸다

 

방금 그 목소리는 요정 공주님인가? 그럼 오늘은 그녀의 차례인 셈이다 

나는 홀로 갑옷 속에 숨긴 씹는 담배를 맛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구국의 일행으로 불리는 우리의 파티는 여행을 지날때마다 호화로운 대접을 받아왔다... 물론 나는 빼고

 

엘프 아가씨, 마법사, 기사단의 준영.. 그리고 음유시인 알류에노

 

너나 할 것 없이 국가나 지방에서 한 몫 하던 인물들이다. 그만한 대우를 할 가치가 인물 들이였다. 물론 나는 빼고

 

숨을 내쉰다 콧구멍엔 기분좋은 향기가 지나가고 오래간만에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여전히 이런 모험에 나 같은 인간이 동행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특별히 출중했던 기억도, 그들과 견줄 만한 신분을 갖고 있던 기억도 없다. 칼 솜씨도 특별한 만한 점은 없었고, 특기라면 장사 말곤 없었다

 

아마도 알류에노의 힘이 있었을 것이다. 나를 추천하는 사람이라면, 소꿉친구인 그녀 정도 이니까

 

담배를 너무 물어서 그런치 침이 고여버렸다. 그 자리에 내뱉고 갑옷 속에 다시 집어 넣었다

 

 위대한 여정에 참여할 수 있는 동시에 자신이 인정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닌 그저 알류에노가 함께 였던 모험이기에

처음에는 그저 기뻤다.

 

그녀는 나의 소꿉친구로 무엇보다 짝사랑 상대였다. 그녀와 오랫동안 같이 있는다는 생각에 나는 흔쾌이 그 여행에 동참했고 그녀와 신나는 여행이 있을 생각에 나는 그저 기쁘기만 했다

 

아아 틀림없이 나는 바보였던 것이다. 구세의 여행이라고 하는 거창한 것에 내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다니

 

여행에, 아니 구세에 동행하는 이들은 모두 영락없는 일류의 인물들이고 그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인재들이다. 그런 그녀로서는 나 같은 인간 따위는 몹시 보잘것 없고 매력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물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니다. 허드렛일, 정찰, 전투도 대충은 해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어떤 태도를 취하지 않는 걸 보아하면, 그녀들이 나의 실력에 걸맞는 평가를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물론 그 중에서도 알류에노 한 사람만이 나를 위로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 여행에 있으면서도 그녀의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다행이야 다행

 

"구세주님"

 

구세주라고 불리는 저 남자는 엄청난 인물이다. 전투에서 불가사의한 공격력과 대응력은 실로 눈을 희둥그레지게 한다. 그 젊음으로 어떻게 그 힘을 몸에 익혔는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틀림없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당연하게도 다른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알류에노 까지도...

 

오늘도 분명,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어딘가에서, 구세주로 불리는 남자와 여자들은 뒤엉켜 있다.

 

그러니까 나는 무엇인가 구실을 만들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장소를 밤마다 찾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요즘은 야간에 나가 선 채 잠깐 수면을 취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다른 여자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 없지만....

 

알류에노의 목소리가 들려 버린다면...

 

*

 

"끝난건가?"

 

겨우 옆방에서 소리가 가라앉아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다행이 아직 밤은 깊다 지금부터라면 충분히 수면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씹는 담배를 갑옷에 넣으려고 어둠 속으로 손을 뻗는 순간...!

 

'너는 언제까지 이러한 여정을 계속할 생각이지?'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기어 나왔다

 

곧이어 그림자가 보였다

그것은 분명히 사람의 형태인데 모습은 그림자 였다. 그 그림자는 내 갑옷을 발길질하고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앉았다

 

실수다 목소리에 정신이 팔렸다고 해도, 지금까지 침입자를 알아내지 못하다니... 순간적으로 머리맡의 검에 손을 뻗었지만

 

감을 잃어버렸는지 아니면 그 그림자에 위압되서 손이 굳어버렸는지 몰라도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내 심작 박동은 빨라지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기 커녕 입마저 열 수 없었다

 

호흡은 할 수 있었기에 죽지는 않았다

근데 그때 그림자가 이렇게 말했다

 

"해치려고 온게 아니야 안심하라구:"

 

말하는 어투는 잔잔 했지만, 불가사의하고 묘한 인간 이였다. 무엇보다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그의 모습이 포착되지 않는 것 이였다. 어뚬 속에 떠 있는 사람의 그림자는 보였지만, 그의 복장이나 생김새 등 세부에 이르는 부분을 일절 인식할 수 없었다

 

나는 밤눈 만은 자신 있었다 믿었는데...  말도 안돼  내가 이 거리에서 볼 수 없을리가 없을 텐데

 

"이봐 루기스 자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어! 그러기에 내가 이러한 복장으로 온 것이라고!"

 

그림자는 언성을 높이며 이렇게 말했다

 

대체 이 그림자는 왜 내 침실에 숨어 들어온 것이란 말인가

 

"진정해 진정, 그나저나 루기스, 자네 언제까지 지금 그대로의 위치에서 만족하고 있을텐가?"

 

"나는 너에게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왔지. 아주 좋은 이야기야! 긴장 풀라고 이상한거 아니니까"

 

그림자는 나에게 경계를 풀고 진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뭔가 어설픈 녀석 같기도...

 

"나는 운송자 라고 한다. 너에게 기회를 주려고 왔다. 너에게 단 한번의 기회를 줄테니 

인생을 새로 시작할 기회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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